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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739화 (739/916)

739화. 끝없는 천둥

석목은 바닥에 누워 점점 짙어지는 먹구름을 바라보았는데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역시나 석목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변이 생겼다!

하늘에 드리운 먹구름이 흔들리며 은빛을 줄줄이 터뜨리더니 점점 밝아져 또 새롭게 나타난 아홉 갈래 은빛이 하늘에서 쏟아졌고, 이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은색 구체는 겉면에 번개를 감은 채로 얽히고설키면서 석목의 몸을 내리쳤다.

허나 이전과 달리 이 아홉 덩이의 구체는 줄줄이 이어진 게 아니라 사방팔방에서 석목의 몸으로 몰려들었다.

석목에겐 도망갈 틈이 전혀 없어서 몸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석목은 곧바로 여러 갈래 법결을 날렸는데 두 갈래 철편이 석목의 몸 앞에서 나타났다.

그러자 철편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백 배나 커져서 두 갈래의 커다란 금색 기둥이 되어 뇌겁을 맞이했다.

쾅!

격렬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자 하늘이 은색으로 뒤덮였으며 아홉 덩이 번개가 모여들어 두 철편에 떨어지면서 터져버렸다.

그리고 철편은 곧장 번개 때문에 가루가 되어 부서졌는데 마치 막아낼 힘이 전혀 없는 물건 같았다.

철편 두 개가 찢어진 후에 아홉 덩이 번개는 여세를 몰아 곧바로 은색 번개 기둥으로 뭉쳐져서는 아래로 떨어졌다. 기둥에는 은색 번개가 맴돌았는데 번개는 석목의 정수리로 향하고 있었다.

기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까지 다가왔다!

석목은 구룡쇄금갑에 빛을 환하게 밝히며 둥그런 광막으로 몸을 감쌌다.

이 둥그런 광막은 전과 달리 훨씬 밝게 빛났으며 더욱 탄탄해 보였다. 그 위로 아홉 마리의 용의 환영이 나타났는데 한데로 모이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는 금색 구체를 뿜어내어 순식간에 커다란 빛 덩이를 이루었다.

빛 덩이가 뭉쳐진 순간, 은색 번개 기둥이 석목의 머리 가까이에서 터져버렸다.

쾅!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패기를 머금은 광풍이 석목의 주변에서 휘날리더니 사방팔방으로 밀려났다.

금색 구체는 잠깐 번개 기둥을 막아내는 듯하더니 이내 터져버려 빛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구룡쇄금갑의 둥그런 광막에 깊은 구덩이가 생겨 언제든 가볍게 터져버릴 것처럼 변했다.

또한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자 금룡의 환영들이 끊임없이 광막의 파인 곳으로 몰려들어 위쪽을 향해 몸을 부딪치며 은색 번개 기둥이 내뿜은 힘과 맞섰다.

하지만 아직 빛기둥이 내뿜은 여파가 사라지기도 전에, 짙은 구름에서 또 다시 번개가 반짝이더니 아홉 덩이 구체가 나타나 앞 다퉈 쏟아졌다.

은색 구체 아홉 개가 동시에 쏟아지자 구룡쇄금갑이 만들어낸 광막은 드디어 버티지 못한 채 끝에서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전에 떨어졌던 은색 빛기둥의 기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을 때 쯤, 새롭게 생긴 빛 덩이가 합쳐지자 다시 밝아지며 두 배로 커져서는 광막이 찢어진 부분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쾅!

대지가 격하게 흔들리며 먼지가 흩날리자 먼지 속에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먼지가 흩어지자 희미했던 그림자도 뚜렷이 드러났다.

그건 반원 모양 돌덮개 같은 것이었는데 무지개다리처럼 석목의 머리 위를 보호하고 있었다.

은색 빛기둥이 구룡쇄금갑의 둥그런 광막을 뚫어버린 후에 돌덮개 위로 떨어졌다.

석목이 두 손으로 덮개를 높이 치켜들고 있었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려 거친 숨만 몰아쉬었는데 그 모습이 몹시 고통스러워 보였다.

석목이 고개를 숙여 배에 그려진 노란색 가마 허상을 보았다. 가마 허상은 촘촘한 부문을 감고 있었는데 영력이 끝까지 치솟았으며 두텁고도 무거운 기운을 풍겼다.

