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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605화 (605/916)

605화. 혼신의 힘을 다하다

석목이 여의빈철곤을 좌우로 흔들자 금색 곤봉 그림자가 허공에 흩날렸다가 다시 석목의 몸으로 모여들었다.

“백수진황!”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곤봉을 앞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수많은 짐승의 그림자가 금빛에서 튀어나와 홍수가 되어 은색 구렁이들과 강하게 부딪쳤다.

‘우르릉!’

묵직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으며 허공에서 금빛이 끊임없이 폭발했다. 이어 은색 구렁이가 짐승의 홍수를 뚫고서 단번에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은 붉은 피를 뿜어내며 뒤로 튕겨져 날아가 바다 속에 빠져버렸다.

잠시 후에 바다에서 갑자기 물보라가 튀더니 석목이 흑백 날개를 펄럭이며 다시 물속에서 날아 나왔다. 두르고 있던 푸른빛과 여의빈철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석목에게서 금빛이 번쩍였다. 석목은 얼굴이 창백했지만,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 크게 다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만약 너의 수련 경지가 신경으로 회복되었더라면 조금 전 날린 그 일격에 나는 죽어버렸을 거야! 그런데 이를 어쩌나. 더는 되돌아갈 기회가 없겠지!”

석목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날개를 펄럭이며 지철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큰소리를 치긴! 내 경지가 아무리 떨어졌다 하더라도 네놈 하나 해치우는 건 문제가 아니다. 죽어라!”

지철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두 팔을 흔들어 단극을 앞으로 던져버렸다. 지철은 두 손을 몸 앞에서 흔들며 현묘한 법결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단극 두 자루에서 빛이 크게 번졌다가 합쳐졌다.

이와 동시에 단극에서 자라난 비늘이 펄럭거리며 위아래로 꿈틀거렸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만 같은 은룡으로 변하였다.

“후우웅!”

은룡이 소리를 지르자 용의 몸통이 빠르게 부풀어서 순식간에 백 장이나 될 정도로 흉악하게 변하여 꿈틀거리며 석목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용이 스친 자리는 허공이 부서지며 줄줄이 균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균열에서 흘러나온 공간 난류를 감싸고서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이 가슴에 금빛을 번쩍이자 구렁이 허영 여덟 마리가 나타났다. 토템의 힘이 몸 전체를 감싸며 석목은 기운이 다시 한번 터졌다. 그는 성계 강자는 아니었지만, 그 기세는 이미 성계를 뛰어넘었다.

이어서 석목은 큰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와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몸을 뒤로 젖히며 활처럼 구부렸다.

그리고 여의빈철곤이 천기곤초에서 빠져나와 석목의 등 뒤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금빛이 이는 것도 잠시, 석목이 두 팔을 앞으로 힘껏 내리치자 빈철곤이 금빛 곤봉 그림자를 층층이 감고서 무겁게 앞으로 떨어졌다.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곤봉 그림자가 은룡의 머리에 부딪쳤다.

순간 수많은 금빛이 사방으로 튀었으며 공간 난류가 줄줄이 찢어졌다. 또한 파멸의 기운을 감은 영압이 주변으로 퍼졌고, 아래에 있던 사령 대군들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서 비틀거렸다.

석목이 날린 천지를 파멸시킬 것만 같은 한 방 때문에 은룡이 입을 크게 벌린 채로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하!”

석목이 다시 두 팔을 힘껏 휘둘렀다. 여의빈철곤에서 뿜어져 나오던 금빛이 순식간에 몇 배나 더 불어났다.

쿵!

금빛 곤봉이 용의 정수리를 짓눌러버렸고, 곤봉의 힘 때문에 은룡은 터져버렸다.

우르릉, 쾅, 쾅!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고, 용이 공간 난류를 감은 채로 찢어져 몸통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파도에 감겨 작은 섬에 있던 돌들이 우르르 부서져 버렸다.

법보가 망가지자 지철은 반대로 들이닥치는 힘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이어서 지철은 큰소리를 지르며 몸에 마기를 잔뜩 휘감더니 그의 몸통이 순식간에 몇 배나 불어났다. 흉악한 갑옷을 두른 지철은 어깨에 뾰족하고 검은 가시가 자라나 있었다.

