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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798화 (798/916)

798화. 한계에 도달하다

화도는 온힘을 다해 영역을 일으켰지만 마음은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화도의 영역도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며 서서히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영역의 크기가 서른 장이었는데 스무 장 정도로 줄어들더니, 열다섯 장, 열 장, 여덟 장……

화도는 얼굴에 핏줄기가 가득 솟았고, 피부가 말라비틀어져 몸속에 흐르던 정혈마저 전부 털려버려 빈 껍질만 남았다.

화도는 눈에 비쳤던 절망이 점점 짙어지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허공에서 그림자를 번쩍이며 석목이 나타났다. 그리고 석목은 연민하는 눈빛으로 화도를 바라보았다.

석목은 한 손으로 허공을 짚어 눈부신 금빛을 드리우며 번천곤을 꺼내들었다.

“천정의 선장이라는 자가 이렇게 연화되어 죽어 버리는 것도 슬픈 일이겠지. 내가 마지막 길을 보내주마.”

석목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번천곤을 열 배나 크게 부풀려 거대한 곤봉을 만들어 휘두르자 금색 법칙의 파동이 번천곤에서 흘러나왔다.

쿵!

번천곤이 무수히 많은 곤봉 그림자로 변하여 끝없는 위력을 이끌고는 화도의 영역을 내리쳤다.

화도의 주변에 드리운 금색 영역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균열이 줄줄이 나타났지만 결코 터지지는 않았다.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번천곤을 휘둘렀다.

휙!

무수히 많은 곤봉 그림자가 영역에 쏟아지자 영역이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금빛이 흩어지고 사람만한 빛나는 하얀 구체가 나타났는데 그건 화도의 구천현강조였다.

화도는 구천현강조 속에 서서 석목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는 몸통이 메말라 줄어들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오만한 기색이 가득했다.

“하하! 석목, 네 진기도 다 써서 이 대진을 계속 쓸 수 없게 되었구나. 그러니 이렇게 급하게 날 죽이려고 하지.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게다!”

화도가 웃는 얼굴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하얀빛이 화도의 손에서 날아 나와 빛나는 하얀 구체로 스며들었다.

구천현강조는 점점 단단해졌고,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도가 한 말처럼 석목의 진기는 이미 바닥을 보여 이제 대진을 계속 지탱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석목은 고개를 들어 금빛을 반짝이더니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석목의 몸에서 하얀빛이 번지며 눈부신 빛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얀 빛 속에서 석목은 점점 커졌고, 피부에 하얀 털이 자라났다. 또한 근육이 툭툭 튀어나와 순식간에 반무 거원으로 변신해 천장 가까이 되는 하얀 원숭이로 변하여 화도의 눈앞에 나타났다.

원숭이는 예전과 달리 붉은 머리가 하나 더 자라났고, 갈비에 굵직한 팔이 두 개 더 생겼다.

원숭이가 두른 은색 부문들은 예전보다 몇 배나 더 많아졌고, 거대한 비늘로 변하여 소름 돋는 위압감을 풍겨 그 모습이 마치 마신과도 같았다.

번천곤도 천 장 가까이 되는 거대한 곤봉으로 변하여 막강한 금빛을 풍겼다. 그리고 금빛 속에서 무수히 많은 금색 부문들이 번쩍였다.

구천현강조 속에 든 화도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눈에 두려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두 손으로 보호막을 짚고는 몸속에 남은 진기를 전부 불어넣었다.

그러자 하얀 보호막이 순식간에 두터워졌다.

하얀 원숭이가 낮게 소리를 지르더니 번천곤을 휘두르며 화도가 두르고 있는 구천현강조를 내리쳤다.

불바다에 거대한 흔적을 가르며 번천곤이 구천현강조로 떨어지자 현강조는 두 덩어리로 갈라졌다.

쩍!

단단하기 그지없으며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선계의 비술에 무수히 많은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번천곤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서 금빛으로 화도를 묻어버렸다.

곤봉이 닿기도 전에 놀라운 기운이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화도의 몸을 부숴 버려 ‘펑!’ 소리와 함께 화도는 신혼도 도망가지 못한 채 작은 알갱이가 되어 부서져버렸다.

