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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813화 (813/916)

813화. 배척

푸른 가마가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하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있던 나무 속성 영력들이 줄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푸른 영력이 석목에게로 몰려와 줄줄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석목의 몸이 편안해지던 순간, 한 줄기 나무 속성 영력이 모래 사람 수백 구를 스쳐 지나가, 영력이 닿은 모래 사람들은 속도가 순식간에 느려지는 걸 보았다.

그러자 석목이 주먹에 푸른빛을 감고는 모래 사람의 머리를 내리쳤다.

펑!

모래 사람은 머리가 부서져버렸으며 몸통 또한 부서져 다시 모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모래가 되어 부서져버린 모래 사람들은 그대로 바닥에 붙어버려 다시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지 않았다.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였다.

모래 사람들은 흙 속성이라 나무 속성으로 물리쳐야만 완전히 무너트릴 수 있었다.

방법을 찾은 석목은 눈에 금빛을 반짝이며 두 손으로 빠르게 법결을 짚으면서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석목의 몸 앞에서 영력 파동이 일렁이더니 둥글고 푸른 광막이 앞에 나타나 짙은 나무 속성 영력을 흘려보냈다.

석목이 입으로 낮게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을 위로 받쳐 들고는 맹렬하게 휘둘렀다.

둥그런 푸른 광막은 곧장 하늘로 날아올라 구름 속을 뚫고서 들어갔다.

구름층이 한참 동안 흔들리더니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낙(落)!”

석목이 낮게 소리를 질렀다.

푸른 구름 속에서 무수히 밝은 부문들이 밝아져 나오더니 위아래로 맴돌았다. 또한 구름에서 푸른빛이 줄줄이 날아 나와 소나기로 변하더니 촘촘하게 쏟아졌다.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막에 먼지가 흩날렸다.

푸른 빗줄기가 촘촘하게 쏟아지며 모래 사람들의 몸을 뚫고서 지나갔다.

퍽, 퍽, 퍽!

석목에게로 몰려오던 모래 사람들은 동작이 느려졌다가 하나둘씩 터져버리더니 모래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다시는 뭉치지 못했다.

석목이 공격 방식을 바꿔 나무 속성 영력으로만 공격을 하자 모래 사람들이 우르르 무너져버렸고, 사막도 색깔이 점점 어두워졌다.

반 시진 뒤, 마지막 푸른빛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모래 사람 수십 구가 바닥에 주저앉더니 사막은 다시 고요해졌다.

석목이 이제야 한숨을 돌리려 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서 갑자기 현란한 금빛이 줄줄이 나타나 금운(金雲)으로 뭉쳐져서는 석목에게로 떨어졌다.

“이건 또 뭐야?”

석목이 흠칫 놀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금운에서는 강력한 금 속성 파동이 흘러나왔다.

석목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금운이 변하는 걸 바라보았다.

이 공간에선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마음대로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쿵!

금운이 한참 동안 들끓으면서 수많은 말벌 모양 금색 괴물들이 구름 속에서 날아 나와 하늘을 뒤덮으며 석목을 덮쳤다.

금색 말벌 괴물들은 크기가 사람만 했고, 온몸에 금빛 찬란한 비늘을 감은 채 날개에서 금속 같은 광택을 드러냈다. 또한 꼬리는 날카로운 금색 검과 같아 모든 것들을 찢어버릴 듯한 기운을 풍겼다.

“정말 끝이 없구나!”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방대한 힘이 석목의 몸에서 흘러나와 단번에 금색 말벌을 날려버렸다.

말벌은 조금 전에 본 모래 사람들과 같이 실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몰려와 석목을 귀찮게 만들었다.

석목은 나무의 힘을 손에 감고는 칙칙 소리를 내며 푸른빛을 뿜어 십 장 안에 있던 말벌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나무의 힘만으로는 말벌을 물리치기가 조금 버거운 것 같아 석목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오행 중에 금 속성이 나무 속성을 억제할 수 있었다.

석목은 다시 나무의 힘을 거두어들이고는 손에 붉은 화염을 둘러 화염 손을 만들더니 말벌 대군을 내리쳤다.

불 속성은 나무 속성을 억제했다!

