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608화 (608/916)

608화. 분신이 성계에 진입하다

그림자가 반짝이며 석목이 곽파보다 한발 앞서서 취선대 앞으로 날아갔다.

“백수진황!”

석목이 손에 드리운 금빛을 크게 번지더니 금색 짐승 그림자를 줄줄이 만들어냈다. 짐승들이 큰 홍수를 이루며 금색 사나이를 덮쳤다.

석목은 조금 전까지 회복한 모든 진기를 전부 백수진황에 불어넣었다. 짐승들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맹수들처럼 날뛰었으며 맹수들이 밟은 땅이 격하게 흔들렸다.

곽파는 얼굴이 굳은 채 큰소리로 외쳤다. 곽파가 든 두 전창에서 금빛이 크게 번지며 하나로 합쳐져 튼실한 금룡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단번에 맹수들 속으로 찔러 들어갔다.

우르릉!

수많은 천둥이 동시에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백 장 범위 안은 온통 금빛으로 가득했다.

금룡의 힘이 짐승들의 홍수를 뚫어버리고는 강하게 석목을 내리쳤다.

석목의 몸은 마치 찢어진 천 조각처럼 멀리 날아갔고, 입에서는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안색은 순식간에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다행히 진룡쇄금갑과 토템 구렁이 여덟 마리가 힘을 대부분 막아내었으며 구전현공의 목화 능력이 지닌 힘과 토화 능력의 힘을 곧바로 써서 중요한 부위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석목은 이미 몸이 터져 죽어버렸을 터였다.

곽파도 강력한 한 방을 날린 탓에 얼굴이 조금 하얗게 변했고, 곽파는 다시 손을 흔들어 금색 전창을 거두어들이고는 석목을 쳐다보지도 않고서 잽싸게 몸을 날려 취선대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연나가 변한 칠색 알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점점 더 커졌고, 알이 풍기는 기운도 빛과 함께 흘러나왔다. 동시에 굵은 빛기둥이 하늘을 찌르며 주변을 찬란하게 비추었다.

일곱 갈래 빛이 주변으로 퍼지자 격렬한 기운 파동이 한 겹, 한 겹 접혔다.

석목과 곽파 그리고 취선대는 빛기둥과 가장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밀려오는 기류와 마주쳐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 * *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던 신경 강자 여섯 명도 안색이 갑자기 변하면서 전부 움직이길 멈춘 채 고개를 돌려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섯 강자는 안색이 명확히 갈렸다. 비부와 구봉은 얼굴이 퍼렇게 질려있었으나 석무애 쪽 사람들은 좋아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들은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빛기둥 아래에서 높이가 한 장 정도 되는 작은 묘목 허영이 나타났고, 묘목이 빠른 속도로 자라나더니 그 위로 가지들이 하나씩 밝아졌다. 나뭇가지들은 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었는데 모두 일곱 가지 색이었고, 빛이 밝아진 나무는 계속해서 자라났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높이가 백 장 정도로 솟은 커다란 나무로 변하였다.

이어서 일곱 나뭇가지에서 분홍색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나 수많은 꽃잎들이 흩날렸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서 하얀 궁장을 입은 그림자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녀는 자태가 우아하며 미모가 빼어났는데 그녀에게서 인간의 기운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구천의 신선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녀는 바로 연나였다.

연나가 뿜어내는 강력한 기운으로 봤을 때, 이미 신경을 돌파한 것 같았다.

“보화 성조님!”

멀리서 지켜보던 석무애 무리는 매우 좋아했다.

석목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연나를 바라보더니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한편 곽파도 비스듬히 몸을 멈춰 세웠다. 곽파는 연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거두어들이고는 이를 악물고서 몸을 날려 계속 취선대 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취선대 앞까지 다가가 금색 전창이 바뀐 금색 그림자를 날려 석목의 분신을 찔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나는 얼굴이 차갑게 변하며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취선대 밑에서 빛이 반짝이며 커다란 분홍색 꽃이 나타났다.

이어 분홍빛이 번쩍이며 취선대와 아래에 있던 분신, 그리고 시체를 모두 감싼 채 사라져버렸다. 금발 사나이가 날린 전창이 허공을 가르자 사나이는 넋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취선대가 다시 연나의 등 뒤에 나타났다.

