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화. 영수 구슬
거북이 괴수는 입을 크게 벌려 맷돌만한 노란 번개 구체를 뿜어냈다. 그러자 번개 구체에서 막강한 영력 파동이 흘러나와 석목에게로 향했다.
동시에 괴수는 꼬리 세 개를 미친 듯이 흔들어 광풍을 일으켰고, 검은 그림자를 줄줄이 뿜어내 거대한 망을 이루며 석목을 감쌌다.
석목은 피하지 않고서 주먹을 날렸다.
쾅!
막강한 기운 파동이 석목의 몸에서 흘러나오자 공기 중에서 폭발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어서 막강한 벽이 석목의 주먹과 함께 거세게 앞으로 밀려갔다.
무수히 많은 노란 번개 구체가 벽에 부딪쳤지만 흉흉한 기류에 삼켜져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괴수는 꼬리 세 개를 엮어서 기류 위를 세차게 내리쳤지만 단번에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석목은 또 다른 팔에서 번개를 반짝이며 단번에 거북이 괴수의 꼬리 하나를 잡아버렸다.
석목이 가볍게 소리를 지르며 거대한 꼬리를 힘껏 휘둘렀다.
그리고 석목은 거북이 괴수의 거대한 몸통을 번쩍 들어 올렸다가 힘껏 바닥으로 내리쳤다.
퍽!
굉음과 함께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고,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더니 부서진 돌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먼지가 흩어지자 거북이 괴수의 거대한 몸집이 나타났다.
괴수의 노란 눈알은 한참 동안 희번덕거렸는데 막강한 힘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이 희미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괴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일어서려고 했다.
이때, 석목이 번쩍이더니 괴수의 머리 위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쩍!
거북이 괴수는 그대로 머리가 터져버렸다.
머리 없는 시체가 한참 동안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어서 거북이 괴수의 시체에서 노란빛이 번지더니 위아래로 흐르다가 순식간에 분리되어 순수한 흙 속성 영력으로 갈라져 허공에 흩날렸다.
거대한 괴수 한 마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괴수가 사라진 바닥에 주먹만 한 노란 구슬이 하나 놓여있었는데 구슬에서 노란빛이 흐르며 강렬한 흙 속성 파동이 느껴졌다.
석목은 한 손을 흔들어 노란 구슬을 주웠다.
노란 구슬은 영수에게서 흘러나온 영수 구슬이었는데 석목은 예전에도 이런 구슬을 주운 적이 있었다.
고작 주먹만 한 크기였지만 구슬 속에는 매우 짙은 흙 속성의 영력이 들어있었고, 유화조석에서 얻은 신경 화염 도마뱀 영수의 구슬보다 훨씬 순수한 것 같았다.
이곳에 흐르는 오행의 영력이 유화조석보다 훨씬 순수하기 때문일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석목이 익힌 구전현공 흙의 힘은 이미 원만에 이르러 영수 구슬이 그리 큰 쓸모는 없었다.
석목은 구슬을 거두어들이고는 계속 머물지 않고 움직였다.
영수 한 마리를 죽인 건 아마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 석목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석목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이곳에 영수가 나타난 걸 보니 절대 한 마리만 있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석목은 영수가 무섭지는 않았지만 부딪치게 되면 꽤나 골치 아팠다.
* * *
앞으로 대략 반시진 정도 걸어가자 드디어 초원지대에서 벗어나 구릉지가 나타났다.
석목은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영수 한 마리와 부딪쳤다.
전에 만났던 노란 거북이와 매우 흡사한 영수였는데 이번에는 물 속성 영수였다. 물 속성 영수는 한참 동안 땅을 뒤흔든 뒤에 땅에서 기어 올라와 석목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 속성 영수는 몸집이 매우 거대하여 크기가 족히 백 장이나 되는데다가 집채만 한 몸에 뱀 머리와 거북이의 몸통, 용의 발이 달려 있었다.
생김새를 보면 현무(*玄武: 북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을 상징한 짐승)와 같았다.
거대한 거북이 등껍질은 투명한 빛을 띠었고, 뿜어내는 빛 속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방대한 위압감이 현무의 몸에서 흘러나왔는데 이미 수련 경지가 신경에 도달하여 신경 중기에 가까워졌다.
