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785화 (785/916)

785화. 인형의 심장

바퀴 병기에서 빛이 번지다가 커다란 허상으로 변하더니 빠르게 돌아가면서 도와 검을 전부 부셔버렸다.

부타 혼자서 쏟아지는 검을 대부분 막아내지 않았더라면 다른 금원족들은 절대 버틸 수 없었을 터였다.

바퀴 병기로 검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 부타가 심각한 표정을 드러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은 갑자기 몸을 날려 한쪽으로 다가가 섰다. 그리고 금빛이 전부 소모되었는지 더는 검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서둘러서 십방통원진(十方通源陣)을 펼쳐!”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이 멈춰서는 모습을 본 부타는 바로 명을 내렸다.

금원족들은 지금 총 열 명이 살아남았는데 모두 부타가 명을 내리자마자 바로 부타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어서 금빛이 밝아지며 서로 연결되었다가 전부 가운데에 서 있는 부타에게로 날아갔다.

그러자 부타는 전보다 족히 몇 배나 밝아진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막강한 기운을 풍겼다. 부타가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전투의 신 같았으며 그는 순식간에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과 비슷한 기세를 터뜨렸다.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은 숨을 잠깐 돌리는 듯하더니 곧이어 입을 크게 벌리고는 금빛으로 수많은 검을 뭉쳐서 강하게 내리쳤다.

부타가 가볍게 소리를 지르며 금색 바퀴 법보를 앞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바퀴 법보로 금빛을 날렸다.

바퀴 법보는 기승을 부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실재하는 듯한 금빛을 뿜어내며 커다랗고 둥그런 방패로 변하였다. 그 방패는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러 모든 사람을 드리우기에 충분했다.

둥그런 방패는 매끈하지 않아 뾰족한 가시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고슴도치 같았다.

펑, 펑, 펑!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검이 둥그런 방패로 쏟아지자 방패가 끊임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방패는 가볍게 검들을 받아냈으며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금원족들은 다시 자신감이 붙었다.

이때,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이 눈에 사나운 빛을 뿜으며 포효했다.

이어 방대한 몸을 허공으로 날려 둥그런 방패 위로 향했다.

금색 인형이 손을 휘둘러 찬란한 빛으로 팔을 감싸고는 길이가 수십 장에 이르는 금색 칼날을 뭉치더니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칼날에서 나는 빛은 너무 강렬하여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빛 속에서 금색 부문이 번쩍여 놀라운 기운 파동을 뿜었다.

부타는 안색이 굳어버렸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혀끝을 깨물어 바퀴 법보에 정혈을 한 모금 뿜었다.

그러자 방패가 순식간에 밝아지더니 두께도 더 두터워졌다.

이때,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이 덮쳐오면서 금색 칼날을 치켜들었다.

칼날은 흐르는 빛과 함께 거대한 검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빛은 하늘마저 갈라놓을 것 같은 막강한 기세를 풍겼다.

인형은 금색 검으로 방패를 강하게 내리쳤다.

쾅!

그러나 방패는 푹 꺼져버리며 격하게 흔들리긴 했으나 부서지지는 않았다.

방패 밑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부타 일행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공법을 시전하더니 몸의 진기를 전부 진법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진법 속에 드리운 진기가 다시 부타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 금색 방패를 지탱했다.

인형과 금원족은 한참 동안 대치 상태를 이루었다.

이때, 인형이 두르고 있던 금색 갑옷의 빛이 한 층 더 밝아지더니 수많은 부문이 날아 나와 한 줄기 금빛으로 뭉쳐 금색 검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갑옷의 빛깔이 한껏 어두워졌다.

인형이 검을 치켜들자 검에서 화염이 타올랐고, 순식간에 위력이 폭발하였다. 이어 방패에 균열이 쩍쩍 갈라져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부타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버렸다.

균열이 갈라지자 금색 방패에 불어넣었던 막강한 힘이 다시 부타를 공격했다.

부타는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고, 몸에서 나던 빛도 어두워지면서 기운마저 쇠약해졌다.

