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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740화 (740/916)

740화. 빠른 회복

번천곤은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사내가 음식을 본 것처럼 미친 듯이 영석에 깃든 천지 영기들을 삼켰다.

여의빈철곤을 끼워 넣었을 때와 달리 천기곤초에 새겨진 다양한 꽃무늬가 번천곤에 새겨진 부문들과 맞닿게 되자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보였다.

천기곤초의 금빛도 더욱 단단해졌으며 영력을 빨아들이는 속도 역시 훨씬 빨라졌다.

번천곤에서 흘러나오는 영기가 점점 많아질수록 석목의 얼굴도 점점 밝아졌다.

이때, 오색구름이 다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오색구름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전처럼 들끓지는 않았으며 커다란 다섯 구멍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커다란 구멍들에는 각각 색이 다른 번개 구체가 나타났으며 구체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어 유난히 눈부셨다. 번개 구체들은 가운데 검고도 짙은 빛이 감돌았다.

석목은 번개 구체들의 모양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는데 정말로 흉수의 눈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오색 번개 구체에서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흘러나왔다.

석목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아 몸을 격하게 떨었으며 밟고 있던 땅마저 북소리 때문에 흔들렸다.

석목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오색 번개 구체가 북소리를 따라 점점 커지고 있었다.

쿵! 쿵! 쿵!

굉음은 끊임없이 울려 퍼졌으며 찬란한 번개 구체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불어났다.

이때, ‘쿵, 쿵!’대던 소리가 갑자기 멈춰버렸다.

비경 속은 낮게 흘러 다니는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기이한 고요 속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석목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이건 폭풍이 휘몰아치기 전에 감도는 고요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쿵!

짧고 굵은 소리였다.

하늘이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다섯 번개 구체가 동시에 폭발하였다.

백 장이나 되는 번개 기둥 다섯 갈래가 곧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석목은 영력을 움직여 구전현공을 시전하였는데 가슴에 네 개의 가마 허상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으흑!”

석목이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금색 가마 허상이 나타나는 순간, 그 속에서부터 은색 번개가 흘러 마비가 될 정도로 석목을 내리쳤다.

“역시……”

석목이 고개를 흔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금색 가마는 조금 전에 너무 많은 번개의 힘을 빨아들여서 아직 철저히 흡수하고 녹이질 못해 다시 강제로 가마를 빨아들이면 더 고통스럽기만 할 터였다.

쿵!

충분히 힘을 모은 오색 번개 기둥이 드디어 쏟아져 내렸다.

허공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공기가 오색 기둥에 짓눌리자 ‘칙, 칙!’대는 소리가 울렸다.

석목은 번천곤을 바라보았는데 번천곤에선 끊임없이 빛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보니 아마도 아직 영력을 충분히 쌓지 못한 것 같았다.

석목은 다시 쏟아지는 번개 기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석목의 눈에서는 미치광이 같은 기색이 스쳤다.

“하!”

석목은 몸에 금빛을 크게 드리웠다.

입에서는 읊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가슴에 토템의 빛이 크게 번지더니 흉악하고 창망한 기운이 석목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이어서 금빛이 반짝이며 석목의 몸에 비늘이 층층이 드리우더니 그대로 몸을 감쌌다.

이와 동시에 커다란 빛이 석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등 뒤가 흐릿해지더니 허공에 커다란 구수흉망(九首凶蟒)의 환영이 나타났다.

허나 구렁이라기보다는 교룡에 가까웠는데 아홉 머리는 매우 흉악스러웠고, 커다란 몸통은 용처럼 미친 듯이 꿈틀거리면서 오색 빛기둥을 찢으려고 했다.

방대한 힘의 파동이 구수흉망에게서 흘러나오자 석목은 기운이 폭발했다. 그리고 막강한 생기가 토템의 문양에서 흘러나와 석목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편안하고 따뜻한 기류가 몸과 사지에서 흘러 다니다가 다시 단전 속으로 흘러가자 몸속에 누적되었던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덤벼!”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영력을 전부 시전하자 구수흉망의 기세가 터져 나왔고, 머리들은 전부 입을 크게 벌리고는 다섯 갈래 번개 기둥을 물어뜯었다.

