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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616화 (616/916)

616화. 신장과 힘을 겨루다

석목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입으로 피를 뿜었다.

한 남자가 언제인지 모르게 나타났는데 바로 유풍 신장이었다. 그는 금빛을 반짝이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풍은 고만족 성계 강자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놈들은 머릿속이 비어있는 쓰레기 놈들이지만 전부 신장인 내 부하들이다. 그런데 네가 죽여 버려?”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죽이지 않고서 고만족들이 석목을 죽일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인가? 석목은 유풍을 한 번 쳐다봤다.

석목이 손을 흔들자 분신이 날아와 석목 옆에 서서는 검은빛을 번쩍였지만 영역의 기운을 뿜어내진 않았다.

“마족 분신? 허허, 이놈, 내가 너무 가볍게 봤구나. 하지만 이제 재미있겠군!”

유풍 신장은 추악하게 웃더니 석목의 분신을 쳐다보며 금빛을 크게 드리워 금색 손바닥을 하나 만들어냈고, 그 손바닥은 크기가 족히 몇 묘나 되었는데 바로 석목을 향해 내리쳤다.

천위 경지 본체나 성계 경지 분신이나 유풍에게는 거기서 거기인 실력인지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손바닥을 날려서 죽이기만 하면 되었다.

커다란 금색 손바닥이 떨어지기도 전에 방대한 위압감이 먼저 몰려왔다. 공간이 손바닥의 압력 때문에 붕괴되었고, 무수히 많은 기류들이 들끓었다.

석목은 깜짝 놀랐다. 대충 휘두른 손바닥이 엄청난 파멸의 기운을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풍 신장은 분명 석무애 일행보다 실력이 뛰어날 터였다.

하지만 석목의 성격을 보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할 리 없었다!

석목이 큰소리를 지르며 몸에 있는 급소들을 노란색 빛으로 감쌌다. 그리고 누런 돌피부를 두른 채 온몸에 금빛과 파란빛을 크게 드리우고는 곤봉을 휘둘렀다.

금빛을 감은 여의빈철곤이 머금고 있던 모든 영력을 전부 터뜨렸다.

족히 크기가 수백 장은 되는 커다란 곤봉 그림자가 나타나 단단하게 뭉쳤고, 곤봉이 스친 곳은 허공이 위압을 감당하지 못한 채 전부 터져버렸다.

곤봉 그림자가 허공에서 부딪쳤다!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강한 빛이 우르르 터져 나오며 주변 수십 리 허공도 완전히 부서졌다. 또한 천지 영기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들끓었으며 커다란 소리가 마치 천둥 백 갈래가 동시에 터지듯이 울려 퍼졌다.

석목은 몸을 크게 흔들며 튕겨져 날아갔다. 급소는 구전현공의 다섯 번째 단계를 시전하여 누런 돌피부로 덮었는데 지금은 전부 부서져 버렸고, 몸에 두르고 있던 진룡쇄금갑마저 몇 군데나 터져버렸으며 입으로 붉은 피를 끊임없이 뿜어냈다.

유풍 신장도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유풍은 곧바로 몸을 멈춰 세웠다.

“좋아. 실력이 좀 있군. 네가 두른 금색 갑옷이나 손에 들고 있는 병기나 전부 범상치 않아. 그러니 저 쓰레기들을 죽였겠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너는 오늘 나를 만났어. 그래서 죽을 거야!”

유풍 신장이 차갑게 웃으며 순식간에 금색 그림자로 변하더니 석목의 머리 위에 나타나 손에 빛을 뿜어내며 금색 주먹을 휘갈겼다.

크기가 몇 장 정도 되는 금색 주먹 그림자가 나타나 현묘한 부문들을 줄줄이 감은 채 석목에게로 빠르게 날아왔다.

석목은 깜짝 놀라서 표정이 물처럼 깊어졌다. 손에 든 여의빈철곤이 다시 한번 천기곤초를 꼽은 채로 빙글빙글 돌더니 곤초에서 빠져나왔다.

주먹 그림자는 단 몇 장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풍기는 기운은 매우 놀라웠고, 조금 전에 날린 금색 손바닥보다 얼마나 더 강력한지 알 수조차 없었다.

