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630화 (630/916)

630화. 일촉즉발 (1)

몇몇 백 년 제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자들은 공격해오는 천위 외적들이 아니라 하늘 위로 시선이 향했다.

하늘에서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영롱한 새 한 마리와 검빛 두 갈래가 끊임없이 부딪쳤는데, 부딪힐 때마다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영력 파동이 일어났다.

셋은 전부 성계 강자였다.

영롱한 빛을 내뿜는 성계 강자는 채아였는데 입에서 칠색 화염을 줄줄이 뿜어내 날카로운 검빛을 내리쳤다. 채아는 뾰족한 두 발도 칠색 빛을 감은 채 휘갈기며 허공을 찢어 놓았다.

앞에 서 있는 두 명은 수염이 드리운 사나이와 눈썹, 머리가 전부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는데 둘은 축운검파의 성계 고수들이었다.

채아는 맹렬한 공세를 취했지만 축운검파의 두 성계 강자는 등급이 높은 보검 법보를 들고 있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두 갈래 싸늘한 검빛이 회오리를 만들며 공격을 해오거나 서로 교차하며 주변을 베었는데 검들이 춤을 추자 검의 기운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잠깐 사이에 채아는 몸에 상처를 입어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았다.

광막 속에 있던 제자들은 채아가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보자 마음이 졸아들었다.

동부 주변에 드리운 영롱한 진법은 채아가 설치한 것이었다. 채아가 진다면 제자들도 죽음을 면치 못할 터였다.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이렇게 많은 축운검파와 이진종의 제자들이 침입을 한 거야?”

머리가 말인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에 현령 경종이 울렸잖습니까. 아마 이진종과 축운검파 놈들이 쳐들어온 것 같습니다!”

애써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청년이 말했다.

“이…… 이제 어쩐답니까?”

옆에 서 있던 소녀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연꽃 동자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으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어 보였다. 아마도 어려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흰 눈썹을 드리운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 방대한 검의 기운이 하늘까지 솟아오르자 주변에 검의 기운이 수백 갈래 쏟아졌다.

노인은 검결을 시전하여 흩날리는 검의 기운을 가운데로 모아 커다란 연꽃을 한 송이 만들어냈다.

노인이 팔을 흔들자 검의 기운을 휘감은 연꽃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더니 특이한 빛을 뿜으며 채아에게 드리웠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몸통과 검이 합쳐지는 비술을 부려 크기가 백 장이나 되는 거대한 검이 되어 채아를 향해 내리쳤다.

소름 돋는 검의 기운이 거대한 검에서 터져 나왔고, 검이 자르는 허공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석두! 빨리 살려줘!”

채아가 겁에 질려 큰소리로 울어댔다. 커다란 몸통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한 뼘 크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휙! 먼 곳으로 날아갔다.

도망가는 채아를 본 노인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앞쪽 허공을 짚었다. 하얀 연꽃이 점점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다가 순식간에 채아를 따라잡았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가 변신한 거대한 검은 속도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곧바로 채아를 쫓아갔다.

채아가 검의 기운을 감은 연꽃에 드리워지려는 찰나, 금색 그림자 하나가 채아의 몸 앞에 나타났다.

챙, 챙, 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눈부신 검빛이 날아와 터져버렸다.

하지만 금색 그림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노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수염을 드리운 남자가 변신한 거대한 검이 날아와 금색 그림자를 잘라버리려고 했다.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허공이 한참 동안 일그러졌다. 그 모습은 마치 깨진 거울 같았다.

다양한 색깔이 순식간에 구역 자체를 묻어버렸다.

검빛이 반짝이며 수염을 드리운 남자가 본체로 변하더니 표정이 굳어선 눈썹이 흰 노인 옆에 서 있었다.

단 몇 번 호흡을 한 끝에 공간 파동과 빛이 서서히 흩어졌다.

석목이 금빛을 뿜으며 허공에 조용히 서 있었다.

