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634화 (634/916)

634화. 위험을 물리치다. (1)

적문천이 얼굴에 승리를 했다는 빛을 드러내며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할 때였다.

순간, 칼바람이 난데없이 불어와 목덜미를 자르려고 했다.

적문천이 깜짝 놀라 빠르게 앞으로 구르며 단번에 열 장 정도 물러나서는 간신히 기습을 피했다.

퍼렇게 질린 적문천의 얼굴에 상처가 한 줄 생겼는데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구야!”

적문천이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다시 보라색 장검을 들고는 손으로 법결을 시전하며 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휙, 휙, 휙!

수많은 검영이 얽히고설키며 적문천 주변을 틈새 없이 막아버렸으며, 그중에 몇몇 검영은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이때, 적문천과 몇 장 정도 떨어진 허공에서 그림자가 반짝이며 푸른색 피풍의를 입은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의 몸에 금빛이 반짝였고, 구룡쇄금갑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어서 여의빈철곤도 빛을 뿜으며 석목의 몸 앞에서 곤봉으로 산을 만들어내더니 다시 하늘을 찌르는 듯한 금빛을 뿜어내며 적문천의 머리를 짓누르려고 했다.

빛기둥이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강력한 영압이 짓누르는 바람에 허공이 먼저 일그러졌고, 영력은 천지를 갈라놓을 것 같은 기세를 풍기며 짓눌렀다!

적문천을 감싼 촘촘한 검영들이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적문천이 어두워진 얼굴로 다급하게 장검에 번개를 만들어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보라색 검의 기운이 종횡으로 나타나 깊고도 큰 검의 기운으로 뭉치더니 하늘로 솟아오르며 떨어지는 금색 곤봉의 산을 맞았다.

석목과 적문천 사이 허공에서 금빛과 보랏빛이 터지며 기운 파동이 일자 하늘마저 흔들렸다.

이때, 석목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석목에게서 검은빛이 반짝이며 분신이 나타나 빠른 속도로 기운 파동을 뚫으며 적문천을 덮쳤다.

분신이 도착하기도 전에 핏빛 검이 분신의 손에서 반짝이며 적문천에게 향했다. 그 빛은 핏빛 단검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자 적문천은 깜짝 놀라며 검은색 방패를 꺼내 핏빛 검을 막아냈다.

쩌걱!

검은 방패는 마치 흙으로 만들어진 듯이 가볍게 두 동강이 나버렸다.

이어서 핏빛이 또다시 반짝이며 적문천의 목을 스쳤다.

적문천은 표정이 굳은 듯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적문천의 머리통이 빙빙 돌며 하늘로 날아갔고, 머리 밑으로 혈천(血泉)이 하늘로 솟구쳐 세 뼘 높이까지 솟아올랐다.

핏빛 단검에서 ‘윙!’ 소리가 나며 뿜어져 나오던 핏빛이 더욱 짙어졌고, 마치 잠들었던 악마가 깨어난 듯 핏줄기가 줄줄이 뽑혀나와 적문천의 시체로 파고 들었다.

시체가 빠르게 쪼그라들며 잠깐 사이에 말린 송장이 되어버렸다.

적문천의 시체에서 성배 원신인 작은 사람이 튀어나와 멀리 도망을 가려 했지만 단번에 핏줄기 때문에 구멍이 뚫려 똑같이 쪼그라들었다.

핏빛 단검에서 싸늘한 소리가 한번 흘러나왔는데 마치 배가 불러 트림을 하는 것만 같았다. 흘러나오던 핏빛이 천천히 어두워지며 다시 평범한 검으로 변하였다.

석목은 눈에 놀란 기색이 스치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여러 번 일그러졌다. 다행히 석목은 깊은숨을 내뱉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지금은 이 단검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가 아니었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 적문천이 쓰던 보라색 장검 법보와 저장 반지를 챙기고는 다시 남궁 장로를 공격하던 또 다른 중년을 덮쳤다.

짧은 머리 중년도 성계 중기 강자였다.

