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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638화 (638/916)

638화. 생사일선

석목은 조용히 구전현공의 첫 번째 단계부터 여섯 번째 단계까지 전부 시전하여 몸에서 금색, 파란색, 하얀색, 검은색, 푸른색을 비롯한 다양한 색을 동시에 내뿜으며 미친 듯이 여의곤을 휘둘렀다.

“백수진황!”

석목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두 팔을 힘껏 흔들자, 곤봉이 우르르 몰려나가 수많은 금빛으로 싸인 짐승의 그림자가 촘촘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짐승의 그림자들이 홍수를 이루며 이진종 제자들의 공격을 맞았다.

순식간에 방대한 두 갈래 흐름이 부딪치며 허공이 일그러졌다가 곧바로 부서졌다. 마치 천둥이 수백 번 동시에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색 짐승들이 홍수처럼 밀려오자 잠깐 동안 공격을 막아내는 것 같았으나 이내 터져버렸다. 법보의 빛은 잠깐 멈칫하는 것 같더니 계속해서 석목을 향해 몰려갔고, 곧 석목을 빛 속에 묻어버릴 것만 같았다.

연꽃 선자가 깜짝 놀라 막 소리를 지르려 할 때였다.

순간, 석목의 몸에서 구룡쇄금갑이 눈부시게 빛을 뿜었다. 용머리 장식에 달린 눈에서도 날카로운 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금빛 찬란한 광막이 나타났다.

광막에서 금색 교룡 아홉 마리가 입을 벌리고는 발을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헤엄을 치며 굉음을 냈는데 특별한 기운이 교룡에게서 새어나왔다.

펑!

법보의 빛이 홍수처럼 금색 광막에 부딪치는 순간, 하늘을 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충격이 흩어져 버렸다. 연꽃 선자도 멀리까지 밀려났다.

금색 광막이 끊임없이 흔들렸으며 짓눌려서 움푹 파인 웅덩이가 생겼지만 뚫리지는 않았다.

펑, 펑!

광막에 드리운 금색 교룡의 허영들이 연이어 터져버렸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잠깐 사이에 여섯 마리나 터져버렸다.

교룡들의 허영이 터질 때마다 석목은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하지만 밀려오는 법보의 빛 홍수도 점점 늦춰졌다.

여섯 번째 금색 교룡이 터지자 법보의 빛들은 드디어 완전히 멈춰버렸다.

은색 피풍의를 두른 여인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쳤지만, 석목 한 사람을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검은 그림자를 반짝이며 분신이 석목의 옆에 나타났다. 분신이 손에든 핏빛 단검에 빛이 크게 번지며 수많은 핏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거대한 검으로 뭉치며 수많은 부문들이 검 위를 흘러 다녔고, 이어 검이 몰려오는 법보의 홍수를 무겁게 내리쳤다.

쩍!

핏빛이 번쩍이더니 법보의 홍수를 뚫으며 두 갈래로 갈라버렸다.

석목이 소리를 지르자 금색 광막에서 빛이 크게 번지며 나머지 교룡의 허영 세 마리도 동시에 찢어져 버렸다.

법보의 홍수가 흩어지자 수많은 법보가 뒤로 튕겨져 날아갔고, 빛이 반짝이는 사이에 전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석목의 몸이 뒤로 밀리며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석목이 손을 흔들어 이미 어두워진 선급 영석을 던져 버렸다. 몸에 두르고 있던 구룡쇄금갑도 흩어져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은색 피풍의를 두른 여인을 비롯한 이진종 무리는 얼굴이 굳은 채, 다시 법보로 공격을 날리려고 했다.

이때, 산골짜기에서 하얀 빛기둥이 하늘을 찌르며 빛기둥 주변에 파동이 일었다.

“끝났다!”

동굴 속에 있던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좋아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전송진법에 적힌 부문마다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 윙윙 돌고 있었다.

크기가 몇 장 정도 되는 통로가 나타나 유유히 빛을 흘렸는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빨리 가야 해, 빨리!”

