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99화 (599/916)

599화. 일곱 갈래의 마념(魔念)

석목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순식간에 붉은색 공간에 놓였고, 붉은빛이 석목을 감싸고 있었다.

석목은 낮게 소리를 지르며 금색, 파란색, 노란색, 푸른색 빛을 크게 드리웠다.

토템 비술, 명수결, 구전현공을 비롯한 모든 공법을 전부 시전하여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신경 존재와 마주했을 때, 석목이 갖춘 실력은 너무 보잘 게 없었다.

하지만 이때, 연나의 몸에서 눈부신 칠색 빛이 뿜어져 나와 몸을 감싼 붉은빛을 전부 끊어버렸다.

연나는 손에서 빛을 번쩍이더니 칠보묘수가 나타났다.

연나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고, 그녀가 팔을 흔들자 칠보묘수에서 수많은 칠색 빛이 뿜어 나와 거대한 칠색 검으로 뭉치며 붉은 공간의 깊은 곳을 찔렀다.

퍽!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붉은 공간이 터져버렸다.

석목과 구십라를 묶고 있었던 붉은빛도 찢어졌다.

전무 마존은 비틀거렸고, 옷자락은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입에서는 피를 뿜고 있었다. 전무 마존은 연나가 든 칠보묘수를 보라보더니 안색이 굳었다.

“칠보묘수! 당신…… 당신이 그걸 가져오다니! 이…… 이 일엔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저는 물러납니다!”

전무 마존은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스쳤고, 곧바로 여길 떠나려고 돌아섰다.

“어딜 도망 가!”

연나가 큰소리를 질렀다. 칠보묘수에서 칠색 빛이 크게 번지더니 순식간에 칠색 결계를 만들며 전무 마존을 안에 가두었다.

상황이 뒤바뀐 것이었다.

전무 마존이 안색을 바꾸며 큰소리를 질렀고, 전무 마존의 손에 검은색 도끼가 한 자루 나타났다. 도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빛은 거의 투명에 가까웠고, 보기만 해도 최고의 마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어 전무 마존이 도끼로 칠색 결계를 찍었다!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칠색 결계가 격하게 흔들리며 곧바로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림자가 희미해지더니 연나가 전무 마존 앞에 나타났다. 이어서 연나는 칠보묘수를 휘둘렀다.

칠색 빛이 크게 번지며 빛기둥으로 변하더니 전무 마존의 머리를 내리쳤다.

전무 마존은 칠보묘수를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계를 찢다 말고 도끼를 치켜들고는 칠보묘수를 막았다.

쾅!

두 법보가 부딪치며 허공은 산산조각이 났고, 혼돈된 상태에 이르렀다.

칠색 결계마저 부딪치는 힘을 막아내지 못하고 부서졌다.

전무 마존은 얼굴에 희색이 어렸고, 그는 틈을 노려서 날아가려고 작정했다.

이때, 연나가 눈에서 빛을 번쩍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칠보묘수를 짚었다.

칠보묘수의 두 가지에서 검은빛이 번쩍이더니 희미한 검은색 그림자 두 갈래가 생겼고, 석무애와 운리 두 사람의 모습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곧바로 검은색 사슬 두 갈래로 변하여 전무 마존을 묶어버렸다.

전무 마존의 안색이 변했고, 그는 검은빛을 크게 드리우며 온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했다.

검은색 사슬은 보기에는 매우 얇아 보였으나 단단하기 그지없었고, 전무 마존은 꽁꽁 묶여버려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칠색 빛이 번쩍이며 칠보묘수가 전무 마존의 이마 위에 나타났다. 그리고 한 갈래 허영이 전무 마존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칠색 문양 한 개가 전무 마존의 이마에 나타나 빛을 번쩍였다.

“으아아아아!”

전무 마존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을 구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연나와 전무 마존은 번개 같은 속도로 싸웠고, 석목과 구십라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싸움은 끝나버렸다.

석목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복잡한 눈빛을 드러내며 연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연나가 갖춘 실력은 석목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보화 어르신, 전무,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전무, 귀신에 홀려 감히 어르신의 몸에 손을 댔습니다!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번만 용서를 해주십시오.”

