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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614화 (614/916)

614화. 기습을 당하다

청년은 석목이 중년으로 변신을 한 모습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네가 석목이구나. 조극이 한 말을 듣자니 네 수련 경지가 깊고, 실력도 뛰어나다던데. 너 하나 잡겠다고 신장인 나까지 직접 나섰다. 그런데 이렇게 숨어서 다니는 쥐새끼인 줄은 몰랐군. 쯧쯧.”

“조극!”

석목은 깜짝 놀랐다.

조극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청년이 한 말을 되짚어봤을 때 조극은 정말로 천정 쪽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천정과 관계가 매우 깊은 것 같았다.

보아하니 조극이 석목의 행적을 알아낸 게 분명했다. 천정 사람들을 보내 이곳에서 석목을 죽이려고 말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을 뱉어내는 본새를 보니 아마 살려서 보낼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연나가 한 말이 맞았다. 천정은 이미 석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신경 강자까지 보내서 죽이려 드는 꼴을 보니 석목을 꽤 대단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한 석목은 다급하게 연결된 심신으로 몰래 연나를 소환했다.

신경에 이른 강자였다. 신경 초기라 할지라도 절대 석목이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분신을 불러낸다 해도 절대 다퉈볼만 한 상대가 아니었다.

일전에 연나는 흑마 성역에서 일어난 일들을 처리한 후에 곧바로 사령계면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석목과 심신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중요한 순간에 연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유풍(裕風) 신장님, 제준 어르신께서 엄령을 내리셨습니다. 조극 공자님의 신분을 절대 밖으로 흘려서는 아니 된다고요.”

청년 옆에 서 있던 성계 후기 고만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흥! 조극, 그놈이 뭔데. 고작……”

유풍 신장은 얼굴이 어두워진 채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가 끊어버리고는 차갑게 콧방귀만 뀌었다.

“됐다! 저놈은 곧 죽을 테니. 너희가 가서 죽여라. 저런 쥐새끼 같은 놈을 상대하면 내 손만 썩는다.”

유풍 신장은 석목을 가리키며 쳐다보지도 않고서 말했다. 고작 천위 경지라 쳐다볼 가치조차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네!”

고만족 여덟 명이 한 마디로 대답을 하더니 뿔뿔이 날아와 석목을 둘러싸고는 눈에서 빛을 뿜어냈다.

“잠깐만, 왜 나를 죽이려 듭니까? 저는 여러분들에게 원한을 산 적도 없고 심지어 서로 본 적도 없는데 왜 죽이려 듭니까?”

석목이 눈알을 한 번 굴리며 소리를 질렀다.

“원한이 없다고? 흥! 흑마 성역에서 부활한 보화 성조와 결탁하여 우리 고만족 신장 둘을 죽였다. 너는 이미 우리 고만족이 꼭 죽여야 하는 사람들 명단에 올랐지! 죽어!”

눈썹이 붉은 고만족 사나이가 소리를 지르며 손에 붉은색 도끼를 꺼내들었다. 도끼에서 문양이 반짝이더니 불기운을 뿜어내며 석목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눈썹이 붉은 고만족의 실력은 성계 강자들 중에서도 가장 막강했는데 이미 성계 정상에 도달했다. 손에 들고 있는 도끼 법보도 등급이 매우 높았다. 이 도끼로 하늘을 가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순식간에 천지에 있는 모든 것을 파멸시킬 힘이 들어있었다.

다른 고만족들도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는 석목을 덮치려고 했다.

고만족이 하는 말을 듣던 석목은 오히려 한숨 내뱉었다.

보아하니 천정은 백원왕의 후예라는 석목의 진정한 신분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 석목을 죽이려는 이유는 바로 보화 선자인 연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일 테며 또한 조극이 부추겼기 때문일 터였다.

어찌 되었건 조극은 이미 석목이 구전현공을 수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련 경지도 조극보다 떨어지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당연히 눈에 밟혀서 빨리 죽이고 싶었을 터였다.

석목은 먼 곳에 있는 유풍 신장이 전혀 움직이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곧바로 여의빈철곤을 꺼내서 금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석목의 몸에서도 금빛이 크게 번지며 순식간에 토템 변신을 이루었다.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금색 곤봉 그림자가 날아가 눈썹이 붉은 사나이가 날린 도끼의 불기운과 강하게 부딪쳤다.

