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686화 (686/916)

686화. 다시 신경과 전투를 펼치다

석목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공격했다. 여의빈철곤이 곤초에서 뽑혀 나오자 순식간에 빛이 크게 번지더니 하늘을 찌르는 곤봉 그림자로 변하여 석목의 몸 앞을 가로막았다.

곤봉과 검이 강하게 부딪쳤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변 수십 리까지 파동이 밀려가 진공 상태를 이루었다.

석목은 단숨에 수십 장 멀리까지 튕겨져 날아가 버려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석목이 두른 금룡쇄금갑은 신경 초기 강자가 날리는 공격을 거뜬히 막을 수 있었기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채아는 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 검이 다가오는 순간, 최선을 다해 도망을 쳤지만 입에서 붉은 피를 뿜었다. 검기가 내뿜는 여파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영수 주머니로 들어가.”

석목은 손을 흔들어 부드러운 빛으로 채아를 감아 영수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에 나무 속성 선급 영석도 같이 넣어주었다.

“조심해.”

채아가 힘없이 말했다.

검은 그림자도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당신은 누군가?”

석목이 싸늘한 눈으로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에서 번지던 빛이 사라지며 조금 말라 보이는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파란 전투 복식을 두르고 있었으며 눈에서 차갑고 음침한 빛을 뿜었는데 전체적으로 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몸집이 마른 청년은 석목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린 후에 몸에 파란빛을 크게 드리워 석목을 덮쳤다.

동시에 손에 든 괴이한 검에서도 파란빛이 밝아지더니 뱀 모양 검광이 튕겨져 날아와 기이한 각도에서 석목을 향해 찔러갔으며, 그 속도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러자 석목은 심각한 안색으로 여의빈철곤에 빛을 드리워 곤봉 그림자를 뿜어내어 검광을 맞았다.

탱, 탱, 탱!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검기와 곤봉 그림자의 잔영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리고 발밑의 바다마저 기승을 부렸다.

청년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공격을 하며 검법을 극치로 시전해도 석목은 버거워했지만 모든 공격을 전부 받아냈기 때문이었다.

“믿기지 않는군. 고작 성계 중기인 보잘것없는 놈이 내 영사(靈蛇) 검법을 막아내다니!”

마른 청년이 소리를 지르며 검은빛을 넓게 펼쳤다.

파란빛과 검은빛이 서로 대조를 이루며 청년은 속도가 순식간에 빨라지더니 희미한 잔영으로 변하여 석목을 빠르게 감싸고돌았다.

뱀 모양 검영이 사방팔방에서 날아와 석목을 찔렀다. 그 광경은 마치 수많은 구렁이가 달려들어 석목을 물어뜯으려는 것 같았다.

석목은 정신을 더 집중하여 여의빈철곤에 빛을 크게 드리우더니 수많은 곤봉 그림자를 빚어냈다.

곤봉 그림자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뱀 모양 검기를 막아냈으며 한 치도 오차가 없었다.

마른 청년은 얼굴에 믿기지 않는 기색이 드러났다.

청년은 몸을 비틀거리다가 멈춰 섰다.

“꽤 실력이 있는 놈이군. 괜히 그 사람이 널 신경 쓰는 게 아니었어.”

청년이 입을 열자 철편이 끌리는 것만 같은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참으로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천정의 신장 중에 한 놈인가?”

석목이 눈빛을 반짝이며 소리를 질렀다.

“알 필요 없을 텐데. 곧 죽을 테니!”

청년이 차갑게 웃으며 커다란 토템 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뱀의 허영은 머리가 아홉 개나 달렸는데 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청년이 손을 흔들자 뱀 머리가 전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거센 기운이 폭발하며 청년의 몸이 순식간에 뱀 껍질로 뒤덮였다.

청년의 등 근육은 한참 동안 꿀렁였는데 ‘퍽!’ 소리와 함께 푸른색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뱀의 몸통은 팔뚝만 했으며 길이는 반 장 정도 되어 보였다.

청년의 변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등 근육은 다시 꿀렁이더니 또 붉은 뱀이 한 마리 튀어나왔다.

퍽, 퍽, 퍽!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며 눈을 몇 번 깜짝할 사이에 청년의 등 뒤로 뱀이 아홉 마리나 나타났다.

붉은색, 주황색, 누런색, 초록색, 푸른색, 남색, 보라색……

뱀 머리는 전부 색만 다를 뿐, 조금 전에 본 토템 허영과 똑같이 생겼다.

뱀들이 청년의 등 뒤에서 미친 듯이 춤사위를 펼쳤는데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서 사라졌던 요괴가 부활한 것만 같았다.