“여전히 너를 얕잡아 본 탓이야.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진 않을 테다. 죽어라!”

지철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리고 두 손을 머리 꼭대기로 가져가더니 허공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늘에 걸려있던 마기 먹구름이 어떤 힘에 이끌리듯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그리고 지철의 손으로 모여들어 검은색 도끼로 변했고, 그가 도끼를 휘둘러 석목의 머리를 내리쳤다.

커다란 도끼 그림자가 떨어지며 천지를 가를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기운이 하늘까지 솟아올랐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하늘의 천지 원기가 소용돌이쳤다. 거센 바람은 검은색 공간 균열들 때문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 힘 때문에 먹구름마저 커다란 구멍이 뚫려서 먹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석목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꼿꼿이 서 있었다. 여의빈철곤은 다시 천기곤초에 들어가 있었고, 그는 한 손을 곤봉 끝에 갖다댄 채로 눈에서 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때 검은색 도끼 그림자가 순식간에 하늘을 가르며 이제 곧 석목의 몸통을 갈라버리려고 했다.

“천지무극!”

석목이 몸을 날리며 큰소리로 외쳤고, 여의빈철곤이 다시 곤초에서 빠져나왔다. 만 장 멀리까지 뻗어져 나간 금빛이 홍수처럼 쏟아져 하늘에 떠 있던 먹구름에 금빛을 찬란하게 비추었다.

여의빈철곤에서도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 모습은 마치 타오르는 태양과 같아서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구름에 뚫린 구멍이 순식간에 몇 배나 더 크게 찢어졌다. 굵기가 몇 장 정도 되는 금색 번개 기둥이 구름을 뚫고서 커다란 도끼 그림자와 부딪쳤다.

검은색 도끼 그림자는 잠깐 흔들리다가 부러져 버렸고, 이어 금색 번개가 단번에 지철을 삼켜버렸다.

“안 돼! 이게 말이나……”

지철은 온통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찬란한 금빛 속에서 지철이 두른 검은 갑옷이 찢어지며 커다란 몸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이 났다.

지철은 죽어가던 마지막 순간, 두정골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은빛을 뒤덮은 작은 사람이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작은 사람은 나오자마자 금빛 때문에 점으로 부서지며 흩날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석목은 잽싸게 검은색 영패를 꺼냈다. 그리고 투명하게 흩날리는 점들을 전부 영패 속으로 집어넣었다.

석목과 지철은 그리 오래 싸우지 않았지만 워낙 요란하게 싸웠기 때문에 사령 대군을 물리치느라 정신이 없던 고만족과 흑마족 백여 명이 전부 놀란 얼굴로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 승자가 석목이라는 것을 확인한 적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 막 영패를 거두어들인 석목은 갑자기 몸을 비틀거리며 허공에서 떨어질 뻔했다.

조금 전에 격전을 치르며 석목은 필살기를 시전하여 천기곤초에 남은 천지 원기를 전부 쏟아냈기 때문에 몸속의 진기가 거의 바닥났다.

석목은 곧바로 단약 몇 알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단약이 복부까지 내려가자 영기와 진기가 단전에서 차오르며 안색이 조금 돌아왔다.

석목은 약효를 기다리며 시선을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안색이 다시 굳었다.

석목이 지철과 격전을 치르는 동안 사령 대군이 겪던 상황이 뒤엉켜 버렸다.

* * *

숫자가 수만이나 되던 사령 대군이 절반 이상 부서져서 방어 전선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명라는 바닷가 허공에서 곽파를 비롯한 몇몇 성계 강자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명라는 화가 많이 난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때, 명라가 짐승의 발을 휘두르며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고만족 네 명을 단번에 잡아버렸다.

그 광경을 본 곽파는 낭아봉을 거두어들이고는 다른 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곽파의 손바닥에 둥그런 동패가 하나 나타났다.

동패에 새겨진 흉악한 짐승의 머리가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고, 화난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곽파가 어려운 주문을 외우자 동패가 번쩍이며 붉은빛이 동패 속에서 튀어나와 허공에서 점점 불어났다. 그리고 커다란 맹수의 허영으로 변하여 명라가 휘두르는 짐승의 발과 부딪쳤다.

