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607화 (607/916)

607화. 마조의 유해

비부 신장이 소리를 지르자 몸에서 찬란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거대한 소 모양 짐승 허영이 비부 뒤에서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이어서 비부는 손에 둥그런 금색 망치가 나타났는데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위압감을 드러내며 도끼가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쿵!

금색 망치에 석무애, 운리, 전무 세 사람이 부딪쳤다.

부딪힌 자리에선 찬란한 빛이 용솟음쳤는데 아주 눈이 부셔서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빛이 빠르게 퍼져나가며 몇몇 사람들을 빛 속으로 묻어버렸다! 이어 빛은 빠르게 사라졌고, 금색 망치는 다시 뒤로 튕겨져 날아갔으며 석무애를 비롯한 세 사람도 뒤로 밀려났다.

펑!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명라가 내뿜은 검은빛을 구봉이 쓰는 푸른색 법보가 막아냈다. 명라는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지만 구봉은 꼿꼿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신경 능력자들 여섯 명이 빙 둘러 선 채로 가운데에 놓인 검은색 시체를 올려다보았다.

신경 강자들이 서 있는 수십 장 안에는 신경의 기운으로 드리운 결계가 나타났다. 가운데에 놓인 검은색 시체는 마치 머리가 뽑힌 파리처럼 결계 안에서 이리저리 날아 다녔지만 결계를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

신경 강자 여섯 명은 가운데 놓인 검은색 시체를 바라보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드러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보고만 있는 것 같았다.

칠색 알 옆에 서 있던 석목은 검은색 시체를 바라보며 눈에 빛을 반짝였다.

검은색 시체는 기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강력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있는 신경 강자 여섯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시체가 대체 뭐기에 신경 강자들마저 피터지게 싸우며 빼앗으려 하는 걸까?”

석목은 너무 궁금했다.

석목의 옆에 서 있던 분신이 고개를 돌려 검은색 시체를 보자 탐욕스러운 눈빛을 내비쳤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깜짝 놀랐다.

석목은 분신과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분신이 시체를 매우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신 차려. 저 물건은 우리가 욕심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석목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 말은 마치 스스로에게 경고를 하는 것만 같았다.

이때 섬 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그들은 전부 고만족의 성계 강자들이었는데 그 숫자는 스무 명이나 되는 것 같았다. 아마 비부와 구봉을 따라 비경에 들어갔던 사람들일 터였다.

고만족들이 나타나자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단약을 하나 삼켰고, 영석도 하나 더 꺼내 들었다. 석목은 빠른 속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동시에 다른 한 손을 들어 여의빈철곤으로 몸을 가로막고는 매우 엄숙한 모습으로 적들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 속에 있는 연나는 기운이 점점 강력해졌다. 알 근처에 칠색 구름이 조금씩 나타났다.

“칠보묘수! 지철, 치별은 어디에 있나?”

비부 신장은 석목이 있은 곳을 한번 훑어보더니 알에 드리운 커다란 나무 허영을 보며 외쳤다.

“비부 어르신, 두 사람은 전부……”

곽파가 비부 신장의 뒤에 서서 빠르게 상황을 한 번 설명해 주었다.

곽파도 지철이 석목에게 죽는 모습을 보았으며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치별도 같은 사람이 죽였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곽파가 하는 말을 전해들은 비부 신장과 구봉 신장은 안색이 굳은 채로 알 아래에 있는 석목을 바라보았다.

비부 신장은 눈에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그리고 석무애를 비롯한 네 사람을 훑어보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흥, 다른 사람에게 천도를 수여받아 신경을 깨우친 쓰레기들,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니까. 죽어도 별 수 없지. 너희도 똑같아.”

“꺼져!”

석무애가 낮게 소리를 지르며 검은색 장검에 빛을 크게 드러내며 얇고도 긴 검빛을 만들어냈다. 빛이 비스듬한 각도로 비부 신장의 몸을 찔렀다.

운리, 전무, 명라 세 사람도 곧바로 공격을 날렸다.

운리의 몸에 보라색 화염이 피어올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운리가 팔을 휘두르자 보라색 화염이 밖으로 뿜어져 나와 화염 손바닥이 되어 뭉치더니 비부 신장에게로 날아갔고, 화염 손바닥에서 뜨거운 기운 파동이 파도처럼 밀려 나갔다.

