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화. 위험한 국면
호천성염이 다가온 순간, 남자가 두른 보호막에 무겁게 부딪쳤다.
칙, 칙, 칙!
보호막은 호천성염과 부딪치자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보호막은 이미 칠팔 할 정도 사라졌으며 나머지 법보 몇 개도 호천성염의 속도를 조금 늦추기만 했을 뿐,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석목은 입으로 주문을 외우며 법결을 날렸다. 그러자 호천성염이 다시 밝아지며 붉은색 부문이 나타나더니 그 위력이 순식간에 커졌다.
남자가 들고있던 몇개의 법보도 전부 타버렸으며 푸른 비검마저 물렁한 흙덩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남자가 처참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몸은 이미 수많은 호천성염에 드리워져 순식간에 타버린 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석목은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법결을 날렸다. 그러자 호천성염이 빠르게 사라졌고, 붉은색 공간도 흔들리다가 흩어졌다.
석목은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
이제 막 진기를 회복했는데 또 너무 많이 소모해버렸다.
비록 빠른 속도로 상대를 제압했지만 신경 강자와 싸움을 치르는 건 너무 큰 파동을 일으켜 먼 곳에 있던 천정 대군의 주의를 끌었다. 때문에 몇 갈래의 빛이 이 근처로 날아오고 있었다.
석목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석목은 곧바로 최상급 영석을 몇 개 꺼내 빠르게 영력을 흡수하는 동시에 명수결을 시전하여 몸에 파란빛을 두른 후에 숨어버렸다. 그리고 석목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로 변하여 길을 에돌아 무암성으로 날아갔다.
* * *
무암성에 있던 천봉과 지룡 일족도 곧바로 하늘에서 보이는 기이한 현상을 알아차리고는 한곳으로 모였다.
광장에선 두 종족의 신경 강자들이 모여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건가?”
지룡 일족의 족장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수호 대진에 문제가 생긴 것 같군요. 육규종 이 자식,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절대로 문제없다고 하더니!”
적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한쪽에 서 있던 조윤은 뒷짐을 지고 서서 먼 곳을 바라보더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조윤 형, 이제 어떻게 합니까? 우리 두 종족……”
적안이 조윤을 바라보며 떠나자는 손짓을 했다.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그냥 가버릴 수는 없죠. 우선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고서 다시 결정합시다.”
조윤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좋습니다.”
적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적안이 손을 흔들며 가장 먼저 서북쪽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두 종족의 대군들도 곧장 그 뒤를 따라갔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굉음이 울리며 빛이 터지더니 소용돌이 가운데에 크기가 십 장이나 되는 커다란 구멍이 나타났다.
단단하기 그지없던 현무반운대진이 드디어 뚫린 것이었다!
천봉과 지룡 일족은 전부 안색이 얼어붙었다.
“갑시다!”
조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금빛을 두르고는 더 빠르게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빠른 속도를 조윤을 뒤따랐다.
노란 소용돌이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통로가 생기긴 했으나 통로 중간은 찢어졌다 합쳐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검은 균열과 혼잡한 공간의 난류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소용돌이 속에서 맴돌며 기승을 부렸다.
* * *
무암성 밖, 공간 통로와 가까이에 있던 천정의 전사 수백 명은 얼굴에 희색을 띠며 뿔뿔이 날아가 구멍을 통해 무암성으로 들어가려했다.
“기다려! 대진이 이제 막 뚫려서 통로의 영력이 아직 혼란스럽다. 경지가 신경이 아니라면 들어가도 죽을 거야.”
서문설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전사들 수백 명은 전부 돌아서서 전함으로 돌아갔다.
서문설을 고개를 돌려 비로 선장과 남궁경을 바라보았다.
“서문 신장이 한 말이 옳구나. 계속 소용돌이를 공격해 통로를 크게 벌려야 해. 모든 신장들은 나와 함께 들어간다! 빨리!”
비로 선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네!”
근처에 모인 전함 백 여척에 서 있던 전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비로와 남궁경이 날아가자 모든 신경 강자들이 두 선장의 뒤를 따라 아래에 난 공간 통로 속으로 날아갔다.
이때, 노란 구름 소용돌이 밑단에서 빛이 날아 나와 빠른 속도로 가까이 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빛을 반짝이며 육규종이 나타났다.