석목은 구룡쇄금갑을 입고 있어서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았으며 표정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채아는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석목의 어깨에 앉아있었는데 머리만은 높이 치켜들고는 노인과 남자를 아래로 깔보았다.

“나쁜 놈들, 채아 어르신을 다치게 하다니. 네놈들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게다!”

채아가 발을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축운검파의 두 고수는 채아가 하는 말을 듣자 얼굴이 얼어붙었다.

조금 전에 두 고수는 전력을 다해 석목을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석목이 단 한군데도 상처를 입지 않았으니 놀랄만했다.

아래에 드리운 진법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석목이 나타나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석목은 채아를 한번 흘겨보더니 이내 차가운 눈빛을 띠며 노인과 남자를 바라보았다. 순간 금빛이 반짝이더니 석목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노인의 등 뒤에 나타난 석목은 금빛 한 갈래를 아래로 휘갈겼다!

금빛은 속도가 극에 달했고, 번개로 묘사할만한 속도가 아니었다.

금황참(金皇斬)!

석목이 구전현공 여섯 번째, 금의 힘을 수련하면서 깨우친 비술 신통이었다.

노인은 안색이 퍼렇게 질려버렸다. 노인이 빛을 반짝이며 장검을 치켜들고서 석목이 날린 공격을 막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제 막 팔을 반쯤 들어 올렸을 때, 금빛이 장검을 스쳐지나 노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노인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풋!’하는 소리와 함께 노인의 머리가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목에선 피가 몇 뼘 높이까지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노인이 쓰던 장검 법보도 가운데가 부러져버려 검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푸른빛 한 줄기가 노인의 목에서 반짝이며 흘러나왔다. 빛은 노인의 성배 원신이었는데, 원신은 나오자마자 겁에 질려 먼 곳으로 도망을 치려 했다.

금빛이 다시 한번 반짝이며 순식간에 노인 원신을 따라잡더니 구멍을 뚫어버리고는 다시 잽싸게 날아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석목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얼굴이 살짝 창백했다.

조금 전에 석목은 순식간에 모든 금의 힘을 불어넣어서 속도가 극에 달했다. 그리하여 단 한 방에 노인을 죽일 수 있었다. 그런 힘을 또 시전할 수는 없었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의 눈에 믿기지 않는 기색이 스쳤다가 이내 거침없이 도망을 쳤다.

석목이 차가운 웃음을 드러내며 그의 손에 여의빈철곤이 나타났다.

이어서 석목은 잽싼 손놀림으로 곤봉을 휘둘렀다.

“유성간월!”

여의빈철곤은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하여 손에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수염을 드리운 사나이를 따라가 등을 내리쳤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는 밀려오는 힘을 느끼며 한 손을 흔들어 검을 휘둘렀다.

탱!

큰소리와 함께 여의빈철곤이 튕겨져 날아갔고, 수염을 드리운 사나이도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이때였다. 금빛이 남자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이내 뒤통수를 스쳐 지나갔고, 남자는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이어서 하늘과 땅이 뒤바뀌며 눈앞이 한참 동안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이내 눈빛이 어두워졌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의 원신은 흘러나오기도 전에 이미 금빛 때문에 뭉개져 버렸다.

석목은 다시 여의빈철곤을 거두어들였다.

“흐흥! 감히 이 어르신을 다치게 하다니!”

채아가 씩씩거리며 노인과 남자의 시체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바로 입을 벌려 영롱한 화염을 내뿜어 시체 두 구를 감쌌다.

채아가 하는 말에 대꾸할 생각이 없던 석목은 시선을 아래로 돌려 동부를 내려다봤다.

동부 근처에 이진종과 축운검파의 천위 제자들이 수십 명이나 모여 있었다. 제자들은 두 성계 강자가 처참하게 죽어버리는 광경을 보며 넋이 나갔다. 석목이 제자들을 내려다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전부 겁에 질려 허겁지겁 도망을 치려고 했다.