노란색 가마 주변에는 크기가 비슷한 푸른색 가마 허상도 있었으며 거의 동시에 나타나 끊임없이 천지에 깃든 영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석목은 비경 속에 들어온 후로 푸른색 가마 허상이 영력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으며 머리를 보호하고 있던 돌덮개의 방어력 또한 돌갑옷보다 훨씬 강력해 조금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석목에겐 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쏟아진 은색 구체의 여파가 사라지기도 전에 또 새로운 구체들이 먹구름 속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석목은 속이 타들어갔다.

이 구체들은 끝없이 쏟아졌으며 마치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 * *

쾅!

또 다시 광풍이 휘몰아치자 석목이 받쳐 들고 있는 돌덮개 위에서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튕기며 곧 무너지기 직전이 되었다.

석목의 푸른색 가마 허상은 곧 몸에서 튀어나올 듯 했으며 사방팔방에서 흘러들어오는 영력을 빨아들였다.

이렇게 흡수한 영력은 빠르게 석목의 두 팔을 타고 돌덮개로 흘러들어갔다.

노란색 가마 허상의 빛도 점점 커지더니 구체 때문에 구멍이 뚫려버린 돌덮개를 계속 회복시켰다.

석목은 간신히 버텨내었다.

그렇게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굉음이 훨씬 촘촘한 간격으로 울려 퍼졌으며 쏟아지는 구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석목은 온힘을 다해 받아내고 있었지만 돌덮개가 회복되는 속도로 구체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쾅!

은색 구체가 쏟아지며 지핀 불이 꺼지기도 전에 또 다시 새로운 구체가 돌덮개에 떨어지자 결국 부서져버렸으며 그 아래로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석목은 이미 은색 구체 일흔 두 갈래를 막아냈다. 그리고 끊임없이 영석으로 영력을 보충했지만 끝내 영력이 전부 털려버려 다시 돌갑옷으로 덮개를 만들려고 해도 영력이 부족하여 만들 수 없었다.

석목이 불 속성 선급 영석을 꺼내자 푸른색 영력이 석목의 몸속으로 빠르게 흘러들어갔다.

퍽!

이때, 어둡던 하늘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며 먹구름을 하얗게 물들였다가 다시 번개 구체 아홉 덩이를 쏟아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던 석목은 동공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이 아홉 덩이 구체는 이전보다 두 배나 컸으며 겉면에서 번개 뱀이 긴 채찍처럼 구체를 감고 있었다.

석목은 눈에 결연한 빛이 스쳤으며 손에서 하얀색 골편 수십 개와 붉은 깃발을 연이어 꺼내 주변 바닥에 떨어뜨렸다.

비록 석목은 영력을 약간이나마 회복했지만 어쨌든 턱없이 부족했기에 다른 방어 수단을 꺼내서 쓸 수도 없었다. 심지어 구룡쇄금갑의 둥그런 광막마저 펼칠 수 없게 되었다.

다급한 마음에 석목은 간단하게 방어 진법을 펼친 후에 쏟아지는 구체를 막아내려 했다.

하얀 골편과 붉은색 깃발이 바닥에 꽂히는 순간,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서로 이어지더니 석목의 머리 위에 둥그렇고 붉은 광막을 펼쳤다.

광막이 펼쳐지는 순간, 구체가 교룡으로 변하여 꿈틀거리며 내려왔고, 방대한 위압감을 풍기며 붉은 광막으로 떨어졌다.

펑!

붉은 광막에 구체가 떨어지는 순간, 광막은 안개처럼 흩어졌으며 골편과 붉은색 깃발도 검게 타버렸다.

이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게 된 은색 구체는 한 알 한 알 석목에게로 떨어져 은색 번개가 되어 터져버렸다.

하늘을 뒤덮은 은빛이 휘몰아치더니 석목을 빛 속으로 감춰버렸다.

“으아!”

처량한 소리가 하늘에서 울렸다가 사라졌다.

아홉 덩이 구체가 석목을 층층이 감쌌으며 번개들이 석목의 몸을 뚫고서 지나갔다. 석목은 죽일 듯이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부러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콩알 같은 땀방울이 석목의 이마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아직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여 사라져버렸다.

번개 구체가 석목을 뚫고 지나가는 순간, 석목의 가슴에서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금색 빛 네 갈래가 동시에 밝아지더니 가마 네 개가 석목의 몸에서 튀어나와 빛을 뿜어냈다.

석목의 가슴에서 푸른 가마 허상이 빛을 반짝이며 붉은 가마 허상으로 영력을 흘려보내 붉은 가마도 빛을 번쩍였다.