전무가 팔을 한 번 휘두르자, 붉은색 줄기가 촘촘하게 나타나 하늘을 찢을 듯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비부 신장을 비롯한 고만족 세 명에게로 날아갔다.

붉은색 줄기가 허공에 검은 틈을 하나씩 그어놓았다.

명라는 검은빛을 내뿜으며 검은 쇠고리처럼 날카로운 발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쇠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굵은 빛이 열 몇 갈래 흔들거리며 날아가더니 허공이 낡은 천처럼 가볍게 찢어졌다.

비부가 한 손을 치켜들자 둥근 금색 망치가 빛을 뿜어내며 손에서 튀어나와 빙글빙글 돌더니 순식간에 수십 배나 불어나서 몸 앞을 가로막았다. 망치는 겉에 금빛을 크게 드러내며 망치 그림자 수천 수백 개로 변하였다.

우르릉!

굉음이 울려 퍼지자 하늘이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금색 망치가 변하여 촘촘하게 드리운 망치 그림자들은 석무애 무리가 날린 공격을 대부분 막아냈다. 즉 비부 신장 홀로 네 명이 힘을 합쳐 날린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화신 중기라 조심하지 않으면 전부 사라질 수 있으니 꼭 다들 조심해!”

석무애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들 잘 지켜!”

운리가 낮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한 손을 들어 손가락을 짚었다.

운리는 큰 손으로 금색 망치 그림자에 드리운 보라색 화염을 거두어들였다. 화염이 터지며 수십 장이나 되는 보라색 화룡이 열 몇 마리나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금색 망치를 에돌아 비부 신장을 덮쳤다.

그러자 구봉 신장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구봉이 든 푸른색 쇠자에서 빛이 크게 번지더니 짐승 허영 십여 마리가 날아 나와 보라색 화룡들을 막아버렸다.

푸른색 짐승과 보라색 화룡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부딪치며 터지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보라색 화염과 푸른빛이 얽히고설켜 그 모습은 마치 화신이 강림한 것만 같았다.

강자 여섯이 싸움을 펼치자 오색영롱한 빛들을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천지 영기와 마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를 쳤으며 천둥소리, 바람 소리가 순식간에 얽히고설켰다. 마치 세계에 종말이 온 것 같았다.

* * *

한편 여섯 강자의 부하들도 한쪽에서 교전을 치르고 있었다.

양측 부대는 머릿수가 비슷했기 때문에 꽤 한참 동안 승부를 보지 못했다.

이때, 비부가 갑자기 손을 뒤집으며 초록색 비수를 다섯 개 꺼내 들어 흔들었다.

쓱, 쓱!

푸른빛 몇 갈래가 반짝이며 허공에 모이더니 푸르스름한 빛깔을 내뿜었다. 그러자 빛이 순식간에 하늘을 그으며 날아가 단번에 곽파와 교전 중이던 흑마족 성계 강자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성계 흑마족은 소리도 한번 지르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그 틈에 곽파가 조용히 전장에서 빠져 나와 알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곽파는 앞쪽 방어선에 가장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곽파를 막지 못했다.

곽파는 비록 적잖이 상처를 입었지만, 앞을 가로막았던 사령들을 물리칠 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큰일이다!”

석무애를 비롯한 사람들은 곽파가 날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석목도 여의빈철곤에 빛을 뿜어내며 곽파의 공격을 막으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검은 시체의 두 팔에서 검은빛이 크게 번지더니 여섯 사람이 격전을 치르는 동안 단번에 기운 봉인을 뚫어버린 채 검은 그림자로 변하여 도망을 쳤다.

시체가 날아간 방향은 석목과 곽파가 곧 싸움을 벌일 자리였다.

봉인을 뚫느라 검은 시체는 꽤 많은 힘을 쏟아냈는지 풍기던 기운이 순식간에 약해졌다.

석무애와 비부 신장을 비롯한 강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자들은 전투에서 벗어나 검은 시체를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상대편이 끊임없이 공격을 해서 서로 몸을 뺄 수 없었다.

검은 시체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와 검은 칼날 두 갈래로 변하더니 ‘퍽!’ 소리를 내며 단번에 금색 큰 손을 찢어버렸다.

시체가 내뿜는 기운은 더욱 약해졌다.

곽파는 좋아하며 허리춤을 두드렸다. 그러자 금색 망이 한 겹 허리춤에서 나타나 순식간에 수십 배로 자라나더니 검은색 시체를 감싸버렸다.