* * *

진법 공간 밖.

조극과 백비를 비롯한 천정의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의 허공에서 현화 공간을 바라보며 다양한 기색을 내비쳤다.

산골짜기 위는 마치 드넓은 불바다 같았는데 활활 타오르는 불빛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견딜 수 없는 열기를 뿜어냈다. 또한 허공도 뜨겁게 달구어져 일그러졌다.

짓눌린 듯한 무거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으며 두려운 기운이 불바다 속에서 흘러나와 바닥으로 떨어져서는 크고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조 신장님, 화도 선장을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금색 옷을 입은 여신장이 조극을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물었다.

백홍은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을 바라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불바다에 들어가겠다고? 석목과 화도를 보기도 전에 아마 여파를 받아 찢어져 죽어버릴 터였다.

“이 불바다는 공간 진법인 것 같군요.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화도 선장님과 석목이 갖춘 실력은 우리보다 훨씬 막강하니 우리가 들어가면 화도 선장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폐만 끼칠 겁니다.”

조극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백비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할 겁니까? 아, 석목의 앵무새 영총과 조주명을 잡아…… 음, 앵무새와 조주명은요?”

금색 여인은 말을 하다가 멈추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바다 근처에 있던 채아와 조주명은 사라지고 없었다.

“안 돼. 찾아내야 해요!”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은 안색이 변하더니 소리를 질렀다.

“아니죠. 앵무새와 조주명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화도 선장과 석목이죠. 다들 여기서 떠나지 마세요!”

조극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금색 옷을 입은 여인과 백비는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조극은 선급 영석을 꺼내 소모한 진기를 회복하며 복잡한 눈으로 붉은 불바다를 바라보았다.

석목과 화도 중에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누가 이기고 지든 간에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는 원기가 크게 상했을 터였다.

화도 선장이 이겼다면 다행인데 만약 석목이 이겼다면 이렇게 큰 대진을 펼치느라 엄청난 진기를 소모했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신경 강자 셋이 기진맥진한 석목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

어찌됐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아니 되었으며 석목이라는 숙명의 적은 반드시 말살해버려야만 했다.

조극은 이렇게 생각하자 눈빛이 점점 더 밝아졌다.

이때, 불바다가 흔들리며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조극 일행은 깜짝 놀라 전부 불바다 가운데를 바라보았다.

불바다 가운데에서 열 장 높이 불길이 타올랐다. 이어서 불길이 사라지더니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점점 뚜렷해졌는데 그는 창백하기 그지없는 청년 석목이었다.

“화도 선장이 졌어……”

백비와 금색 옷을 입은 여인은 안색이 굳어버렸다.

“지금이야. 지금 석목을 죽여야 해!”

조극이 소리를 지르며 몸을 날려 은색 전극을 앞으로 던졌다.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극에서 빛이 폭발하더니 길이가 수십 장에 이르는 은색 외뿔용으로 변해 석목을 덮쳤다.

여인은 멍하니 서 있다가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는 조극을 뒤따랐다.

백비는 눈에 망설이는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곧바로 몸을 날려 여인을 뒤따랐다.

은룡이 가장 먼저 석목에게로 날아와 입을 크게 벌리고는 석목에게로 은색 칼바람을 날렸다.

석목은 곧바로 조극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석목은 코웃음을 치며 번천곤으로 몸 앞을 막았다.

금빛이 번천곤에서 폭발하더니 금색 방패로 변하였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색 칼바람이 금색 방패에 쏟아지자 방패가 흔들리면서 칼바람을 전부 막아버렸다.

이내 은룡이 석목의 앞에 나타나 발로 석목을 잡으려고 했다.

이때, 석목의 왼팔에 적힌 부문들이 한참 동안 희미해지자 그가 주먹을 날려 은룡을 내리쳤다.

크기가 완전히 다른 두 주먹이 부딪치자 굉음이 울려 퍼졌고,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면서 윙윙 소리가 났다.

석목은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거대한 은룡의 몸통은 뒤로 날아갔고, 발까지 부서져 버렸다.