남궁 장로가 허공에 서서 소리를 질렀다.

남궁 장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이미 전송진법 속에 모여들어 빛이 반짝이는 동안 순식간에 사라져 눈 깜짝할 사이에 반이나 떠나버렸다.

“석목, 전송진법으로 가자!”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연꽃 선자가 석목의 옆에 나타나 다급하게 말했다.

“먼저 가세요. 곧 따라가겠습니다!”

석목이 낮게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고, 형태가 없는 힘이 연꽃 선자의 몸을 받들어 뒤로 날아갔다.

석목은 다시 하늘을 찌르는 금빛을 뿜어냈다. 허공에서 은색 피풍의를 두른 여인이 석목을 쫓아왔다.

“멸선곤법!”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여의빈철곤을 다시 한번 휘두르며 수많은 곤봉 그림자를 촘촘하게 날렸다.

금색 빛기둥 하나가 석목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로 솟아올랐다. 허공이 일렁거리며 흑백 빛이 두 갈래 나타나 천천히 검고 흰 공간을 형성하였다.

풍성하고 가득 찬 영력이 주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진종 무리는 얼굴이 얼어붙어 의식을 하며 멈춰 서서는 다가오지 못했다.

고작 성계 초기인 청년이었지만 워낙 실력이 대단했기에 석목이 새로운 수단을 부리자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드리운 흑백 공간이 또 무슨 기이한 술수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진종 무리가 망설이는 사이,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을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청란성지의 제자 한 명이 공간 통로로 들어갔다.

석목은 마치 큰 돌을 내려놓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석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고, 흑백 공간도 함께 사라졌다.

석목은 몸을 두어 번 비틀거리며 붉은 피를 토해냈다.

연이은 격전을 치르며 수많은 사람들이 날린 공격을 한 몸으로 받아냈다. 구룡쇄금갑이 몸을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내상을 심각하게 입었다. 구전현공 목화의 힘으로 회복을 해도 충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어서부터 지금까지 이미 선급 영석을 여덟 개나 써버렸다.

“속았어!”

은색 피풍의를 두른 여인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더니 화가 나서는 석목을 쫓아갔다.

이때, 분신이 단번에 석목을 잡아끌고는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남궁 장로, 연꽃 선자를 비롯한 사람들은 아직 동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석목이 내려오자 화색을 드러내며 공간 통로로 뛰어들었다.

동굴 속에 있던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이미 전부 떠나고 없었다.

“석두, 다 갔어. 우리도 빨리 가자!”

채아가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날아와서는 석목의 어깨에 선 채로 소리를 질렀다.

“너는 왜 아직 안 갔어!”

석목은 채아를 바라보며 화를 내면서 말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히히, 석두 네가 안 갔는데 내가 어떻게 먼저 가.”

채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자!”

석목이 깊은숨을 내뱉자 등 뒤에 흑백 빛이 크게 번졌다. 흑백 날개가 나타나 세 사람을 감싸고는 흑백 빛으로 변하여 이제 막 공간 통로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순간, 동굴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생기면서 은색 피풍의를 두른 중년이 땅을 비집고 나왔다. 중년은 땅 위에 그려진 진법에 금빛을 한 줄기 날렸다.

쾅!

전송진법은 한쪽 구석이 터져버려 빛이 어두워졌다. 진법 속에 있던 공간 통로가 격하게 한 번 흔들리더니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그러자 날아가던 석목은 몸이 ‘쿵!’ 암벽에 부딪쳤다.

석목이 몸을 앞으로 구르며 일어서더니 안색이 일그러졌다.

“흥! 저놈들이 도망가는 건 상관없는데 네놈을 잡아가면 큰 상을 받겠지!”

은색 피풍의를 입은 중년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림자가 연이어 번쩍이더니 조금 전에 본 은색 피풍의를 두른 여인 무리가 동굴 속으로 날아 들어와 석목을 둘러쌌다. 그들의 눈에는 살기가 흘러넘쳤다.