석목은 여의빈철곤을 꽉 쥐었다.

석목이 쓰는 토템 비술도 커다란 구렁이였지만 청년이 쓰는 토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보잘 것이 없었다.

청년의 동공이 푸르게 변했다. 동공 속에서 세로로 자라난 얇은 무늬 한 줄이 싸늘하게 빛을 뿜어냈다.

순간, 청년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 석목을 덮쳤다.

석목은 눈살을 찌푸리며 막무가내로 부딪치지 않았으며 등 뒤로 흑백 날개를 펼쳐 옆으로 피했다.

마른 청년이 차갑게 웃었다. 순간, 청년의 등 뒤에서 뻗어나온 칠흑 같이 검은 뱀 한 마리가 튕기듯이 솟아오르며 석목을 향해 덮쳤다.

덮쳐 오는 검은 뱀은 입을 크게 벌려 검은빛을 뿜어냈다.

검은빛이 다가오기 전에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먼저 덮쳤는데 맹독이 담긴 빛이었다.

빛은 속도가 너무 빨라 석목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그는 빠르게 여의빈철곤을 휘둘러 빛을 막아냈다.

퍽!

검은빛이 여의빈철곤과 부딪치자 두어 번 번쩍이고는 사라졌다.

검은빛은 사라졌지만 곤봉에는 괴이한 검은색 자국이 남았다. 그 모습은 마치 뼈를 갉아 먹는 벌레가 곤봉에 바싹 붙어있는 것만 같았다.

석목은 안색이 굳어버렸다. 음침하고 차가운 기운이 검은색 자국에서 흘러나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의빈철곤이 뿜어내는 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으며 머금고 있던 위력이 빠르게 사라졌다.

여의빈철곤은 법보에 불과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재료로 제련한 것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곤봉에 흔적 하나 남긴 적이 없었는데 검은색 구렁이가 뿜어낸 빛이 이렇게 지독하다니.

석목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 손에 하얀색 화염을 만들어 여의빈철곤으로 불어넣었다.

치직!

하얀 화염이 검은색 흠집을 감싸며 지워버리려 했지만, 곤봉에 딱 붙어있는 상처는 한참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이때, 청년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석목을 쫓아왔다.

그리고 입으로 무엇인가 중얼거리더니 팔을 힘껏 흔들었다.

쾅!

바다 위에서 커다랗게 말린 파도가 석목을 향해 밀려왔다.

파도는 석목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지만 움직임을 제한했으며 청년은 빛이 번쩍이는 사이에 쫓아왔다.

그리고 괴이한 검에 빛을 번쩍이며 폭풍우가 휘몰아치듯이 공격을 시전했다.

석목은 곤봉에 난 흠집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곧바로 검을 받아치며, 동시에 금색 갑옷에 둥그런 광막을 둘렀다. 그러자 광막에서 금룡 몇 마리가 흘러 다녔다.

푹, 푹!

청년의 등 뒤에 자란 검은색과 보라색 뱀 두 마리가 공격을 했다.

검은 뱀은 여전히 검은빛을 뿜어냈으며 보라색 뱀은 팔뚝만 한 뱀 모양 번개를 날렸다. 그리고 촘촘하게 밀려오는 곤봉 그림자를 뚫고서 ‘펑!’ 소리와 함께 둥그런 광막을 부숴버리고는 석목의 가슴을 내리쳤다.

석목은 힘없이 뒤로 튕겨나가 버렸다. 구룡쇄금갑이 공격을 대부분 막아냈지만, 가슴께에서는 여전히 묵직한 통증이 느껴져 붉은 피를 한 모금을 뱉어냈다.

여의빈철곤에도 검은 자국이 한 개 더 생겼으며 빛도 한 층 어두워졌다.

석목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청년은 다시 한 번 덮쳤다. 이번에는 붉은색, 파란색, 하얀색 뱀이 공격을 했다.

붉은 화염, 파란색 빛기둥, 하얀색 허영이 동시에 날아왔다.

석목이 눈을 얇게 뜨고는 등 뒤로 흑백 날개를 크게 펼치자 순식간에 몇 배나 더 부풀었다.

그리고 허영으로 변하여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세 갈래의 공격이 빈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석목의 모습은 십 장 밖에서 나타났고, 경건한 표정을 짓는 동시에 여의빈철곤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곤봉 그림자가 줄줄이 나타났다.

수많은 금색 짐승 그림자가 줄줄이 나타나 마치 실재하는 듯이 포효하며 청년을 향해 덮쳤으며 도중에 커다란 금색 홍수를 만들어냈다.