공교롭게도 은룡이 날아간 방향은 백비와 금색 옷을 입은 신장, 그리고 백홍이 다가오는 방향이었다.

셋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는데 은룡이 튕겨져 날아가는 속도도 너무 빨랐기에 셋은 곧바로 은룡과 부딪쳤다.

세 사람이 깜짝 놀라 다급하게 보호막을 펼쳤지만 이미 늦어버려 멀리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석목이 주먹을 날릴 때, 그의 등 뒤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조극이 나타나 은색 전극으로 석목의 등 뒤를 찔렀다.

조극은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탱!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며 석목이 빠르게 돌아서서 번천곤으로 은색 전극을 막아냈다.

조극은 수십 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석목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뒤로 몇 걸음 물러나서야 간신히 몸을 멈춰 세웠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석목이 한계에 도달해 조극은 긴장을 풀었다. 아마 조금 전에 날린 공격이 마지막 힘을 다한 공격일 터였다.

조극이 일어서며 다시 공격을 하려고 했다.

“석두!”

이때, 채색 빛이 먼 곳에서 석목에게로 날아오더니 채아가 날개를 활짝 펴고는 조극의 앞을 가로막았다.

붉은빛도 뒤따라 날아왔는데 조주명은 안색이 여전히 창백했지만 조금 전보다는 훨씬 좋아보였다.

“채아, 조 장로님.”

원기를 조금 회복할 시간만 얻는다면 충분하니 석목은 희색을 띄었다.

“석두, 저 자식은 우리에게 맡겨. 너는 우선 진기를 회복하고 있어.”

채아가 고개를 들어 소리를 지르며 몸통을 크게 부풀려 순식간에 크기가 열 장에 이르는 채색 앵무새로 변신하였다.

조주명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수정 구체가 수십 개 날아 나와 겉에 붉은빛을 드리우더니 수십 송이 꽃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꽃들은 크게 펼쳐져서는 빙글빙글 돌며 은은하게 진법을 이루더니 조주명과 석목을 안으로 드리웠다.

석목은 곧바로 선급 영석을 꺼내들고는 재빠르게 진기를 회복했다.

조극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조금 전에 신식으로 봤을 때, 수 천 리 안에선 채아와 조주명의 기운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이 도망을 친 줄 알고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다니!

조극이 소리를 지르며 붉은빛과 하얀빛을 펼쳤다. 그러자 은색 전극이 천천히 용 모양 환영으로 변하며 석목을 덮쳤다.

“석두를 방해할 생각은 하지 마! 눈깔이 세 개 자라난 흉측한 놈아! 나부터 지나가라!”

채아가 그림자를 반짝이며 석목의 앞에 막아서서는 입을 크게 벌리며 푸른 화염을 뿜었다.

푸른 화염은 한참 동안 들끓다가 두터운 화염 방패로 변하였다.

쩍!

조극의 은색 전극은 푸른 방패에 닿는 순간, 곧바로 깊게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푸른 화염 방패가 매우 단단해 반 장 정도 찔러 들어가더니 이내 멈춰 섰다.

이어서 조극은 은색 장극에 빛을 크게 드리우며 팔을 흔들었다. 그러자 장극이 푸른 방패를 두 덩이로 가르며 다시 석목을 공격해갔다.

그러나 그 순간, 앞쪽에서 커다란 푸른 화염이 수십 덩이 나타나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채아는 진기를 얼마나 사용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서 끊임없이 푸른 화염을 뱉어냈다.

조극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푸른 화염은 한기를 풍기며 막강한 힘을 뿜어내 이리저리 피하느라 조극은 한참 동안 석목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한편, 백비를 비롯한 세 사람이 다시 날아와 미친 듯이 조주명의 붉은 꽃 진법을 공격하였다.

하지만 은룡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석목에게 공격을 받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붉은 꽃 진법도 방어력이 대단해 세 사람이 한참 동안 미친 듯이 공격을 했지만 결국 터트리지 못했다.

조극은 마음이 조급해 계속 소리를 지르며 다양한 공격을 폭우처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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