이번 전투를 치르며 석목은 너무 큰 잠재력을 보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석목은 눈을 굴리며 도망을 칠 궁리를 했다.

이때, 발밑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아 시선을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연꽃 동자가 어느새 발 옆에 나타나 통통한 손으로 석목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얘는 왜 아직 여기에 있는 거야?”

석목이 깜짝 놀랐다.

“뭐야…… 제풍에게 데려가라고 했는데!”

채아도 깜짝 놀랐다.

“네 제삿날이다!”

은색 피풍의를 두른 여인이 소리를 지르며 몸에 다양한 빛을 뿜어내면서 석목을 공격했다. 그녀가 쓰는 법보의 빛이 망을 이루며 석목이 도망갈 수 없도록 꽁꽁 감싸버렸다.

“흥!”

석목이 콧방귀를 뀌더니 다급하게 연꽃 동자를 안고는 몸에 노란빛을 번쩍이며 땅속을 뚫고 들어갔다.

구전현공 흙의 힘을 묘하게 사용한 것이었다. 둔지(*遁地: 땅속으로 숨다)!

여인은 놀라서 법보 수십 개도 미처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전부 땅에 떨어뜨렸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산봉우리가 터져버려 수많은 돌들이 튀어 주변으로 날아갔고, 먼지가 자욱하게 흩날렸다.

이때, 먼지 속에서 석목이 튀어나왔다.

“빨리 잡아!”

이진종의 제자들은 깜짝 놀라 곧바로 석목을 덮쳤다.

석목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피를 뿜어냈다. 기운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석두, 내가 할게!”

날카로운 새소리가 울려 퍼지며 석목의 어깨에 앉아있던 채아가 두 날개를 펼쳐 날아가 순식간에 몸집을 수십 장이나 부풀려 석목과 연꽃 동자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쿵!

채아의 몸통은 마치 수많은 영롱한 화염이 타오르는 화염 봉황 같았고,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가며 커다란 몸통이 영롱한 화염으로 변하여 이진종의 제자 무리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펑, 펑, 펑!

앞길을 막아섰던 이진종의 천위 제자들은 채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화염 때문에 타버리거나 부딪쳐서 날아가 버렸다.

평범한 천위 제자들은 지금 채아의 위력을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

다른 이진종의 제자들도 전부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채아는 눈을 이글거리더니 다시 무리들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이때, 채아 앞에서 그림자가 희미해지더니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압을 풍기고 있었는데 성계 정상 경지였다.

“감히 어딜 도망가!”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을 내밀자 앞쪽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번개를 감은 커다란 손이 나타났다. 다섯 손가락 사이에서 번개가 칙칙 소리를 내며 채아에게 향했다.

채아는 깜짝 놀랐다.

은색 피풍의를 두른 젊은 여인을 비롯한 성계 강자들이 아랫쪽 산골짜기에서 먼지를 펄펄 날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때, 석목의 눈에 사나운 빛이 스치더니 몸에 금빛이 번쩍였다가 이내 사라졌다.

순간, 빛이 반짝이며 날카로운 금빛 한 줄기가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의 앞으로 맹렬하게 날아갔다.

빛이 스쳐 지나간 허공이 흔들렸으며 공간은 천막처럼 갈라져버렸다.

금황참!

이미 쓰러져버린 석목이 공격을 하리란 생각조차 하지 못한 노인이 깜짝 놀라는 사이에 커다란 손바닥은 가볍게 잘려버렸다.

금빛은 속도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향했다. 그 속도는 번개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노인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몸을 뒤로 날려 금빛 공격을 피했지만, 빛이 터지자 한쪽 손바닥이 찢어져 버렸다.

금빛이 터지자, 석목이 나타났고, 이미 모든 의식을 잃어버려 돌처럼 힘없이 허공에서 떨어져 버렸다.

채아가 다시 좋아하며 영롱한 화염을 감은 채 다시 몸을 몇 배 줄이고는 속도를 내 노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석목의 몸을 받치고서 빛을 몇 번 반짝이더니 저 하늘 멀리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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