이때, 채아가 석목의 어깨에서 날아올라 날카로운 새소리를 내더니 몸이 순식간에 불어나서는 영롱한 빛을 내는 커다란 새로 변하였다. 채아는 몸에 눈부신 빛을 감은 채 두 날개를 펼쳐 날카로운 발을 휘갈기며 이진종의 천위 제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짧은 머리 중년은 석목이 덮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전장에서 벗어나 멀리 도망갔다. 동시에 보랏빛을 반짝이더니 청동 갑옷을 몸에 둘렀고, 중년이 두른 갑옷은 등급이 낮지 않은 보호 법보였다.

석목이 차갑게 웃으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여의빈철곤이 금빛 한 줄기로 변하여 허공에서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짧은 머리 중년을 따라잡았다.

“유성간월!”

‘척!’ 소리와 함께 금빛으로 변한 여의곤이 순식간에 터지며 청동 갑옷을 가볍게 찢어 버리고는 중년의 가슴을 뚫고서 지나갔다.

짧은 머리 중년이 붉은 피를 한 모금 내뱉더니 한 손으로 법결을 시전하자 몸을 이루던 근육들이 전부 붉은색으로 변하여 피안개를 뿜어냈다. 중년은 피안개로 몸을 감싼 채 속도가 몇 배나 더 빨라져 먼 곳으로 도망갔다.

이때, 검은빛이 다시 한 번 반짝였고, 분신이 등 뒤로 잔영을 줄줄이 끌며 귀신처럼 날아왔다. 분신의 손이 희미해지며 핏빛 검이 반짝이자 짧은 머리 중년도 적문천처럼 먼저 머리통이 날아가더니 핏기둥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어서 핏빛 단검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다시 핏줄기를 줄줄이 내보내 시체를 빨아들였다.

석목이 몇 번 움직이는 사이, 성계를 뛰어넘는 막강한 실력과 번개처럼 빠른 방법으로 성계 강자 두 명을 죽여 버리자 이진종의 성계 강자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적문천이 죽어버리자 청란성지의 제자들 사이에서 행패를 부리던 보라색 뇌룡도 사라져 다시 용머리 지팡이로 변하였다.

이밖에 채아도 청란성지의 제자들을 도와주고 있어서 제자들이 받던 압박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리고 대진도 다시 가다듬어 공격을 하는 이진종의 제자들과 다시 기세등등하게 싸웠다.

“너는…… 석목?”

남궁 장로는 놀란 감정과 기뻐하는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석목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석목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것 같았는데 성계에 진입한 석목을 보자 믿기지 않는 기색을 드러냈다.

“남궁 장로님, 외적을 물리쳐야 하니 다른 일은 나중에 얘기합시다.”

석목은 남궁 장로가 하던 말을 끊어버리고는 또 다른 성계 강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래!”

남궁 장로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거울을 던졌다. 거울이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동안 삼색 부들부채를 꺼내 들어 겉에 하얀 화염을 감은 채 몰려오는 적들을 공격했다.

석목은 등 뒤로 흑백 날개를 펄럭였고, 손에 든 여의곤에서는 금빛 만 갈래와 함께 곤초에 모아두었던 영력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횡소천군!”

부채꼴 곤봉 그림자가 하얀 피풍의를 두른 이진종의 성계 강자에게 향했다.

이진종의 성계 강자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 자는 다른 멍청했던 성계 강자들과는 달리 석목에게 등을 보이지 않았다. 이진종의 성계 강자는 서 있던 자세 그대로 뒤로 물러나서는 돛같이 생긴 법보를 꺼내서 몸 앞을 가로막았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여의곤이 돛 법보를 강하게 내리쳐 돛에 균열이 쩍! 갈라졌다.

검은빛이 반짝이며 분신이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에게 날아가 핏빛 단검을 휘둘렀다.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는 눈에 절망하는 기색이 어렸다. 하지만 이때, 하얀빛 한 줄기가 날아와 핏빛 단검에 떨어졌다.

그리고 눈부신 빛을 뿜어내더니 이내 터져버렸다.

분신은 몸이 흔들리며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이어서 그림자 몇 개가 동시에 나타났는데 그들은 운몽택과 또 다른 성계 강자 네 명이었다.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황급히 운몽택의 뒤로 날아갔다.

