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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801화 (801/916)

801화. 비정상적인 움직임

한 달 뒤, 무암성 밖.

거대한 금색 전함 이백여 척이 나란히 줄을 지어 있었으며 그 뒤로는 키가 만 장이나 되는 누런 피풍의를 두른 거인이 굵은 북채를 휘두르며 허리춤에 찬 큰 북을 두드렸다.

쾅, 쾅, 쾅!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자 전함 이백여 척에서는 금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전함들의 앞쪽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자 길이가 백 장 가까이 되는 빛이 창처럼 쏟아져 나왔다.

수백 갈래 금빛이 별하늘에서 황금빛 비가 되어 무암성을 지키는 수호 대진으로 쏟아져 내렸다.

펑, 펑, 펑!

하늘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갑자기 노란 구름이 크게 흔들리면서 폭발하여 거대한 소용돌이 수백 갈래를 이루었다.

두꺼운 구름 안개는 노란 소용돌이가 돌아가는 방향을 따라 끊임없이 들끓으며 성운 밖에 커다란 폭풍을 이루었다.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오늘 안에 이 무암성을 지키는 방어 대진을 찢어버려야 한다.”

비로 선장이 전함의 함교에 서서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비로의 뒤에 서 있던 서문설이 대답을 하고는 밖으로 날아갔다.

비로 옆에는 신장이 열 몇 명 더 있었는데 전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잔뜩 긴장한 비로를 바라보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로가 어두운 얼굴로 무암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비로는 전쟁에서 진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준비를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암성에서 큰 손해를 입었다. 천정은 무암성에 들어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군사도 많이 잃은 데다가 심지어 남궁경까지 전사하였다.

이 때문에 비로는 전황이 느슨해진 성역에서 신경 강자들 여러 명을 소환하여 전함을 끌고서 다시 무암성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비로는 지난날에 겪었던 치욕을 되갚아 주리라 결심하며 이를 갈았다.

쿵, 쿵, 쿵!

한바탕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암성 밖에 드리운 노란 구름이 세차게 들끓자 수백 갈래 금빛 창들이 집중 포격을 가해 구름에 커다란 틈을 찢어놓았다. 그러자 갈라진 틈 사이로 노란 수정 같은 광막이 드러났다.

수정 광막이 충격을 받는 순간, 위쪽에 뜬 마름모 모양의 광막이 눈부시게 번쩍였다. 하지만 대진이 허물어질 기미는 없었다.

천정의 전함이 폭격을 잠시 멈추자, 수정 광막에서 노란 구름이 조금씩 흘러나오더니 커다란 구멍은 다시 붙어버렸다.

하지만 노란 구름이 원래대로 복구되기도 전에 또다시 금색 창이 줄줄이 날아와서 노란 구름을 폭격했다.

* * *

무암성을 지키는 수호 대진은 마치 단단하기 그지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안쪽 분위기는 이미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허공에서 빛이 간간이 날더니 반귀 일족과 북무성 방향으로 모였다.

삼백 척이 넘는 반귀 일족의 전함들은 이미 출격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이 자리에 모인 천하 백족들은 전부 전투태세를 갖추고서 천정의 대군과 치를 마지막 승부를 기다렸다.

의사 대전 바깥 쪽 광장에 몇몇 사람이 나란히 서서 고개를 들고선 심각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에 천정이 작정을 하고 온 것 같군요. 절대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 같네요.”

암웅 일족의 족장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반짝이는 광막을 바라보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우리 종족을 지키는 수호 대진은 이제 완벽하게 복구가 되었어요.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진추도 단단히 지키고 있으니 절대 이전과 같은 변고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육규종이 장담은 했으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 도우, 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대장로가 지팡이를 짚고서 서유금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장로님, 이미 준비를 마쳤어요. 대형 전송 진법을 통해 영남성의 미천거원 일족에서 보낸 전함과 무암성에 있던 전함을 모두 합치면 총 삼백열다섯 척이 있죠. 또한 각 종족에서 병사들이 모두 삼십만 명입니다. 그리고 회복을 할 때 필요한 영석과 단약도 대량 비축해두었으니 일 년은 거뜬히 쓸 수 있을 거예요.”

