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5화. 거원의 행적
“목 족장님, 혹시 관련된 정보가 더 있나요?”
석목이 물었다.
“옛날 일은 저도 선배들에게 전해들은 것들 뿐입니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아마 미천거원 일족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묵 도우님, 우리 금절 일족이 도와드릴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묵중산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목 족장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석목이 말했다.
금절족이 미천거원 일족을 잘 모르고 있으니 석목도 여기 남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하여 인사를 하고서 떠나려 했다.
“묵 선배님, 그냥 가시게요?”
목화가 초조해하며 물었다.
“저는 볼일이 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석목이 말을 하며 일어섰다.
목화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묵 도우님께서 일이 있다고 하시니 그럼 저희도 붙잡지 않겠습니다.”
목중산이 일어섰다.
석목은 대청에서 나가 문 앞으로 걸어갔다.
“아, 묵 도우님. 미천거원 일족에 대해서 전해들은 소문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목중산이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듯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족장님, 무슨 소문입니까?”
석목이 좋아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저도 전해들은 말이긴 하나, 십여 년 전에 오소성(烏巢星) 근처에서 누군가가 거대한 원숭이와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투가 매우 짧게 끝나서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죠. 그 사람도 거대한 원숭이가 미천거원 일족이었을지는 잘 모를 겁니다.”
목중산이 말했다.
“오소성…… 네, 족장님. 감사합니다.”
석목이 손을 굽히며 인사를 하고는 목화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올라 멀리 날아가 버렸다.
목화는 석목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딸아, 왜 그러느냐? 묵 도우님이 마음에 들더냐?”
목중산이 딸을 바라보면서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빠! 저는 들어갈 거예요.”
목화가 목중산을 흘겨보며 멀리 달려갔다.
목화는 눈빛이 단단했다. 어떤 다짐을 한 것 같았다.
* * *
석목은 성에서 잠깐 머물며 근처 행성들과 천하 성역의 지도를 사고는 빠르게 떠나 눈부신 파란빛으로 변하여 앞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지도에서 목중산이 말한 오소성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복룡성과 그리 멀지 않았으며 천하 성역의 변두리에 있었다.
앞으로 날아가던 석목이 눈빛을 반짝이며 멈춰 섰다.
세 갈래 빛이 아래에서 날아올라 앞길을 막았다.
빛이 반짝이며 세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목암과 회색 옷을 입은 또 다른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회색 피풍의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회색 피풍의를 두른 사람이 풍기는 기운은 매우 강력했는데 엄연히 성계 강자였다.
“묵석, 엄청 빠르게 도망가네. 못 따라올 뻔했어.”
목암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석목을 바라보았다.
“아, 나를 죽이러 온 건가?”
석목이 목암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목암은 금절 일족의 젊은이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소심했다니.
“조금 전에 나를 모욕했는데 내가 그냥 지나갈 줄 알았어?”
목암이 말했다.
“두 어르신, 저 녀석을 죽여 주신다면 제가 꼭 요구를 들어드리겠습니다.”
목암은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을 서로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말을 기억해라!”
회색 피풍의를 두른 사람 한 명은 “기억해라!”라고 말을 뱉는 순간에 이미 날아올라 허공에서 화려한 빛을 반짝이며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속도는 번개처럼 빨랐다!
또 다른 회색 옷을 입은 사람도 동시에 날아올라 손에 눈부신 검광을 드리웠다.
두 갈래 빛이 서로 얽히며 날카로운 검기가 강력한 폭풍으로 변하였고, 폭풍에 수없이 많은 검기가 뭉치더니 석목을 향해 몰려와 포위했다.
석목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몸에 금빛을 크게 드리웠고, 손에는 검은색 곤봉이 나타났는데 바로 여의빈철곤이었다.
찬란한 금빛이 손에서 뻗어나가 여의빈철곤을 감쌌다.
“번천복지!”
고함 소리와 함께 굵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금색 곤봉 그림자가 나타나 마치 실존하는 빛처럼 석목의 움직임을 따라 두 남자를 공격하였다.
광폭하기 그지없었던 폭풍은 금색 곤봉 그림자와 비교하면 매우 약해서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부서져 커다란 곤봉 그림자에 짓눌렸다.
펑, 펑!
소리가 두 번 울려 퍼지며 비검 법보 두 자루가 산산조각이 났다.
