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753화 (753/916)

753화. 비약적인 발전

대장로는 느릿느릿 말을 이으며 신경에 올라서 얻은 깨달음과 스스로 깨우친 법칙의 힘에 대해 가감 없이 알려주었다.

“……신경 중기에 오르면 신체를 단련하여 본명 원신을 양생시키는데, 만약 법칙의 오묘한 힘을 약간이라도 깨닫게 된다면 본명 원신을 연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족장님은 오래 전부터 수많은 불속성 공법을 연마했으니 분명 불의 법칙을 독특하게 깨달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화염 신통을 몇 가지 더 수련하여 그 곁가지들까지 깨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대장로는 장장 반 시진이나 끊이지 않고서 말을 이어 나갔다.

석목은 한참 동안 침묵에 잠겼다가 일어서서는 허리 굽혀 인사를 올렸다.

“대장로님의 가르침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반 시진 동안 석목은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까지 석목은 신경 초기까지 수련을 했지만 뒤에 어찌 수련을 할지 생각을 하면 여전히 앞이 캄캄했으며 법칙의 힘에 대해선 더욱 아는 바가 없었다.

이때 대장로의 가르침이 찾아와 석목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수련자에게 깨우침이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생 이룬 성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사제나 부자 사이일지라도 그 깨우침을 쉽게 알려주지 못했다.

석목은 은혜를 꼭 갚는 사람이므로 대장로의 은혜를 마음속 깊이에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수련을 하면서 깨우친 아주 옅은 지식일 뿐이지요. 도움을 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대장로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아 보였다.

대장로가 원하는 것 또한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족장님, 더 물어보실 게 없다면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대장로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 나갔다.

대장로를 보낸 후에 석목은 조용히 앉아 법결을 날려 파란 광막으로 방을 감쌌다.

“석두, 호천성염을 보여줘.”

채아가 날아와 입으로 옥간을 물었다.

채아는 아직 신경에 이르지 못했으며 법칙에 대해서는 더욱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방금 대장로가 전해준 말은 석목이 듣기에 매우 귀한 말씀이었지만 채아에게는 무자천서(*無字天書: 글이 적히지 않은 책)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채아는 답답함을 참으며 반 시진이나 옥간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더니 곧 잠이 들 것만 같았다.

“하하, 역시 호천성염이군! 너무 좋다!”

채아가 신식으로 옥간을 훑어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법칙이든 뭐든 간에 채아에게는 이 옥간에 적힌 게 호천성염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조용히 좀 해봐!”

석목이 고개를 흔들며 채아의 입에서 옥간을 빼앗았다.

“석두, 넌 꼭 이 신통을 수련해야만 해. 내가 힘이 되어줄게. 그리고 얼마 후면 너는 이 신통을 대성까지 수련할 거야.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신경을 돌파하겠지.”

채아가 말했다.

석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석목은 대장로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니 채아가 아니더라도 이 신통을 수련할 생각이었다.

하물며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천정과 싸워야했다. 그러니 아는 신통이 하나씩 많아질수록 이길 확률도 높아졌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 반나절이 지났다.

석목은 두 손을 움직여 가슴 앞에서 맞잡더니 이상한 화염 모양 손도장을 만들었다.

그러자 양의 화염인 하얀 불이 석목의 손에 나타났다.

석목의 몸에서 선명한 노란빛이 서서히 떠올라 두 손으로 모이며 양의 화염과 합쳐졌다.

그러자 양의 화염이 밝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채아는 한쪽에 서서 눈에 빛을 반짝이면서 석목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순식간에 열흘이 넘게 흘렀다.

그동안 석목은 계속 한 가지 동작만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바닥에 이는 순백색 화염은 이미 완전히 밝은 노란색으로 변하여 가볍게 튕기고 있었다.

비록 주먹 하나에 불과한 크기였지만 화염에선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와 방 안이 마치 용암 속에 뒤덮인 것만 같았다.

다시 눈을 뜬 석목은 얼굴에 기쁨이 어려 있었다.

열흘이 넘는 시간을 들여서야 마침내 호천성염을 응결한 것이었다.

호천성염을 익히는 데 이제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다행히 석목은 불속성 공법을 많이 수련했고, 구전현공으로 양의 화염과 불의 힘을 수련하며 화염을 많이 깨달아 빠르게 신통을 익힐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어도 일 년 반은 더 지나서야 비로소 호천성염에 입문할 수 있었을 터였다.

