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화. 몇 안 되는 수단
석목이 날개에서 빛을 번쩍이자 순식간에 두 배나 더 커져서 잠깐 사이에 산봉우리 앞까지 날아갔다.
눈썹이 붉은 남자가 소리를 지르자 커다란 도끼 그림자가 남자의 손에서 튀어나와 석목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석목이 비틀거리며 옆으로 피했고, 다행히 붉은 도끼 그림자는 옆을 스치며 산봉우리에 떨어졌다.
우르릉!
커다란 산봉우리가 격하게 흔들리며 균열이 위에서 아래로 나더니 두 갈래로 갈라져 버렸다.
“칙, 칙!”
이때, 뱀 소리가 산봉우리에서 울려 퍼졌다.
산봉우리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렸고, 푸른색 뱀의 머리가 구멍에서 튀어나오더니 잔뜩 화가 나서 차가운 눈빛을 비쳤다.
푸른 뱀은 빠르게 땅을 뚫고서 나왔는데 몸의 길이가 족히 백 장이나 되었으며 온몸에 푸른색 비늘을 두르고 있었고, 방대한 요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니 엄연히 성계 요수였다. 뱀의 눈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고서 눈썹이 붉은 사나이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곧 분노가 터질 것 같았다.
뱀이 입을 크게 벌리자 입 속에서 검은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이어 코를 찌르는 냄새가 풍기는 것이 매우 강력한 독물 같았다.
고만족들은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 고만족들이 수련을 한 경지로도 이 독사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만족들은 빠르게 옆으로 피했다.
쉬 - 익!
푸른 뱀이 몸통을 꿈틀대자 뱀의 꼬리가 커다란 그림자로 변하여 눈썹이 붉은 사나이를 휩쓸었는데 그 기운은 실로 놀라웠다.
윙 윙!
푸른 그림자가 스친 곳의 허공이 흔들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눈썹이 붉은 사나이 앞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눈썹이 붉은 사나이는 푸른 뱀이 공격을 할 속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듯 얼굴이 질렸고, 그는 큰소리를 지르며 세모난 방패 모양 법보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법보가 빙글빙글 돌며 크기가 수십 장까지 불어나 사나이 앞을 가로막았다.
쾅!
뱀의 꼬리가 무겁게 삼각 방패에 부딪치자 눈썹이 붉은 사나이의 몸이 방패와 함께 날아가 버렸다.
고만족은 힘이 매우 강인했지만 푸른 뱀은 비범한 재능을 타고났으며 몸집이 방대한 요수라서 고만족이 많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계 정상 강자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었다. 눈썹이 붉은 사나이는 곧바로 몸을 멈춰 세웠다.
이때, 사나이의 등 뒤에서 빛이 반짝이며 석목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석목은 눈에 어린 금빛을 거두고는 빈철곤으로 금빛을 내뿜으며 방대한 영압을 폭발시켰다.
석목은 여의빈철곤에 담긴 힘을 시전하여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눈썹이 붉은 남자는 깜짝 놀라서 화염 도끼에 불빛을 크게 드리우자 방대한 영압이 터지며 여의빈철곤을 맞았다.
“너는 속았다! 죽어!”
석목의 입가에 기이한 웃음이 스쳤고, 그의 몸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검은 피풍의를 입은 또 다른 석목이 나타났는데 바로 그의 분신이었다.
분신이 귀신처럼 나타나서는 눈썹이 붉은 사나이의 가슴을 강하게 내리쳤다.
분신은 주먹에서 검은빛이 맴돌았으며 검은색 부문들이 줄줄이 나타나 썩어 들어가는 기운을 내뿜었다.
풉!
사나이의 몸을 지키고 있던 기운이 가볍게 부식되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려버렸다. 이어 검은색 주먹이 파죽지세로 사나이의 가슴을 내리치자 주먹이 사나이의 몸을 뚫고서 등 뒤로 빠져나왔다.
이에 사나이의 심장이 부서져 버렸다.
“말도……”
눈썹이 붉은 사나이는 입에서 붉은 피를 뿜었는데 피 안에는 내장 부스러기가 섞여있었고, 눈에는 온통 믿기지 않는 기색이 비쳤다.
