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9화. 유화조석
“맹주님!”
다들 석목에게로 모여들었다.
“석 맹주, 드디어 나오셨군요.”
“맹주님, 괜찮으시죠? 유화조석은 매우 위험한 곳이에요. 이렇게 들어가시면 어떡합니까?”
“맹주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연합은 끝입니다.”
신경 존재들은 한참 동안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잔소리는 전부 석목을 걱정하는 말이었다.
석목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맹주님이 안전하게 나왔으니 이제 다들 전함으로 돌아가세요. 유화조석은 이미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보아하니 곧 지나가겠군요. 우리는 어서 빨리 출발해야겠습니다.”
석목이 이 일에 대해 깊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눈치 챈 대장로가 앞으로 걸어 나와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이 유화조석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화조석의 규모는 확실히 이전보다 작아졌다. 하지만 유화조석 안에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연합을 한 사람들은 대장로가 하는 말을 잘 따르는 편이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떠나려고 했다.
“시간이 없어요. 계속 기다리지 마시고 우선 돌아가서 각자 준비하시죠. 잠시 후에 제가 방법을 찾아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유화조석을 뚫고 지나갈 겁니다.”
흩어지려던 사람들은 석목이 하는 말을 듣자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은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유화조석이 얼마나 무서운지 일행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혼자 뚫고 지나가기도 어려울 텐데 전함 다섯 척을 끌고 지나가겠다니.
“맹주님, 우리가 맹주님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저건 유화조석이에요. 정말로 뚫고 지나가시겠단 말씀입니까?”
한 신경 강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물론이죠. 우선 가서 준비하세요.”
석목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장로는 석목을 훑어보고는 예민하게 석목에게서 일어난 커다란 변화를 감지했다. 그리고 석목이 아마 유화조석에서 큰 수확을 얻었으리라 짐작을 한 대장로는 속으로 매우 좋아했다.
석목의 실력이 강해질수록 좋은 일인 건 틀림이 없었다.
석목이 확신에 찬 투로 말하자 다들 아무 말 없이 각자 전함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안화만 돌아가지 않은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석 형, 정말 죄송하군요. 저 때문에 유화조석에서 모험을 하셨네요.”
안화가 멋쩍게 말했다.
“아니네. 이 유화조석은 아무것도 아니니.”
석목이 후후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눈에 아쉬운 기색이 어린 채 손을 흔들어 호천현화번을 꺼냈다.
안화는 호천현화번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파동을 느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 형, 이 세 고번은 이름이 호천현화번이네. 위력이 매우 대단한 영보라 내가 수련한 공법과도 엄청 잘 어울렸지. 이 현화번 세 개만 있으면 내 실력이 눈에 띄게 강해질 걸세. 무례를 범해서 미안하지만 혹시 이 고번 세 개를 나에게 양보해줄 수 있는가? 자네가 괜찮다고 하면 그 어떤 대가도 치를 의향이 있네.”
석목이 망설이다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안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안화가 멈칫했다.
“물론, 안 형이 싫다고 한다면 이 말은 없었던 셈 치지.”
석목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 말을 듣던 안화는 미소를 지었다.
“석 형, 그런 말씀 마세요. 이 법보는 제가 우연히 얻은 물건입니다. 그리고 석 형이 복구를 시켰으니 만약 이 법보가 석 형에게 어울린다면 그냥 가져가시면 됩니다. 우리 사이에 값을 치르다니요. 게다가 석 형은 우리 연합을 이끄는 맹주잖습니까? 외적을 물리치고 천하 성역을 되찾을 중임을 지고 계시니 저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안화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석목은 매우 좋아했다.
“안 형, 이렇게 아낌없이 양보해주다니 너무 고맙네! 이렇게 하지. 이 물건들과 호천현화번을 교환하겠네.”
석목은 안화에게 보관용 주머니를 하나 건넸다.
석목은 이미 교환할 물건들을 준비해 두었는데 보관용 주머니에는 석목이 지닌 보물들 중에 절반이 넘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물론 전부 천정의 여러 신장들을 죽이면서 얻은 보물들이라 영보만 해도 몇 개나 되었으며 다른 귀한 재료들과 단약들도 수두룩했다.
안화는 석목의 단호한 눈빛을 보니 이 물건들을 받지 않으면 석목이 현화번을 갖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 이건 너무 많아요! 그 고번은 그렇게 크게 가치가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석 형……”
안화는 신식으로 보관용 주머니를 훑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주머니에 든 보물들은 신경 강자 열 명이 지닌 저장 반지들을 합쳤을 때나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안 형, 그 말은 틀렸네. 이 호천현화번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네. 원래는 불속성 영보 다섯 개와 바꾸려했는데 아쉽게도 내겐 그런 영보가 없어서 이런 보물들과 바꾸는 걸세.”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안화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됐네. 이제 돌아가보게. 출발해야지.”
석목은 안화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전함으로 날아갔다.
석목이 떠나는 모습을 본 안화는 그제야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따라서 날아갔다.
* * *
잠시 후에 전함 다섯 척이 천천히 움직이며 유화조석의 변두리로 다가왔다.
전함에 서 있는 성계, 천위 경지 요족들은 전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비록 석목이 모두를 데리고 유화조석을 가로질러 가리라 말했지만 요족들은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함 다섯 척 위에 빛이 번쩍이더니 곧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은 눈에 금빛을 뿜으며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잠시 후에 석목이 손을 흔들자 호천현화번 세 개가 날아 나와 순식간에 수십 배나 커져서는 뜨거운 화염을 뿜어내며 몇 리나 되는 화운으로 변하더니 전함 다섯 척을 단번에 안으로 감쌌다.
