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776화 (776/916)

776화. 전후협격(前後夾擊)

천봉과 지룡 일족이 끌고간 전함들을 제외하고 미천 연합의 전함 다섯 척을 합하면 무암성에서 가동할 수 있는 전함은 서른 척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전함 서른 척은 전부 대진에 뚫린 구멍으로 모여 그곳을 지켰다.

역시 천봉과 지룡 일족이 떠난 지 세 시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사라졌던 천정의 전함이 다시 무암성으로 병력을 보내 현무반운대진의 뚫린 구멍 쪽으로 모였다.

백 척이 넘은 천정의 전함이 포화를 터트리자 백여 갈래 거대한 금빛이 동시에 대진에 뚫린 구멍을 공격했다.

석목은 둥그런 전함에 서서 고개를 들고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노란 구름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큰일입니다. 맹주님, 대진에 구멍이 다시 찢어지고 있습니다.”

암웅 일족의 족장이 한 손으로 노란 구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공격할까요?”

육규종이 물었다.

“아니요. 무암성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우리는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들어오는 순간, 곧바로 반격을 시작하죠.”

석목이 눈에 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헌데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진을 공격하게 내버려 둔다면 당장 내일 대진에 뚫린 구멍이 열 배는 더 늘어날 텐데 그때면 천정의 전함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들어와서 공격을 하겠죠.”

육규종이 눈살을 찌푸렸다.

“걱정 마세요……”

석목은 말을 하다 말았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에 석목이 얼굴에 희색을 드러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그럴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전함을 가동시켜 공격을 할 준비를 합시다.”

“맹주님, 그건 또 왜……?”

육규종은 석목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급하게 물었다.

근처에 있던 신경 강자들도 전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서유금에게서 전갈이 왔습니다. 오늘이면 대군을 이끌고 올 수 있답니다.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오다니.”

석목이 웃으며 설명했다.

“네? 지원군이 온다고요?”

육규종은 박수를 치며 되물었다.

신경 강자들도 긴장을 풀며 희색을 드러냈다.

우르릉!

이때, 하늘에서 폭발음이 나며 갑자기 혼잡해졌는데 마치 교전을 치르는 것만 같았다.

“지금입니다. 빨리 전함을 돌려 공격하죠.”

석목이 명령을 내렸다.

석목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무암성에 남은 전함 삼심여 척이 일제히 솟아올라 현무반운대진에 뚫린 구멍으로 날아갔다.

슥! 슥!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둥그런 전함 다섯 척이 가장 빠른 속도로 대진에 난 구멍을 뚫고서 무암성 밖으로 날아갔다.

나머지 전함 이십여 척은 크기가 너무 커 무암성 밖으로 날아가지 못했다.

쿵! 쿵!

석목과 여러 신경 강자들은 둥그런 전함 하나를 타고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순간 먼 곳에서 금빛 창이 여러 갈래 공격해왔다.

둥그런 전함에선 빛이 번쩍이더니 굵직한 빛기둥을 날려 금빛 창들을 맞았다.

석목이 주변을 훑어보니 천정의 전함 대부분이 다급하게 선두를 돌리고 있었고, 바깥 쪽을 둘러싼 전함 수십 척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전함들 중에 절반 정도는 미천거원 일족의 원형 전함이었다.

별하늘에서는 빛이 끊임없이 번쩍였으며 거대한 빛기둥이 얽히고설켜 천막에 커다란 불꽃 그물을 만들었다.

폭발음이 하늘에서 끊이질 않았다.

“공격! 지원하는 전함들과 함께 천정의 전함을 가운데로 내몰자!”

석목의 목소리가 별하늘에서 울려 퍼지며 점점 멀리 전해졌다.

“네!”

우렁찬 목소리가 일제히 울리자 미천 연합의 전사들은 전부 빛으로 변하여 천정의 전함을 덮쳤다.