석목은 얼굴에 믿기지 않는 기색을 드러냈다.
현무는 흙 속성 거북이 영수보다 열 배나 더 강력했는데 단순한 육신의 힘만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이곳에서 진기를 사용한다면 공간이 몰아칠 공격은 사막보다 훨씬 강력할 터였다.
쿵!
현무가 온몸에 물빛을 감더니 물 흐르는 소리를 쏟아냈다. 이어서 현무는 입을 크게 벌리고는 굵은 빛기둥을 석목에게로 뿜어냈다.
석목이 소리를 치자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다가 순식간에 몇 배나 자라나 그는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석목은 막강한 힘을 주먹에 감고 있었고, 주먹에는 핏기가 어렸다.
쾅!
석목은 몸을 크게 흔들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그제야 몸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파란 빛기둥도 주먹 때문에 부서져 버렸다.
이어 석목은 땅을 힘껏 디디며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현무 영수는 석목의 놀라운 속도를 보자 경계하는 눈빛을 내비쳤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소리를 지르며 온몸에 물빛을 감았다. 그러자 수많은 파란 빛기둥이 물빛에서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날아갔는데 그것들은 분명 규수신뢰(葵水神雷)였다.
쾅, 쾅!
수많은 규수신뢰가 폭발하면서 주변 수십 장 안에 온통 파란 물빛이 번졌다.
물빛 안쪽에 있던 모든 것들이 허무로 변하자 허공마저 격하게 흔들렸다.
현무는 지식은 매우 높아 신중하게 방어를 하고 있어 인간 수련자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수없이 많은 물빛이 터지자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석목은 마치 사라진 듯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무 영수는 눈에 의아한 기색을 드러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몸에서 물빛이 번쩍이면서 끊임없이 뿜어내던 규수신뢰를 거두어들였다.
규수신뢰가 사라지자 석목의 그림자 한 갈래가 현무 머리의 위에 나타났다.
석목은 눈에 날렵한 광채를 흘리더니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러 현무의 등을 내리쳤다.
비록 등껍질은 현무의 몸에서도 가장 단단한 곳이었지만 석목은 주먹으로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현무의 눈에서 간교한 빛이 스치더니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고, 이어 현무의 등껍질에서 검은 물결이 어른거렸다.
검은 안개가 등껍질에서 뿜어져 나왔는데 안개 속에 눈꽃이 섞여있는 것만 같았다. 또한 끝없는 한기가 검은 안개에서 흘러나왔다.
쩍, 쩍!
등껍질이 순식간에 검은 얼음으로 얼어붙었고, 석목의 몸도 함께 얼어붙었다.
석목을 얼린 얼음은 평범한 얼음과 달리 매우 단단하여 한참 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현무는 몸통이 순식간에 몇 배나 줄어들더니 빠른 속도로 앞쪽으로 날아가 고개를 돌려 허공에서 얼어붙은 석목을 쏘아보며 눈에서 사나운 빛을 뿜어댔다.
뱀 모양 검은빛이 현무의 두 동공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검은빛에서 검은 부문들이 맴돌며 법칙의 힘을 뿜어냈다.
검은빛이 번쩍이며 얼음 속을 가볍게 뚫고 들어가 번개 같은 속도로 석목의 머리를 내리쳤다.
석목은 안색이 굳더니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석목의 심장에 자리한 혈해가 미친 듯이 쿵쿵거리며 막강한 힘을 순식간에 사지로 흘려보냈다.
석목은 이미 몇 배나 불어난 몸통을 또 한 번 불리려고 힘을 주자 남은 거대한 힘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쩍, 쩍!
이어 검은 얼음이 부서지더니 석목이 비스듬히 두 갈래 검은빛을 피해냈다.
현무를 바라보는 석목의 눈에서 살의가 번졌다.
지금까지 석목은 현무를 너무 가볍게 봤다.
석목이 다시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현무 영수는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리고 똑같은 공법을 한 번 더 시전하여 규수신뢰로 몸을 보호했다.
