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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816화 (816/916)

816화. 삼목유망(三目幽蟒)

반시진 뒤, 석목은 영하를 지나 맞은편으로 넘어가서 강변에 난 길을 따라 위로 천 리 가까이 걸었다.

“다른 영맥이 느껴져?”

“아니…… 계속 위로 올라가 보자.”

수령자가 침묵하다가 말했다.

석목은 계속해서 강변을 따라 높은 지대로 올라갔다.

그렇게 대략 오백 리 정도 올라가자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나타나 빛을 가렸다.

마치 저녁이 된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졌다.

물 위를 바라보니 물결이 상류에서 밀려 나와 점점 넓게 퍼져갔다.

순간, 발밑이 차가워져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강물이 갑자기 언덕으로 올라왔다.

솨아아!

물결이 갑자기 높이 솟구쳐 석목이 있는 강기슭을 향해 밀려오면서 하얀 물보라를 튀겼다.

곧이어 강에서 흉흉한 기세가 일어나더니 파도가 높이 치기 시작했고,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석목은 강기슭에 서서 실눈을 뜨고는 상류에 어른거리는 거대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두컴컴한 상류에 거대한 등불 세 개가 유유히 켜졌다.

세 등불은 품(品)자 모양을 이루었고, 아래 놓인 두 등불은 모양이 둥글고 빛이 그윽했지만 가운데에 있는 등불은 오히려 좁고 긴 모양이었다. 그리고 등불들은 모두 자줏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세 등불 사이에는 칠흑 같은 자국이 한 줄씩 그어져 있었고, 자국 속에는 살벌한 기운이 짙게 배어있었다.

“큰일이군. 삼목유망이야!”

수령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삼목유망? 그게 뭔데?”

석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고시대엔 막강한 물 속성 영수가 있었어.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비경 속에 남았다니.”

수령자가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목유망은 어떤 녀석이지?”

석목은 수령자의 목소리를 듣자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이놈은 천성이 흉악하고 살육을 즐겨. 그리고 육신이 매우 단단해 평범한 법보로는 전혀 상처를 입힐 수도 없지. 이 오행마굴에서는 함부로 진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육신의 힘으로만 맞서기엔 결코 쉽지 않을 거야.”

수령자가 말했다.

말하는 동안 세 등불은 빠른 속도로 다가와 이미 석목의 앞에 서 있었다.

솨아아아!

거대한 검은 구렁이가 강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구렁이의 꼬리는 강 속에 칭칭 감겨 있었고, 몸통은 뻗을수록 길게 늘어났는데 곧바로 머리통이 백 장 높이까지 뻗었다.

삼목유망의 몸통은 검고 투명했다. 그리고 촘촘한 비늘을 두르고 있었는데 비늘에서는 파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삼목유망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세 눈에서 유유한 빛을 풍기면서 석목을 바라보았다.

“신경 중기 정상……”

석목은 유망이 풍기는 기운을 느끼더니 얼굴이 굳었다.

삼목유망의 둥근 눈에서는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형태가 없는 파동이 풍겨와 석목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귀에서는 윙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은 앞으로 다가가 몸을 날려 백 장 높이까지 올라가서는 유망의 머리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러 삼목유망의 머리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세모꼴 비늘을 내리쳤다.

유망도 석목의 속도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머리를 살짝 뒤로 뻗고는 눈으로 푸른 액체를 뿜어내며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은 유망과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주먹을 휘두르면서 방대한 기류를 뿜어내 푸른 진액을 막아냈다.

두 갈래 푸른 진액이 기류에 닿는 순간 ‘칙, 칙’ 소리를 냈다. 그리고 기류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점차 부식되기 시작했다.

훅!

또 한 번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삼목유망이 거대한 꼬리를 가로로 휘저으며 묵직하게 석목을 내리쳤다.

석목은 동공이 줄어들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거두어들인 주먹을 다시 꽉 쥐고는 유망의 몸을 힘껏 내리쳤다.

탱!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은 마치 육신이 아닌 금이나 돌을 내리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주먹 끝이 아팠다.

유망은 꼬리를 부들부들 떨다가 석목의 주먹을 내리쳤다. 그러자 ‘탱, 탱!’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삼목유망의 몸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유망의 몸통에서 흐르던 파란 광택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어두운 보랏빛만이 감돌았다.

삼목유망의 꼬리가 물길을 거슬렀다가 다시 석목을 내리쳤다.

물 위에는 크기가 열 장에 달하는 수벽이 솟아 물꽃이 튀었고, 보랏빛이 맴돌면서 끝없는 기운을 뿜어냈다.

