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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97화 (597/916)

597화. 단 한 명도 남겨선 안 돼!

칠보묘수를 바라보는 연나의 안색에 기쁨이 어렸다. 연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흔들어 다시 칠보묘수를 거두어들였다.

“보화 어르신, 이미 결정을 내리셨으니 저희도 더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시긴 위험하니 저나 석무애를 데리고 가십시오.”

운리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니다. 너희는 이곳에서 조용히 내가 가져올 소식만 기다리면 된다.”

연나가 운리를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네, 알겠습니다.”

석무애와 운리는 서로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혹시 삼대 성지도 이미 천정이 간섭하기 시작한 건가?”

연나가 무엇인가 떠오른 듯 물었다.

“제가 알기로 이진종은 천정과 이미 끈끈한 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다른 두 성지는 아직 정확히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연나가 하는 말을 들은 석무애는 침묵을 한 후에 말했다.

두 흑마족이 하는 말을 들은 석목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조극이 떠올랐다. 예전에 이진종의 성계 장로인 막린우가 조극을 소주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평범하지 않은 관계 같았다.

만약 이진종과 천정이 밀접하다면 조극의 신분도 자연스럽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조극은 청란성지의 성주인 속승 진인의 직전제자이며 또 백원왕의 후예로 유명하여 종문에서도 지위가 높았다. 석목에게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말을 해도 의미가 없을 터였다.

“됐다. 봉인부터 풀거라. 이렇게 다시 태어나며 많은 일들을 더욱 정확하게 깨닫게 된 것 같구나.”

연나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네!”

운리와 석무애는 대답을 하고는 양쪽에 서서 법결을 시전하였다.

‘퍽!’ 소리와 함께 공간 통로 앞쪽에 놓인 검은색 봉인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가운데에 구멍이 하나 뚫렸다.

“보화 어르신, 꼭 조심하십시오. 혹시라도 입장이 난처해지시면 곧바로 이곳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운리가 망설이며 말했다.

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무애는 눈에 복잡한 기색이 어렸다. 석무애는 석목을 한참 바라보더니 또 구십라를 한참 바라보았다.

석무애가 손을 흔들자 검은빛이 날아오더니 구십라 앞에 검은색 갑옷이 하나 나타났고, 갑옷 위에서 마문이 반짝였으며 방대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 마금전갑(魔金战甲)은 너에게 주겠다. 보화 어르신을 꼭 조심히 모셔라. 절대 폐를 끼쳐선 아니 된다.”

석무애가 말했다.

“마존 어르신, 감사합니다. 이 부하가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구십라는 좋아하며 검은색 갑옷을 입더니 깊이 인사를 올렸다.

연나는 석무애를 한 번 바라보더니 한 손을 흔들어 하얀빛을 세 사람에게 드리웠다.

하얀빛이 반짝이며 봉인 틈에서 튀어나와 사라져버렸다.

* * *

봉인을 뚫고 나오자, 석목은 눈앞에 드리운 하얀빛이 미친 듯이 반짝인 후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앞쪽에서 멀지 않은 곳이 공간 통로의 끝이었고, 통로의 끝에선 커다란 공간 소용돌이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방대한 흡입력이 소용돌이 속에서 뿜어 나와 세 사람을 감싸버렸다.

연나도 이 커다란 흡입력을 막아낼 수 없는 것만 같았다.

석목은 몸을 가눌 수 없었으며 제멋대로 찢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쓰윽’하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공간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석목은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공간이 찢는 힘을 계속 느꼈다.

석목은 깜짝 놀라 금빛을 크게 드리우며 토템 비술을 시전하여 몸에 수많은 금색 비늘을 감고 나서야 찢는 힘을 잠시나마 막을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석목은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또 다른 힘에 이끌린 것이었다.

이어서 석목은 눈앞이 밝아지면서 커다란 사막의 하늘에 놓이게 되었고, 그는 한참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멈춰 섰다.

석목 옆에 연나와 구십라도 나타났다.

연나는 몸을 가볍게 흔들며 곧바로 멈춰 섰다.

구십라는 낭패를 당했다. 몸통이 세차게 튕겨져 날아가 사막에 떨어지며 한참 뒤에야 멈춰 섰다.

순간, 구십라는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리고는 연나의 뒤로 다가와 섰다.

석목이 다급하게 구십라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 하늘은 흐렸으며 사막에는 검은색이 한 층 깔려있었다.