석목의 전함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천정의 전함 위에선 푸른 갑옷을 두른 비로가 뒷짐을 진 채 어두워진 얼굴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벌어진 거리는 매우 멀었지만 석목은 밀려오는 막강한 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석목은 전혀 겁먹지 않고서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비로를 바라보았다.

비로는 석목을 한참 쳐다보다가 한 손을 들어올렸다.

“철수!”

일전에 격전을 치르며 천정의 세력들도 원기가 크게 상했다. 그리고 비로는 천봉과 지룡 일족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는 이 틈에 빠르게 무암성을 점령하려는 계획을 세워 다급하게 습격을 해왔지만 무암성을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데다가 지원군까지 오지 않았나.

이렇게 적군에 의해 가운데에 낀 상황이면 상대를 물리칠 수는 있다고 해도 아군이 입을 손실 또한 처참하리란 걸 알아차린 비로는 곧바로 물러난 후에 다시 전략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비로의 뒤에 서 있던 서문설은 흠칫 놀라더니 돌아서서 명령을 내렸다.

“철수.”

서문설이 내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천정의 전사들은 서문설의 목소리를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

비로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조극을 바라보았다.

“조극, 저놈의 구전현공은 절대 너보다 뒤처지지 않는구나. 너……”

비로는 말을 끝마치지 않았지만 실망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전함 안으로 들어가 조극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석목……”

조극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두 주먹을 꽉 쥐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천정의 대군은 반격을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간신히 미천 연합의 양동작전을 벗어나 철수했다.

천정의 대군이 물러나자 석목은 명령을 내려 공격을 멈추라고 하고는 쫓아가지 않았다.

* * *

잠시 후에 육규종이 명령을 내려 수호 대진을 조금 더 벌려 서유금이 데려온 전함들을 무암성으로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서유금은 무암성으로 돌아간 후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반귀 일족으로 돌아갔다.

신경 강자들과 각 종족의 족장들은 전부 반귀 일족의 의사 대전에 모였다.

“하하하, 서 도우가 불러온 지원군 덕분에 천정 놈들이 도망갔군요.”

육규종이 통쾌하게 웃었다.

“석 맹주님이 내리신 지시가 적절했죠.”

서유금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습니까?”

석목이 웃으며 물었다.

“유문돈 일족의 도우들 덕분입니다. 밤낮없이 미천거원 일족에 대형 전송진법을 만들어 영남성에서 오해성(烏海星)으로 전송되어 오해성에서 곧바로 달려왔죠.”

서유금이 말했다.

오해성은 유문돈 일족의 주요 행성이며 무암성과 떨어진 거리가 영남성과 무암성 사이에 비해 삼분의 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오해성에서 무암성으로 오게 되면 필히 많은 시간을 벌게 되리란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형 전송진법이 중요한 줄 몰랐었는데 이번에 필요하다는 걸 제대로 느꼈군요. 혹시 우리 무암성에도 하나 만들 수 있을까요?”

육규종이 물었다.

석목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암성을 전선으로 삼으려면 대형 전송진법이 필요하겠죠. 병력을 움직이기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석 형, 대형 전송진법을 만드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미천거원 일족에 대진을 만드느라 종족들이 오랫동안 비축했던 성석과 정령석(定零石)을 전부 소진했음에도 모자라서 우리 비천서 일족에서 나머지 부분들을 해결했어요. 그리고 유문돈 일족의 유월 족장님도 신혼을 크게 쓰셔서 지금 폐관하며 휴식 중이십니다.”

서유금이 말했다.

“급한 일은 아니니 우선 월 족장님이 완전히 회복을 한 후에 다시 만들어도 되겠죠. 지금 가장 급한 부분은 대책을 마련하여 천정의 대군이 다시금 침입하는 걸 막는 것입니다.”

석목이 침묵하다가 말했다.

“석 맹주님이 이끄는 가운데 이미 두 번이나 천정을 물리쳤습니다. 그러니 아마 짧은 시간 안에는 쉽게 다가오지 못하겠죠.”