이어서 붉은 가마가 다시 노란 가마 허상에 붉은 영력을 흘려보내자 노란 가마도 빛이 몇 배나 더 밝아졌다.

노란 영력은 그렇게 다시 금색 가마 허상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과정은 구전현공의 힘이 서로 이어져 본능에 따라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때마침 오행의 흐름인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이라는 근본적인 법칙을 따르는 것이었다.

윙!

석목이 벌떡 일어서자 금색 가마의 겉면에서 금빛이 번지더니 부문이 맴돌았고, 허상이 실재하듯이 뭉쳐 금빛 가마로 변해 석목의 몸에서 빠져나와 가슴 앞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가마에 무늬가 나타나자 석목을 감싸고 있던 번개가 마치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미치듯이 금빛 가마로 몰려들었다.

칙, 칙!

가마가 천천히 움직이며 밑 빠진 독처럼 주변에 있던 모든 번개를 흡수했다.

번개가 끊임없이 흘러들어가자 금색 가마는 빛이 점점 밝아졌으며 무늬도 짙어져 실재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다.

금빛 가마가 번개를 흡수하고 있었지만 석목이 받는 고통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몸에서 흐르는 금색 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기운을 머금은 채 끊임없이 석목의 몸으로 흡수되어 사지와 몸 곳곳의 근맥으로 흘러들어갔다.

피부와 근육이 극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석목은 이를 악물고 쓰러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으며 몸에서 흐르던 번개도 전부 사라져버렸다.

석목의 가슴과 복부에 나타났던 다른 가마 허상은 사라졌으며 금빛 가마만 천천히 밖에서 맴돌고 있었다.

가마 위에는 번개가 흘러넘쳤는데 보아하니 담을 수 있는 한계치를 초과한 것 같아 이제 번개가 더 흘러 들어가면 터져버리고 말 터였다.

이때, 하늘에서 빛이 밝아지며 짙은 먹구름 사이에 균열이 찢어지더니 햇빛 한 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먹구름이 흩어지자 하늘이 다시 맑게 개었다.

은색 빛 덩이가 여든 한 갈래나 쏟아진 후에야 공격을 멈추었다.

석목은 거친 숨을 뱉어내며 바닥에 주저앉아 영석을 꽉 쥐고는 빠르게 영력을 회복했다.

영력이 흘러들어오자 몸이 훨씬 편안해졌으며 가슴에서 맴돌고 있던 금색 가마도 천천히 멈추고는 다시 석목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 뇌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반시진 후에 석목의 영력이 거의 다 회복되었을 때, 백원왕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리자 석목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석목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하늘은 맑게 개어있어 뇌겁이 쏟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때, 다섯 방향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오색찬란한 구름이 날아와 석목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은 눈살을 찌푸렸다.

석목이 눈에 금빛을 반짝이며 구름 속을 올려다보았는데 구름 속에는 얇은 전류가 끊임없이 흘렀다. 그러나 흐르는 전류엔 위력이 전혀 없어보였다.

하지만 석목은 방심하지 않았으며 몸속의 영력이 칠, 팔 할 정도 회복되었을 때, 영해속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이때, 오색구름이 갑자기 소용돌이치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쾅!

하늘의 문이 열린 듯이 맑게 갠 하늘이 찢어지며 오색구름이 갈라져 둥그런 구멍 다섯 개가 나타났다.

고개를 들어 둥그런 구멍을 바라보니 마치 누군가가 아래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은 번개 맹수가 다섯 구멍을 통해 싸늘한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덤벼!”

석목이 낮게 소리를 지르며 번천곤을 꺼내들었다.

한 손에 곤봉을 잡고서 다른 한 손으로 천기곤초를 꺼내 번천곤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번천곤이 천기곤초에 끼워진 채로 금빛을 뿜어냈다.

시간이 천 년이나 흘러서야 이 천작지합(天作之合)의 두 보물이 드디어 합쳐졌다.

번천곤을 천기곤초에 끼우자 천지 영기가 흐르는 규칙이 곧바로 깨져버렸으며 수많은 천지 영기가 빠른 속도로 번천곤으로 몰려갔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은 손으로 옆구리를 문질렀다. 그러자 색깔이 다양한 영석들이 바닥에 한가득 쏟아졌다.

상급 영석도 있었으며 최상급 영석도 있었는데 심지어 선급 영석도 있었다.

탱!

번천곤이 곡선을 그리며 영석 더미를 찔렀다.

영석 더미에서 빛이 밝아지더니 영력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 번천곤 주변에 성운과 같은 파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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