회색 옷을 입은 두 사람은 검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더니 마음이 불안해졌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잠깐 사이에 두 사람은 속으로 목암을 수천 번도 넘게 욕을 했다.
“가자!”
두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서 두 갈래 회색 그림자로 변하여 양쪽으로 날아갔다.
“늦었어.”
석목이 속으로 웃으며 커다란 곤봉 그림자를 살짝 틀었다. 동작은 매우 느려보였지만 사실 번개처럼 빨리 회색 옷을 입은 사람 하나를 내리쳤다.
펑!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은 몸통이 부서져 피안개가 흩날렸다.
석목의 등 뒤로 흑백 날개 한 쌍이 나타나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어서 석목이 다시 귀신처럼 또 다른 회색 옷을 입은 사람 등 뒤에 나타나 팔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금색 곤봉 그림자가 줄줄이 나타나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을 내리쳤다.
“으아아!”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은 더는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후에 갑자기 돌아서서 붉은색 전도를 꺼내들고는 곤봉 그림자엔 신경을 쓰지도 않고서 죽을힘을 다해 석목에게 향했다.
남자는 미쳐 날뛰며 석목과 함께 죽어버릴 작정이었다.
석목이 다시 곤봉을 살짝 틀었다. 곤봉이 절묘한 각도로 붉은색 전도와 부딪쳤다.
탱!
금빛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전도가 튕겨져 날아갔다.
이어 금색 곤봉 그림자 몇 갈래가 회색 옷을 입은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회색 옷이 단번에 찢어지더니 안에 숨은 모습이 드러났다. 이 사람은 은색 갑옷을 입은 청년이었는데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바다로 떨어졌다.
석목은 안색이 굳었다. 이 은색 갑옷은 천정 사람들이 입는 차림새였기 때문이었다.
이 두 사람은 천정 사람이었나!
석목이 흑백 날개를 펼쳐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갑옷을 입은 청년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바닥을 치켜들어 단번에 청년의 머리를 잡았다.
이어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은색 갑옷을 입은 청년의 목덜미를 스치며 머리를 잘라버렸다.
석목은 손가락에서 은은한 검은빛이 폭발하더니 은색 갑옷을 입은 청년의 머리를 찔렀다.
수혼!
싸움이 시작된 후로 단 몇 번 숨을 쉴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목암은 혼이 나간 눈빛을 내비치며 부들부들 떨면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회색 피풍의를 입은 사람들이 지닌 실력을 목암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마치 계란처럼 가볍게 부서지지 않았나.
목암은 머리를 받쳐 들고 있는 석목을 바라보며 겁에 질려서 멀리 도망을 치려했다.
석목이 도망가는 목암을 바라보자 눈에서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리고 다시 목암을 쫓아가려고 하던 찰나에 목소리가 들렸다.
“석두, 저놈은 내게 맡겨!”
석목의 어깨에서 채아가 날개를 펼치며 영롱한 빛을 크게 드리우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새로 변하여 단번에 목암을 따라잡았다. 채아의 날카로운 두 발이 영롱하고도 사나운 빛을 터뜨리며 단번에 목암을 덥석 붙잡았다.
“으아!”
처참한 소리만 먼 하늘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석목은 다시 시선을 거두어들이고는 눈을 감고서 수혼비술을 시전하였다.
잠시 후에 석목이 눈을 번쩍 뜨더니 하얀 화염으로 머리를 태워버렸다.
“어때? 알아낸 정보라도 있어?”
채아가 날아가 석목의 어깨에 내려앉으며 물었다.
석목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색 갑옷을 입은 청년의 기억에서 석목은 천하 성역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들을 알아냈다.
첫째로는 천정의 손길이 이미 천하성역까지 뻗쳐 고만족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대거 침입하였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천하 성역 남부를 천정이 적잖게 손아귀에 넣었다.
복룡성은 외진 별이라 당분간은 조용하겠지만 천정은 이미 암암리에 사람을 보내 잠입을 시켰다.
하지만 다행이 이 두 사람은 석목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우연히 석목을 만나서 재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둘째로는 천봉 일족에 관한 일들을 알아냈다.
천봉, 지룡, 반귀 일족은 지금 천하 성역에서 가장 세력이 큰 삼대 종족이었고, 천하 성역에서 오른 위치는 예전 미양 성역을 이루던 삼대 성지와 같았다.