“이제 도망을 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지 않나?”

석목은 눈에서 차가운 칼날 같은 빛이 스쳤으며 손에서 금빛이 크게 번졌다. 이어서 금빛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하여 바람 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제자들을 쫓아갔다.

“으악!”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천위 제자 수십 명은 찔러 들어오는 금빛 때문에 구멍이 뚫려버려 붉은 피를 사방으로 퍼뜨리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천위 제자 수십 명 중에 단 한 명도 도망가지 못했다.

진법 속에 피해있던 몇몇 백 년 제자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

성계 강자 두 명과 천위 강자 수십 명을 몇 번 호흡할 시간 만에 전부 죽여 버렸다니?

금색 갑옷을 두르고 있는 저 자는 대체 누구인가?

석목이 흥건하게 젖어있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구룡쇄금갑을 거두어들이고는 내려왔다.

그리고 금빛 한 갈래를 날려 채아가 만든 진법을 터뜨려 버렸다.

“목……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진법 속에 숨어있던 몇몇 제자들이 다급하게 날아와 석목에게 절을 했다.

이미 석목이 입은 천 년 제자의 옷을 확인한 후였다.

“외적이 종문으로 쳐들어왔으니 여긴 위험하다. 너희는 빨리 현령탑으로 가는 편이 좋겠다. 거긴 여기보단 안전하겠지.”

석목이 말했다.

“네. 선배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제자들은 석목이 말한 대로 전부 현령탑으로 날아갔다.

“석두, 무슨 일이야? 이진종과 축운검파의 제자들이 왜 여기로 쳐들어온 거야?”

채아가 날아와서 물었다. 채아는 발에 조금 전에 죽은 성계 강자가 쓰던 저장 반지가 걸려있었다.

“나도 몰라.”

석목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채아가 물었다.

“상황을 보니 청란성지 곳곳으로 이미 침입한 것 같아.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우선 현계 공간으로 돌아가서 제풍과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빨리 여길 떠나자.”

석목이 몸을 숙여 연꽃 동자를 안으며 말했다.

연꽃 동자는 울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서 얌전하게 석목의 품에 안겼다.

채아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석목은 파란빛을 크게 드리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현령탑 방향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 * *

동성성의 청란성지 밖.

속승 진인은 물처럼 깊은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허공에서 서 있었다.

속승 진인 뒤로 제자들이 수백 명 서 있었는데 가장 앞쪽에 선 스무 명은 엄연히 성계 강자였다. 관산해도 제자들 속에 있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멀리 보이는 검은 성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해에서 밝은 점들이 반짝이며 점점 커졌다. 점들은 얼핏 봐도 이삼백 개가 넘었는데 지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일다경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점이 점점 뚜렷해지자 제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점들은 전부 커다란 전함이었으며 가장 앞줄에 선 전함은 금빛을 번쩍이며 강렬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이 시각, 청란성지의 현령탑 꼭대기에서 빛이 반짝였다. 찬란한 금빛 한 줄기가 갑자기 탑에서부터 빠르게 날아와 곧바로 겹겹이 붙어있는 성운을 뚫고는 동성성 밖으로 날아갔다.

금빛은 마치 화염처럼 동성성 밖에서 터지며 수많은 빛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날아간 금빛들은 다시 파도처럼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점점 불어나더니 동성성을 모두 감싸버렸다.

동성성을 둘러싼 금빛 광막에서 현묘한 부문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 위아래로 퍼지며 합쳐지더니 광막에서 빠르게 흘러 다녔다. 흘러 다니는 빛들이 금색 빛띠를 만들었다.

이제 막 수호 대진을 펼쳤을 때, 청란성지 주변의 땅에서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전함 백여 척이 허공에서 움직이더니 동성성 외곽에서 멈춰 섰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속승 진인과 성계 강자들은 그 중에 한 금색 전함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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