방패로 불어넣었던 힘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오자 부타는 점점 힘이 빠져버려 방어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몸이 곧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때, 부타가 갑자기 광기어린 눈으로 옆에 서 있던 종족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어 부타의 입에서 열 갈래 핏빛이 뿜어져 나와 종족 사람들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금원족 사람들은 피부가 붉게 변하며 몸통이 점점 불어났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의 얼굴에 혐오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금원족들은 전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막아낼 틈도 없이 몸이 터져버려 핏빛으로 변하더니 전부 부타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부타의 몸에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몸통이 순식간에 커졌고, 기운도 처음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부타는 눈이 붉게 충혈이 되더니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면서 법결을 짚었다.

찬란한 금빛이 부타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와 바퀴 법보로 흘러들어갔다.

금색 방패마저 터져 버려 다시 빛으로 변한 후에 바퀴 법보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어 바퀴 법보에서 폭발음이 흘러나왔고, 사방으로 금색 화염을 뿜어냈다.

이때, 바퀴 법보에 새겨진 원숭이 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듯 입을 벌리고는 화염을 뿜어내 단번에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그러자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은 몸이 굳어 머리가 터져버렸다.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버린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의 몸통이 땅으로 떨어지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부타도 허공에서 내려오더니 몸에서 풍기던 기운이 다시금 성계 정상으로 추락했다.

부타는 내려오는 순간,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의 시체로 다가가 바퀴 법보를 치켜들고서 인형의 가슴을 힘껏 찔렀다.

그리고 가슴에 박힌 구슬을 뽑아냈는데 부타가 꺼낸 건 금색 갑옷을 두른 인형의 심장이었으며 금 속성 법칙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하하!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군!”

부타가 미친 듯이 웃었다.

이어서 입을 크게 벌리고는 금색 구슬을 삼켜버렸다.

가까이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석목은 부타가 인형의 심장을 삼키려하자 눈에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수령자, 저 자식 뭐하는 거야? 인형의 심장 속에 깃든 법칙의 힘을 깨닫는 중인가?”

석목이 전음으로 수령자에게 물었다.

수령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부타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미줄 같은 금색 무늬가 온몸을 휘감았다.

또한 부타가 풍기는 기운도 빠른 속도로 강해지더니 그는 곧바로 성계 정상을 돌파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금빛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거센 파동을 일으켰고, 부타는 파동 속에 묻혀버렸다.

석목이 놀란 얼굴로 부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부타가 여기서 신경을 돌파하려는 건가?

너무 상식 밖의 일이 아닌가?

“음, 이것은!”

수령자가 감탄했다.

“왜? 부타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

석목이 다급하게 물었다.

“인형의 심장과 자신의 몸을 합쳐, 스스로 살아있는 인형으로 변신하려는 것 같군. 그렇게 억지로 신경을 돌파하려는 게지.”

수령자가 말했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석목이 놀라며 물었다.

“상고시대엔 신비스러운 공법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냐.”

수령자가 상고시대 사람의 자만심이 가득 묻어나는 투로 득의양양하게 떠벌이듯이 말했다.

이렇게 신경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다 있었다니. 그러니까 충분한 인형의 심장만 있다면 신경 강자들로 대군을 이루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이런 방법으로 신경에 진입하는 건 지름길을 지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위험을 만날지도 모르지. 아마도 이제부터는 실력을 거의 끌어올리지 못할 거야. 다시 말해, 저 사람은 영원히 신경 초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상고시대엔 자질이 없는 사람들만 이런 방법으로 신경에 진입했어.”

수령자는 이렇게 신경에 진입하는 방법을 탐탁찮은 듯이 말했다.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하하하! 드디어 신경에 진입했군! 오늘부터 나는 신경 강자다!”

금빛 속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며 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부타가 나타났다.

막강한 기운이 부타에게서 흘러나와 주변에 감돌던 공기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건 신경에 오른 힘을 통제하지 못했을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석목은 부타를 한번 흘겨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석목이 놀란 건 부타가 신경에 들어설 때 쓴 기이한 방법 때문이었지 부타 자체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다.

비록 부타는 신경에 오르게 되었지만 가장 낮은 등급인 신경 초기의 힘마저 통제할 수도 없으니 석목이 업신여길 만 했다.