서유금이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안색이 조금 환해졌다.

“그렇다면 천정과 한동안 대치를 해도 문제가 없겠군요. 천정은 지쳐서라도 물러서겠죠.”

암웅 일족의 족장이 말했다.

“천정과 대치를 하다니요?”

대장로가 입을 열었다.

“대치하지 않는다면 무암성을 벗어나 공격을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이때 암웅 일족의 족장이 놀라며 물었다.

육규종도 놀란 얼굴로 대장로를 바라보았는데 그마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대장로님도 우리 무암성을 지키는 대진을 믿지 못하십니까?”

육규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반귀 일족의 대진은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준비를 했으니 지금은 반격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죠. 계속 움츠리고 숨어있을 수만은 없어요.”

대장로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대장로님, 석 맹주님께서 계시지 않아 연합에서 결정할 모든 일은 대장로님과 육 족장님이 맡으라고 하셨으나 먼저 공세를 취하는 건 큰일이니 석 맹주님이 돌아온 다음에 결정을 내리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한 신경 장로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 장로님, 심사숙고해 내릴 결정이에요. 석 맹주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으니 지금 공격을 하면 군심이 불안해져 전세가 나빠질 수도 있어요.”

안화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들 대장로가 먼저 공격하겠다는 말을 하자 걱정이 앞섰다.

“여러분, 먼저 공격을 하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은 석 맹주님입니다.”

대 장로가 손바닥을 아래로 눌러가며 사람들을 진정시킨 후에 계속해서 말했다.

* * *

무암성 밖, 거대한 천정의 전함 이백여 척은 여전히 빛을 번쩍이며 온힘을 다해 수호 대진을 폭격했다.

하지만 이때,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던 곳 양쪽에서 갑자기 구름이 용솟음을 치더니 영력이 들끓었다.

이어서 커다란 구멍이 두 개 뚫리며 각양각색인 전함들이 줄줄이 날아 나왔다.

전함에 서서 폭격을 하는 상황을 살피던 비로는 미천 연합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자 흠칫 놀랐다.

그리고 전혀 망설이지 않고서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전함을 철수하라.”

비로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누런 피풍의를 두른 거인은 휘두르던 북채를 거두어들이고는 돌아서서 뒤로 물러났다.

거인들이 이끄는 가운데 천정의 전함들 이백여 척이 방향을 틀고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미천 연합의 전함들이 에둘러 올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자 이내 다시 멈춰 섰다.

대장로는 미천 연합에서도 가장 앞에 있는 전함에 타고 있었으며 천정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자 손을 흔들었다.

“공격!”

이와 동시에 육규종도 명령을 내렸다.

두 전함 부대는 한 곳으로 모이지 않고 두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했다.

쿵, 쿵, 쿵!

굉음이 울려 퍼졌으며 미천 연합의 전함 부대에서 빛이 번쩍였다. 이어서 굵은 화염 기둥 수백 갈래가 천정의 대군을 향해 날아갔다.

비로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천정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런 피풍의를 두른 거인은 싸늘한 얼굴로 미친 듯이 북채를 휘둘렀다.

쾅, 쾅!

수백, 수천 갈래 금빛 창들이 하늘을 가르며 화염 기둥과 격하게 부딪치면서 붉은색과 금색 그물을 이루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귀를 찢어버리는 듯이 매서운 고함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미천 연합의 전함 부대 한쪽에서는 안화가 작고 둥그런 전함 삼십여 척을 이끌어 부대에서 빠져나와 천정의 전함 부대로 향했다.

동시에 미천 연합의 대형 전함들에서는 빛이 더욱더 심하게 번쩍였으며 더욱더 맹렬한 기세로 천정의 전함들을 폭격했다.

천정의 전함들은 거대한 황금색 전함으로 둥그런 전함보다 공격력이 훨씬 강했다.

하지만 둥그런 전함은 작은 만큼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리고 아군 전함들이 지원 폭격을 하는 가운데 더욱더 빠르게 천정의 전함들을 향해 덮쳤다.

“공격!”

안화가 소리를 지르자 둥그런 전함 삼십여 척에서 빛이 번지더니 불길이 날아가 천정의 전함들을 공격했다.

