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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654화 (654/916)

654화. 팔황고족

“그래. 연무대도 바로 여기 있으니 장소도 찾을 필요 없겠소. 갑시다!”

목암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뒤로 물러나며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

“묵석 선배님……”

목화가 난감한 듯이 석목을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저도 금절족이 지닌 실력이 궁금하군요. 이 금발 청년이 그러고 싶다면 저도 원하는 바입니다.”

석목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목암은 우리 종족 대장로의 아들입니다. 그러니…… 봐주십시오.”

목화가 멈칫하며 말했다.

그녀는 석목이 지닌 실력을 이미 봤던 터라 석목이 실수로 부상을 입힐까 걱정이 되었다. 여긴 금절족의 총단이라 사고라도 일어나면 목화도 할 말이 없었다.

“제가 알아서 잘 조절하지요.”

석목이 답했다.

목화는 석목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긴장을 풀었다. 석목이 짓는 미소를 보자 목화는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이 광경을 본 목암은 화가 더욱 불타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법결을 시전하며 몸에 금빛을 드리우더니 금색 문양을 줄줄이 불러내 몸 곳곳을 뒤덮었다. 그 모습은 매우 흉악스러웠다.

목암이 풍기는 기운은 순식간에 부풀어 금빛이 마치 파도처럼 주변으로 밀려났다.

“금상(金像) 비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놀라 소리를 질렀다. 목화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하지만 석목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뒷짐을 진 채로 서 있었다. 옷자락이 휘날렸지만 석목은 커다란 나무처럼 묵직하게 서 있었다.

“흥. 잘난 척하긴. 이제 내 실력을 보여주지!”

목암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는 머리에 금빛을 반짝이더니 금색 사람 모양 조각상을 불러냈다.

목암이 두 손을 휘두르자 법결이 줄줄이 뿜어져 나왔다.

금색 조각상에서 빛이 크게 번지더니 순식간에 목암의 몸과 합쳐졌다.

목암은 몸이 마치 불어나는 풍선처럼 빠르게 부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키가 수십 장에 이르는 거인으로 변하였고, 피부도 찬란한 금빛으로 가득했으며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와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금으로 만든 거인 같았다.

이때 목암이 풍기는 기운이 한 층 더 강력해져서 천위를 뛰어넘어 성계에 도달했다.

“목암 형이 금상 비술을 이미 대성까지 이루었다니. 아마 성계와도 겨루어 볼만 할 거야. 이번 싸움은 이기겠군!”

무리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도 그럴 게 석목은 밖에서 온 사람인데다가 복룡성에서 인족은 지위가 매우 낮았다. 목암은 금절족의 젊은이들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나 다음 족장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 모습을 본 목화는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석목이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는 곧바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목암은 석목이 가만히 있는 걸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죽어!”

목암은 커다란 몸통을 허공으로 날려 순식간에 석목을 덮쳤다. 그리고 오른쪽 주먹에 금빛을 드리우며 힘껏 휘둘렀다!

금색 주먹이 스친 허공에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일었고, 공간이 마치 깨진 거울처럼 일그러지더니 방대한 힘이 용솟음치며 몰려왔다.

석목은 가볍게 웃으며 옷자락을 흔들더니 하얀 손을 내밀어 커다란 금색 주먹을 막아냈다.

펑!

눈부신 금빛이 커다란 주먹에서 터지자 공기가 일그러지더니 순식간에 석목의 몸을 묻어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목화는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연무대로 올라가려고 망설였다.

잠시 후에 금빛이 천천히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무대에 있는 석목은 안색이 매우 담담했으며 하얀 손으로 목암이 날린 커다란 금색 주먹을 막았다.

양쪽이 평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암이 아무리 이를 악물며 온힘을 다해 봐도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전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 가라!”

석목이 가볍게 웃더니 온몸에 파란빛을 드리웠다. 마치 파란색 태양 같았다.

쏴아!

파란색 물줄기가 허공에 나타났다.

목암의 눈앞에서 파란빛이 반짝이더니 몸통이 순식간에 물로 만든 커다란 구체에 싸여버렸다.

석목이 손에 검은빛을 반짝이자 뼈를 찌르는 차가운 기운이 터지며 온 연무대에 드리웠다. 연무대는 마치 순식간에 얼어붙을 듯했으며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도 전부 추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파란색 구체는 ‘쩍, 쩍!’ 소리를 내며 얼더니 커다란 하얀색 얼음 구체로 변해 목암을 안쪽에 가둬버려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만!”

이때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금색 피풍의를 두른 누군가가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목암은 이미 하얀 얼음 구체에 갇혀버렸다.

금색 피풍의를 두른 사람이 무리들 속에 내려왔는데 몸이 거대한 중년 남자였다.

“아버지!”

목화가 소리를 지르며 금색 피풍의를 두른 중년 남자에게 달려가더니 팔을 감쌌다.

“족장님!”

그러자 주변사람들이 전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금색 피풍의를 두른 중년이 갑자기 나타났지만 석목은 놀라지 않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 중년이 한참 동안 근처에 숨어있던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중년이 숨어있어서 석목은 일부러 목암을 얼려버려 중년이 스스로 나오게 만들었다. 금색 피풍의를 두른 중년 남자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목화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눈길을 석목에게 던졌다.

“인족 도우님은 실력이 대단하시군요. 우리 목암이 철이 없어서 실례를 범한 것 같으니 넓은 아량으로 저 어리석은 녀석을 용서해 주시지요.”

금색 피풍의를 두른 중년 남자가 손을 굽히며 인사를 했다.