전무 마존은 고통을 간신히 참으며 연나에게로 벌벌 기어가 이마를 연달아 바닥에 찧었다.

연나는 전무 마존이 애원을 하는 걸 듣지 못한 듯이 차가운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는 전무 마존을 바라보고 있었다.

족히 일각이나 지나서야 연나는 손을 흔들었다. 전무 마존의 이마에 생긴 칠색 문양의 빛이 사라졌다.

전무 마존은 온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가 한참 후에야 천천히 일어서서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나를 바라보았다.

“천정에 굴복하는 건 죽을죄다. 게을렀지만 나를 깍듯이 모신 네 예전 모습을 봐서 오늘은 네놈의 명줄을 남겨 놓겠다.”

연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네. 보화 어르신, 감사합니다!”

전무 마존은 좋아하며 연이어 머리를 끄덕였다.

“죽을죄는 면했지만 네놈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마원을 내놓거라.”

연나가 손을 흔들자 칠보묘수가 전무 마존의 앞에 나타났다.

전무 마존은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스치는 듯하더니 곧바로 주문을 외웠고, 그의 몸에서 검은빛이 크게 번졌다.

연나는 손을 흔들어 칠보묘수로 전무 마존의 미간을 짚었다. 검은빛이 미간에서 튀어나와 칠보묘수의 한 나뭇가지로 스며들었다.

전무 마존이 풍기던 기운이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원기가 많이 상한 것 같았다.

잠시 후에 연나는 손을 흔들어 칠보묘수를 거두어들이자 전무 마존이 내뿜던 검은빛이 순식간에 멈춰버렸다.

전무 마존은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기운도 간신히 신경 수준에서 멈춘 것 같았다.

나뭇가지에서 검은빛이 크게 번지더니 사람 모양 허영이 뭉쳤고, 그 모습은 전무 마존의 모습이었다.

연나는 중얼거리며 법결을 줄줄이 날려 허영 속으로 불어넣었다.

검은빛이 반짝이며 허영이 칠보묘수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전무 마존은 허탈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모든 걸 받아들인 것 같았다.

연나의 몸에서 칠색 빛이 끊임없이 흘렀다. 기운이 한 층 더 강력해진 것 같았다.

“딱 반시진을 주마. 상웅 부족에 남은 일들을 잘 맡기고 따라와라. 꾸물대지 말고.”

연나가 말했다.

“네!”

전무 마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뚱뚱한 몸집을 흔들더니 마현성 쪽으로 날아갔다.

“연나, 이렇게 놓아줘도 괜찮을까? 만약 고만족에게 일러바치면……”

석목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며 물었다.

“괜찮아. 전무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내 눈 안에 있어. 이 녀석은 게을러서 그렇지 인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동안 귀찮다는 명목으로 여기에 숨어 있었을 테고 선을 넘는 일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가 저 녀석을 용서해줄 이유도 없지.”

연나는 전혀 표정이 달라지지 않은 채 말했다.

“아, 조금 전에 마존의 몸에서 빼낸 마원은 대체 어디에 쓰는 거야? 얼마 전에 석무애도 마원을 내놓은 것 같던데.”

석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성계에서 신경 초기로 오르려면 천지의 도를 깨우쳐야 하는데, 그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야. 나는 예전에 곤륜에 살며 칠도 마념으로 신경에 올랐어. 그리고 칠도를 염화시켜 묘수로 만들었었지. 마존 일곱 사람들은 각각 도를 한 가지씩 수여 받아서 나를 위해 신을 섬기며 마원을 지켰지. 이제 다시 마원을 전부 거두어들이면 수련 경지가 어느 정도 돌아올 거야.”

연나는 석목을 한 번 쳐다보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석목은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연나가 집요하게 흑마 성역에 오려고 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운리 마존이 한 말에 따르면 칠대 마존 중에 두 명은 이미 죽었다고 했잖아. 그럼 두 사람이 지닌 마원도 함께 사라지지 않았을까?”