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구렁이의 아홉 머리 중 다섯이, 다섯 갈래 번개 기둥과 강하게 부딪쳤다.

방대한 번개 기류가 순식간에 구렁이의 환영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곧바로 석목의 두 다리로 쏟아져서 순간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구렁이와 부딪친 오색 번개 기둥은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았다.

우르릉!

굉음과 함께 온 공간이 흔들렸다.

족히 십 리나 되는 범위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오색 번개 기둥이 터져나가자 순식간에 부서져버렸다.

노란색 모래 바람이 용솟음치며 온 하늘을 가렸고, 허공에 떠다니던 먼지에도 오색 번개가 흘렀다.

대략 일주향이 흐르자 흩날리던 모래 바람이 가라앉았으며 산산조각이 난 대지가 드러났다.

원래 비경 속에 자리했던 평평한 땅은 깊이가 수십 장인 커다란 구덩이로 변하였다.

깊은 구덩이 안에는 다섯 갈래 빛기둥이 서 있었으며 그 위에는 뱀 같은 오색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깊은 구덩이 밑바닥 가운데엔 부서진 돌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었고, 돌 주변에는 다섯 갈래 흉망의 허영이 엎드려있었는데 모두 기둥에 짓눌려있었다.

흉망은 온 힘을 다해 허우적거렸지만 차마 벗어날 수 없었다.

뿌드득!

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이때 돌 더미가 갑자기 불룩 튀어나오더니 부서진 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커다란 음영이 나타났다. 그 그림자는 네 갈래 흉망의 허영이 하나로 뭉친 것이었다.

흉망의 허영 밑에는 석목이 있었다.

석목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으나 석목이 아직 제대로 일어서기도 전에 다섯 갈래 번개 기둥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수백 갈래 뱀 모양 번개가 흘러나와 허공에서 연결되어 커다란 오색 번개로 변하였다.

그 번개 위에는 빛이 흐르고 있어 아름다워 보였지만 실은 매우 위험했다.

칙! 칙!

번개 그물에서 전류가 흐르며 얇고 작은 번개 뱀들 수천, 수만 갈래가 쏟아지는 비처럼 그물에서 떨어져 석목의 몸을 공격했다.

“으아……”

수많은 번개가 석목의 살을 뚫고 흘러 다니며 마음껏 석목의 몸통을 찢고 뭉개는 것 같았다. 석목은 얇은 번개에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순간, 다섯 번개 기둥에서 빛이 번쩍이며 굵은 번개가 뿜어져 나와 오색 번개를 이루어 석목에게로 향했다.

곁눈으로 그 광경을 본 석목은 깜짝 놀랐다.

석목은 고통을 참으며 다급하게 흉망의 허영 네 갈래를 휘둘러 오색 번개를 받아냈다.

그 중 가장 앞에 있던 흉망 허영의 머리에서 금색 외뿔이 튀어나와 오색 번개를 내리쳤다.

오색 번개는 쏟아지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전류가 흘러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석목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때, 찬란한 오색 번개 그물이 파도처럼 몰려와 다양한 색이 용솟음치면서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오색 번개 기둥에서 윙윙 소리가 흘러 나왔다.

쾅!

이때 오색 번개 기둥과 번개 그물이 동시에 터져버렸다.

하얀 기류가 구덩이의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며 검게 타버린 흙들이 옆으로 흩어져 백 장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구덩이 속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자 다양한 번개는 마치 들끓는 물처럼 깊은 구덩이에서 용솟음쳤다.

다섯 갈래 오색 번개 기둥이 터지는 순간, 짓눌렸던 흉망의 허영도 동시에 부서졌으며 나머지 흉망의 허영 네 마리가 석목의 몸을 꽁꽁 감쌌다.

번개 그물이 터지더니 작은 칼날 천만 자루가 일제히 석목에게로 향했다.

석목을 감싸고 있던 흉망의 허영이 쏟아지는 칼날들을 막아냈다.

흉망의 허영은 석목의 몸을 감싼 채, 머리 네 개를 높이 들어 올려 얇은 칼날들을 물어뜯었다.