중년이 이렇게 말하자 목화를 뺀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중년이 ‘어리석은 애’라고 말을 하여 이미 석목의 경지가 목암보다 높다는 걸 말해주었으며 목암이 보여준 행동 또한 막무가내였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밖에서 수련 경지가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었다.

“족장님께서 말씀을 하시니 저도 그 말씀을 따라야지요.”

석목이 말을 하며 손바닥을 하얀 얼음 구체에 붙이자 손바닥에서 검은빛이 반짝였다.

커다란 얼음 구체가 빠르게 줄어들더니 순식간에 하얀빛으로 변하여 다시 석목의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목암은 이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목암은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았지만 두려움을 숨길 수 없었다.

“묵 도우께서 용서를 해주신다니 빨리 물러나거라. 가서 반성을 하고!”

금색 피풍의를 두른 중년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목암은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대답을 했고, 그러자 목암을 따라다니던 두 사람이 빠르게 다가와 목암을 부축하며 날아갔다.

“묵 도우, 대실로 모시겠습니다.”

금색 피풍의를 두른 족장은 후후 웃으며 석목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그리고 앞장을 서자 목화가 다급하게 따라가며 고개를 돌려 석목을 한번 쳐다봤다.

* * *

석목은 족장을 따라 화려한 대실에 도착했다.

이족 하나가 다과를 올리고는 곧바로 물러났고, 대실에는 금색 피풍의를 두른 족장과 석목, 그리고 목화만 남았다.

“조금 전에는 경황이 없어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저는 목중산(穆重山)이라고 합니다. 금절 일족을 이끄는 족장이지요. 묵 도우님, 제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감사드립니다.”

목중산이 감격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닙니다. 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비겁한 만룡족 놈들이 아버지의 딸을 해치려했습니다. 아버지, 꼭 복수해 주세요.”

목화는 애교가 가득 담긴 투로 말했다.

“그래, 감히 내 딸을 해치려하다니 이 일은 그대로 지나가지 않으마.”

목중산의 눈에서 사나운 기색이 스치더니 화를 억누르듯 말했다.

“아버지, 그래도 너무 일을 크게 만들지는 마세요. 묵 선배님이 녀석들을 전부 죽였습니다. 어쨌든 우리 종족의 이익이 우선입니다.”

목화가 다급하게 말했다.

“딸아, 걱정 마라. 아비에겐 다 생각이 있단다.”

목중산이 후후 웃으며 말했다.

“묵 도우님, 제 딸에게 전해 들었는데 어떤 일을 알아보려고 오셨다더군요. 제 딸을 구해주셨으니 도우께선 저희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일이든 우리 금절 일족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목중산의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아서 미천거원 일족의 행방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족장께서 도와주신다면 정말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미천거원 일족! 묵 도우님, 팔황고족 중에 하나를 찾는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목중산이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한참 동안 침묵을 한 후에 물었다.

“그건…… 사사로운 일이라 말씀드리기 불편합니다. 너그럽게 봐주시죠.”

석목이 말했다.

“후후, 그렇군요.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목중산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런데 팔황고족이 뭔가요?”

목화가 궁금한 듯이 말에 끼어들었다.

석목은 멈칫했다. 석목 또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연꽃 동자는 팔황고족이라는 말만 했을 뿐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석목도 목중산을 바라보았다.

“팔황고족은 우리 천하 성역의 여덟 종족들 중에 가장 오래된 종족들이지.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만황 시대부터 이미 존재했단다. 각각 미천거원 일족, 염호 일족, 천봉 일족, 와요 일족, 지룡 일족, 반귀 일족, 자정마우 일족, 그리고 비천서 일족이란다. 여덟 종족은 예전에 우리 천하 성역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이었다. 그리하여 팔황고족이라 불렸지. 하지만 팔황고족이 살던 시대는 너무 먼 얘기라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잊었단다. 그러니 너도 모를 테고.”

목중산이 말했다.

“천봉!”

석목은 깜짝 놀라며 얼굴에 화색이 가득 돌았다.

만약 예상한 게 맞았다면 종수를 데려간 사람은 아마 천봉 일족일 터였다.

석목이 오랫동안 천봉 일족을 찾아다녔지만 백 년 동안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는데 여기서 소식을 전해 들었다니.

천봉 일족은 원래 천하 성역에 사는 종족이었다. 그러니 미양 성역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천봉족, 지룡족, 반귀족이 팔황고족 중에 하나였군요?”

목화가 놀라며 말했다.

석목이 눈썹을 치켜떴다. 목화가 한 말에 담긴 뜻은 천봉족이 천하 성역에서 유명하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만웅의 기억에서는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석목은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수혼은 포악한 수법이라 상대방의 원신을 심하게 망가뜨렸다. 그러니 정보를 놓치는 일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천봉족이 만웅에게 그리 중요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었다.

목중산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월은 흐르고 인과는 순환하는 법이지. 아무리 큰 종족이라 할지라도 쇠퇴하는 날이 온단다. 팔황고족은 이미 예전 같지 않지. 자정마우족, 비천서족과 염호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어서 자취를 감추었다. 와요족은 이미 다른 성역으로 떠났으며 지금은 천봉족과 지룡족, 그리고 반귀족 삼대 종족만 남아있다.”

석목이 눈빛을 반짝였다. 와요족은 강수수가 속한 종족이었다. 와요족이 미양 성역으로 떠난 것이었다.

“그럼 미천거원 일족은요?”

석목이 물었다.

“미천거원 일족은 팔황고족의 우두머리였습니다. 하지만 오래전에 선계의 세력인 천정과 맞서 싸우다가 몰살을 당했습니다. 도망을 친 몇몇들도 이미 흩어져 없지요.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마 은거 중일 겁니다.”

목중산이 침묵을 한 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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