석목은 무엇인가 떠오른 듯이 물었다.

“아니야. 오라, 나찰 두 부족의 마존은 완전히 죽은 게 아니야. 그걸 느낄 수 있어.”

연나가 대답했다.

석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눈 깜짝할 사이, 반시진이 흘렀다. 전무 마존이 마현성에서 날아왔다. 흑마족도 몇 명 데리고 왔는데 전부 수련 경지가 성계였다.

“보화 성주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전무 마존이 가장 먼저 연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 뒤에 서 있던 성계 흑마족들도 다급하게 인사를 올렸다.

흑마족들은 표정이 다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명을 받들거라. 오늘부터 우리 상웅 부족은 천정을 떠나서 다시 보화 성조님을 따라 성조께서 하시는 말씀을 따른다!”

전무 마존이 소리를 질렀다.

“보화 성조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인 흑마족들은 전부 최근 천 년 사이에 성계에 이른 사람들이라 연나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전무 마존이 이미 굴복하자 흑마족들은 자연스럽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보화 성조와 이곳을 잠시 떠날 테니 너희가 여길 잘 지키도록 해라.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전무 마존이 지시를 내렸다.

“네!”

흑마족들이 대답했다.

“가자!”

연나는 손을 흔들어 하얀색 비주를 불렀다. 석목과 전무, 구십라가 비주 위에 올라갔다.

하얀 비주에서 빛이 반짝이며 먼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흑염성에서 떠났다.

* * *

“보화 어르신, 이제 어느 부족으로 가실 건가요?”

전무가 물었다.

“오라 부족.”

연나가 말했다.

“오라 부……”

석목은 눈을 번쩍였다. 석목은 머릿속에 풍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에 풍리는 오라 부족이 있는 상묵성에 남아있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백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상묵성에 있을지 몰랐다.

하얀색 비주가 구름을 뚫고서 망망한 성역을 날아갔다. 그리고 며칠 사이에 오라 부족의 세력이 남아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라 부족은 천정이 파멸시켰다. 오라 부족이 머무는 행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몇몇 행성들을 봤는데 이미 전부 폐성으로 변하였다. 마기와 영기가 전부 고갈되었으며 행성 위엔 온통 폐허만이 남아있었다.

석목은 옥간을 하나 들고서 신식으로 들여다보았다. 옥간은 구십라가 그린 오라 부족이 다스리는 성역의 지도였다.

한편, 연나는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미간에서 칠색 빛이 번쩍였다. 마치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연나가 눈을 번쩍떴고, 하얀 비주가 곧바로 방향을 틀어서 왼쪽으로 날아갔다.

하얀 비주는 반나절 정도 더 날아갔다.

이때, 석목이 갑자기 왼쪽 행성을 바라보았다.

“연나, 내가 지난번 흑마성역의 상묵성으로 전송이 되었다고 했었잖아. 내 친구가 상묵성에 아직 머물러 있을 거야. 혹시 이곳에서 잠깐 멈췄다가 가도 될까?”

석목이 물었다.

연나는 석목을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법결을 하나 날려서 비주의 방향을 바꾸며 상묵성으로 내려갔다.

* * *

반 시진 뒤에 네 사람은 오라부족이 있는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석목의 안색이 변했다. 눈앞에 솟았던 산봉우리는 이미 무너졌으며 곳곳에서 격전을 치른 흔적만 남아있을 뿐 아무런 생기도 없었다.

“여긴 비극을 맞은 지 꽤 오래된 것 같군.”

석목이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여긴 오라 부족이 끝까지 지키던 마지막 행성 몇 개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수십 년 전에 함락이 되었습니다.”

전무 마존이 말했다.

“그 사람이 지니고 있던 목걸이 속에 주염의 신혼이 봉인되었다고 그랬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염에게 제압당하지 않은 걸 보면 그 사람도 정신력이 매우 단단한 사람일 거야.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아마 살아있을 거야.”

연나는 석목을 바라보며 전음으로 말했다.

“그러기를 바랄 뿐이지.”

석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풍리가 상묵성에 없으니 일행들도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서 계속 가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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