석목은 호천현화번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화운에서 아득한 힘이 폭발하며 전함들을 감쌌는데 화운은 마치 돌덩이 다섯 개를 들어 올리듯 곧장 유화조석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전함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끝없는 화염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화염은 화운에 닿는 순간 자연스레 흩어져 뜨거운 기운이 흘러들어오지 못했다.
모든 연합 사람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이어서 몇몇 천위와 성계 요족들이 환호를 하며 석목의 대단한 신통과 끝없는 법력에 감탄을 자아냈다.
대장로를 비롯한 신경 강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신경 강자들은 신기한 듯이 주변에 드리운 화운을 바라보며 석목의 실력을 다시금 평가했다.
위험이 사라지자 신경 강자들은 전부 각자 갖춘 수단을 써서 화염의 기운을 흡수해 신통을 수련하거나 법보를 제련하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이런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화운은 전함 다섯 척을 에워싸고 있어 마치 파도를 헤쳐나가는 거대한 배와 같았다. 그렇게 배는 불바다를 뚫고서 바람을 따라 빠르게 앞으로 향했다.
석목은 법결을 멈추지 않았으며 한 편으로는 호천현화번을 다루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공법을 시전하여 유화조석의 화염 기운을 빨아들였다.
이런 유화조석은 별하늘에서 극도로 보기 드문 현상이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석목은 결코 이 기회를 헛되이 버리고 싶지 않았다.
무수한 화염의 기운이 석목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석목은 구전현공을 수련하지 않았으며 <대황반무성체공>에 기록된 연체 비술로 화염의 기운을 육신 곳곳에 녹여냈다.
석목의 얼굴은 금방 빨갛게 변했고, 모공에선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에 석목은 육체의 다른 부위도 전부 붉게 바뀌어 마치 난롯불에 달궈진 쇳덩이 같았다.
그는 헐떡이듯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치 용암에 몸을 담근 것 같았으나 진기를 사용하여 열기를 막아내지도 않았다.
“오내구분(五內俱焚)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구나. 몸속에 필요 없는 잡스러운 것들이 불타고 있어……”
석목은 이를 악물고선 화염의 기운을 더욱 빨리 흡수하였다.
그러자 석목의 몸이 점점 붉어지며 마지막에는 빛마저 뿜어낼 듯했다.
이미 유화조석에 깊이 빠져들어 공간에도 파동이 일었으며 거대한 힘이 짓눌러왔다.
석목이 몸을 보호하고 있는 힘을 다섯 개로 나누자 공간의 힘이 석목의 몸으로 다가왔다.
공간의 힘은 마치 커다란 망치처럼 석목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고, 그는 몸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석목은 이 힘을 육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맞춰 딱 알맞게 다스렸다.
공간의 힘이 타격을 할 때마다 몸은 마치 강철처럼 제련되는 것 같았다.
동시에 석목의 몸속에 자리한 혈해가 움직이며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피가 몸 곳곳으로 흐르며 육신을 적시고 혈자리를 눌러 몸이 점점 더 강인해졌다.
“이런 수련 방법은 단순한 화염을 쓰는 것보다 더 좋군!”
석목은 점점 ‘육신의 원만’ 경지로 다가가고 있었다.
화운은 전함 다섯 척을 끌고 빠르게 유화조석 한가운데를 지났다. 그러자 주변에 피어오르는 화염이 점점 하얀색으로 변하였다.
석목은 안색을 바꾸며 하얀 화염의 기운을 흡수하길 멈추었다.
이 화염의 힘은 너무 강력하여 석목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 강제로 이 기운을 흡수한다면 몸만 상할 뿐이었다.
“화염이 흰색이라니!”
전함 위에서 여러 종족들이 경이로운 눈으로 하얀 불바다를 바라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새하얀 불바다는 비록 지독히 높은 열기를 뿜어냈지만 화운이 전함을 휩싸고 있어 열기가 가까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석목은 육신을 단련하길 멈추고는 집중해서 호천현화번을 조종했다. 그러자 화운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더 빨라져 하얀 불바다 속을 뚫고서 지나갔다.
* * *
대략 한 시진 정도 유화조석 사이를 더 날았을 때, 화염은 다시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연한 파란색으로 변하여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는 동시에 음한의 기운도 풍겼다.
“파란 화염? 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석목은 의아했지만 이곳이 유화조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어떤 속성을 지닌 화염이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석목은 안색이 바뀌더니 전함 안에 자리한 한 방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윽!
채아가 한 장 정도 되는 푸른 화염이 되어 날아 나왔다.
하지만 전함은 화운으로 싸여있어 채아는 날아나갈 수 없었다.
푸른 화염은 매우 다급하게 끊임없이 화운과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보니 아마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채아, 왜 그래?”
석목이 놀라서 전음을 보내며 채아에게 물어봤지만 채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석목은 파란 화염을 바라보며 흠칫 놀랐다.
파란 화염은 채아의 건원요화와 특징이 매우 비슷했는데 우선 둘 다 음속성 화염이었다. 그렇다면……
석목은 법결을 날려 붉은 화운에 틈을 만들었다. 그러자 채아가 벌어진 틈을 통해 밖으로 날아가더니 불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흥분하며 울어대는 소리가 화염에서 전해졌으며 곧 파란 화염엔 흡인력이 생겨 주위에 감도는 기운을 꿀꺽 삼켰다.
석목은 좋아하며 화운을 멈춰 세웠다.
“여러분, 제 영총이 여기에 감도는 화염의 기운을 빌어 경지를 돌파하려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죠.”
석목은 전음으로 여러 신경 강자들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