주먹 그림자에 맞는다면 진룡쇄금갑이 몸을 지켜준다 해도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낮을 터였다.

“날 죽이겠다고? 그럼 어디 덤벼봐!”

석목은 입으로 큰소리를 지르며 온몸에 금색,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 초록색 다양한 빛을 동시에 내뿜었다. 그리고 전부 여의빈철곤 속으로 불어넣었다.

여의빈철곤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그 소리는 마치 기쁨에 겨운 환호소리 같았고, 곤봉은 이미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변하였다.

석목이 팔을 흔들자 여의빈철곤이 몇 배나 불어나서 날아가며 금색 주먹 그림자를 맞이했다.

우르릉!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백 리 안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주변에 있던 바위, 나무, 심지어 미처 도망가지 못한 요수들도 순식간에 가루로 변하여 휘날렸다.

석목은 몸이 가벼워지며 수백 장 멀리 날아갔다.

석목의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여의빈철곤도 튕겨져 날아갔는데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알 수 없었고, 손아귀는 찢어져 피가 철철 흘렀다.

석목은 바닥에 누워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고, 온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버렸다.

다행히 금색 주먹 그림자도 터져버렸다.

유풍 신장은 다시 한번 뒤로 두어 걸음 밀려나며 눈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가 이내 사라졌다.

유풍은 이미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는 석목을 바라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고, 이제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려 석목을 처절하게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유풍의 등 뒤에서 빛을 반짝이며 분신이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는데 주먹에 검은 부문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유풍 신장이 깜짝 놀라며 잽싸게 돌아섰다.

“영역의 힘!”

유풍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풍은 동작이 조금 느려졌다. 분신의 주먹이 이미 유풍의 가슴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분신의 주먹에서 검은빛이 크게 번지며 수많은 검은색 부문들이 나타나 크기가 몇 장 정도 되는 검은색 영역을 만들어 유풍 신장의 몸을 안에 가두었다.

땅 위에서 석목이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석목이 웃음꽃을 활짝 피우기도 전에 검은빛에서 금빛이 폭발하며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와 십 장 밖에 멈춰 섰다. 그리고 유풍 신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풍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머리카락이 흩어져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낭패를 본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바닥에 쓰러진 석목은 깜짝 놀랐다.

유풍 신장은 아직 신경 중기에도 도달하지 못한 고작 신경 초기였다. 그런데 영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니.

순간, 유풍 신장이 손에 끼고 있던 금색 주먹이 ‘퍽!’하고 부서져 금빛이 되어 흩날렸다.

빛 속에서 금색 부문들이 흩날리며 사라져버렸고, 금색 부문에서 영역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렇군……”

석목이 쓴웃음을 지었다.

금색 주먹도 영역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전부 써버린 것 같았다.

석목은 머리를 재빠르게 굴리더니 푸른색 영석을 하나 꺼내 들었다. 단단하고도 푸른빛이 맴돌고 있는 영석은 예전에 백원왕의 보장에서 얻은 선급 나무 속성 영석이었다.

석목은 공법을 시전하여 선급 영석이 담고 있는 나무 속성 영력을 삼켰다.

영력이 밀물처럼 석목의 단전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는 곧바로 구전현공의 목화지술을 시전하여 몸속 상처를 회복했다.

석목의 몸에서 푸른빛이 줄줄이 나타나 몸속 상처를 빠르게 회복한 동시에 그는 다시 분신을 소환하여 호법을 서게 했다.

유풍 신장은 석목이 움직이는 걸 감지하고는 번개처럼 날아와 석목을 덮쳤다.

검은빛이 반짝이며 분신이 석목의 몸 앞에 나타나더니 두 손을 휘둘러 검은빛을 석목 주변에 줄줄이 튕겼다. 검은빛들은 전부 진기였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검은 진기에서 용솟음치며 순식간에 검은색 진법을 이루더니 석목과 분신을 안으로 가둬놓았다.

굵은 검은색 연기 아홉 갈래가 하늘에서 흩날렸는데 마치 커다란 촉수들 같았다.