비부 신장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매우 기뻐했고, 이미 검은 시체를 얻었다고 생각한 비부는 오히려 급하게 전장에서 몸을 빼려 하지 않으며 석무애 무리를 곽파에게 가지 못하도록 꽉 막았다.

“석목, 그 물건을 절대 고만족이 손에 넣게 해선 안 돼! 그것은 상고시대에 합체를 이루지 못한 마조의 유해야. 그 안에는 마조의 원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천지 법칙의 힘이 섞여있어!”

석목은 정신이 없을 때, 귓가에 석무애가 보낸 전음이 울려 퍼졌다.

“천지 법칙의 힘?”

석목은 석무애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절대로 적들의 손에 시체가 들어가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석목은 아직 낫지 않은 상처를 신경조차 쓸 겨를도 없이 몸에 금색과 파란색 빛을 크게 내뿜으며 곽파를 덮쳤다. 여의빈철곤이 금색 곤봉 그림자로 변하였는데 마치 별똥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곽파를 향해 몰려갔다.

곽파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석목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곽파가 곧바로 금색 단창을 두 자루 꺼내들며 여의빈철곤으로 날린 공격을 막아냈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석목은 몸이 날아가 버렸다.

이어서 석목이 낮게 소리를 지르자 등 뒤에 물과 불의 날개가 나타나며 몸속에 흐르던 음의 힘과 양의 힘이 날개로 흘러 들어가 날개가 순식간에 몇 배나 더 커졌다.

순간, 석목은 마치 매우 날랜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곽파의 주변에서 곽파를 공격했다.

곽파는 화가 나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곽파는 빠른 속도에 약한 편이라 곧바로 금색 창 그림자를 뿜어내며 힘겹게 주변을 찔러댔다. 하지만 석목은 곽파가 날린 공격을 가볍게 피해 다녔다.

석무애 일행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잔뜩 긴장했던 표정을 조금 풀었고, 반대로 이제는 비부 신장 쪽 사람들이 조급하게 굴기 시작했다.

석목이 곽파를 막아내자, 금색 망에서 번지던 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 틈에 검은 시체는 온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검붉은 빛을 망에 토해냈다.

검붉은 빛이 금색 망에 부딪치자, 곧바로 ‘칙칙’대는 소리를 내며 빛이 순간 줄어들더니 잠깐 사이에 큰 구멍이 하나 생겼다.

쓱!

검은색 시체가 구멍에서 빠져나와 먼 곳으로 날아가려 했다.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옆에서 튀어나와 단번에 검은색 시체를 막았다. 석목의 분신이었다.

분신은 몸에 마기를 감은 채 머리 두 개와 팔 네 개가 자라나 있었다. 순식간에 분신의 팔 네 개가 뻗어 나와서는 단번에 검은색 마기를 감싸버렸다. 그리고 몸에서 푸른색 덩굴이 자라나더니 시체를 겹겹이 감싸버렸다. 분신은 두 머리로 입을 크게 벌려 시체의 목 양쪽을 ‘콱!’ 물어버렸다.

그러자 매우 순수한 마기가 분신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며 분신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기 시작했다.

검은 시체는 온힘을 다해 허우적대며 단번에 분신을 밀어버렸다. 그러자 푸른색 덩굴도 절반이나 끊어져서 검은 시체가 곧 벗어나기 직전이었다.

이때, 시체의 머리 위 허공에서 빛이 반짝이며 취선대가 나타났다. 취선대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와 검은 시체를 안으로 감쌌다.

그러자 시체는 점점 느리게 움직였고, 마치 움직이는 걸 방해받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신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푸른색 덩굴에 빛을 크게 드리우며 더욱 빠르게 시체의 마기를 빨아들였다. 분신이 풍기는 기운도 점점 더 빠르게 강해졌다.

그 광경을 본 곽파는 화가 난 얼굴을 드러내며 곧바로 석목을 공격하는걸 포기하고 금색 번개로 변하여 취선대를 덮치려고 했다.

“어딜 가!”

석목이 큰소리를 외치며 손가락을 앞으로 짚었다.

취선대에서 굵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 속에서 사령들이 튀어나와 곽파의 앞을 막았다.

“죽어!”

곽파가 화를 내며 전창을 휘두르자 금색 물결이 줄줄이 퍼져나가 순식간에 사령 백여 마리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사령은 매우 약했지만 그 숫자가 엄청났기 때문에 석목이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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