성계 강자 여섯 명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석목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석목은 금빛을 드리우며 순식간에 토템 변신을 완성하더니 두 팔에 흐르는 금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 실력이 가장 강한 운몽택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백수진황!”

여의빈철곤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짐승들의 그림자가 벌떼처럼 나타나 방대한 홍수를 이루며 성계 강자 몇몇을 향해 밀려갔다.

성계 강자들은 깜짝 놀라 각각 다른 방향으로 피했다.

석목은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고, 등 뒤에 달린 흑백 날개가 한참 동안 희미해지더니 석목은 순식간에 회색 잔영으로 변하여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죽이지 못했던 하얀색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를 쫓아갔다.

줄줄이 나타난 곤봉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으며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를 덮쳤다.

분신이 손에 쥐고 있던 핏빛 단검에서 수십 갈래 검빛이 뿜어져 나와 비처럼 쏟아졌다.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는 깜짝 놀라 온힘을 다해 저항했다.

운몽택을 비롯한 강자들은 그 광경을 보며 동문을 구하고 싶었으나 짐승 그림자들에 막혀버려 다가올 수 없었다. 애간장을 태우던 운몽택은 노발대발하며 석목에게 공격을 날려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석목은 몸에 떨어지는 공격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오른쪽 주먹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하얀 화염으로 뭉친 맷돌만 한 주먹 그림자가 별똥별처럼 날아가 정확한 각도로 돛 법보를 뚫어버리며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의 몸과 부딪쳤다.

하얀 피풍의를 두른 성계 강자는 타오르는 힘이 몸으로 파고 들어와 온몸이 뜨겁게 달궈지는 것만 같았고,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돛 법보는 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방어를 하며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이때, 핏빛 단검의 기운이 빠르게 날아와 단번에 성계 강자의 몸을 토막내버렸다.

석목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몇몇 성계 강자가 동시에 공격을 하자 구룡쇄금갑과 토템의 힘도 많이 줄어들어 조금 버겁기 시작했다.

석목은 곧바로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나무의 힘으로 상처를 회복했다. 그리고 동시에 빠른 속도로 돌아서서 또 다른 성계 강자를 덮쳤다.

펑, 펑!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핏빛 단검이 반짝이는 동시에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또 다른 이진종의 성계 강자가 두 토막으로 갈라졌고, 튀어나온 금색 성배마저 석목이 날린 곤봉 때문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운몽택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석목을 바라보는 눈빛은 온통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었다.

이미 성계 강자 네 명이 석목의 손아귀에서 숨을 거두었다. 전부 실력이 막강한 성계 강자들이었으나 시전하는 방어 수단마다 석목의 기괴한 분신 앞에선 마치 계란처럼 가볍게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더 믿기지 않는 점은 강자들이 힘을 합쳐 석목을 공격했지만, 석목은 피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운몽택은 석목이 두르고 있는 구룡쇄금갑을 훑어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보급 전투 갑옷!”

운몽택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역시 이진종의 관주라 그런지 보는 눈이 있군요.”

석목이 차갑게 웃으며 다시 여의빈천곤에 빛을 뿜으며 다가오는 몇몇 사람들을 향해 곤봉 그림자를 휘갈겼다.

운몽택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힘을 합쳐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운 관주님, 저 자는 매우 이상한 놈입니다. 마화 분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말이 안 되게 강합니다. 이러다간 우리 쪽이 전멸하게 생겼습니다!”

삐쩍 마른 성계 남자 한 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전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꽤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운몽택의 구겨진 얼굴에 골이 더 깊어졌고, 화가 이미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종문에서 사치스럽고도 안일하게 지내던 성계 장로들이라 조금만 제압을 당해도 물러서려 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운몽택이 이제 막 무엇인가를 말하려 할 때 흩날리는 곤봉 그림자 사이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석목의 분신이 날아와 핏빛 단검을 휘두르며 운몽택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운몽택은 흠칫 놀라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았고, 손목에 끼고 있던 옥팔찌가 빠져나와 열 배 가까이 불어나더니 검빛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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