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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649화 (649/916)

649화. 음모를 꾸미다.

비밀 석실의 문이 우르르 열리더니 금발머리 종주와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석목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눈에 차가운 빛이 어렸고, 무슨 짓을 하려던 석목은 간신히 깊은숨을 내뱉으며 주먹을 쥐었던 손을 푼 후에 사라져 버렸다.

이때, 노인이 몸을 파르르 떨며 순식간에 온몸의 털을 꼿꼿이 세웠다. 그리고는 다급하고 고개를 돌렸다.

“명허존자, 왜 그러십니까?”

금발머리 종주가 멈칫하더니 물었다.

“조금 전에 매우 사나운 살기를 느꼈으나 갑자기 사라졌다. 주변에 아무런 이상한 점도 없는 걸 보니 혹시 착각을 했나? 아니다. 가자.”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금발머리 종주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더는 묻지 않고 밖으로 걸어갔다.

* * *

한 시진 뒤.

육도종의 광장 위에는 수천 명이 모였다. 사람들의 얼굴에 전부 흥분한 기색이 어렸다.

육도종 외곽에 드리운 환술금제는 이미 치워버렸으며 빛들이 먼 곳에서 날아와 광장으로 떨어졌다.

광장의 앞쪽에는 한 장 정도 높이로 올라온 석대가 있었다. 석대 위에 의자가 몇 개 놓여있었지만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주변에는 깃발이 휘날렸으며 허공에는 금제 구름들이 뭉게뭉게 떠다니며 빛을 반짝였다. 구름의 빛은 광장을 선경처럼 비추었다.

“오늘 공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경지가 통현에 닿은 이진종의 존자라고 하더라. 무슨 말을 할까?”

“육도현공을 강의하면 좋을 텐데. 며칠 전에 육도종의 제자들이 시전하는 육도현공을 본 적이 있는데 위력이 실로 대단하더라고.”

“어이구, 육도종은 어디에서 이토록 대단한 공법을 가져온 걸까. 우리도 수련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웃기는 소리하지 마. 그건 육도종의 비전이야. 우리 같은 바깥사람들에게 가르쳐줄 리 없잖아. 하지만 육도현공을 배우고 싶다면 안 될 것도 없지. 육도종에 입문하기만 하면 돼. 내가 듣기로 육도종 안에선 육도현공을 그리 엄하게 감추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배우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아무나 배울 수 있어.”

“정말? 그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는걸. 지금 속한 종문에서 나와 육도종으로 가는 거지.”

광장은 수군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이때, 허공에서 빛이 반짝이며 눈부신 금빛이 쏟아져 내렸다.

하늘에 조가비 같은 구름이 둥둥 떠다녔는데 하얀색 구름은 물고기 비늘처럼 줄지어있었다. 구름 뒤편에서 화려한 빛이 쏟아져 하얀 구름을 금색으로 물들였고, 금빛이 반짝이는 구름은 끝없는 위압감을 풍겼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허공에 나타나 기이한 현상을 보며 전부 입을 다물고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때, 구름이 순식간에 갈라지더니 넓은 통로가 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도를 깊이 터득한 것만 같은 비범한 노인 한 명이 보라색 피풍의를 두르고는 허공에서 내려왔다. 노인은 신선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석대로 내려왔다.

“여러분, 이 분은 우리 육도종이 초대한 귀한 손님 이진종의 명허존자이십니다. 오늘 여러분을 위해 도법을 강연하실 겁니다.”

석대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육도종의 금발머리 종주가 나타나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명허존자, 인사를 올립니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풍기는 위압감에 놀라 우르르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 일어나십시오.”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말을 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힘에 이끌려 몸을 기대며 일어섰다.

사람들은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을 더욱 경외했다.

“우리 이진종은 지금 미양 성역을 다스리는 이대 성지 중에 하나로 불립니다. 다른 행성에 머무는 이들도 일관되게 포용을 했죠. 오늘 이진종 성주님의 명을 받들어 요담성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말을 하자 목소리가 주변 수십 리까지 퍼졌다.

“존자, 오늘은 어떤 도법을 강연하실 건가요?”

석대 아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육도종에 오니 종파에서 내려오는 기이한 공법인 육도현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궁금해서 몇 마디 더 여쭤보니 황명 종주가 육도현공을 꺼내서 저에게 보여주더군요. 매우 정교한 공법이었습니다. 우리 이진종에서 내려오는 뛰어난 공법 보전들과도 견주어볼만할 정도였지요. 그리하여 저도 육도현공을 깨닫고서 어느 정도 터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조금 전에 황명 종주에게 허락을 받아 여러분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자가 하는 말을 들은 석대 밑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흥분한 기색만 드러냈다. 정말 육도현공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니, 예상 밖이었다.

“육도현공은 우리 육도종에서 구한 이름이 없는 비전입니다. 종문에 속한 여러 장로들과 상의를 거쳐 이 이름 없는 현공을 육도 현공으로 부르기로 정했죠. 신공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도 하지요. 우리 육도종은 현공을 숨기지 않고서 만천하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 옆에 서 있던 육도종의 종주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나오자 석대 아래에서 엄청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육도종이 육도현공을 모두와 공유하겠다니?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신공을 수련할 수는 없습니다. 잠시 후에 강연을 하며 명허존자께서 자질과 혈맥을 갖춘 사람들, 그리고 신공을 깨우친 사람들을 골라서 전수를 해줄 것입니다.”

육도종의 종주가 말했다.

비록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석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흥분을 했다.

수련자들은 모두 스스로 유일한 천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종주님, 명허존자님, 감사합니다!”

