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화. 축전에서 일어난 변고 (2)
자정마우 일족의 장로들 수십 명은 달탄이 드리운 거대한 손바닥을 피해 법보에 빛을 드리우며 달탄의 몸을 향해 습격을 했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굵직한 번개 수십 갈래가 하늘에서 꿈틀거리면서 쏟아졌다. 뜨거운 기운이 하늘을 가리며 쏟아져 내려 달탄의 급소를 때렸다.
순간, 달탄의 몸에서 노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무칙칙하던 피부에 두터운 돌갑옷이 나타나 장로들이 날리는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이때, 달탄의 등 뒤에서는 보라색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크기가 백 장이나 되는 커다란 소의 허영이 나타났다.
커다란 쇠뿔에서 보랏빛이 반짝이더니 소용돌이가 나타나 달탄의 목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 공격은 실로 음흉하고도 포악했다. 달탄이 정면을 공격할 때, 그의 몸을 에돌아 갑자기 뒤에서 습격을 날린 것이었다.
달탄은 기습하는 걸 보지 못해 공격당했다.
쾅!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달탄의 거대한 몸집이 앞으로 쓰러져 검은 소 석상 위에 난 뿔로 뚫려버렸다.
달탄의 등과 목이 맞닿는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두 갈래 생기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방회(方誨) 장로님, 지금이에요.”
그 모습을 본 방책은 다급하게 머리가 하얗게 센 신경 장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머리가 하얗게 센 방회 장로는 눈에서 빛을 반짝이며 몸을 날려 보라색 장검을 꺼내 들고는 달탄에게 겨누었다.
달탄은 이제 막 몸을 일으키려다 뒤통수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달탄의 등 뒤에서 짧은 수염이 난 장로가 넓적한 도끼를 치켜들어 뒷목을 내리쳤다.
동시에 앞쪽에서는 방회 장로가 장검을 들고서 다가오고 있었다.
장검에는 보랏빛이 감겨 마치 소용돌이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장검에서 솟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힘이 달탄의 가슴께를 공격했다.
앞뒤로 동시에 공격을 하자 달탄은 물러날 곳이 없었다. 모두가 달탄이 죽어버릴 것이라 생각하던 찰나, 달탄이 갑자기 돌아서서 뒤에서 찍어오는 도끼 쪽을 향하다니 등 뒤를 방회에게 고스란히 내주었다.
그 모습을 보자 방회는 의문이 생겼지만 움직이길 멈추지 않고는 앞을 계속 찔렀다.
방회의 검날이 달탄을 등 뒤에서 찌르려는 순간, 검은빛이 갑자기 검 끝에서 나타나더니 ‘탱!’ 소리와 함께 검날을 막아냈다.
그리고 검은빛에서 검은 그림자가 날아 나와 방회와 전투를 벌였다.
달탄의 거대한 몸집이 돌아서는 순간, 짧은 수염이 난 장로가 두 손으로 커다란 도끼를 들고는 달탄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달탄은 잔뜩 화가 난 채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러 짧은 수염이 난 장로를 내리쳤다.
금색 주먹 그림자가 주먹 끝에서 튕겨져 나와 곧장 짧은 수염이 난 장로에게로 날아갔다.
쾅!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도끼는 빛을 반짝이더니 단번에 금색 주먹 그림자를 갈라놓고는 달탄의 가슴께로 향했다.
달탄이 재빠르게 두 팔을 교차하여 가슴 앞을 막았다.
달탄의 두 팔에서는 노란색, 푸른색, 금색 빛 세 갈래가 동시에 밝아져 도끼와 맹렬하게 부딪쳤다.
쾅!
달탄의 커다란 몸통이 도끼와 부딪쳐 날아가면서 단번에 검은 소 석상과 제단의 반쪽을 짓눌러버려 부서진 돌들이 흩날리며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짧은 수염이 난 장로는 그 모습을 보고서 기뻐하며 다시 도끼를 치켜들었다.
순간, 장로의 몸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보라색 소의 허영이 허공에 나타나 힘을 모으려는 듯이 땅에 엎드렸고, 소는 앞쪽 발 한쪽으로 끊임없이 땅을 헤집었다.
“덤벼!”
이때 짧은 수염이 난 장로가 소리를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장로의 등 뒤에 나타난 커다란 소의 허영은 마치 실재하듯이 보라색 소로 변하여 네 발로 미친 듯이 땅을 구르며 맹렬하게 달려나가 달탄과 부딪쳤다.