석목은 얼마 전에 흑마성역에 왔었기 때문에 근처 환경이 놀랍지는 않았다.

세 사람의 등 뒤에는 커다란 검은색 공간 소용돌이가 있었는데 아마 조금 전에 통과한 공간 통로의 출구일 터였다.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공간의 힘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에서 기승을 부렸다.

석목은 말을 꺼내려다가 표정을 바꾸었고, 고개를 돌려서 한 곳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이 먼 곳에서 날아왔는데 족히 수백 갈래는 되었다. 방대하고 두터운 기운이 풍겼다.

“큰일이다! 고만족입니다! 보화 어르신, 우선 피하시지요?”

구십라가 놀란 얼굴로 연나를 바라보았다.

“아니다. 이미 저들에게 발각이 되었다.”

연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날아오는 빛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연나가 말을 떨어뜨리기 바쁘게 빛이 이미 이곳에 도착해서 뿔뿔이 내려앉았다.

가장 앞에서 온 사람은 키가 십여 장 정도 되는 고만족 사내였는데 드러낸 상반신에는 토템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었고, 사내가 풍기는 기운은 이미 성계 초기였다.

사내 뒤에는 고만족이 수십 명이나 있었으며 실력은 전부 천위 경지였다. 고만족 뒤로 흑마족도 수백 명이나 서 있었다. 고만족과 비교하니 흑마족은 몸집이 매우 왜소해 보였다.

“너희는 누구냐? 어떻게 공간 통로를 뚫고 이곳에 온 거냐?”

고만족 사내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연나, 어떻게 할 거야?”

석목이 연나를 한 번 바라보며 물었다.

“전부 죽여! 단 한 명도 남겨선 안 돼!”

연나는 실눈을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나는 말을 내뱉는 동시에 갑자기 날아올라 고만족 사내의 머리 꼭대기로 날아갔다. 연나의 손에서 칠색 빛이 크게 번지더니 칠색을 내뿜는 거대한 검으로 뭉쳐 고만족 사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성계 후기의 방대한 기운이 연나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고만족 사내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거대한 칠색 검이 이미 머리 꼭대기에 와있었다.

사내는 큰소리를 지르며 몸에 새겨진 토템 무늬를 밝혔다. 고만족 사내의 등 뒤에 거대한 짐승 허영이 세 마리나 나타났다. 코뿔소, 코끼리, 늑대였다. 그리고 짐승들은 빛을 반짝이며 전부 사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고만족 사내는 피부가 회색으로 변했다. 매우 두텁고도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피부에는 수많은 껍질이 층을 지어 나타났는데 마치 짙은 푸른색 갑옷 같았다. 두 주먹에선 길이가 몇 뼘 정도 되는 손톱이 자라났는데 칼처럼 날카로웠다.

사내가 큰소리를 지르자 두 주먹에서 검은색 빛이 크게 번지며 앞으로 날아갔다. 손톱의 빛이 열 몇 갈래씩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칠색 검을 맞았다.

쾅!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칠색 빛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퍼져갔다. 그리고 연나와 고만족 사내의 몸을 빛 속에 묻어버렸다.

연나가 이미 공격을 시작했으니 석목과 구십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나머지 고만족과 흑마족 잡졸들을 공격했다.

석목은 토템 비술을 시전하여 곧바로 잡졸들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천위 무인들은 석목에게 너무 가벼운 상대였다.

석목은 금색 비늘 갑옷을 입고서 다른 사람들이 날리는 공격을 무시한 채 여의빈철곤으로 곤봉 그림자를 줄줄이 만들어냈다.

곤봉 그림자가 스치는 자리마다 천위 경지인 고만족과 흑마족들은 몸이 터져 버려 빠르게 도마령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위 무인 스무 명이 석목의 손에 죽어버렸다.

이때, 한쪽에 있던 구십라는 단 두 명만 죽일 수 있었다. 석목의 실력은 본 구십라는 어안이 벙벙했다.

석목과 비교했을 때 구십라는 실력이 너무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구십라는 마금전갑을 두르고 있어서 부상을 당할 걱정을 하지 않았고, 마음대로 죽이기만 하면 되었다.

고만족과 흑마족 수백 명은 기세등등하게 다가왔지만 우두머리인 성계 강자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자 당황했고, 고만족과 흑마족 무리는 반각 만에 큰 패배를 당해 사상자가 절반이 넘었다.

