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화. 은혜를 갚아야지.
일각 후에 석목 일행은 현령탑 안에 있는 전송 금제를 통해 한 공간에 도착했다.
“가자!”
석목은 파란빛을 일행에게 드리우고는 앞으로 날아갔다.
여긴 전송대전이 있는 곳이었다.
석목이 입으로 무엇인가를 외우자, 파란빛이 번쩍이며 일행들은 그림자 몇 갈래로 변하더니 조용히 앞으로 날아갔다.
이건 명수결을 성계까지 수련한 후에 사용할 수 있는 은닉과 비슷한 묘한 능력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들은 전송대전 근처에 도착했다.
이때, 석목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송대전 근처 바닥엔 구멍이 숭숭 뚫렸으며 부서진 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또한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한 차례 치열한 전투를 치른 것 같았다.
대전 밖에 수련자 수백 명이 서 있었는데 전부 이진종과 축운검파의 제자들이었다. 그중에 성계 강자들도 적잖이 있었다.
보아하니 전송대전을 공격하여 이미 함락시켜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축운검파와 이진종은 꽤 오랫동안 준비를 하여 청란성지를 공격했을 터라 전송대전 같은 바깥과 연결된 장소는 공격을 할 목표 중에 하나였을 터였다. 아마 일찌감치 사람을 보내 전송대전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석두, 이제 어떻게?”
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누구야?”
이때, 대전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그림자가 번지더니 머리가 붉은 청년이 안에서 날아왔다. 청년은 붉은색 전투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눈에서 붉은빛을 번쩍이며 석목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 자는 기운이 매우 방대했는데 보아하니 신경 강자였다.
“나와!”
머리가 붉은 청년이 소리를 질렀다. 청년은 몸에서 화염이 크게 번졌으며 커다란 화염 손바닥을 만들어 석목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후려쳤다.
“가자!”
석목은 깜짝 놀라 단번에 제풍과 연꽃 동자를 잡고는 등 뒤에 물과 불의 날개를 펼쳐 환영으로 변하여 먼 곳으로 도망갔다.
채아가 소리를 지르며 온힘을 다해 석목의 어깨를 꽉 잡았다.
쿵!
화염 손바닥이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며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었다.
다행히 석목 일행은 마지막 순간에 손바닥 공격을 피했다.
파란빛을 반짝이며 일행은 수십 장 멀리 까지 날아갔고, 다시 빛이 반짝이는 사이에 먼 하늘 끝까지 날아가 곧 사라져 버리려고 했다.
“속도 하나는 엄청 빠르네.”
머리가 붉은 청년은 멈칫하며 손에 두른 화염을 날려버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적염 신장, 따라갈까요?”
곁에 있던 무리 중에 나이가 어린 여인이 물었다. 그녀의 얼굴을 평범했으나, 몸매만은 빼어났다. 풍성한 가슴이 옷자락을 찢어놓을 듯 아슬아슬하여 시선이 끌렸다.
“아니, 고작 성계 초기 한 놈이다. 청란성지는 이미 포위되었으니 저놈은 절대로 도망갈 수 없어. 그것보다 이 전송대전을 지키는 게 우선이야.”
여인이 머리를 끄덕였다.
* * *
석목은 앞으로 한참 날아가다가 아무도 따라오지 않자, 천천히 멈춰 섰다.
“걱정하지 마, 뒤에 아무도 없어.”
채아는 두 눈에 빛을 뿜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채아가 하는 말을 들은 석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려와서는 전송대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석두, 왜?”
채아가 물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본 신경강자 청년 말이야. 전투 갑옷을 입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이진종이나 축운검파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복식이 유풍 신장과 비슷한 것 같아.”
석목이 침묵을 한 후에 말했다.
채아가 멈칫하며 곧바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이번에 청란성지를 공격하는 놈들은 이진종과 축운검파뿐만이 아니었어. 천정 사람들도 아마 끼어들었을 거야.”
석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석두, 우리 이제 어떻게? 전송대전도 놈들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우리는 이제 어떻게 도망가지?”
채아가 물었다.
석목이 쓴웃음을 지었다.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도 몰라, 우선 현령탑으로 돌아가자.”
석목이 고개를 흔들며 몸을 날려 현령탑 방향으로 날아갔다.