쾅! 쾅!

고막이 찢어질 듯한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정의 전함 열 몇 척이 둥그런 전함들에게 공격을 받아 심하게 흔들렸다. 물론 안화는 거대한 전함들을 단번에 부숴버리지는 못했지만 큰 피해는 줄 수 있었다.

한편, 미천 연합의 대형 전함들도 끊임없이 폭격을 퍼부었다.

쿵!

굉음이 울려 퍼졌다.

천정의 전함 한 척이 거대한 화염 기둥에 폭격을 당해 함교가 폭발했다. 그러자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즐비하게 났으며 수백 명이 전함에서 튕겨져 나왔다.

“서문 신장, 사람들을 데리고 저 파리들을 죽여 버려!”

비로가 소리를 질렀다.

“네!”

서문설은 대답을 하고는 신장 두 명을 데리고 바깥쪽 전함으로 날아나갔다.

신장들 뒤로 천정의 병사들 수천 명이 뿔뿔이 따라 나가 둥그런 전함으로 날아갔다.

서문설이 눈에 빛을 반짝이며 금색 무기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둥그런 전함의 상공에 나타났다.

서문설은 무기를 꽉 쥐고는 높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무기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허상이 나타났다.

쩍!

굉음이 울렸다.

서문설이 팔을 휘두르며 무기 허상으로 둥그런 전함을 둘러싼 보호 광막을 힘껏 내리쳤다.

광막이 격하게 흔들리면서 커다란 틈이 벌어지더니 양쪽으로 찢어졌다.

무기 허상은 멈추지 않고 곧장 둥그런 전함의 함교를 강타했다.

쾅!

함교에서 빛이 폭발하며 선체에도 큰 구멍이 생겼다.

몇몇 미천 연합의 병사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 채 허상에 휩쓸려 찢어져 버렸다.

그러자 나머지 미천 연합의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전함에서 튀어나가 서문설을 공격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천정의 전사들 천여 명이 날아와 격전을 펼쳤다.

전함에 구멍을 뚫어버린 서문설은 전투를 벌이지 않고서 또 다른 둥그런 전함으로 날아가 단번에 전함을 뚫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둥그런 전함 몇 척이 전부 공격을 받아 뚫려버렸다.

그러자 안화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함에서 날아 나와 서문설에게로 향했다.

쾅!

양측의 전함들이 동시에 맹렬하게 공격을 날리자 빛들이 끊임없이 하늘에서 폭발하였고, 거센 바람이 밀려 나와 전함들은 모두 흔들렸다.

서문설과 여러 차례 교전을 치른 안화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문설은 안화와 같은 신경 초기였지만 전투력은 확실히 안화보다 한 등급 높았다. 비록 안화는 간신히 버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만약 이렇게 계속 싸운다면 패배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서문설이 무기를 비틀어 금빛을 터뜨리더니 허공에 톱니 모양 금색 빛고리를 만들어 안화를 공격했다.

안화가 무기를 들고 금색 빛고리를 맞이했다.

하지만 금색 빛고리는 안화의 무기에 닿는 순간에 터져버렸다.

막강한 기운 파동이 밀려 나오며 무수히 많은 금빛 선들이 나타났다.

안화가 깜짝 놀라 몸에 불빛을 드리우자 화염 갑옷이 안화를 감싸면서 금빛 선들을 막아냈다.

펑!

안화가 막강한 힘을 받아 튕겨져 날아가더니 천정의 전함과 ‘쾅!’ 부딪쳤다.

그리고 안화가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서 공격을 하려고 할 때, 그는 문득 무엇인가를 느껴 멈춰 섰다.

잠시 후, 안화의 눈에 잠시 기쁜 기색이 흐르더니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둥그런 전함으로 날아갔다.

“철수!”

안화가 전함에 서서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안화가 이끌던 전함들이 천정의 전함들 사이에서 날아 나와 질서 있게 미천 연합의 전함 부대로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본 서문설은 구태여 쫒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천정의 전함으로 날아갔다.

이때, 두 전함 부대는 사이가 많이 가까워져 포화를 연신 날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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