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6화. 신의 위력을 펼치다
화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천봉족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화도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금빛이 퍼지면서 커다란 손바닥으로 변하더니 법진을 내리쳐 굉음과 함께 부숴버렸다.
성계 천봉족들은 전부 피를 뿜어내며 땅에 쓰러져 순식간에 숨을 거두었다.
고작 성계 강자들이라 화도가 대충 손만 흔들어도 모두 신혼이 깨져 죽어버린 것이었다.
“화도 선장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이 화도에게로 날아오며 말했다.
백홍도 인사를 올렸다.
“서둘러서 비경을 열거라.”
화도가 말했다.
“네!”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은 다급하게 대답을 하고는 천갱 밑으로 내려가 깃발, 구슬, 나침반 법보 수십 개를 꺼내 들고는 다급하게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던 화도는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허공에 뜬 네 사람도 아래쪽 상황을 바라보며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났다!”
채아는 화들짝 놀랐지만 석목의 분신은 담담하니 전혀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백비와 조극은 얼굴에 기쁜 기색이 가득 찼다.
화도가 몸을 날려 석목의 분신을 덮쳤다.
그리고 손에 빛을 반짝이며 붉은 부채 법보를 꺼내 들었다.
화도가 차갑게 소리를 지르더니 부채를 휘저었고, 수백 갈래 붉은 화염 칼날이 날아와 석목의 분신을 공격했다.
쾅!
화염 칼날이 폭발하면서 굉음이 울려 퍼지자 타버린 시체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석목의 분신은 바닥에서 두어 번 꿈틀거리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붉은 단검이 쓰러진 분신의 옆에 꽂혀있었고, 옅은 핏빛을 뿜어냈다. 아마도 조금 전에 일어난 폭발 때문에 영성이 파손된 것 같았다.
“화도 선장님, 역시 신통이 대단하시군요. 탄복합니다.”
조극은 자신과 한참 동안 싸우던 석목의 분신을 단번에 죽여 버리는 화도를 보고는 눈에 놀라운 빛을 냈다.
화도는 담담하게 웃으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채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채아는 몸이 굳어버려 백비를 내버려 둔 채 날개를 펼쳐 먼 곳으로 날아갔다.
“어딜 도망가!”
화도가 소리를 지르며 부채 법보를 흔들었다.
퍽, 퍽, 퍽!
수백 갈래 화염 칼날이 다시 촘촘하게 채아에게로 날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채아를 따라잡았다.
채아는 깜짝 놀라 날개를 펄럭이며 푸른 화염을 휘감았다. 그러자 채아는 속도가 두 배나 늘어나 쫓아오는 화염 칼날보다 빨라졌다.
화도는 다시 화염 손을 만들더니 앞으로 휘둘렀다.
퍽!
허공이 찢어지며 금색 손바닥이 허공을 가르면서 앞으로 날아갔다.
이어서 채아의 앞쪽 허공이 찢어지더니 금색 화염 손이 난데없이 나타나 채아를 잡으려고 했다.
이때, 아래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조주명은 생사를 알 수 없었고, 유화대진은 기반이 무너져 움직이지 않게 되어 천갱 속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천갱 밑에서 다시 붉은빛이 나더니 그 속에서 몸집이 웅장한 남자가 하나 날아 나왔다.
화도는 안색이 굳었다. 그러자 금색 화염 손도 천천히 멈췄다.
“석두!”
채아는 푸른 그림자로 변하여 간발의 차이로 금색 화염 손을 비켜나 석목에게로 날아갔다.
“석두, 왜 이제야 왔어.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잖아! 죽을 뻔했어!”
채아가 석목의 가슴으로 날아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괜찮아. 내가 왔잖아.”
석목이 가볍게 다독이며 채아를 어깨에 올려놓고는 눈에 싸늘한 빛을 내비쳤다.
천갱 근처에서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이 흠칫 놀라 석목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석목은 여인을 쫓아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바깥 상황을 한 번 훑어보고는 몸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이어서 석목은 백 장 가까이 날아가 분신의 옆에 나타났다.