반 정도 날아갔을 때, 석목은 갑자기 안색이 굳었다.
앞쪽 먼 산골짜기에서 빛이 번쩍였는데 누군가가 싸움을 하는 것 같았고, 사람들도 꽤 많았다.
석목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은닉 비술을 시전하여 앞으로 날아가더니 빠르게 산골짜기 근처로 향했다.
산골짜기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한쪽은 청란성지의 제자들이었는데 이백 명이 넘는 천위 제자와 성계 장로 일고여덟 명이었다.
석목은 시선을 돌려 하얀 옷을 입은 노인과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백 년 제자 대결 때 본 적이 있던 남궁 장로와 연꽃 선자였다.
천위 제자 수백 명과 성계 강자 일고여덟 명, 어디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강력한 세력이었지만 지금 그들은 밀리고 있었다.
상대 쪽 인원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전부 이진종의 제자들이었는데 기세가 대단하니 육칠백 명은 넘는 것 같았다. 대부분 수련 경지가 천위였으며 그중 성계도 스무 명 정도 있었다.
앞장선 두 사람은 석목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들은 진뢰관의 관주 적문천과 태택관의 관주 운몽택이었다.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지금 가운데로 몰려 방어 대진을 친 채로 어렵게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석두, 우리 어떻게 하지? 도와줘야 할까?”
채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석목은 눈빛을 반짝이며 손을 휘둘러 광막으로 제풍과 연꽃 동자를 감싼 후에 그들을 멀리 보내버렸다.
“어쨌든 나는 그동안 청란성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 은혜를 갚아야지.”
석목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뜻은 매우 명백했다.
“좋아. 그럼 나도 함께 할게. 이 채아 어르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채아가 날개를 푸득대며 말했다.
석목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희미한 그림자로 변하여 몰래 전장으로 다가갔다.
“하하, 남궁 장로님, 연꽃 선자님. 이제 당신들은 궁지에 몰렸습니다. 빨리 투항하세요. 그동안 마주했던 인연을 생각해서 기회는 드리겠습니다. 우리 이진종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러시면 제가 성주님께 잘 말씀드려 목숨만은 살려드리죠.”
적문천은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로 웃었다.
“염치도 없는 놈. 성지라 불리는 이진종이 이미 천정의 개가 되었으니. 신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놈들! 우리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더러운 짓은 안 한다!”
남궁 장로가 소리를 질렀다.
연꽃 선자는 적문천이 하는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눈으로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온힘을 다해 법보를 휘둘렀다.
“흥! 인심을 베풀어도 몰라주다니. 그렇다면 청란성지와 함께 없애주지!”
적문천은 남궁 장로가 한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보라색 용머리 지팡이를 꺼내 들고는 격하게 땅을 찍었다. ‘쿵!’ 소리와 함께 지팡이에 보라색 번개가 감기며 ‘칙칙’ 소리가 흘러나왔다.
적문천이 손을 흔들자, 보라색 지팡이가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수십 배 불어나 보라색 번개 교룡으로 변하여 남궁 장로의 머리를 내리쳤다.
남궁 장로는 성계 두 명과 싸우고 있었던 터라 안색이 바뀌며 다급하게 소매를 흔들어 붉은빛을 감은 비도 법보 두 자루를 휘갈겨 보라색 지팡이를 막았다.
쿵, 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도 두 자루가 지팡이와 부딪치자 곧바로 빙글빙글 돌며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지팡이가 날아오는 속도가 잠깐 느려지는 듯했으나 지팡이는 다시 남궁 장로에게로 날아갔다.
“남궁 장로님. 조심하세요!”
연꽃 선자가 소리를 지르며 가느다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분홍색 연꽃 법기가 튀어나와 기운덩어리로 뭉치며 남궁 장로의 앞을 막아주었다.
쾅!
굉음과 함께 지팡이가 변한 교룡이 기운 덩어리와 부딪치며 보라색 번개를 쏟아내 번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분홍색 기운 덩어리는 곧바로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 찢기고 부서지며 띠가 되어 분리되었다.
다행히 보라색 교룡도 기운이 빠지며 다시 지팡이로 돌아왔다. 지팡이는 빛이 어두워진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자 적문천이 굳은 안색으로 다급하게 지팡이를 다시 가져가더니 진기를 불어넣었다. 적문천은 지팡이가 다시 밝아지자 그제야 안심한 듯이 고개를 들고는 또 비아냥거렸다.