반귀 일족의 장로 한 명이 말했다.

“너무 방심하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 지원군이 있듯이 천정도 분명히 지원군을 불렀겠죠. 천정의 세력은 천하, 흑마, 미양 성역과 같은 대성역들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군사들뿐만이 아닙니다.”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다들 심각한 표정을 드러냈다.

“천정은 대성역에 있는 자원을 약탈하는 게 목적이니 천정에 반대하는 세력이 우리들뿐만 아닐 겁니다. 하지만 우린 천하 성역에서 우선 천정의 대군을 제압해야합니다. 그래야 천정이 천하 성역의 다른 곳을 침공하지 못해 우리가 시간을 벌 수 있겠죠.”

석목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안화가 물었다.

“적이 오면 도망가고, 적이 멈추면 괴롭히고, 적이 지쳐있으며 공격하고, 적이 도망치면 추격해야 하죠.”

석목이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침공해오는 천정의 대군을 수동적으로 막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격을 할 수도 없지요. 적절하게 움직이고 막아내야 합니다. 녀석들이 공격을 할 때, 우리는 무암성으로 돌아와 수비를 하고, 녀석들이 철수를 할 때, 날렵하게 기습을 해야겠죠. 그러다가 천정이 지쳐있을 때쯤, 우리는 대규모로 공격을 하고, 만약 놈들이 도망을 가게 된다면 그 기세를 몰아 쫒아가서 큰 타격을 줘야겠죠.”

석목이 설명했다.

“묘책이군요! 우리는 무암성에 의지할 수 있지만 무암성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천정은 취약한 형세에 놓였군요. 그리하니 우리가 유격전으로 대처를 한다면 우리의 장점으로 적의 허점을 공격하는 셈이군요. 석 형, 뛰어난 전략인 것 같습니다.”

서유금이 탄복하며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전략으로 밀고 간다면 천정은 대응을 하다가 지쳐버릴 테고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는 꼭 이기겠죠. 게다가 놈들이 대대적으로 철수를 하지 않는다면 전력을 분산시켜 다른 행성으로 침입하지도 못하겠죠. 이렇게 시간이 번다면 천하 성역은 점차 안정을 되찾겠죠.”

석목이 말했다.

“하하하, 그럼 석 맹주님의 뜻대로 합시다. 여러분 모두 먼 곳에서 도와주러 오셔서 감사하군요. 무암성에 오신 맹우분들은 전부 북무성(北武城), 암로성(巖路城)과 방류성(方流城)으로 안내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따라 반양골(磐陽谷)로 갑시다. 그곳에 이미 휴식할 곳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육규종이 말했다.

다급하게 먼 길을 오느라, 그리고 격전을 치르느라 다들 많이 피곤했다. 그래서 육규종이 그리 말을 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육규종은 곧바로 명령을 내려 종족들이 머물 거처로 안내를 했다. 하지만 연합을 이루는 족장들은 석목이 전음을 보내 자리에 남으라고 했다.

모두가 떠난 후에 대전에는 종족의 족장들만 모였다.

“연합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려고 합니다.”

석목은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맹주님,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전략 네 가지를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충분히 천정의 대군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문제가 더 있습니까?”

육규종이 물었다.

“연합이 갖춘 실력으로는 천정의 대군을 막아낼 수 있으나 놈들을 천하 성역에서 쫓아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석목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천봉과 지룡 일족까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규모가 작은 종족들까지 합하면 천정을 천하 성역에서 완전히 내쫓을 수도 있겠죠.”

“그 두 종족은 명예를 뒤쫓느라 천하 성역의 미래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어요. 그런 이기적인 놈들은 삼대 종족이라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

육규종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천봉과 지룡 일족은 우선 내버려두죠. 우리는 지금 천정의 대군을 물리치는데 집중을 해야하니. 그리고 저에게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석목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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