석목이 시전한 화염의 힘은 매우 대단해 화염이 스치는 곳을 떠다니던 말벌들은 가볍게 녹아버렸고, 곧이어 금색 안개가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순간, 주변에 떠다니던 말벌은 절반이나 사라져버렸고, 석목이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떠있던 금운도 부서져버렸다.

이때, 허공에 남아있던 금운이 사라지며 주변에 물기가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파란 물빛이 넓게 펼쳐졌다가 다시 파란 구체가 물화살같이 변하여 석목에게로 쏟아졌는데 구체 속에는 파란 번개가 번쩍였다.

바닥에 물줄기가 넓게 퍼졌고, 물 속성 괴물이 물속에서 뭉치더니 나타나서 미친 듯이 석목을 덮쳤다.

칙, 칙, 칙!

무수히 많은 물 속성 공격이 석목이 두르고 있던 화염에 떨어지자 화염의 힘은 순식간에 흩어져버렸다.

“물 속성 공격……”

석목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공간은 어떻게 된 걸까? 어째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오행 원소로 만들어진 괴물이 공격을 해올까?

분명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고, 석목에겐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석목이 이제 막 공법을 시전하여 물 속성 공격을 막아내려던 참이었다.

“기다려봐. 내가 알 것 같군. 우선 화염의 힘을 전부 숨겨버리고 몸속에 흐르는 진기도 시전하지 마. 그리고 아무런 법보도 꺼내지 마!”

이때, 수령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수령자가 하는 말을 들은 석목은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하는 말은 믿을 만 했기에 석목은 수령자가 말하는 대로 화염의 힘과 몸속에 흐르는 모든 진기를 숨겨버렸다.

그리고 육신의 힘으로 스무 장 정도 떨어진 조금 높은 지대로 올라갔다.

그러자 쏟아지던 구체와 물화살들은 목표를 잃어버렸고, 땅 위에서 서성이던 물 속성 괴물도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한참 동안 둘러보았다. 이어서 석목을 향해 날아오던 모든 공격이 사라져버렸다.

방대한 물 속성 영력이 서서히 사라지며 허공 속으로 스며들었다.

“수령자, 어떻게 된 거야?”

석목이 다급하게 물었다.

“후후, 모르겠지? 이 어르신이 설명해주지.”

수령자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빨리 말해봐.”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발견했다시피 여긴 보기에 특별한 게 없어 보이나 오행의 영력이 아주 짙고 공간의 곳곳에 흩어져있어. 그러니 이 영력들이 모여들기만 하면 엄청난 힘으로 변할 수 있지. 왜 이런 곳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절대로 평범한 비경은 아닌 것 같아.”

수령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흐르는 오행의 영력은 아주 짙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을 이루고 있어. 이 비경 속에는 규칙의 힘도 어느 정도 있어서 너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힘을 밀어내지.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온 힘을 발견하는 순간, 오행의 원리를 따라 반대되는 힘을 침입자에게 써서 공격을 하지.”

수령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석목은 다시 공격 순서를 되짚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마치 커다란 영역 같아. 오행마굴이라는 이름이 아주 어울리는 곳이군.”

수령자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몸속에 흐르는 모든 진기를 숨기면 이 공간이 나를 인지하지 못해서 나를 공격할 일도 없겠군.”

석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곳에 만들어진 규칙은 온전한 편이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진기를 숨긴다고 해도 이 세계에서 우리는 침입자에 불과하기에 마찬가지로 공격을 당했겠지.”

수령자가 말했다.

석목의 눈에서 흥분한 기색이 스쳤다.

이렇게 신기한 곳이 다 있었다니. 백원왕이 석목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한데에는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백원왕이 말하는 구전현공을 대성으로 이끌어줄 기연은 어디에 있을까?

“이놈아, 나는 상고 시기 때부터 지금까지 살았어.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았음에도 이런 비경 공간은 본 적이 없지. 게다가 오행의 영력이 이렇게 짙은 걸 보니 비경의 깊은 곳에 오행 본원의 영맥이 만들어진 게 분명해.”

수령자도 흥분을 하긴 마찬가지였다.

“본원의 영맥? 그건 뭐지?”

석목이 물었다.