사나이가 쓰는 토템 변신 방어술은 매우 강력했다. 같은 경지에 오른 이가 법보로 사나이를 공격한다 해도 쉽게 터지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석목의 분신이 날린 주먹 앞에서는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뚫려버렸다.
그 이유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금빛이 반짝이며 곤봉 그림자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져 사나이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눈썹이 붉은 사나이는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터져버렸고, 웅장한 몸집은 하늘에서 ‘쿵!’하며 땅으로 떨어졌다.
검은 그림자가 반짝이며 분신이 나타나더니 단번에 눈썹이 붉은 사나이를 죽여 버린 채 곧바로 석목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고만족들은 안색이 굳었다.
고만족 강자들은 아무도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 다만 검은 그림자 하나가 반짝이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눈썹이 붉은 사나이가 죽어버린 것이었다.
“이제 네 차례야!”
석목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면서 날개를 펄럭이며 그림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등에 살로 만든 날개가 자라난 푸른색 피풍의를 두른 고만족을 덮쳤다.
석목이 날아가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가 석목 옆에서 튀어나와 허공에 스며들었고,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여의빈철곤을 가로로 휩쓸었다.
푸른 피풍의를 두른 고만족은 눈썹이 붉은 사나이가 죽어버리자 당황하여 싸우려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먼 곳으로 도망가 여의빈철곤으로 날린 공격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날개에 빛을 더 크게 드리웠고, 날개를 몇 번 번쩍이더니 고만족을 쫓아가 등 뒤에서 빈철곤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촘촘한 곤봉 그림자들이 마치 산처럼 벽을 이루며 무겁게 떨어졌다.
푸른 피풍의를 두른 고만족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고, 그의 등 뒤에 갈색 털이 자라나더니 얽히고설키며 갈색 갑옷을 하나 만들어냈다.
펑!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곤봉 그림자들이 갈색 갑옷에 떨어져 다시 튕겨져 날아왔다. 이에 푸른 피풍의를 두른 고만족은 오히려 힘에 밀려 더욱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이때, 고만족 옆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석목의 분신이 귀신처럼 나타나 고만족의 갈비뼈에 주먹을 휘갈겼다.
분신이 날린 주먹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빛 속에서 검은색 부문들이 반짝이며 아주 작은 영역을 하나 만들어냈고, 영역에는 부식된 기운들이 가득했다.
석목의 분신은 비록 수련 경지가 성계 초기였지만 영역을 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력이 엄청났다.
영역을 감싼 주먹에 맞으면 신경 강자라 할지라도 그 오묘함을 읽어내지 못하여 크게 다칠 터였다.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분신의 주먹이 푸른 피풍의를 두른 고만족의 앞가슴에서 튀어나오며 심장을 부숴버렸다.
이어 석목이 손을 흔들자 여의빈철곤이 고만족의 머리로 떨어졌다.
펑!
커다란 머리통이 곧바로 터져버리며 성계 강자가 또 한 명 죽어버렸다.
* * *
유풍 신장은 천련지 근처에서 헤엄을 치는 물고기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순간, 유풍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더니 얼굴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성계 경지 여덟 명이 고작 천위 하나를 상대하는데 벌써 둘이나 죽어버렸어! 이 쓰레기들은 대체 뭘 하는 거야?”
유풍 신장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고, 그의 몸이 희미해지더니 잔영이 되어 먼 곳으로 날아갔다.
* * *
석목은 단번에 고만족을 두 명이나 죽여 버린 후에 고개를 돌려 등 뒤에서 쫓아오는 나머지 여섯 명을 바라보았다.
고만족들은 석목이 쓰는 귀신같은 수단들을 예상하지 못한 듯이 전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석목은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았지만, 고만족들은 오히려 쫓아오지 못했다.
앞에서 눈썹이 붉은 사나이를 습격했던 푸른색 구렁이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이 계속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커다란 몸통을 휙 돌리며 땅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당황하지 마! 고작 천위야. 우리가 힘을 합치면 기필코 죽일 수 있을 거야!”
피부가 노란 고만족은 푸른 구렁이가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피부가 노란 사나이가 한 말을 들은 고만족들은 전부 마음을 가라앉히며 석목과 한 번 붙어보려 했지만 아무도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석목이 두 성계 강자를 죽인 방법이 너무나 기이했기 때문이었다.