연나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쓰러져 있는 석목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손을 흔들었다.

분홍 꽃봉오리가 석목 곁에 나타났다가 석목을 감싸고는 연나의 곁으로 날아갔다.

연나가 손가락을 한 번 짚자, 칠색 빛이 석목의 몸속으로 들어가며 따뜻한 기류가 석목의 몸에서 퍼졌고, 기류가 석목의 몸속에서 빠르게 흐르며 다시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석목이 입은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되었고, 석목은 고개를 돌려 분신을 바라보았다.

분신은 이미 시체가 지닌 마기를 엄청 많이 빨아들였고, 이미 천위 후기 경지에 이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검은색 시체의 뼈에서 옅은 핏빛이 뿜어져 나와 분신이 드리운 푸른색 줄기를 밀어내자 분신은 점점 마기를 빨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음, 홍루(紅淚) 마조의 시체! 그래.”

연나는 시체를 쳐다보며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연나는 다시 한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었다. 이어 분홍빛이 손가락 끝에서 날아가 검은색 시체의 미간으로 스며들었다.

시체에게서 처량한 울음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다가 사라졌다.

펑!

시체는 머리가 터져버려 산산조각이 났다.

시체가 내뿜던 붉은빛도 사라져버렸다.

석목의 분신은 좋아서 환호를 하더니 검은빛이 크게 번졌다. 푸른색 줄기가 분신의 몸속에서 튀어나와 시체를 꽁꽁 묶어버렸다. 그리고 분신은 시체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분신이 내뿜는 기운이 빠르게 강해지며 눈 깜짝할 사이에 경지가 천위 정상에 도달했다. 하지만 기운은 그보다 더욱 강해졌다.

쿵!

방대한 기운이 분신에게서 터져 나왔고, 분신이 성계 경지에 도달한 것이었다.

검은빛 속에 서 있는 분신은 몸속에 붉은색 심장 모양 성배가 은은하게 나타났는데 매우 기이한 모양새였다.

성계에 도달한 후에도 분신은 실력이 멈추지 않고 강해졌다. 분신의 실력은 성계 초기 정상에 올랐으며 검은빛이 한참 동안 들끓더니 그제야 천천히 멈추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계 강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다양한 눈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석목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기쁜것도 잠시, 곧바로 걱정이 앞섰다.

칠공과핵으로 만든 분신이 석목의 실력을 뛰어넘자, 더는 통제할 수 없을까 걱정되었다.

연나가 나타난 후 분신의 실력이 폭등하기까지 벌어진 일은 숨을 몇 번 들이마시는 사이에 나타난 일들이라 당황스러웠다.

연나가 고개를 돌려 비부와 구봉을 바라보더니 눈에 차가운 빛을 드러냈다.

둘은 깜짝 놀라 동시에 몸을 날려 두 갈래 빛으로 변하여 먼 곳으로 도망을 치려고 했다.

“어딜 가!”

석무애가 큰소리를 지르며 명라와 함께 쫓아가려고 할 때였다.

“내가 가지. 너희들은 여길 좀 정리하고 있거라.”

연나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석무애 일행은 멈칫하며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사령 대군과 싸우고 있던 나머지 고만족들에게 향했다.

연나의 등 뒤에 선 나무에서 빛이 반짝이며 머리만 한 빛덩이가 일곱 개 나타났고, 칠색 빛은 서로 비치며 뭉치더니 진법을 하나 만들어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송진법 같았다.

* * *

진법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연나와 칠색 나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비부와 구봉 앞에 번쩍이며 나타났다.

석목과 분신도 칠색 진법 안으로 드리운 채로 함께 비부와 구봉 앞에 나타났다.

석목은 깜짝 놀라 연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주먹을 살짝 쥐었다. 석목은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드러났다.

연나의 실력이 드디어 석목이 이해할 수 없을 경지까지 이르렀다.

비부, 구봉의 얼굴도 말이 아니었다.

“대나이술(大挪移術)!”

비부는 얼굴이 굳은 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둘은 더 이상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듯싶었다.