게다가 석목은 인형을 공격하기 위해 자신의 종족을 죽이는 비열한 짓을 저지른 부타에게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석목은 풍리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풍리는 아직도 검은 갑옷을 두른 인형과 전투를 펼치고 있었는데 실력을 전부 드러내지 않고는 인형과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부타는 공법을 시전하여 몸속에서 요동치는 신경의 힘을 천천히 숨기고는 고개를 돌려 오만한 눈으로 석목을 쳐다봤다.

“어이, 인형의 심장과 네가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을 내놔. 그리고 스스로 수련 경지를 버린다면 네놈의 목숨을 살려둘지 고민을 좀 해볼게.”

부타가 성큼성큼 석목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신경에 들어선 부타는 자신감이 폭발한 모양이었다.

석목은 이미 평범한 성계 강자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지만 마치 부타는 자신이 갖춘 실력을 과신하는 것 같았다.

힘을 거머쥐고 창생의 목숨을 조종하는 이 느낌이 너무나도 묘해 부타는 이렇게 계속 전진하여 비경에 잠든 보물을 전부 손에 넣게 된다면 자신의 실력이 또 다시 크게 강해지리라 믿었다.

그렇게 종족으로 돌아간다면 금원 일족에서 지위도 높아질뿐더러 부타는 감히 자신의 실력이 팔황고족 정도까지 오르리라 짐작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부타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석목은 부타를 훑어보고는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부타는 눈빛이 이상하게 번쩍였는데 본인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놈이 얻은 비술은 온전하지도 못한 거였군. 수련 경지가 신경에 도달했지만 오히려 신혼이 인형의 심장에게 영향을 받고 있어…… 흥, 스스로 자초한 결과지.”

수령자가 경멸스럽게 콧방귀를 뀌었다.

석목은 불쌍한 눈빛으로 부타를 바라보았다.

“안 들려? 이 어르신이 하는 말이 안 들리냐? 물건을 내놓고 무릎을 꿇어!”

부타는 석목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석목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군!”

부타가 소리를 지르며 번개 같은 속도로 석목을 덮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쾅!

금빛이 산처럼 번졌으며 거대한 주먹이 석목을 내리쳤다.

주먹이 날아오기 전에 광풍이 먼저 휘몰아쳤는데 그 힘은 산마저 날려버릴 것 같았다.

석목은 한심한 듯이 고개를 흔들더니 눈에 사나운 빛을 뿜었다. 그리고 석목이 왼손을 휘두르자 무수히 많은 호천성염이 노란빛을 불태우며 뿜어져 나갔다.

호천성염은 살짝 들끓더니 금색 주먹과 크기가 비슷한 화염 손으로 변하여 부타의 주먹과 부딪쳤다.

화염 손은 붉은 부문을 튕기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부타의 주먹은 마치 초로 만든 것처럼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졌다.

화염 주먹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계속해서 부타를 덮쳐갔다.

“말도 안 돼!”

부타는 눈에 놀란 기색이 스치더니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바퀴 법보를 꺼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열 손가락을 움직이며 바퀴 법보 속으로 법결을 날렸다.

금빛이 바퀴에서 뿜어져 나와 금색 방패로 변하였다.

부타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알고 있던 모든 공법을 시전하였다.

쾅!

금색 방패가 나타나는 순간, 때마침 화염 손과 부딪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바퀴 법보도 영보인지라 위력이 막강하여 호천성염을 그대로 막아버렸다.

“흥!”

석목이 다시 법결을 몇 개 짚었다.

그러자 화염 손에서 수많은 부문들이 번쩍이며 크게 불어나더니 울퉁불퉁한 공간을 이루었다. 그렇게 이뤄진 공간은 화염 영역이었는데 금색 방패와 바퀴 법보, 그리고 부타까지 전부 안으로 가둬버렸다.

석목은 영역에 호천현화번을 불어넣지 않았다. 때문에 화염 영역은 매우 불안하여 간신히 모양을 갖춘 정도였다.

하지만 화염 공간은 엄연히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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