이때, 허공에서 화도가 붉은 그림자를 일렁이며 나타났다.
화도는 석목을 쫓아가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천갱 밑에 자리한 붉은 문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화도가 몸을 날린 순간, 붉은 문은 번쩍이며 사라져버렸다.
화도는 안색이 굳었다.
한편, 조극 또한 굳은 얼굴로 뚫어져라 석목을 노려보았다.
조극은 석목이 또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그는 마치 환골탈태를 한 것 같아 심지어 실력이 화도와도 비슷해진 것 같았다.
혹시 천봉 비경에서 또 다른 수확을 얻었을까? 실력이 또 강해진 건가?
“이런!”
조극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석목은 주변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손에 붉은빛을 날려 분신을 받쳐 들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분신은 망가졌지만 다행히 분혼(分魂)은 손상되지 않아 적당한 재료만 있으면 다시 복구할 수 있었다.
“석두, 저 붉은 옷을 입은 녀석이 분신을 죽였어. 조주명도 공격을 당해서 빨리 구하지 않으면 죽어 버릴 거야.”
채아는 날개로 화도를 가리키며 고자질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은 분신을 거두어들이고는 조주명을 바라보았다.
조주명은 몸에 구멍이 두 개 뚫렸고, 온통 피범벅이 되어 기운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아, 아직 안 죽었나?”
화도가 천갱에서 올라오면서 채아가 하는 말을 듣고는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휘둘러 부채 법보에 빛을 크게 드리웠다.
칙, 칙, 칙!
붉은 화염 칼날 백여 갈래가 번개 같은 속도로 조주명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 번쩍이는 사이에 조주명의 옆에 나타났다.
화염 칼날들은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석목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조주명의 앞쪽 허공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석목이 나타났다.
윙!
석목은 두 눈에 붉은빛을 드리우며 화염을 크게 펼쳤다. 그러자 화염이 빠르게 불어나 순식간에 크기가 수십 장에 이르는 붉은 화염 영역을 만들어 조주명을 안쪽으로 드리웠다.
화염 영역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으며 훨씬 온전해 보였다.
석목이 영역을 이제 막 펼쳤을 때, 붉은 화염 칼날이 곧바로 날아왔다.
우르릉!
백여 갈래 화염 칼날이 붉은 영역을 베더니 맹렬하게 폭발하며 천지를 뒤흔들만한 굉음을 내면서 터져버린 화염으로 석목을 묻어버렸다.
“죽었어!”
백홍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백홍은 곧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만 빼고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또 경지를 드높였다니!”
화도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화도는 석목의 수련 경지를 확실하게 짐작하지 못하던 찰나에 그가 펼친 영역을 보자 곧바로 경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극은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채 석목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머릿속이 복잡해져 이만 뿌드득 갈았다.
석목이 갖춘 실력은 조극이 상상하던 바를 초월했다.
석목의 수련 경지가 다시 엄청나게 강해졌으니, 미천거원 일족을 빼앗는 일이 불가능해져 백비와 백홍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백비는 눈에 막연한 기색이 스쳤다. 모든 걸 버리고 천정에 빌붙었는데 이 모든 게 틀린 선택이었나?
활활 타오르는 화염이 곧바로 흩어진 후에 석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목이 일군 붉은 영역은 균열 하나 없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영역 속에서 석목은 두 손을 휘두르며 조주명의 몸속으로 푸른빛을 날렸는데 그 빛은 구전현공 나무의 힘이었다.
조주명이 상처를 입은 부위에 근육이 꿈틀거리더니 새살이 돋아났다. 그리고 부상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커다란 구멍 두 개가 단 몇 번 호흡을 하는 동안 메꿔져 조주명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조주명은 주변을 두어 번 훑어보더니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석 맹주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주명이 일어서서 석목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조 장로님, 별일 아녜요.”
석목이 말했다.
조주명이 뜨거운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비경 속이 어땠는지 물어보려고 할 때, 두 사람의 머리 위에 화도가 두른 금색 화염이 나타났다.
“일작(日灼)”
화도가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휘둘렀다.