쾅!

석목은 몸을 흔들며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눈썹이 붉은 사나이도 뒤로 열 몇 걸음 밀려났으며 팔을 한참 동안 떨고 있었다. 고작 천위 무인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뿜어내다니, 도끼 법보마저 튕겨져 날아갈 뻔했다.

고만족은 날때부터 몸이 단단하여 힘으로 고만족을 제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하물며 고만족들이 마주한 녀석은 수련 경지마저 낮은 인간족 나부랭이였다.

“실력이 좀 있군. 그렇지만 오늘은 네 기일이야!”

눈썹이 붉은 사나이가 소리를 질렀다. 사나이는 몸에서 붉은 화염이 활활 번지며 화염 짐승 허영을 번쩍이더니 허영은 다시 사나이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사나이는 붉은빛을 크게 드러내었으며 휘감고 있는 근육이 곧 터져버릴 듯했다. 볼과 팔에서 붉은색 털이 촘촘히 자라나 야만스런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

“죽어!”

사나이가 팔을 흔들자 조금 전보다 두 배나 커진 화염 기류가 나타나서 산처럼 석목을 짓누르려고 했다.

석목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몸에서 파란빛을 뿜어내 전부 여의빈철곤 속으로 흘려 넣었다.

여의빈철곤에서 짙은 파란빛이 뿜어져 나왔으며 곤봉 주변에서 파도 허영이 줄줄이 나타났다.

석목은 눈에 기쁨이 어렸다.

석목은 지금 처음으로 순수한 명수결의 힘으로 여의빈철곤을 쓰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으며 둘은 궁합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석목은 곧바로 잡생각을 집어치우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두 팔을 화려하게 흔들어 통천십팔곤을 시전하였다.

여의곤이 눈부신 곤봉 그림자를 만들어냈는데 마치 커다란 파도처럼 엄청난 기세를 몰고서 밀려 나가 붉은색 불의 기류와 부딪쳤다.

우르릉!

두 힘은 엇비슷하여 한참 동안 대치 상태를 이루었다.

눈썹이 붉은 사나이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나이가 수련을 한 경지는 석목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법결의 속성이 상극이라 석목과 대치 상태를 이루는 게 창피하기만 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석목은 오히려 안색이 매우 덤덤했다.

“이놈! 죽어버려!”

하지만 이때, 나머지 고만족들이 석목을 덮쳤다.

고만족은 전부 토템 변신을 하고는 사방팔방에서 석목을 공격했다. 고만족이 날아온 곳들은 허공이 부서지며 균열이 줄기줄기 생겼다.

석목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빈철곤에 파란빛을 크게 드리우며 곤봉을 가로로 휩쓸었다.

“백수진황!”

파란색 짐승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며 그림자 홍수가 되어 앞쪽으로 밀려갔다.

고만족의 공격이 몇 갈래 짐승 홍수에 부딪치자 큰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짐승의 그림자들도 무더기로 부서져 버렸다.

백수진황의 위력은 매우 강력했지만, 석목이 맞이한 것은 몸이 강력하기로 유명한 성계 고만족들이 날린 공격이었다.

짐승의 그림자들은 순식간에 줄줄이 부서져버려 고만족들이 날린 공격은 석목의 몸에 떨어졌다.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은 피하지 못한 채 다시 멀리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장 정도 밖에서 멈추었다. 안색조차 그대로인 모습을 보니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음!”

고만족 성계 강자들은 의문스러운 듯이 석목의 몸을 훑어보았다.

석목은 몸에서 금빛이 흐르며 금색 갑옷이 하나 나타났다. 금색 갑옷은 비늘들이 줄줄이 묶여 한 몸을 이루었는데 바로 진룡쇄금갑이었다.

펑! 펑!

석목이 팔을 흔들자 빈철곤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폭발하여 덮쳐오는 고만족 두 사람과 부딪쳤다.

진룡쇄금갑을 입었으니 당분간은 방어를 할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전력을 다해 공격만 하면 되었다.

두 고만족 성계 강자는 몸을 크게 흔들었고, 석목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했다.

싸움이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호흡을 단 몇 번만 내쉬었을 뿐이었다.

성계 고만족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수치심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덟 명이 고작 천위 무인 한 명을 상대하는데, 연이어 몇 번이나 공격을 하고도 죽여 버리기는커녕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화신임세(火神臨世)!”