석목은 앞으로 다가가 오른쪽 주먹을 휘둘러 수벽 뒤에 있는 유망을 내리쳤다.

펑!

끝없는 기운이 석목의 주먹에서 폭발하며 마치 숨어있는 회오리바람처럼 앞으로 향했다.

물꽃이 튀면서 수벽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렸다.

석목은 수벽에 난 구멍을 통해 삼목유망을 내리쳤다.

하지만 주먹이 수벽을 통과한 순간, 허리가 조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유망이 거대한 꼬리로 석목의 몸을 감아버린 것이었다.

탱, 탱!

삼목유망의 꼬리는 점점 조여 왔고, 보랏빛이 유망의 비늘에서 끊임없이 쓸리더니 석목을 꽉 묶어두었다.

석목의 두 팔에서 푸른 힘줄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두 손으로 유망의 몸을 밀어내며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석목이 틈을 벌리는 순간, 삼목유망의 꼬리는 다시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석목은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몸통이 삼목유망에게 감긴 채 그대로 구렁이의 머리 앞까지 끌려갔다.

삼목유망은 세 눈에 빛을 반짝이며 싸늘하게 석목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석목은 구렁이의 머리 중간 가운데 놓인 길쭉한 보랏빛 눈을 주시했다.

훅!

삼목유망의 둥근 눈에서 또다시 푸른색 진액이 뿜어져 나와 석목의 몸에 닿으며 진액이 석목의 몸을 감쌌다.

석목은 온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으나 다행스럽게도 육신이 매우 단단해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이때, 삼목유망의 머리 가운데에 가로로 자라난 눈에서 보랏빛이 밝아졌다.

석목은 더는 진기를 숨길 때가 아니라 깜짝 놀랐다.

쾅!

석목의 주변에서 금색 화염이 뿜어져 나와 단번에 몸에서 타오르는 진액들을 날려버렸다.

호천성염이 활활 타오르자 삼목유망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동시에 삼목유망의 꼬리에 힘이 풀렸고, 석목은 곧바로 흑백 날개를 펼쳐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쉴 틈 없이 돌아서서 공격을 날렸다.

현란한 금빛이 석목의 손에서 날아 나와 금색 조각달로 변하더니 삼목유망의 꼬리를 내리쳤다.

탱!

삼목유망은 꼬리가 순식간에 위로 튕겨져 나가더니 몸통마저 찢어져 버렸다.

석목은 멈추지 않고 다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때, 하늘에 뜬 먹구름에서 여러 갈래 틈이 벌어지며 화염 운석들 수천 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석목이 진기를 사용하자마자 공간의 힘이 다시 몰려온 것이었다.

석목은 빠르게 강 속으로 내려가 두 손으로 법결을 짚으며 주문을 외웠다.

부글부글!

강물 위에 하얀 물결이 튀는 모습이 마치 들끓는 물과 같았다.

석목은 두 손으로 하늘을 받쳐 드는 자세를 취하고는 몸으로 법력을 시전했다. 그러자 강의 물결이 순식간에 꿀렁이더니 무수히 많은 하얀색 수룡으로 변하여 쏟아지는 화염 운석을 막아냈다.

우르릉!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한바탕 울리며 두 갈래 빛이 넘실댔다. 그러자 화염 운석이 수룡과 부딪쳐 충격을 받아 산산조각이 나면서 무수한 잔해가 되어 흰 연기를 내뿜으며 떨어졌다.

하얀 수룡도 화염 운석으로 달구어져 안개로 변해버렸다.

안개가 흩어지기도 전에 강변의 모래가 연이어 꿀렁이더니 노랗고 거대한 맹수로 변하여 곧장 석목에게 날아갔다.

석목은 얼굴이 굳어 온몸에 푸른빛이 솟구쳤다. 그리고 손바닥을 앞으로 휘두르자 다섯 손가락 끝에서 푸른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섯 갈래 빛줄기는 마치 예리한 검 다섯 자루와 같아서 곧장 노란 맹수 열 마리를 꿰뚫어 버렸다.

하지만 석목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물 위로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자 수많은 금빛 칼날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석목에게로 쏟아졌다.

순간, 이 공간은 아수라장이 되어 온갖 속성이 담긴 영력들이 혼란스럽고 난폭한 상태에 빠져 미친 듯이 석목에게로 휘몰아쳤다.

석목은 조금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끊임없이 법결을 날려 물이 오면 흙으로 덮으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우르릉!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던 화염 운석들이 훨씬 촘촘하게 내리쳐 석목은 어쩔 수 없이 강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그러나 물 위에는 물보라가 휘몰아치며 수백 마리나 되는 교룡들이 꼬리를 흔들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는 석목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목은 다급한 나머지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가슴에 생긴 파란 가마 무늬와 노란 가마 무늬가 동시에 밝아졌다.