이때, 앞쪽에 거꾸로 누워있는 달탄의 몸에서 뜨거운 불빛이 번지더니 몸을 덮어버렸다.
순식간에 달탄의 몸이 다시 꼿꼿이 섰다.
달탄은 손에서도 불빛이 활활 타오르더니 불이 옆으로 뻗어 나가 굵은 화염 기둥을 만들었고, 다시 기둥은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섰는데 길이가 족히 백 장은 되는 것 같았다.
휙!
바람이 불어오자 달탄이 화염 기둥을 휘두르며 보라색 소를 내리쳤다.
“이건……”
짧은 수염이 난 장로는 눈에서 빛을 반짝였다. 화염 기둥이 금빛 찬란한 곤봉을 감고 있는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게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순간, 보라색 소와 화염 기둥이 강하게 부딪쳤다.
쾅!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소의 몸에서 고리 모양 파동이 줄줄이 주변으로 밀려났다.
구경꾼들은 온힘을 다해 달려가며 그 고리를 피하려 했다.
화염 기둥에서는 금빛이 밝아지더니 마구 흔들리며 투명한 금색 실들을 줄줄이 뿜어냈다.
그러자 불길이 훨씬 거세게 타올랐으며 기세 또한 갑자기 강력해져 주변을 짓눌렀다.
보라색 소는 결국 힘을 막아내지 못하고는 ‘펑!’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아니, 이건 번……”
짧은 수염이 난 장로는 찢어질 듯 벌어진 두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허나 놀라움이 끝나기도 전에 기둥이 장로의 머리를 내리쳤다. 짧은 수염이 난 장로는 활활 타오르는 화염 속에 묻혀 소리도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신혼과 함께 한 줌의 재가 되어 타버렸다.
달탄이 손목을 돌려 화염을 거두어들이자 화염 기둥도 함께 사라졌다.
“뭐하는 게냐! 빨리 죽여 버리지 않고!”
방책이 미쳐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
몇몇 장로들은 머뭇거리다가 달탄을 덮쳤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자리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장로들이 달탄에게 가까이에 다가가기도 전에 불빛이 번지더니 산처럼 거대한 화염 주먹이 촘촘하게 날아나와 별똥별처럼 몰려왔다.
장로들은 허겁지겁 피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우르릉 소리가 울려 퍼지며 허공에서 태양 같은 불길이 눈부시게 흩날렸다.
이어서 수십 갈래 그림자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자정마우족들은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으며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아무도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회 장로는 직접 나서려 했으나 검은 그림자가 앞을 막고 있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방책! 너 같은 쓰레기 녀석이 나를 기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달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질책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을 때, 제단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누군가가 내려왔다.
“방진! 이 배신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는 게냐?”
방진을 본 방책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데려왔다. 앞으로 자정마우 일족의 족장은 방진이다.”
방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달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뭐?”
방책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방진이 갖춘 실력과 자질은 너 보다 뛰어난데다가 너보다 더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니 천정은 방진을 자정마우 일족의 신임 족장으로 임명한다.”
달탄이 말했다.
방책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방진을 바라보았다.
“네가 졌어.”
방진이 비아냥거렸다.
“말도 안 돼…… 왜 저 자를 선택했지? 저 녀석은 한낱 쓰레기에 불과한데. 내가 꺾어버린 무능한 놈이라고. 저 녀석을 선택하다니. 말도……”
방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흥! 종족에서 내려오는 귀한 보물을 지니고 있지 않았더라면 과연 네 놈이 날 이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느냐? 종족이 네게 심혈을 기울이는 동안 내가 얻은 자원은 고작 얼마나 될 것 같더냐?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지? 우리는 똑같이 성계 후기야. 천부와 자질, 강인함과 부드러움, 그 어느 하나 나 보다 나은 게 뭐지?”
방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달탄 신장님, 종족이 지닌 자원 중에 절반을 기꺼이 내어드리겠습니다…… 아니, 십 분의 구, 아니…… 전부 다 천정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신장님, 족장의 자리에 앉게 해주세요. 천정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친조부님마저 배신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천정에 대한 충성을 증명할 수 없겠습니까?”
방책이 목을 놓으며 소리를 질렀다.
방책이 뱉은 말은 막강한 위력을 지닌 시한폭탄처럼 자정마우 일족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검은 그림자와 교전을 치르던 방회는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상대가 쓰는 검을 한쪽으로 밀어버리고는 다시 제단으로 날아오르자 검은 그림자는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방책!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냐!”