“왜? 당당한 성계 고만족 여섯 명이 고작 천위 인간족 한 명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겠지?”
석목이 차갑게 웃으며 눈부신 흑백 빛을 드리웠다. 흑백 빛은 마치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거만한 놈! 공격!”
고만족은 석목이 하는 말을 듣더니 화가 나서 석목을 덮치려고 했다.
석목은 고만족들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는 몸을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리더니 한 손으로 여의빈철곤을 천기곤초에서 뽑아내어 미친 듯이 휘둘렀다.
하늘에 굉음이 울려 퍼졌고, 곤봉 그림자가 얽히고설키며 희미한 잔영들을 만들어냈는데 너무 화려하여 맨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
“멸선곤법!”
석목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석목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며 흑백 빛이 밝아졌다.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흑백 빛이 터져 몇 리 멀리까지 퍼져나가 성계 고만족 여섯 명을 전부 안쪽에 드리웠다.
“개(開)!”
석목이 큰소리를 지르자 주변 허공이 일그러지며 흑백 빛이 단번에 갈라졌다.
하얀빛은 위로, 검은빛은 아래로 떨어졌는데 마치 혼돈된 기운이 이제 막 열려서 깨끗한 기운과 탁한 기운이 정확하게 분리된 것 같았고, 그 자리에 커다란 흑백 공간이 하나 나타났다.
고만족 성계 강자 여섯 명은 안색이 굳었고, 주변 허공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강력한 위압감이 사방팔방에서 몰려왔다.
여섯 명 전부 성계 강자였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고, 그들은 마치 호박석 속에 갇힌 파리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피부가 노란 고만족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고만족의 몸에서 노란빛이 번지며 흑백 공간을 찢어 버리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흑백 공간은 살짝 흔들리기만 했을 뿐,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흑백 공간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위아래에 있는 흑백 빛이 빠르게 맴돌았다. 이어서 흑백 빛이 검은색과 하얀색 맷돌로 변하여 빠르게 돌아가며 가운데를 짓눌렀다.
흑백 공간에 드리운 압력이 순식간에 크게 강해져 고만족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큰일이다!”
“빨리! 같이 공간을 찢어버려야 해!”
피부가 노란 고만족이 큰소리를 지르며 몸에 푸른빛을 크게 드리워 푸른색 짐승 허영으로 변하더니 짐승의 발로 흑백 공간을 찢어버리려고 했다.
나머지 다섯 명도 전부 피부가 노란 사나이를 따라 각자 빛을 드리워 허영들을 소환하였다.
성계 강자 여섯 명이 동시에 공격을 하자 그 위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고, 흑백 공간이 격하게 흔들리며 흑백 맷돌도 짓누르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광경을 본 여섯 명은 매우 좋아하며 계속 힘을 냈다.
이때, 피부가 노란 고만족 옆에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석목의 분신이 나타났다.
이어 분신이 주먹을 날렸고, 검은색 부문들을 감싸고 있는 주먹이 날카로운 빛을 반짝이며 피부가 노란 고만족의 머리를 공격하였다.
펑!
피부가 노란 고만족은 머리가 터져버렸고, 흑백 공간에 드리운 강력한 압력을 분신은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곧바로 또 다른 고만족에게 향했다.
나머지 고만족들은 얼굴에 절망의 기색이 스쳤지만 그들은 곧바로 미친 사람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흑백 공간을 공격했다.
흑백 공간이 격하게 흔들렸지만, 워낙 단단하여 끝내 찢어버리지는 못했다.
펑! 펑! 펑!
연이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고만족 성계 강자들은 몸통이 터져버렸고, 그들은 전부 석목의 분신에게 살해 당했다.
흑백 공간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석목이 나타났고, 그는 흑백 공간을 떠다니는 시체 여섯 구를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천기곤초가 머금은 힘을 아주 조금 썼을 뿐이었다. 몇몇 고만족들을 묶어두고서 분신의 힘으로 죽여 버리는 작전이 이렇게 쉽게 먹힐 줄은 몰랐다.
석목이 손을 흔들어 파란빛을 내보내 시체 여섯 구가 지닌 법보들과 저장 반지들을 전부 가져왔다.
하지만 이때, 흑백 공간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터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