육규종은 공간 통로와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는 안색이 굳은 채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빠르게 흔들었다. 그러자 노란빛 수십 갈래가 육규종의 손에서 날아 나왔는데 그것들은 전부 노란 진기였다. 그렇게 육규종은 커다란 소용돌이 근처에 드리운 노란 구름 속으로 진기를 날렸다.
노란빛 수십 갈래가 육규종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노란 구름과 이어졌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번쩍이자 돌아가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소용돌이 가운데 뚫린 통로가 흔들리더니 희미한 노란빛이 서서히 나타나 합쳐지려는 기세를 보였다.
비로 선장을 비롯한 천정의 신장들이 통로로 날아 들어간 순간, 거대한 힘이 막고 있는 걸 느꼈다. 신장들은 안색이 굳더니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제기랄! 한 발 늦었어!”
남궁경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남궁경은 몸에 하얀빛을 드리워 빙백신광이 지닌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당황할 필요 없소. 육규종 혼자인 것 같으니 오래 버티지 못할 테지. 모두 명을 듣거라. 통로를 공격한다!”
비로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구사무생(九死無生), 윤회천마(輪回天魔)!”
비로가 손을 흔들자 등 뒤쪽 허공이 찢어지면서 수없이 많은 검은 기운이 속에서 흘러나와 검은 기둥으로 변하더니 아래에 자리한 통로로 향했다.
검은 기운은 먹물처럼 어두웠는데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아 매우 사악한 기운을 풍겼다. 게다가 검은 기운은 마치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감도는 마기가 인간 세상에 나타난 것처럼 모든 걸 삼킬 듯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기운 속에서 검은 부문들이 번쩍이며 ‘우우’ 소리를 냈는데 마치 수천, 수만 년을 산 귀신이 우는 것만 같아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마기가 하늘로 치솟자 온세상을 마역(魔域)으로 바꿔버릴 것만 같았다.
주변에 서 있던 신장들은 전부 비로의 곁에서 멀어졌는데 아마도 이 마기를 매우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남궁경은 검은 마기를 보자 낮게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굵은 빙백신광이 날아 나와 검은 기둥을 따라서 아래를 공격했다.
다른 신장들도 소리를 지르며 전부 통로로 공격을 날렸다.
천정의 신장들은 족히 스무 명이 넘었으며 이들이 전부 힘을 합쳐 공격을 하니 공간 통로는 순식간에 흔들렸다. 그리고 희미한 노란빛은 곧 흩어질 것 같았다.
두려운 기운을 머금은 공격이 노란빛 수십 갈래를 뚫고서 아래에 있던 육규종의 몸을 내리쳤다. 그러자 육규종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이목구비에서 붉은 피를 흘렸다.
하지만 육규종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서 온힘을 다해 대진을 지탱했다.
육규종은 먼 곳에서 근처로 날아오고 있는 빛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만약 진법사들이 오기만 한다면 힘을 합쳐 공간 통로를 막을 수 있을 터였다.
이때, 육규종의 뒤에서 빛을 반짝이며 한절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절이 들고 있던 청강등모에서 다시 붉은색, 녹색, 금색, 노란색이 나타나더니 번개 같은 속도로 육규종을 내리쳤다.
육규종은 전력으로 수호 대진 금제를 조종하고 있었기에 적의 기습을 받아칠 수 없어 안색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육규종은 당황하지 않고선 노란빛을 반짝이며 거북이 등껍질 모양 방패 법보를 꺼냈다. 그러자 법보에서 실재하는 듯한 빛이 뿜어져 나와 육규종의 등 뒤를 보호했다.
이 보물은 육규종이 아끼는 것으로 방어력이 매우 뛰어난 법보였다. 그러니 등급이 같은 수련자라 할지라도 뚫을 수 없었고, 하물며 신경 초기인 한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청강등모는 등껍질 방패를 찌르는 순간, 곧바로 부서지며 빛이 되어 흩어졌다.
한절은 허공에서 사라지면서 하얀 부적을 꺼냈고, 부적엔 현묘하고도 복잡한 부문들이 가득 적혀있었다.
이어서 부적이 찢어졌다.
“진령환영부(真靈幻影符)!”
육규종은 흠칫 놀랐다.
곧이어 앞에서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한절이 나타나 청강등모에서 붉은빛을 뿜어냈다. 청강등모가 내뿜는 위력은 네 가지 색을 모은 만큼은 아니었지만 속도는 훨씬 빨라져 순식간에 육규종의 가슴께를 찔렀다.