“흑마 성역까지 쳐들어왔으니, 목숨을 내놓고 가라.”

연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흥! 네가 실력을 신경까지 회복했다지만 고작 신경 초기잖아. 경지도 불안 하고. 고작 몇몇 비술을 수련했다고 해서 실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비부 신장이 눈에서 빛을 반짝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부가 하는 말을 들은 구봉도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가셨다.

그랬다. 예전 보화는 두 신장이 쳐다볼 수조차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연나가 실력을 이제 막 신경까지 회복하였으며 신경이라고 해도 초기 정상 수준에 불과했다. 비부 신장이 수련을 한 경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신장이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연나를 죽일 수만 있다면 매우 큰 공을 세우는 것이어서 제준 어르신이 큰 포상을 내릴 터였다.

“죽어!”

여기까지 생각을 한 구봉은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고, 구봉은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빠르게 날아올랐다. 구봉이 든 푸른색 무기에서 빛이 크게 번지며 현묘한 부문들이 줄줄이 감돌더니 허공에서 크기가 수십 장만 한 푸른색 짐승으로 변하였다. 짐승에게서 기운이 흘러 나와 푸른 안개 바다를 이루며 연나에게로 달려들었다.

푸른색 안개 바다가 스친 허공은 산산조각이 났고, 마치 푸른 기운 때문에 부식이 된 것 같았는데 매우 대단한 신통이었다.

“아니야. 기다려!”

이때 비부 신장은 안색을 바꾸며 소리를 질러 구봉 신장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연나가 손을 흔들자, 등 뒤에 선 나무에서 수많은 부문들이 나타나더니 크기가 수백 장에 이르는 칠색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에는 온통 분홍색 꽃잎들이 흩날렸는데 마치 아름다운 꽃의 세계 같았다.

구봉 신장과 푸른 짐승이 순식간에 공간 속에 갇혀버렸다.

“영역(領域)!”

비부 신장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이 안색이 굳어서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구봉 신장도 얼굴이 구겨져 버렸고, 그가 큰소리를 질렀다. 몸에 푸른빛을 드리우며 공간 밖으로 날아가려 했으나 몸이 거대한 산에 눌린 채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으니 날아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연나가 한 손으로 가볍게 법결을 시전하여 앞을 짚자 칠색 공간 속에서 흩날리던 수많은 꽃잎들이 구봉 신장에게로 날아갔다.

구봉 신장이 굳은 얼굴로 법결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푸른색 짐승이 빠르게 날아가 구봉의 몸 앞을 막았다.

분홍색 꽃잎들은 날아와서 푸른 짐승의 몸을 그어버렸다.

퍽! 퍽! 퍽!

푸른 짐승의 몸통은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뚫리더니 이내 터져버렸다.

푸른 짐승이 터지자 뒤에 숨어있던 구봉 신장의 모습이 나타났고, 구봉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세를 기괴하게 비튼 채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봉은 얼굴과 손에 작은 상처들이 수도 없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순식간에 구봉 신장의 몸도 짐승 허영처럼 터져버려 부서진 살과 피가 흩날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비부 신장은 안색이 굳어버렸다. 비부는 드디어, 그리고 자신과 연나 사이에 벌어진 커다란 실력 차이는 경지를 뛰어넘을 정도였다는 걸 처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비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를 지르며 금색 번개로 변하여 저 멀리 날아갔다.

연나는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손을 흔들어 대나이술을 시전하여 귀신처럼 비부 신장의 앞에 나타났다.

연나는 입으로 주문을 외우며 칠색 영역을 시전하여 비부를 공간 안에 가두었다.

수많은 분홍색 꽃봉오리가 날아와 비부를 감쌌다.

비부 신장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비부가 소리를 크게 지르며 금빛을 내뿜자 금색의 흉악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어서 비부는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입을 크게 벌려 금색 번개 구체를 하나 뿜어냈다. 번개 구체가 번개 영역을 만들어냈는데 그건 줄어든 모양이었다.

수많은 꽃잎이 번개 영역에 떨어져 번개 영역이 격하게 흔들렸지만 꽃잎이 날리는 공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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