청년은 안색이 살짝 변했지만 곧바로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손에 든 파란 괴이한 검에서 빛이 번지더니 청년의 손에서 튕겨져 날아갔다.

청년은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을 끊임없이 움직여 검결을 시전했다.

스윽!

파란 검이 손에서 튕겨져 나오자 겉에 새겨진 문양이 밝아지며 순식간에 수십 배나 자라났다.

이어서 검신이 커다란 구렁이로 변하여 청년 앞에서 몸을 감았다.

동시에 짐승의 홍수가 몰려오더니 허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질(疾)!”

청년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짚었다.

그러자 파란색 구렁이가 빠르게 덮쳐와 입에서 파란 빛기둥을 뿜어내며 짐승 무리 속으로 머리를 박았다.

구렁이는 굵직한 꼬리를 좌우로 마구 휘갈기며 맹렬한 기운을 일으켰다.

푹! 푹!

굉음과 함께 파란빛과 금빛이 수십 장 범위를 가득 채웠다.

역시나 파란색 구렁이의 힘이 한 층 더 강력했다. 금색 짐승 무리는 결국 터져버렸는데 짐승 무리 뒤에 서 있던 석목도 어딘지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청년이 잠시 어리둥절해졌을 때, 등 뒤쪽 허공에서 파동이 퍼지며 그림자 두 개가 동시에 나타났다.

두 그림자는 석목과 그의 분신이었다.

금색 곤봉 그림자와 붉은색 검광이 동시에 나타나서는 번개처럼 휘몰아치며 다가왔다.

다음 순간, 핏빛이 흩날렸다!

청년이 놀란 입을 벌린 채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수십 장 밖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안색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청년의 등 뒤에서 꿀렁이던 뱀 아홉 마리는 지금 단 네 마리만 남았다.

파란색과 검은색 뱀은 터져버렸으며, 붉은색과 보라색 뱀은 머리가 잘려나갔다.

“내 토템을 부수다니! 네가 죽어야 할 이유가 더욱 충분해졌어!”

청년이 분노에 찬 얼굴로 손을 흔들어 파란색 구렁이를 불러들였다. 구렁이가 다시 검으로 변하여 청년의 손에 닿는 순간, 곧바로 다시 석목을 향해 찔러갔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바람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리는 검기가 쏟아지듯이 빠르게 다가왔다.

이와 동시에 아래쪽 바다에서는 파란빛이 넓게 퍼지더니 공 모양 수뢰가 석목을 향해 우르르 날아왔다.

석목이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여의빈철곤이 반짝이며 손에서 사라졌다.

이어서 금색 곤봉이 석목의 손에서 나타나 끝없는 위압감을 풍겼는데 바로 번천곤이었다.

번천곤이 내뿜는 위압감으로 파란색 수뢰는 석목과 열 몇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터져버렸다.

청년은 안색이 얼어붙었다.

“이…… 이건 영보?”

물론 청년도 영보를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다만 금색 곤봉보다 뛰어난 영보를 본 적이 없었다.

번천곤이 석목의 손에서 장중한 금빛을 뿜어내자 주변 허공이 빠르게 비틀어졌다.

석목이 낮게 소리를 내며 곤봉을 휘둘렀다.

후훅!

방대한 금빛 홍수가 튕겨져 나가며 청년을 내리쳤다.

금색 홍수의 위력은 조금 전에 보았던 백수진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홍수가 지나치는 곳은 허공이 전부 찢기고 갈라졌으며 더욱 허무한 공간이 나타났다.

청년은 안색이 굳어져 빠르게 멈춰 서서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팔을 흔들어 수많은 빛을 모아 광막을 만들었다. 광막에서 파란색 부문이 빠르게 흐르더니 세차게 밀려오는 금색 홍수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광막에 적힌 부문이 뿔뿔이 터져버리며 마치 종잇장처럼 부서져 나갔다. 마치 방어력이 하나도 없는 광막 같았다.

금색 홍수는 그대로 청년을 따라잡았다.

청년은 얼굴에 광기가 일었다. 그리고 목이 찢어질 듯 소리를 내며 두 손을 휘두르자 청년의 파란 검이 튀어나와 다시 파란색 구렁이로 변하였다.

파란색 구렁이는 몸을 비틀어 청년의 몸을 빈틈없이 감싸버렸다.

구렁이가 이제 막 청년을 감아버린 순간, 금색 홍수가 요란하게 몰려와 맹수처럼 단숨에 청년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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