이때, 연나와 고만족 사내에게 드리웠던 칠색 빛이 흩어졌다. 고만족 사내의 거대한 몸통이 허공에서 떨어져 사막에 ‘쿵!’ 내려앉았다. 몸에 두른 껍질과 거미줄 같던 무늬들이 찢어졌으며 온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고만족 사내는 두 손이 피범벅이 된 채 하얀 뼈를 드러났다.

사내가 입을 벌리더니 피를 한 모금 뿜어내며 몸을 웅크린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거대한 칠색 검의 기운은 이미 사내의 팔을 통해서 몸속으로 들어갔고, 사내는 온몸의 경맥을 다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림자가 희미해지더니 연나가 사내 앞에 나타났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바닥으로 고만족 사내의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검은빛을 줄줄이 뿜어내어 고만족 사내의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고만족 사내는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연나가 손을 들자 검은빛으로 감싼 푸른색 신혼이 고만족 사내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연나가 손가락을 살짝 굽히자 검은빛이 순식간에 푸른색 신혼을 싸고돌았다. 수혼비술이었다.

연나의 앞에서 고만족의 우두머리였던 성계 초기 강자는 단 한 번도 공격을 하지 못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머지 고만족과 흑마족들은 두려운 기색을 내비쳤다.

고만족과 흑마족 무리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서 뿔뿔이 도망갔다.

“어딜 가려고! 흥.”

석목이 콧방귀를 뀌며 파란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석목의 몸에 파란빛이 번쩍이며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면서 파란색 얼음 조각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가!”

석목이 손가락을 짚었다.

‘칙칙’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얇고 긴 얼음이 순식간에 날아가 단번에 도망가는 흑마족과 고만족들의 몸통을 뚫어버렸다.

펑! 펑! 펑!

고만족과 흑마족 무리는 몸이 터져버렸으며 하늘엔 핏빛이 흩날렸다.

나머지 몇몇 사람들도 석목과 구십라가 공격을 하여 죽여 버렸다.

석목은 주변을 훑어보더니 도마령을 꺼내 다른 한 손을 흔들자 주변에 널브러진 흑마족들의 시체에서 마혼이 날아와 전부 도마령 속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이렇게 많은 천계 경지 마혼들을 수집한 석목은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도마령을 거두어들였다.

구십라는 석목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걸 바라보며 복잡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나와 석목이 얕은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림자가 희미하게 번지더니 연나가 두 사람 옆에 나타났다.

연나의 등 뒤에는 키가 훤칠한 시체가 한 구 서 있었는데 조금 전에 연나가 죽여 버린 고만족 사내였다. 사내는 두 눈에서 금색 혼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몸에서는 짙은 사령 기운을 풍기고 있었는데 이미 연나의 사령 부하가 된 것이었다.

사내는 이미 사령 생물로 변하였지만 실력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여전히 성계 경지에 맞먹는 강대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석목은 고만족 사내의 시체를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을 했다. 연나는 전생에 보화 선자였고 우연히 사령계면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이 방법은 실로 대단했다. 사람을 죽일 때 마다 부하가 늘어났다. 이렇게만 한다면 천정과 싸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것이다.

“연나, 어떤 정보라도 얻어냈어?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

석목이 물었다.

“흑염성.”

연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에 뜬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흑염성!”

구십라는 안색이 변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석목이 물었다.

“흑염성은 상웅 부족이 머무는 주요 행성입니다. 상웅 부족의 전무(颛武) 마존이 천정에 투항을 했지만 몇 년 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고 흑염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구십라가 말했다.

“신경 강자!”

석목은 구십라가 하는 말을 듣더니 중얼거렸다.

“그 자를 찾으러 가는 거야. 너는 따라갈 필요 없어. 한 곳에서 분신과 폐관수련을 하고 있어……”

연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돌려 석목에게 말했다.

“너와 함께 갈 거야!”

연나가 말을 떨어뜨리기 바쁘게 석목이 말을 가로채며 그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연나는 석목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나를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네 일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더군다나 천정에게 원한이 맺힌 사람은 너뿐만이 아니라고!”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연나는 복잡한 눈빛으로 석목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래.”라는 말만 하며 손을 흔들어 취선대를 꺼냈다. 그리고 고만족 사내의 시체를 빨아들인 후에 다시 손을 흔들었다. 하얀색 비주가 연나 앞에 나타났다.

연나가 먼저 비주에 올라탔으며 석목과 구십라가 따라서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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