네 갈래 흉망의 그림자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단번에 칼날 수백 갈래들을 삼켜버렸다.

흉망의 허영은 입에서 번개가 용솟음치더니 목과 가슴 부위가 찢어져버렸다.

몸에 구멍이 뚫리자 빛이 번쩍거리면서 기운이 차차 사라져버렸다.

번개 칼날이 종횡으로 휘날리며 흉망의 허영을 층층이 잘라버렸다.

“으아!”

흉망의 허영이 더는 지켜주지 못하자 석목의 몸통도 순식간에 칼날에 노출되었고, 번개 칼날이 갈라져 내려와 석목의 피부를 휘갈기자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개 칼날이 휘날리며 구룡쇄금갑이 지키고 있는 몸의 일부를 제외한 다른 부위를 지키던 금색 비늘 갑옷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리고 붉은 피가 석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붉게 물들였다.

찢어진 비늘 부스러기는 피 묻은 흙덩이에 파묻혔다.

석목은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피범벅이 된 살로 몸을 한층 덮은 것 같았다.

급소는 구룡쇄금갑으로 보호하고 있었지만 계속 이렇게 지혈을 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하게 될 터였다.

심지어 구룡쇄금갑도 번개 칼날 천만 갈래 때문에 파손되었다.

퍽!

왼쪽 어깨에 두른 갑옷에 얇은 균열이 생겼으며 몇 갈래 번개가 찢어진 부위를 타고서 석목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순간, 피가 석목의 어깨에서 뿜어져 나왔다.

석목의 눈은 이미 붉게 물들었으며 몸이 마비되어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석목이 두 손으로 땅을 짚자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왔고, 그는 이를 꽉 악물고서 뼈를 뭉개는 듯한 고통을 참아내었다.

구덩이 속 공기에서 탄내가 흘러 나왔는데 그건 석목의 피와 살이 번개에 타버려 풍기는 냄새였다.

석목은 고통을 참을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강인해졌으며 정신도 유난히 맑았다.

그는 이를 너무 꽉 악물고 있어 잇몸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이마에는 땀방울조차 맺히지 않았다. 그리고 석목은 살이 타면서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번개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석목은 고통을 견디면서 영석으로 끊임없이 영력을 보충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석목의 복부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텅텅 비어있던 단전의 영해 속에 갑자기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나 시계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천지에 남아있던 영력이 그 속으로 몰려들었다.

석목은 곧바로 눈을 감고서 몸속을 들여다보았다.

영해 속에는 검은 허영이 나타났는데 그 모습은 토템 비술이 소환한 구수흉망과 똑같이 생겼다. 이건 바로 석목이 예전에 몸속에 봉인했던 삼수흉망이 진화한 수혼이었다.

이때, 아홉 마리 흉망이 전부 입을 크게 벌린 채 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영력을 흡수했다.

그제야 석목은 천천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순간, 복부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강력한 흡인력으로 인하여 번개 칼날마저 석목의 영해 속으로 흘러들어가 구수흉망과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소리 없는 교전을 거친 후에 석목은 무릎을 꿇은 채 땅에 쓰러져버렸다.

석목의 영해 속은 마치 칼날이 수천, 수만 개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았으며 그 고통은 육신에서 오는 그 어떠한 고통보다 강렬했다. 평범한 사람은 이런 고통을 맛볼 기회도 없거니와 있다고 해도 절대 참아내지 못할 터였다.

석목이 극한에 도달했을 때, 그의 영해 속에서 강렬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구수흉망의 수혼이 번개 칼날의 연이은 공격을 받으며 검은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터져버렸다.

막강한 기운이 석목의 몸에서 흘러나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번개를 전부 쓸어버렸고, 깊은 구덩이 속엔 또 다시 먼지만 흩날렸다.

뇌겁을 간신히 막아낸 것이었다.

석목은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손에 영석을 쥐고는 빠르게 회복을 했다.

석목의 가슴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또다시 작은 가마 허영이 나타났다.

석목의 가슴과 복부의 상처가 나무로 변하더니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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