“석두, 호천성염을 입문했으니 쌍생지화를 융합해볼까?”

보름이나 기다린 채아는 속이 간질거려 재빠르게 석목에게 날아가 소리를 질렀다.

“그래.”

석목도 음양 극변이 몹시 궁금했던 터라 곧바로 채아가 하는 말을 따랐다.

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입을 벌려 은은한 푸른색 화염을 뿜어냈다.

그러자 푸르스름한 요화에서 뜨거운 기운이 풍겼지만 무엇 때문인지 사람에겐 서늘한 느낌을 주었다.

의외인 현상이 펼쳐지자 석목은 눈썹을 치켜떴다.

석목은 채아가 전투를 펼치는 걸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채아가 공격을 하며 시전했던 화염은 매우 대단한 칠색 화염이라 석목은 그게 채아의 요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았다.

푸르스름한 요화가 천천히 날아와 호천성염과 부딪쳤다.

석목은 마음을 추스르고 머릿속 잡념을 떨쳐버리고는 두 가지 쌍생화염에 어떤 극변이 일어나는지 바라보았다.

호천성염과 건원요화가 부딪히는 순간, 동시에 흔들렸다.

이어서 두 가지 화염은 마치 음양처럼 서로 엉키더니 서서히 어우러졌다.

석목과 채아는 눈을 부릅뜨고서 두 가지 화염을 바라보았다.

‘픽, 픽’ 소리와 함께 노랗고 푸른 화염이 서서히 융합되면서 절반은 회색에 절반은 하얀색인 화염으로 변하였다.

회백색 화염은 한참 동안 용솟음치더니 갑자기 모든 걸 삼킬 듯한 힘을 내보내어 주변의 천지 영기를 빨아들여 회백색 화염 속으로 녹아들게 만들었다.

석목의 진기도 물길을 트듯 회백색 화염에 휩싸여 버려 석목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채아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석목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 같았다.

이 삼킬 듯한 힘은 비할 바 없이 강력하여 불과 몇 번 호흡을 하는 동안 석목의 진기를 삼할이나 빨아들여 버렸다.

채아의 신음소리도 들려왔는데 고통스러워보였다.

석목은 신식으로 채아를 훑었다.

채아는 고작 성계 정상이라 몸속에 깃든 요력이 석목보다 많이 약했다. 그래서 채아의 요력은 이미 바닥을 보였다.

석목은 깜짝 놀라 곧바로 호천성염을 거두어들였다.

회백색 화염은 마치 채아의 상태를 파악이라도 한 듯이 삼킬 듯한 힘을 순식간에 거두어버렸다. 그리고 맹렬하게 부풀더니 화염 안이 끊임없이 들끓었다.

이어서 ‘쾅!’ 소리와 함께 회백색 화염이 다시 호천성염과 건원요화로 분리되어 각각 석목과 채아에게로 날아갔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강적을 만났을 때만 나타나던 무거운 표정도 사라졌으며 채아는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

석목은 처음엔 넋을 놓다가 한 손을 흔들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호천성염을 멈춰 세웠다.

호천성염 쪽으로 시선을 던진 석목은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엄청난 힘을 들여 만든 주먹만 한 호천성염이 생각지도 못하게 커져서 크기가 족히 두 배는 더 불어났다.

이 호천성염은 평범한 화염 공법 신통이 아니라 갈수록 응결하기 더욱 힘겨워질 터였다. 그리고 기회와 인연이 맞물렸을 때 많은 시간을 들여 수련을 해야만 발전을 시킬 수 있었다.

채아의 건원요화도 두 배나 커져서 입으로 향했다.

채아가 건원요화를 빨아들이자 몸에서 광채가 흐르더니 머리 위에 난 깃털이 더욱 선명하게 변했으며 눈에도 영롱한 빛이 떠올랐다.

“역시! 호천성염과 건원요화는 쌍생지화였어. 이런 신기한 극변을 일으키다니!”

채아는 요수의 기운이 전부 털려 버렸지만 몸속에 깃든 요화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석목도 기분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석목은 앞에 떠 있는 호천성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두 배는 더 커진 것 같았다.

적어도 석목이 일 년 동안 고생을 해서 이룰 수준과 맞먹었다.

채아가 미리 알려준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그래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도 예상 밖이었다.