무수히 많은 금색 화염이 한 곳으로 모여 한 묘 정도 되는 금색 태양이 되어 뭉쳤다. 그리고 화도가 손을 흔들자 태양이 석목의 영역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산골짜기 속에서 붉은빛과 금빛 두 갈래가 위아래로 교차하며 미친 듯이 서로 부딪쳐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기류가 온 산골짜기를 휩쓸었다.
기류가 스친 봉우리는 전부 터져버렸으며 골짜기에서 굴러 떨어진 돌이 가득 찼다. 또한 거센 바람도 휘몰아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극 일행은 다급하게 허공으로 날아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멀리 피했다.
이때, 석목의 붉은 화염 영역이 순식간에 격하게 흔들려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석목은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두 눈에 금빛을 번쩍이며 금색 화염 속으로 몸을 날렸다.
석목의 금색 화염은 화도 선장의 금색 화염과 달리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석목은 입으로 주문을 외우며 두 손을 휘둘러 잔영을 끌어냈다. 그러자 금색 화염이 한참 동안 들끓다가 거대한 봉황 환영이 되었다.
봉황 환영이 울부짖으며 날개를 펄럭이면서 화도의 금색 태양 환영과 부딪쳤다.
쾅!
태양 환영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일그러지면서 금색 불빛을 뿜어냈지만 봉황 환영의 강한 위력을 막아내지 못해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건…… 열반봉염! 네가 열반봉염을 녹여버렸다니…… 아! 석목, 너는 내 손에 죽는다!”
화도가 그 광경을 보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석 맹주님!”
조주명은 복잡한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제가 지켜주지 못할 것 같으니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
석목이 그리 말을 하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부드러운 힘이 날아 나와 조주명과 채아를 말아서 먼 곳으로 날아갔다.
석목은 다시 화염 영역을 거두어들이고는 화도를 바라보았다.
화염 영역은 진기를 너무 많이 소모했는데 이제 천정의 선장인 화도와 본격적으로 싸워야 하니 실력이 막강한 신경 중기 앞에서 석목은 조금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화도는 이미 차분함을 잃은 채 두 눈에서 분노의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끊임없이 바퀴 법결을 짚어 몸에 화염을 크게 드리우더니 불빛 속에 거대한 새의 환영을 은은하게 띄웠다.
괴상한 새는 봉황처럼 생겼지만 발이 세 개나 달려있었고, 주변에 금색 화염을 감은 채 두 눈에 핏빛을 띄며 흉악하고 난폭한 느낌을 풍겼다.
화도가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휘두르자 새 환영이 번쩍이며 날아가 금색 태양 속으로 사라졌다.
금색 태양은 곧바로 안정되더니 빠르게 움직여 거대한 금색 삼족괴조(三足怪鳥)로 변하였다.
막강한 위압감이 삼족괴조에게서 풍겨 나왔는데 기운은 이미 신경 중기를 초월해 은은하게 말로만 듣던 신경 후기의 기운을 풍겼다.
“조심해. 저건 태고의 흉수인 삼족금오(三足金烏)야! 저 붉은 옷을 입은 녀석도 내력이 상당한 상고 요족의 후예인 것 같군. 몸속에 아주 순수한 삼족금오의 혈맥이 흐르고 있어. 그러니 목숨을 걸고 열반봉염을 가지려고 했겠지. 열반봉염을 삼키기만 하면 삼족금오의 혈맥을 완벽히 각성시킬 수 있는데다가 심지어 삼족금오의 네 번째 발까지 만들어 낼 수 있어. 그때면 이 세계의 한계를 넘어 상계까지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야.”
석목은 수령자가 하는 말을 듣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삼족괴조가 날개를 펄럭이며 금빛으로 변하여 화염 봉황 환영과 부딪쳤다.
삼족괴조의 세 발이 맹렬하게 허공을 가르더니 족히 천 장이나 되는 금색 발 그림자를 그리며 화염 봉황 환영을 맹공격했다.
쾅!
화염 봉황 환영은 큰 부상을 당하여 단번에 수십 리나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