하지만 미양 성역에는 속승 진인이 있어서 천정이 암암리에 침투를 했지만 천하 성역은 대놓고서 침범을 했다.
천정과 맞서기 위해 천봉, 지룡, 반귀 일족이 연합하여 항전을 했다. 이들이 천하 성역에서 천정과 싸우고 있는 주력들이었다.
“천하 성역도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니. 천정놈들은 정말 그냥 지나치는 곳이 없구나.”
채아가 석목이 하는 말을 듣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
석목의 눈에 걱정이 어렸다.
천봉 일족과 고만족이 싸우고 있으니 처지가 어떨지 걱정되었다.
석목은 천봉 일족에게 가서 종수를 만나고 싶었지만 천봉 일족은 천하 성역 중심부에 있어서 복룡성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석두, 우리 이제 어디로 가?”
석목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채아가 물었다.
“우선 오소성으로 가서 미천거원 일족을 찾아야 해. 그리고 종수를 찾으러가자.”
석목은 다시 용우비차를 불러 뒤쪽으로 날아갔다.
“석두, 너 뭐해?”
채아가 놀라며 물었다.
“천정이 이미 사람을 여기에 침투시켰어. 이 일을 목중산에게 알려야 해.”
석목이 말했다.
“너는 정말 오지랖도 넓어. 금절족이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채아가 불만이 있는 듯 중얼거렸다.
석목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금무성으로 돌아갔다.
일각 후에 석목은 빛으로 변하여 다시 금무성에서 나와 곧바로 복룡성 밖으로 날아갔다.
* * *
보름 뒤.
오소성에 자리한 가장 큰 성인 천호성(天蘆城)안,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거리를 걸어 다녔는데 어깨에는 영롱한 빛을 띤 앵무새가 한 마리 앉아있었다.
둘은 한참을 빙빙 돌다가 드디어 오소성에 도착했다.
오소성에는 요족이 가장 많았다. 성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칠 할 이상이 요족이었다.
“오소성은 꽤 크네. 동성성과 비슷한 것 같아. 어디로 가서 그 원숭이들을 찾는다는 거야? 숨어있다면서?”
채아가 전음으로 물었다.
“급하게 굴 일이 아니니까 천천히 찾아보자.”
석목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 천호성은 꽤 커 보이는데 아마 정보를 사고파는 세력도 있지 않을까? 우리, 저쪽으로 가서 물어보자. 이렇게 찾아다니면 바다에서 바늘 찾기라고.”
채아가 말했다.
석목이 눈썹을 치켜뜨며 침묵을 하다가 대답했다.
“그래.”
석목이 이제 막 누군가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 갑자기 안색을 바꾸더니 갈색 영패를 꺼내들었다. 연꽃 동자가 준 미천거원 일족의 신물이었다.
영패에서 빛이 반짝이며 어떤 반응이라도 일으키듯 은은하게 한 방향을 가리켰다.
석목은 다시 영패를 소매에 넣어두고는 곧바로 영패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에 석목은 외진 자리에 있는 상점 거리에 도착했다.
석목은 곧바로 온몸에 검은 피풍의를 두른 훤칠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영패가 더욱 격하게 흔들리며 피풍의를 두른 사람을 가리켰다.
“채아, 저 사람을 한번 봐봐.”
석목이 영패를 거두어들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채아가 대답을 하고서 기이한 빛을 반짝이며 검은 피풍의를 두른 사람을 바라보았고, 검은 피풍의가 점점 투명해지더니 안에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석목은 채아와 시야가 연결되어있어서 안색이 살짝 변하였다.
피풍의 속으로 온몸에 갈색 털이 자라난 원숭이 요족이 보였다.
석목은 원숭이 요족의 몸에서 옅은 혈맥의 기운을 느꼈다.
“미천거원! 이런 우연이!”
석목은 깜짝 놀랐다.
“운이 좋군!”
채아도 좋아하며 말했다.
석목이 어떻게 다가가서 말을 걸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갈색 거원이 갑자기 돌아서 골목에서 방향을 꺾더니 규모가 크지 않은 상점으로 들어갔다.
석목은 눈을 반짝이며 곧바로 따라가지 않고는 유유하게 걸어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