이 연기는 석목이 부석 성해의 전방에서 흑마족 혼사를 죽이며 알아낸 포진 법기였다.

석목은 이 진법을 연구했었는데 굉장히 현묘한 진법이었고, 마기만 있으면 시전할 수 있는 진법이었는데 방어력이 엄청 뛰어났다.

“구문흑살진(九門黑煞陣)!”

유풍 신장이 갑자기 몸을 멈춰 세우며 막무가내로 진법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진법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는 또 분신에게 기습을 당할 수도 있었다.

“흥! 진법 속에 있다고 내가 어떻게 못 할 줄 알아!”

유풍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한 손을 흔들더니 얇고 긴 금색 깃발이 나타났다.

유풍이 중얼거리자 금색 깃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일으키며 커다란 금룡으로 변하였다.

“가라!”

유풍 신장이 팔로 앞을 가리키자 금룡이 곧바로 발을 허우적대며 아래에 있는 진법을 덮쳤다.

구문흑살진의 굵직한 검은색 화염 기둥은 마치 영성이라도 있는 듯이 금룡을 내리치며 금룡과 격전을 치렀다.

우르릉!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며 허공이 격하게 흔들렸고, 기류가 들끓으면서 주변 수십 리가 전부 가루로 변하였다.

진법과 금룡이 격전을 치를 때, 그림자 하나가 빛을 반짝이더니 유풍 신장의 모습이 귀신처럼 진법 근처에 나타났다.

이어 유풍의 손에 든 금색 장검의 검기가 하늘을 찌르며 크기가 백 장 정도 되는 금색 검빛으로 변하더니 묵직하게 대진 위에 떠 있었다.

픽!

구문흑살진의 빛이 단번에 터져버리며 진법 안에 있던 석목과 분신이 밖으로 드러났다.

지금 석목이 입었던 상처는 대부분 나았고, 등 뒤에 물과 불의 날개에서 빛이 크게 번지며 석목은 뒤로 수십 장까지 물러나 검기를 피했다.

“죽어!”

유풍 신장이 큰소리로 외치며 장검을 아래로 휘두르자 금색 검기가 줄줄이 날아와 허공을 찢어 버렸다.

유풍은 석목의 분신이 공격을 할지도 몰랐기에 그에게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영역의 공격을 받아 겁을 많이 먹은 모양이었다.

금룡이 다른 방향에서 석목을 덮쳤다.

석목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여의빈철곤에 빛이 크게 번지더니 금색 검빛을 받아쳤고, 분신도 금룡을 덮쳤다.

“광룡난무!”

여의빈철곤에서 빛이 크게 번지며 풍차를 하나 만들어냈고, 금색 검기가 날아오더니 곧바로 찢어져 버렸다.

비록 검기는 갈려버렸지만 커다란 힘 때문에 석목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석목이 입은 상처를 아직 회복하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가 생기니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한편, 분신은 가볍게 금룡을 공격하고 있었다. 둘의 힘은 엇비슷했으며 분신이 영역을 시전하지 않아 서로 대치 상태를 이루었다.

“이건 아니야!”

석목은 초조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분신이 오래 버티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싸움이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여러 번 연나를 불렀으나 연나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유풍 신장이 낮게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든 장검을 휘둘러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금색 검기를 날렸다.

“풍수낙엽!”

석목은 얼굴에 힘을 주며 곤봉을 가로로 밀어냈다.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색 검기가 터지며 석목은 입에서 피를 뿜었고,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어 여의빈철곤이 튕겨져 날아갔고, 석목도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유풍 신장은 좋아하며 법결을 하나 시전하여 금룡의 몸속에 불어넣었다.

“폭(爆)!”

유풍이 낮게 소리를 질렀다.

금룡에서 빛이 크게 번지며 순식간에 터지더니 금색 빛덩이가 되어 흩날렸다.

유풍은 두 손으로 법결을 하나 만들어냈다.

금색 빛덩이가 미세하게 반짝이며 별똥별이 내려와 분신 근처에 떨어졌다. 그리고 크기가 몇 장인 둥그런 금색 결계를 만들어내어 석목과 분신을 안에 가두어버렸다.

분신이 검은빛을 번쩍였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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