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622화 (622/916)

622화. 요수들의 참배(參拜)

우르릉!

물기둥에서 또다시 파란빛이 번지며 파란색 번개 구체가 수도 없이 뿜어져 나와 석목에게 향했는데 조금 전보다 족히 열 배는 더 강력한 위력을 감고 있었다.

석목은 안색이 파랗게 질려 여의빈철곤을 거두어들였고, 이어 빛이 번쩍이더니 번천곤을 꺼내 들었다.

방대한 위력이 흩어지며 수십 리 안에 있던 천지 영기가 끓는 물처럼 용솟음쳤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성계 요수들은 겁에 질려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뒤섞여 빠르게 도망갔다. 채아도 겁에 질린 나머지 머리를 날개 속에 틀어박고는 석목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죽어라!”

석목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곤봉을 휘둘렀다.

하늘을 찌르는 금빛이 번천곤에서 뿜어져 나와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수없이 많은 번개 구체와 부딪쳤다.

쾅! 쾅!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세상이 멸망하는 것만 같았다. 허공이 찢어져 천지 영기가 용솟음쳤고, 빛들이 사방팔방으로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또한 땅이 폭발하면서 끊임없이 흔들렸으며 천련지에선 높이가 수십 장에 이르는 파도가 쳤다.

물기둥과 번개 구체가 순식간에 터져서 석목은 몸이 뒤로 수십 장이나 날아가서야 간신히 몸을 멈췄다.

번천곤은 다시 석목의 영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행히 번천곤이 번개 구체를 막아서 석목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깔끔했다.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번천곤이 지닌 위력을 막아낼 만큼 번개 구체와 물기둥이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석목은 진기를 또 전부 써버렸기에 그는 다시 조금 전에 꺼냈던 선급 영석을 쥐고서 몸속에 영력을 보충했다.

순수한 영력이 들어가자 석목은 진기를 빠르게 회복했다.

쩍!

선급 영석은 영력을 전부 잃어서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석목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선급 영석은 영력을 빨리 회복할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너무 빨리 소모되었다. 이에 그는 청란성지로 돌아가면 꼭 많이 찾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선급 영석만 충분히 있다면 석목은 연이어 번천곤을 소환할 수 있고, 그러면 경지를 뛰어넘어 신경 강자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터였다.

눈앞이 다시 고요해졌다. 하지만 천지 영기는 여전히 뒤엉켜 있었다.

석목은 여의빈철곤을 꺼내 들었다. 아직은 긴장을 풀어서는 아니 되었다.

이때, 물 위가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했다.

석목은 동공이 빠르게 줄어들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기둥이 아니었고, 물 위가 한참 들끓더니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물 위로 떠올랐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은 자신도 모르게 찬 숨을 들이켰다.

앞에 나타난 건 체구가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괴수였다.

수면이 들끓으며 파도가 백 장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주변으로 퍼졌다.

괴수는 크기가 족히 천 장은 되는 것만 같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천련지에 우두커니 솟아있는 산 같았다.

거대한 두꺼비는 몸통이 검고 머리는 누랬으며 단단한 비늘이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튀어나온 두 눈은 회백색이었는데 눈동자는 길쭉하여 두려운 요기를 풍기고 있었다.

석목은 얼굴이 굳어버렸다. 두꺼비 요수가 풍기는 기운은 유풍 신장보다 더욱 강력한 신경 중기였기 때문이었다!

석목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올라왔고, 영해 속에 든 번천곤과 팽팽하게 연결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두꺼비 요수가 조금만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석목은 곧바로 번천곤을 소환하여 한 방을 날린 후, 결과가 어떻든지 채아를 데리고 도망을 칠 작정이었다.

하지만 두꺼비 요수는 공격을 하려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두꺼비는 커다란 두 눈으로 석목을 훑어보았는데 마치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것만 같았다.

“조금 전에 내가 날린 수강신뢰를 막아낸 건 번천곤이었다! 너는 백원 존상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백원 존상의 번천곤이 왜 네 손에 있느냐?”

기괴하게 생긴 두꺼비의 입에서 사람의 말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심지어 감정을 짓누르고 있는지 눈까지 이글거렸다.

석목은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요수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은 희한한 일이 아니었지만, 이 괴수는 단번에 번천곤을 알아봤을 뿐만 아니라 백원왕도 입에 올렸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석목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숭오(崇吾)다. 백원 존상의 십이 요장(妖將) 중 하나지.”

추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두꺼비 괴수는 처량함이 묻은 목소리를 냈다.

순간, 두꺼비는 검은빛을 번쩍이더니 몸통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은 옷을 입은 중년 남자로 변하였는데 남자는 인족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석목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백원왕의 번천곤을 갖고 있느냐. 그리고 어째서 구전현공의 기운도 풍기고 있는 게냐?”

석목이 침묵한 후에 입을 열었다.

“백원왕의 요장 선배님이시군요. 저는 석목이라 합니다. 우연히 백원왕에게서 전수를 받아 보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석목은 어떻게 백원왕에게 대물림을 받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인연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숭오는 깊은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벅차오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하, 존상께 인사를 올립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석목이 멈칫했다.