석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이 목을 가다듬으며 이제 막 도법을 설명하려할 때였다.

“육도는 윤회에서 온 것인데……”

“아, 당신네 종파가 이렇게 넓은 마음으로 육도현공을 대가 없이 모두와 공유를 하는 건가요?”

이때, 불협화음을 이루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며 명허존자가 하던 말을 끊어버렸다.

허공에서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검은 피풍의를 두른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은 어깨에 검은색 새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검은 피풍의를 두른 남자가 나타나자 광장은 더욱 조용해졌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육도종의 종주는 안색이 변하더니 재빠르게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석목과 가까운 곳에 멈춰 섰다.

“물론 저도 이 강연을 듣고자 왔습니다.”

석목이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육도종의 종주는 석목이 짓는 표정을 보자 오히려 불안했다.

석목이 나타나자마자 신식으로 훑어보았으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수련 경지마저 알 수 없었다.

“강연에 참석하러 오셨는데 왜 자리를 지키지 않습니까. 만약 악의를 품는 게 아니시라면 우리 육도종은 당신과 친분을 쌓고 싶습니다.”

육도종의 종주는 잠깐 침묵을 한 후에 말했다.

“친분은 됐습니다. 저도 다만 호기심이 생겨서요. 당신네 종파가 왜 굳이 육도현공을 무료로 모두와 공유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육도종의 종주는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유는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공법은 우리 종문이 우연히 얻게 되었으니 하늘이 주셨다 생각하여 모두와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그런 이유로는 세 살 아이나 속일 수 있겠지요. 만약 육도현공이 진정 신공보전이라면 당신들이 공유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석목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요?”

육도종의 종주가 실눈을 뜨며 물었다.

석목이 차갑게 웃더니 육도종의 종주를 무시한 채 돌아서서 광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육도종과 이진종 사람들에게 속지 마십시요. 이 육도현공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공법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해치는 물건입니다.”

석목이 그리 말하자 광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은 웅성대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무엄하다! 넌 누구냐? 우리 종문의 보전을 얕잡아보다니! 이놈을 잡아라!”

육도종의 종주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광장 주변에서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여덟 명이 날아와 석목을 덮쳤다. 전부 천위 경지였다.

여덟 명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각각 주먹을 날렸다. 하얀 화염 여덟 갈래가 튀어나와 화염 그물을 짜내 석목을 묶어버리려 했다.

그러자 석목이 손에서 파란빛을 반짝이며 사람 머리만한 파란빛 구체를 날려 하얀 화염 그물에 부딪쳤다.

파란빛 구체는 화염 그물에 닿자마자 곧바로 터져버려 수많은 실 같은 번개로 변하여 사방팔방으로 날아갔고, 굉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천위 경지 여덟 명은 몸이 곧바로 튕겨져 날아가 피범벅이 되었지만 석목은 목숨을 앗아가지 않았다.

종문에서 제자들에게 존경을 받던 집법 장로 여덟 명은 석목이 날린 일격에 큰 부상을 입고서 튕겨져 날아갔다. 심지어 석목은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대충 팔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이 광경을 광장에서 본 제자들은 전부 놀란 얼굴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육도종의 종주와 보라색 피풍의를 두른 노인도 안색이 급격히 달라지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한 명은 금빛으로 다른 한 명은 보랏빛으로 변하여 먼 곳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은 날아가며 동시에 광막으로 몸을 감쌌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희 둘은 도망가지 못한다!”

석목은 눈에서 빛을 반짝이며 손을 들어 가볍게 튕겼다.

눈부신 금빛 두 갈래가 손가락 끝에서 튀어나와 놀라운 속도로 순식간에 두 사람을 따라잡았다.

퍽, 퍽!

두 사람이 두른 광막이 단번에 터져버렸으며 몸통도 금빛에 의해 구멍이 뚫렸다. 둘은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시체로 변하여 허공에서 떨어졌다.

석목은 다시 손을 흔들었다. 두 갈래 하얀 화염을 날려 두 사람의 시체를 태워버렸다.

모든 일을 마친 석목은 뒷짐을 쥔 채로 허공에 서 있었다.

광장에 서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며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여러분, 딱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을지 말지 여러분들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석목이 운을 떼자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석목이 말하는 투를 들어보면 제자들을 죽이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목구멍까지 튀어 올라온 심장을 간신히 짓누르며 냉정을 되찾았다.

“육도현공은 태고의 현공인 구전현공의 잔편입니다. 이 공법을 수련하여 대원만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동안 수련했던 모든 정기들이 먹이가 되어 이진종 뒤에 숨어있는 누군가가 삼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평생 고생을 하며 수련한 모든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셈입니다. 또한 이 육도현공으론 절대 대원만의 경계까지 도달할 수 없을 겁니다.”

석목이 말했다.

그러자 광장이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육도현공은 천도정종(天道正宗)이라 끝없는 진리를 담고 있네. 그런데 구전현공은 또 무엇인가?”

“그러니까! 저 사람은 수련 경지만 높고 머리엔 문제가 있는 것 같군!”

“쉿! 조용히 해. 죽고 싶어? 종주 어르신과 이진종에서 보낸 사자 어르신도 단 한 번의 공격조차 하지 못하고……”

“저 자는 숨겨진 고수인가 봐. 저 자가 한 말에도 일리가 있어!”

“그럼 저 자가 한 말만 듣고서 이대로 포기하겠다고?”

몇몇 사람들은 석목이 한 말을 듣고서 흔들리는 듯 했으나 더 많은 사람들은 의심을 품었다. 아쉬움과 탐욕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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