“연꽃 선자께서 쓰시는 손령화(損靈花) 법보는 실로 대단하군요!”
연꽃 선자는 적문천이 하는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다시 가느다란 손을 흔들었고,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분홍색 기운 띠가 모여서 섞이더니 또다시 분홍색 연꽃으로 변하였다.
적문천이 눈을 껌뻑거리더니 낮게 소리를 지르며 지팡이로 공격을 하자 지팡이에서 부문이 빽빽하게 나타나 겉을 맴돌며 눈부신 보랏빛을 뿜어냈다.
적문천이 손을 들어 손가락 끝에서 피 한 방울을 짜냈고, 피가 반짝이며 지팡이 끝 용머리에 스며들었다.
순간, 용의 눈에서 빛이 밝아지며 지팡이가 빠른 속도로 자라나더니 살아 숨 쉬듯 꿈틀거렸다. 그리고 족히 스무 장은 되는 뇌룡으로 변하였다!
뇌룡은 번쩍이는 번개를 감고는 흉악한 이를 드러내며 발을 허공에 대고서 휘갈겼고, 몸속에서도 묵직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문천이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앞을 짚자 뇌룡은 포효를 하며 연꽃 선자와 남궁 장로를 덮치려고 날아갔다.
그러자 연꽃 선자는 분홍색 빛을 날려 공격을 하던 성계 강자 두 명을 날려버리고는 다시 몸에 빛을 크게 드리워 분홍색 회오리바람을 감은 채 뇌룡을 맞았다.
이때, 적문천은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 적문천이 손을 흔들자 뇌룡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연꽃 선자가 두른 회오리를 피해 청란성지의 천위 경지 제자들이 펼친 대진을 덮쳤다.
연꽃 선자는 다시 돌아가 회오리로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자 천위 제자들이 이룬 진형이 곧바로 뇌룡에게 뚫려버렸다.
연꽃 선자가 깜짝 놀라 빠르게 손령화를 날려 뇌룡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하하하! 늦었어!”
적문천이 큰소리로 웃으며 보라색 송곳 법보를 날려 손령화를 막아냈고, 동시에 두 손으로 끊임없이 법결을 시전했다.
그러자 뇌룡은 몸집이 몇 배 나 더 커져서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용으로 변하더니 그 몸통에 굵직한 보라색 뱀들을 감은 채 청란성지의 제자 무리 속으로 찔러 들었다.
펑, 펑!
용이 커다란 발을 휘갈길 때마다 번개가 열 몇 갈래 튀어나와 청란성지의 제자들 속에 떨어졌다.
천위 제자들 일고여덟 명이 쏟아지는 번개 때문에 몸통이 터져버려 붉은 피가 허공에 흩날렸다.
천위 제자들이 친 대진은 이미 뒤죽박죽이 되어 진형이 무너져 버렸다.
남궁 장로는 얼굴이 얼어붙었다. 진형이 무너지면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전부 죽어버릴 터였다.
“이런 지독한 놈!”
남궁 장로는 몸에서 하얀빛이 점점 밝아지더니 흰색 화염을 감고는 주변으로 날아갔다.
화염이 스친 곳이 가볍게 타버려 허공에 커다란 구멍이 여러 개 뚫렸다.
남궁 장로를 공격하던 두 성계 강자는 감히 덮치지 못하고 몸을 날려 한쪽으로 피했다.
남궁 장로가 날아가 보랏빛 용을 막으려 할 때였다.
남궁 장로의 머리에 보랏빛이 반짝이더니 적문천이 나타났다.
적문천은 장검 법보를 하나 꺼내 들었고, 장검이 반짝이더니 남궁 장로의 머리위로 내리쳤다.
남궁 장로는 깜짝 놀라 손을 흔들어 하얀 거울을 꺼냈다. 이어 거울이 순식간에 몇 배나 불어나더니 머리 위를 막았다.
탱!
보라색 검이 거울과 부딪쳤다.
그러자 거울이 번쩍이며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적문천은 살기로 휩싸인 눈빛을 드러내며 흥분된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다시 법결을 하나 시전해 보라색 검은 빛을 더욱 강하게 뿜어내자 흰 거울이 ‘쩍!’ 소리와 함께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