“백원 존상을 따라 천정과 혈전을 치를 당시, 혹시 모를 우환을 대비해 백원 존상께선 저에게 이 은련성에 잠복하여 존상의 후예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백원 존상께 대물림을 받으셨다면 만요지존(萬妖之尊)이나 다름없으시니 저는 당연히 인사를 올려야 합니다.”

숭오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여기로 와서 존상께 인사를 올려라!”

숭오는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요수 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성계 요수들이 다급하게 날아와 전부 사람 모습으로 변하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황공한 눈빛으로 인사를 올렸다.

“존상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불의를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석목은 바닥에 엎드려 인사를 올리는 요수 무리를 바라보며 멈칫했다.

채아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석목을 한 번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돌려 눈에 빛을 뿜어내면서 우쭐대며 가슴을 내밀었다. 채아가 큰소리를 치려는 것을 눈치 챈 석목이 곧바로 채아의 입을 틀어막아버리자 채아가 날개를 푸득거렸다.

석목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다들 일어나세요. 여러분들 잘못이 아닙니다.”

“존상, 감사합니다.”

숭오를 비롯한 요수들은 그제야 일어섰다.

“존상, 우리 요족들은 존상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오늘 드디어 나타나셨으니 저희도 천정을 칠 때 힘을 보태게 해주십시오. 저희는 백원 존상과 천정에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형제의 원한을 풀어야 합니다.”

숭오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요족들은 전부 비통하고 분한 표정을 지었다.

석목은 요수들을 쭉 둘러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마음을 지금까지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원왕에게 의발을 받은 이상, 당연히 백원왕의 유지를 계승해야 하니 당신들의 소원을 꼭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석목이 하는 말을 듣던 숭오는 매우 좋아했다.

“실력이 막강한 천정과 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숭오, 이 은련성에 병력이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석목이 침묵을 한 후에 물었다.

“존상, 예전에 패배를 겪으며 저와 함께 이 행성에 남은 병력들은 천 년이란 세월을 겪으며 하나둘씩 운명하였습니다. 지금 이 은련성에는 저를 뺀다면 성계 요족 서른일곱 정도만 간신히 동원할 수 있습니다.”

숭오가 송구스러워하며 말했다.

“병력이 적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동안 저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병력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곤륜의 보화 성조와도 연합하여 함께 천정을 치기로 했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보화 성조가 돌아왔다고요? 정말입니까!”

그 말을 듣자 숭오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보화 성조는 다시 흑마 성역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천정을 뒤엎으려면 보화 성조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지요. 우리의 피 맺힌 원한은 당연히 우리가 직접 갚아야 합니다.”

석목이 눈에 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네!”

숭오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원왕의 부하들은 이분들이 전부입니까? 아직 살아있는 부하들이 더 있습니까?”

석목이 침묵을 한 후에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숭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석목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신경 강자인 숭오 한 명, 그리고의 성계 강자 서른 몇 명을 데리고 천정과 싸운다는 건 꿈과 같은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당신들은 그동안 줄곧 여기서만 지냈습니까?”

석목이 침묵을 한 후에 물었다.

“네, 천정에게 들킬까 두려워 감히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했습니다.”

숭오가 말했다.

석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서만 오래 머물렀으니 아마 바깥일들은 잘 모를 겁니다. 천정은 그동안 온갖 횡포를 부리며 이미 미양 성역까지 침투하였습니다. 정세가 점점 나빠지고 있으니 천정과 싸우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네, 존상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숭오가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제 영총을 찾으러 은련성에 오게 되었는데 여기서 백원왕의 옛 요장들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 수는 없습니다. 곧 떠날 겁니다. 그리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남아있습니다. 당신들은 여기서 준비하고 계십시오. 때가 되면 힘을 합쳐 천정을 치는 겁니다!”

석목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숭오와 요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렇다면 몸조심하시고 이 전신(传讯) 진반(阵盘)을 받으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이걸 통해 저와 연결을 하면 됩니다.”

석목이 숭오에게 하얀 진반을 하나 건네며 말했다.

“존상,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백원 존상께서 저에게 여기서 존상을 기다리라고 명하신 뒤에 한 가지 일을 더 지시하셨습니다.”

숭오가 진반을 거두어들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석목이 눈썹을 치켜떴다.

“너희는 내려가거라.”

숭오가 돌아서서 다른 요수들에 말했다.

다른 요수들은 대답을 하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존상, 따라오십시오.”

숭오가 먼저 앞으로 날아갔다.

석목은 눈빛을 반짝이며 채아에게 어깨에 올라오라 하고는 숭오를 따라갔다.

* * *

둘은 천련지 안쪽으로 반시진 정도 더 날았다. 그리고 사방 천 리에 드리운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도 기이한 바람 소리가 들려 신혼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석목은 천위 경지 때와는 달랐기 때문에 안개에서 나는 바람 소리 따위에 신혼이 휘둘리지는 않았다.

“은련성에 드리운 하얀 안개는 매우 신기하군요. 안에서 이렇게 기이한 바람 소리가 울려서 신혼에 영향을 주다니.”

석목이 말했다.

“존상께 아뢰옵니다. 이 행성에 덩어리로 모여 있는 안개는 제가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안개 속에서 나는 바람 소리도 제가 설치한 금제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은련성을 위험한 장소라 여겨야만 내막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숭오가 말했다.

“그렇군요.”

석목이 눈썹을 치켜뜨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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