쾅!

마각도의 하늘이 격하게 흔들렸으며 강력한 기운 파동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기운 파동 때문에 명라가 휘두르던 짐승의 발이 순간 멈춰버렸다. 그리고 붉은색 맹수도 곧바로 터져버려 산산조각이 났다.

퍽!

곽파가 들고 있던 동패가 부서졌다. 하지만 곽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이야, 공격!”

그 말을 들은 순간, 명라는 경기를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허공에는 이미 높이가 십 장에 가까운 보라색 빛기둥이 네 개나 나타났다. 기이한 짐승들이 기둥을 감고 있었으며 기둥마다 부문들이 울룩불룩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기괴해 보였다.

“사방봉신진(四方封神陣)!”

‘땡그랑!’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며 굵은 보라색 쇠사슬이 빛기둥에서 뻗어 나와 둥그런 새장처럼 엮이더니 명라를 안에 가둬버렸다.

빛기둥에서는 부문들이 번쩍였으며 새장에서도 보랏빛이 흘렀다.

명라는 온몸에 흐르던 진기와 영력이 순식간에 꽁꽁 묶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수련 경지가 신경 수준이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았지만 새장에서 한참 동안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 * *

한편, 찰고는 고만족 세 명에게 둘러싸였다. 찰고의 거대한 몸통에 깊은 상처 자국이 생겨서 뼈까지 밖으로 드러났다. 금색 혼화도 불안하게 흔들리며 점점 어두워졌다.

찰고의 어깨에 서서 찰고를 도와주던 비령도 고만족 강자가 날리는 맹렬한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고만족 강자 또 한 명이 몸을 날려 찰고의 등 뒤로 날아오더니 훅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고만족의 두 팔에서 하얀 뼈가 가시처럼 자라나더니 하얀 톱니 같은 뼈가 찰고의 종아리를 쿡쿡 찍었다.

쩍! 쩍!

뼈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찰고의 두 다리가 동시에 부러져 거대한 몸통이 ‘쿵!’하고 앞으로 엎어져 버렸다.

또 다른 고만족 강자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넓적한 도끼를 휘둘렀다.

이어, ‘칵!’하는 소리와 함께 찰고의 머리가 굴러 떨어졌다.

찰고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눈에서 번지던 혼화도 결국엔 꺼져버렸고, 비령은 찰고가 무너지는 틈을 타 도망을 치며 석목에게로 달려갔다.

바로 이때, 칠보묘수 위에 자라난 커다란 칠색 알에서 빛이 번쩍였고, 알 위로 연결이 된 사람 허영 일곱 개가 번쩍이며 전부 알 속으로 스며들었다.

알에서 깊고도 짙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기운은 점점 더 강력해졌다. 이때 석목이 시선을 돌려 알을 바라보았다. 연나가 가장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석목은 이를 악물고는 다시 취선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난해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머지 이삼만 마리 사령들이 한참 동안 들끓더니 밀물처럼 밀려와 칠보묘수 앞에서 뭉치며 다시 두꺼운 방어벽을 만들어냈다.

“돌격!”

명라를 묶어버린 곽파는 시선을 석목에게 돌리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흉악한 짐승으로 변신한 고만족 거인들은 마치 강철로 만든 무리들 같았다. 고만족들은 사령 대군이 이룬 방어벽을 향해 덮치며 두 주먹을 휘갈기거나 손에 든 무기들을 휘둘렀다. 그리자 해골들 수천 구가 순식간에 부서져 버렸다.

흑마족 강자들도 고만족의 뒤를 따라 사령 대군에게 공격을 했고, 방어벽은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방어벽을 바라보고 있던 석목의 미간에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이때, 마각도 위 허공에서 수십 갈래 빛이 밝아졌다. 섬 곳곳에 흩어졌던 천위 고만족과 흑마족 백여 명이 곽파 무리를 지원하러 온 것이었다.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버려서 큰 위기에 놓였다.

묶여있던 명라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둥그런 새장이 워낙 단단하여 수련 경지가 높은 명라마저 벗어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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