가까이에 다가온 왜소한 장로가 두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그랬는가? 네가 족장님을 배신했냐는 말이다!”
또 다른 장로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제단 주변에서 질타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며 그 화살은 전부 방책에게로 향했다.
“예!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 자정마우 일족은 이미 몰락한지 오래되었죠. 계속 삼대 종족을 쫓아다니면서 천정과 맞선다면 그 끝엔 죽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저 고만족부터 보세요. 천정에 귀속한 후로 얼마나 강대해졌습니까?
그리고 오래전에 전성기를 누렸던 미천거원 일족을 보시죠. 오늘날 미천거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저는 우리 종족을 위해 올바른 길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저를 따르게 되면 앞으로……”
“닥쳐!”
방책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방진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방책을 바라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천정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자정마우 일족이 이 지경까지 내몰렸을까? 피 맺힌 원한을 갚지는 못할망정 조부님까지 시해해 기꺼이 천정의 개 노릇이나 하겠다니! 근본을 잃고서 동족을 배신한 못난 놈!”
방진이 하는 말을 듣자 방책은 넋이 나가버렸으며 주변에 서 있던 장로들도 전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쪽에 서 있던 달탄 신장은 빛을 반짝이며 몸을 줄여서는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는 제단 위로 내려와 덮어 썼던 수막을 거두어들이며 골격도 변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석목? 네가 왜?”
방책이 실성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몸이 탄탄했으며 굳센 의지가 돋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또한 두 눈에서는 옅은 금색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 자는 석목이었다.
“흥! 네가 결탁한 고만족 신장으로 변신하지 않았더라면 네 입으로 직접 네가 저지른 죄를 불었을까?”
석목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날 속여? 죽여 버릴 거야!”
방책은 거의 미쳐버린 사람처럼 이성을 잃고는 소리를 지르며 석목을 덮쳤다.
순식간에 보랏빛이 번쩍이더니 방책의 등 뒤로 커다란 소의 허영이 나타나 방대하고도 거친 기운을 풍기며 석목을 덮쳤다.
“석 형, 조심해요. 저 놈은 대력우마령을 지니고 있어요.”
방진이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석목이 뒤로 반걸음 물러서서는 허리를 굽혀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방책이 덮쳐오자 곧바로 주먹을 휘갈겼다.
주먹은 튀어나오는 순간부터 점점 불어나다가 ‘훅!’ 소리와 함께 뜨거운 화염을 감았다.
화염에서 투명한 금색 줄기가 나타났으며,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이 구전현공 일곱 번째 단계를 수련한 이후 보원화력까지 더한 천봉 성염의 결정체였다. 주먹이 두른 화염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뜨거운 화염이었다.
쾅!
불주먹이 거침없이 소의 허영을 내리쳤다.
허영은 격하게 흔들리더니 조금씩 녹아내렸다.
“안 돼……”
허영 속에 있던 방책이 절대 막아낼 수 없는 뜨거운 화염의 힘을 느끼며 절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방책이 화염 속에서 타버리며 재로 변하였다.
쾅!
그리고 소 머리 모양 검은 영패가 불빛 속에서 떨어져 나왔다.
석목이 대충 훑어보니 그 위에 ‘대력우마령’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때, 석목은 무엇인가를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골짜기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희미한 은색 그림자가 골짜기 위에서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 절대 따라갈 수 없었다.
석목은 시선을 거두어들이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방책이 죽어버리자, 제단 위에는 침묵만이 흘렀으며 주변 광장마저 물을 뿌린 듯이 조용해졌다.
이때, 자정마우 일족에 유일하게 남은 신경 장로인 방회가 앞으로 걸어 나가 대력우마령을 집어 들고는 방진에게로 다가와 두 손으로 영패를 건네줬다.
“소주님, 족장 자리를 수임하시게 된 걸 축하드립니다.”
방회가 공경하는 표정을 지으며 묵직하고도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방진은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나 제단 위에 선 장로 수십 명이 전부 허리를 굽히고는 일제히 외쳤다.
“소주님, 족장의 자리를 수임하시게 된 걸 축하드립니다.”
순간, 광장에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메아리가 한참 동안 끊이질 않았다.
방진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복잡한 얼굴로 석목을 한번 쳐다보고는 영패를 받았다.
석목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은 석목이 끼어들 수 없어서 그는 분신을 거둬들인 후에 영뢰골을 떠나 안화와 채아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