현무의 몸에 이제 막 물빛이 흐를 때, 눈앞의 허공에서 석목이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힘이 주먹에서 폭발했고, 단번에 현무를 지키던 물빛을 찢어버리며 엄청난 위력으로 현무의 머리를 내리쳤다.
현무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석목의 속도 때문에 깜짝 놀랐다.
현무는 막 다른 방법을 써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게다가 현무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기에 공격을 피할 수도 없었다.
현무는 머리가 빠르게 줄어들더니 순식간에 등껍질 속으로 숨어버렸다.
사지와 꼬리도 등껍질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동시에 몸에서 끝없이 검은빛을 뿜어냈다. 그 모습을 보니 현무의 몸통이 마치 순식간에 커다란 검은 얼음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석목이 차갑게 웃더니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촘촘한 주먹 그림자가 공기를 찢으며 무겁게 현무의 등껍질을 내리쳤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현무의 거대한 몸통이 단번에 땅에서 허공으로 날아갔고, 등껍질에서 ‘쩍!’ 소리와 함께 균열이 갈라졌다. 하지만 갈라진 틈은 그리 크지 않았다.
석목은 눈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그리고 몸을 날려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현무의 머리 위에 나타나더니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현무의 몸통은 운석처럼 바닥으로 떨어졌고, 주먹을 맞은 부위에 균열이 몇 갈래 갈라졌다.
석목이 허공을 짚자 공기에서 폭발음이 울리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석목은 다시 한번 현무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현무의 몸통이 또다시 허공으로 던져졌다.
석목은 순간이동을 하듯이 귀신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때마다 현무의 거대한 몸통은 마치 모래주머니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현무의 몸에 점점 더 많은 균열이 갈라졌고, 틈이 점점 벌어져 온몸으로 퍼졌다.
현무는 화나가서 소리를 지르며 몸에 물빛을 감고는 석목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현무가 물빛을 두르는 순간, 석목이 곧바로 물빛을 부숴버려 결국 현무는 몸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받아내야만 했다.
이때, 석목의 눈에서 빛이 흐르더니 팔뚝에 근육이 툭툭 튀어나왔고, 석목의 근육에는 핏빛이 맴돌았다.
이것은 진기가 감도는 게 아니라 혈액이 너무 빨리 흐르면서 모공을 통해 흘러나온 모습이었다.
주먹은 곧장 현무의 배를 향해 내리쳤고,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굉장한 힘이 함께 터져나왔다.
쩍!
현무의 몸통은 드디어 산산조각이 났다.
석목이 깊은숨을 내뱉으며 ‘쩍, 쩍!’ 소리와 함께 원래 크기대로 돌아왔다.
찢어진 현무의 몸통은 수많은 물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눈썹을 치켜뜨며 바닥에 떨어진 파란 현무의 영수 구슬을 주었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물 속성 영력 파동이 구슬에서 흘러나왔는데 극도로 응결된 영력은 열해천령과도 비슷했다. 때문에 비록 아주 작은 구슬이었지만 머금고 있는 물의 힘은 커다란 강과도 같았다.
석목이 익힌 구전현공 물의 힘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영수 구슬에 담긴 영력을 흡수하려는 것 같았다.
“이렇게 풍성한 물의 영력이라니. 이걸 삼키면 여덟 번째 단계를 수련할 때 큰 도움이 될 거야……”
석목이 속으로 생각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지금 만약 진기를 시전한다면……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단호한 눈빛으로 구전현공 물의 힘을 시전하여 재빠르게 영수 구슬에 담긴 영력을 삼켰다.
석목은 물의 힘이 빠르게 강해져 미칠 듯이 기쁜 기색을 얼굴에 드러냈다.
우르릉!
석목이 진기를 사용하자 공간의 땅에서 큰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노란빛이 번지면서 노란 구렁이들이 땅을 뚫고서 나와 석목을 덮쳤다.
구렁이들은 각각 성계에 오른 기운을 풍겼고, 숫자는 족히 천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이와 동시에 허공에서 노란빛이 맴돌더니 노란 구름이 나타나 운석을 쏟아내 놀라운 기세로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진기를 사용하면 이 세계에서 강렬하게 배척을 당해 공격을 받으리란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거셀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