양의쌍생(兩儀雙生), 음양극변, 이건 천지조화의 신통 비술에서 기인한 힘으로 그 안에 담긴 끝없는 신묘함은 아무도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이런 급변이 단 한 번만 일어나는지, 여러 번 반복될 수 있는 것인지 그 점이 궁금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석목은 고개를 들어 채아를 바라보았다. 물론 채아도 때마침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채아, 빨리 원기를 회복해. 우리 다시 한 번 해보자.”

석목이 침묵을 깨며 채아에게 영석 주머니를 던져주었다.

채아는 영석을 입 안으로 잔뜩 집어삼킨 후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공법을 시전하여 원기를 회복했다.

석목도 한 손으로 호천성염을 거두어들이며 영석 몇 개를 꺼내 두 눈을 감고는 소모된 진기를 회복했다.

* * *

한 시진 만에 석목과 채아는 이미 원기를 다 회복했다.

둘이 눈을 마주친 순간, 석목은 공법을 시전하여 호천성염을 날렸고, 채아도 건원요화를 내뿜었다.

석목은 정신을 가다듬고서 공법을 시전하며 허공에 드리운 호천성염이 어떻게 건원요화에게로 조금씩 다가가는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두 가지 화염이 부딪치면서 다시금 익숙한 장면이 일어났다.

두 화염은 한바탕 휘감긴 후에 서로 엉키더니 천천히 융합되면서 회백색 화염으로 변하였다.

그제야 석목은 긴장을 풀었다.

지금까지 보면 이런 극변을 일으키는 건 횟수가 제한되지 않는 것 같았다.

채아는 눈에 빛을 뿜었다. 만약 수련을 하는 중이 아니었더라면 채아는 또 흥분하여 날아다녔을 터였다.

회백색 화염이 응결되자 또 다시 보이지 않는 힘이 석목과 채아의 원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채아의 몸 안에 깃든 요력이 바닥을 드러내자 회백색 화염도 삼키기를 멈췄으며 화염은 다시 둘로 나뉘어 호천성염과 건원요화로 갈라졌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크기가 족히 두 배나 더 커졌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 호천성염을 거두어들인 후에 생각을 정리했다.

호천성염은 입문, 소성, 대성, 원만 등 네 경지로 나뉘는데 지금 상황은 이미 완전히 입문을 끝내 소성을 이루기까지 멀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수련 속도는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채아, 원기를 회복한 후에 계속 수련하자!”

석목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벅차오르는 기분을 억눌렀다. 그리고 갖고 있던 영석을 절반이나 채아에게 주면서 말했다.

전투가 펼쳐지는 전방에 도착하려면 아직 며칠이 더 걸리니 그때까지 가능한 빨리 호천성염의 위력을 끌어올려야만 했다.

채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보름 동안 석목은 단 한 발자국도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대장로와 족장들이 수차례 석목을 찾아왔지만 석목이 머물고 있는 방의 문은 닫혀 있었으며 금제도 드리워져 있었다.

족장들은 안쪽에서 세찬 기운 파동이 흘러나오는 광경을 보고는 석목이 무슨 공법을 수련하고 있으리라 짐작하여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

그 사이 전함 다섯 척은 평온하게 전진하며 마침내 전방에 자리한 묵운성(墨隕星)이라는 행성에 도착했다.

적봉 장로의 성배에 남아있던 기억에 따르면 삼대 종족은 예전에 이 행성에 주둔했었다.

전함은 곧바로 행성에 착륙하지 않고 인근에 자리한 성운에서 멈췄다.

“이미 전방에 도착했는데 맹주님은 여전히 폐관 수련을 하고 계시군요. 대 장로님, 다시 가볼까요?”

연합의 여러 신경들이 모여서 석목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말지 논의하고 있었다.

“맹주님은 아마 방에서 어떤 비술을 수련하시는 중인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들어간다면……”

안화가 망설이며 말했다.

“이미 최전방에 도착했어요. 오는 동안 천정의 세력들이 남긴 종적도 적잖게 발견했지요. 전쟁은 언제든 터질 수 있습니다. 시급한 일이니 제가 가서 맹주님을 부르겠습니다.”

대장로가 침묵을 깼다.

대장로는 석목이 호천성염을 수련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이 같은 상고 신통을 수련하는 건 매우 어려운데 예상 밖으로 석목은 수련에 푹 빠져있었다.

다른 신경 강자들도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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