“본원 영맥의 본질은 마찬가지로 영맥이야. 하지만 평범한 영맥들보다 백 배는 더 신묘하지. 거길 찾아야만 네가 수련한 음양오행의 신묘한 공법들이 진정으로 대성에 이를 수 있어.”

수령자가 말했다.

석목은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백원왕이 말하던 기연이 본원 영맥일까?

“좋아.”

석목이 말했다.

그리고 바로 앞으로 향했다.

* * *

진기를 사용할 수 없어 날아갈 수는 없었지만 육신의 힘만으로도 석목의 속도는 절대 느리지 않았다. 그렇게 석목은 검은 선으로 변하여 재빠르게 비경의 깊은 곳으로 다가갔다.

진기를 사용하지 않자 비경 속에 감도는 오행의 영력은 더는 석목을 공격하지 않았다.

“이 공간은 거의 행성만한 크기군. 오행의 영맥을 찾는 게 그리 쉬울 것 같지 않아.”

석목은 신식을 내보내며 한참 동안 걸어 다녔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괜찮아, 내가 비경을 뒤덮은 영력이 어떤지 알아볼 테니 너는 계속 비경의 깊은 곳으로 가.”

수령자가 말했다.

“그럼 부탁해.”

석목은 수령자라는 상고 시대의 신혼이 꽤 쓸모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령자를 대하는 태도도 점점 좋아졌다.

수령자의 목소리가 무거워진 걸 보니 비술을 시전하러 간 것 같았다.

석목은 주변을 둘러보며 한 방향으로 계속 다가갔다. 그리고 사막을 지나 초원에 도착했다.

오행마굴의 깊은 곳으로 갈수록 오행의 영력이 점점 짙어졌다.

이곳에 흐르는 오행의 영력은 이전보다 훨씬 민감해 자칫 잘못하여 진기 파동을 조금이라도 흘려보냈다간 주변의 영력이 파동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석목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진기를 숨겼다.

오행 영력이 공격을 하는 건 두렵지는 않았지만 매우 귀찮았다.

게다가 조극과 갈라졌으니 석목은 이제 빠르게 오행마굴이 지닌 오묘한 점을 깨우쳐야만 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터였다.

이때, 석목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 곳을 바라보았다.

막강한 흙 속성 기운이 빠르게 다가왔고, 바닥에서 ‘쿵, 쿵’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화난 용 같은 모래 바람이 몰려와 땅마저 함께 흔들렸다.

“이런 느낌은…… 오행 괴물이 아니라 요수 같아. 오행마굴에 요수도 있다는 뜻인가?”

석목이 발걸음을 멈추고는 모래바람을 바라보며 속으로 놀랐다.

쿵!

모래바람은 빠르게 석목의 앞으로 다가왔는데 바람 속에서 포효가 들려왔다.

포효는 묵직하고 괴상하여 불쾌한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또한 마치 거대한 힘이 가슴을 내리치는 느낌을 주었다.

이 소리에는 음파 공격이 깃들어있었다!

이때, 거대한 손이 모래바람 속에서 튀어나와 번개 같은 속도로 석목을 붙잡으려 했다.

석목이 몸을 날려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수십 장 밖에 나타났다.

모래바람이 흩어지면서 커다란 집채만 한 짐승이 나타났다.

이 짐승은 거북이처럼 생겼지만 등에 거북이 등껍질이 아닌 노란 비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채찍처럼 생긴 꼬리가 세 개나 자라있었으며 꼬리에도 비늘이 가득했다. 또한 네 발은 용의 발처럼 튀어나와 있었는데 뾰족한 이빨도 입에 드러나 그 모습이 매우 흉악해 보였다.

“이건 뭐지? 요수? 아니, 영수!”

석목은 눈앞에 놓인 거북이 괴물을 바라보며 유화조석에서 죽였던 신경 화염 도마뱀을 떠올렸다.

눈앞에 놓인 거북이 괴수도 마찬가지로 순수한 흙 속성 영력이 탄생시킨 막강한 영수였다.

거북이 괴수가 풍기는 기운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했지만 수련 경지는 고작 성계 정상이었다.

“인…… 간…… 죽어!”

거북이 괴수는 인간의 언어도 사용할 줄 아는 걸 보니 지식이 꽤 높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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