그림자가 희미해지며 눈썹이 붉은 사나이가 석목 앞에 나타나서는 큰소리를 질렀고, 사나이의 손에 빛이 크게 번지더니 강하게 아래로 내리쳤다.

커다란 화염 그림자가 나타나 엄청난 기운을 풍겼는데 마치 화염 신령이 석목을 향해 덮치는 것만 같았다.

화염 그림자가 스친 곳은 허공이 활활 타오르며 일그러졌다.

석목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로 큰소리를 지르자 파란색 곤봉 그림자가 나타나 산을 이루며 화염 그림자와 강하게 부딪쳤다.

쾅!

주변 백 장 안쪽 허공이 순식간에 붕괴하였다. 천지 영기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더니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석목은 몸이 흔들리며 십 장 멀리까지 날아갔고, 입에서는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번 공격은 매우 강력했고, 갑작스럽게 강력한 공격을 받아 진룡쇄금갑과 비늘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석목은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나머지 고만족 성계 강자 일곱 명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동시에 날아왔다. 일곱 갈래 강력한 공격이 떨어졌는데 그 힘은 석목의 혼마저 흩어지게 만들 기세였다!

석목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는 낮게 소리를 지르며 등 뒤에 빛을 밝혔다. 이어 물과 불의 날개가 순식간에 나타났는데 날개 겉에 혼돈의 기운이 뒤덮여 있었다.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석목이 사라졌다.

성계 강자들이 날린 공격이 빈 땅에 떨어졌다.

땅이 격하게 흔들렸고, 산마저 흔들렸으며 굵은 균열이 줄줄이 나타났다. 이어 돌들이 튀며 먼지가 흩날렸다.

* * *

석목은 반짝이며 백 장 밖에 나타났고, 그의 안색이 창백했다.

“이러다간 정말 죽겠어!”

상대의 머릿수가 너무 많다고 속으로 생각했고, 그 혼자서는 절대 상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벌써 분신을 불러낼 수도 없었다. 신경 강자가 아직 떡하니 버티고 앉아있으니 신경 강자와 맞붙이고서 도망을 치려면 이제 막 영역을 익힌 분신에게 힘을 빌려야 했다.

석목에게는 쓸 수단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게 되었으니 단 한 걸음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안 되었다.

석목은 머리를 굴리고 콧방귀를 뀌며 파란빛으로 변하여 먼 곳으로 날아갔다.

“어딜 가!”

고만족들은 굳은 얼굴로 줄줄이 석목을 뒤쫓았다.

유풍 신장은 석목을 비롯한 사람들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그는 조용히 땅으로 내려와 유유자적하며 천련지의 아름다운 정취를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모든 영력 파동과 날아다니는 돌덩이가 유풍 가까이에 다가오기만 하면 터져버려서 유풍의 옷자락마저 스치지 못했다.

석목은 물과 불의 날개를 시전하여 단번에 수백 장 밖까지 빠르게 날아갔다.

물론 그렇다고 성계 강자 여덟 명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덟 명 중에 눈썹이 붉은 사나이와 푸른 피풍의를 입은 성계 중기 남자의 속도가 가장 빨라 둘은 석목의 뒤를 바짝 따라왔는데 나머지 고만족들보다 눈에 띄게 빨랐다.

둘은 석목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푸른 피풍의를 두른 남자는 등에 날개가 한 쌍 나타났는데 석목처럼 진기로 응결시킨 날개와 달리 살로 만든 날개였다. 그것은 아마 어떤 흉수를 뭉쳐서 만들어낸 것 같았는데 속도가 매우 빨랐다.

두 사람은 빠르게 날아가며 손으로 끊임없이 공격을 날려 석목을 끌어당기려고 했다.

석목의 속도가 줄어들기만 하면 앞을 막아서서 단 한 방에 석목이 두른 갑옷을 뚫어버리고 석목을 죽여 버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석목은 조금도 초조하게 굴지 않고 빠르게 물과 불의 날개를 펄럭였다. 그는 마치 날렵한 나비처럼 몰려오는 공격들을 잽싸게 막아냈다.

“음!”

이때, 석목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앞쪽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돌아서서 방향을 틀고는 산봉우리로 날아갔다.

“쫓아가!”

고만족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서 산봉우리로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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