청강등모는 몇 뼘 정도 찔러 들어가는 순간에 멈춰버렸다. 하지만 육규종의 몸도 뒤로 날아갔다.
육규종이 움직이자 하늘과 연결되었던 얇은 빛도 끊어져 버렸다.
노란 소용돌이에서는 빛이 번쩍이더니 ‘쩍, 쩍!’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진기 수십 갈래가 노란 구름에서 떨어져 나와 토막이 나 버렸다.
쾅, 쾅!
소용돌이 속을 뒤덮던 노란빛이 굉음 속에서 흩어지자 통로가 다시 나타났다.
비로를 비롯한 신장들은 더욱 격렬해진 공간의 균열과 공간의 난류를 신경 쓰지 않고 일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본 육규종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절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절을 바라보았다.
한절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허겁지겁 도망가려고 했다.
“한절, 천정의 개였구나! 너는 꼭 내 손에 죽어야겠다!”
육규종이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지르며 번개처럼 한절을 덮쳤다.
그리고 크기가 한 장 정도 되는 노란 도끼를 꺼내 들었다.
육규종은 몸에 빛을 드리우며 도끼를 치켜들고는 한절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거대한 도끼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났는데 그 속에선 노란 부문들이 반짝이며 방대한 법칙의 기운을 풍겼다. 그리고 도끼는 번쩍이는 사이에 마치 순간 이동을 하듯 한절의 앞까지 다가왔다.
한절이 깜짝 놀라 손끝으로 청강등모의 빛을 날려 땅을 뚫었다.
그러자 한절 앞에 자리한 땅에서 푸른 물결이 일어났다.
쾅!
물결이 밝아지면서 흙이 부서졌으며 굵고 푸른 덩굴도 끊임없이 땅속에서 뻗어 나와 눈 깜짝할 사이 숲을 이루며 하늘로 치솟았다.
굉음과 함께 푸른 도끼 그림자가 푸른 덩굴들과 부딪쳤다.
그러자 푸른 덩굴들이 끊어지고 부서지며 흙모래와 함께 주변으로 튕겨져 나갔다.
도끼에서 일어난 격렬한 파동으로 무형의 힘이 몰려와 순식간에 한절의 청강등모를 뽑자 한절은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한절의 얼굴은 붉게 부풀었으며 입에서도 붉은 피를 뿜어냈다. 아마도 한절은 육규종이 대충 날린 공격이 이렇게 위력이 막강하리라곤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
한절은 이미 내상을 입었던 터라 감히 육규종과 맞붙지 못한 채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한절은 동시에 손을 흔들어 보라색 부적을 날렸다. 부적에는 부문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조금 전에 날린 진령환영부보다 강력했으며 소멸의 기운이 풍겼다.
쾅!
부적 다섯 장이 찢어지자 굵기가 물통만한 보랏빛이 나타나 육규종의 앞을 막았다.
“육 족장님, 진추 두 곳이 이미 무너졌어요. 대진은 절대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천정의 대군이 도착하면 당신들은 곧 죽게 되겠죠. 투항하세요!”
한절이 먼 곳으로 빠르게 날아가며 육규종을 자극했다.
“대진이 뚫린 후에 천정 놈들이 무암성을 공격한다고 해도 우리 반귀 일족은 끝까지 싸울 거다. 단 한 명의 병사라도 남아있는 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게야! 하지만 그 전에 이 파렴치한 배신자부터 해치워야겠구나!”
육규종이 싸늘하게 웃으며 노란 도끼의 빛을 번쩍이면서 가로로 휘둘렀다. 그러자 노란빛이 허공에 나타나 보랏빛 번개 다섯 갈래를 단번에 쓸어버렸다.
한절은 다급하게 푸른 조롱박을 꺼내서 주둥이를 쫓아오는 육규종에게로 돌리고는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윙!
청련성화가 세차게 몰려와 곧장 육규종의 가슴으로 향했다.
하지만 육규종은 피하지 않았고, 왼손에 노란빛을 반짝이더니 허공을 잡아채 화염을 손아귀에 넣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고는 끊임없이 매만졌다. 그러자 푸른 화염이 육규종의 손에서 푸른 연기로 피어오르더니 이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