석목은 한 손은 하늘, 한 손을 땅을 가리키며 동시에 물과 흙 속성이 담긴 두 가지 영력을 방출했다.

두터운 돌벽이 석목의 아래에 나타나 노란빛을 띠더니 강에서 돋아난 교룡들을 짓눌렀다. 또한 물회오리 한 줄기가 석목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와 허공에서 쏟아지는 운석을 감쌌다.

쿵, 쿵!

요란한 소리가 두 번 크게 울리면서 교룡과 운석이 동시에 부서졌다.

교룡과 운석들의 위력이 한순간에 약해진 것 같아 석목은 조금 놀라웠는데 교룡과 운석들이 단 한 번 공격을 받았다고 쉽게 부서질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무엇 때문인지 조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온갖 속성이 담긴 영력 공격들도 한꺼번에 약해졌다.

훅!

삼목유망의 부러진 꼬리가 다시 석목의 옆구리를 향해 내달렸다.

석목은 손에 불빛을 번득이더니 맹렬하게 휘날렸다.

거대한 화염 주먹 그림자가 곧장 삼목유망을 내리쳤다.

하지만 이때,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던 영력 공격이 다시 난폭해졌다.

모래 짐승, 금색 바람, 나무 덩굴, 화염 운석과 교룡까지 동시에 나타나 하늘을 뒤덮으며 몰려왔다.

“어떻게 된 거지?”

석목은 깜짝 놀랐다.

“이놈아, 조금 전에 네가 동시에 물과 흙 속성으로 공격을 했을 때, 이 공간에서 몰아치는 공격이 많이 약해졌지?”

수령자가 갑자기 말했다.

“그렇다면 동시에 두 가지 속성을. 아니, 동시에 상극인 두 가지 영력을 시전해야 공간이 덜 덤벼들겠지.”

석목은 눈에 빛이 스쳤다.

“해보면 알겠지.”

석목이 말했다.

그리고 몸을 날려 화염 주먹으로 강을 내리쳤다.

동시에 가슴에 파란 가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석목은 물의 영력으로 공격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몸속에서는 물의 힘을 전개하였다.

역시나 공간에서 몰아치는 공격이 순식간에 약해졌다.

“우리가 예측한 게 맞았어……”

수령자가 말했다.

석목이 대답하기도 전에 삼목유망의 몸통이 석목을 덮쳤다.

유망의 이마 가운데에 자라난 눈에서 보랏빛이 반짝이더니 보라색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허공을 뚫고서 순식간에 석목에게로 다가왔다.

“죽어!”

석목이 소리를 질렀다.

석목의 가슴에 푸른 가마와 노란 가마가 동시에 나타났다.

두꺼운 노란 영력이 석목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단단한 돌벽으로 변하여 보라색 물줄기를 막아냈다.

보라색 물줄기가 돌벽에 닿는 순간, 돌벽은 가운데가 녹아 구멍이 뚫려버렸다.

이와 동시에 석목은 날개를 펄럭이며 보라색 물줄기가 뚫어버린 구멍을 통해 날아가 삼목유망의 앞에 나타났다.

석목의 가슴에는 푸른 가마와 노란 가마 말고도 나머지 가마 허상 세 개가 줄줄이 나타났다.

석목의 몸에서 청, 금, 적, 남, 황색 빛 다섯 갈래가 동시에 밝아지더니 다섯 가마가 서로 빛을 뿜으면서 평형을 이루었다.

석목은 날개를 펄럭이며 번개 같은 속도로 유망의 이마로 날아가 손을 굽혀 이마에 자리한 세모난 비늘을 덮쳤다.

삼목유망은 피할 수 없게 되자 가로로 자라난 눈에 보랏빛을 드리웠다. 그러자 보라색 물줄기가 세 배나 불어나 석목을 공격했으나 석목의 손에서 다섯 갈래 빛이 동시에 밝아지며 곧장 보라색 물줄기를 내리쳤다.

보라색 물줄기는 석목의 손에서 튕겨져 날아갔고, 다섯 갈래 빛이 지켜주는 석목을 공격할 수 없었다.

퍽!

석목의 손이 그대로 유망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석목의 손에는 뚫린 유망의 머리에서 꺼낸 손바닥만 한 구슬이 하나 나타났다. 손에 쥔 구슬에는 보랏빛이 흐르고 있었는데 바로 삼목유망의 영수 구슬이었다.

이때, 석목이 고개를 들고는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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