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화. 오행 균형
석목은 오행의 힘을 거두어들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영력 평형 상태를 풀었다. 그러면서 몸속에 깃들었던 다양한 영력들이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오행 영력이 뿜어져 나오자 공기가 훨씬 강력하게 떨리며 공간이 더욱 미칠 듯이 공격을 해왔다.
석목은 다급하게 두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적, 금, 청, 남, 황색 다섯 갈래 빛깔을 뿜어냈다. 그러자 빛들은 석목이 움직이는 대로 화염벽, 물결, 흙산, 칼날비, 덩굴로 변하여 주변에서 끊임없는 공격들을 막아냈다.
순간, 천 리 안에 감돌던 모든 영력이 들끓기 시작했고, 각양각색인 빛들이 미친 듯이 용솟음치면서 천지가 흔들렸는데 마치 세계의 종말이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공간에서 날아오던 공격도 곧바로 달라졌는데 더 이상 원소 생물이나 바람, 운석 같은 구체적인 사물들이 아니라 천 리 안에 흐르던 오행 영력이 모여 거대한 다섯 갈래 흐름이 되더니 석목에게로 밀려갔다.
석목이 뿜어낸 오행 방어막은 잠깐만 유지되었을 뿐, 곧장 무너져버렸다.
“엄청나군!”
석목은 몸이 흔들려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석목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좋아했다. 그리고 법보를 꺼내지도 않고 몸을 빙글빙글 돌리자 두 팔이 희미해졌다.
우르릉!
거대한 오색 주먹 그림자가 사방팔방에서 날아와 주먹을 한 방, 한 방 내려칠 때마다 허공에서 벼락이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내리치는 주먹에는 막강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끊이지 않았고, 천지의 기운도 점점 더 거세졌다.
다섯 갈래 영력 흐름은 막강했지만 석목은 전부 막아냈다.
석목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두 눈을 감고는 영력 감각으로 밀물처럼 밀려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석목은 주변에 감돌던 오행 영력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오행 영력은 거칠긴 했지만 은은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순간 석목의 머릿속에서 번득인 생각은 아마도 이 세계를 이루는 오행 균형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구전현공 여덟 번째 단계는 몸속에 흐르는 오행의 힘이 하나가 되어 평형을 이루어야만 진정으로 원만에 도달한다.
그런데 석목은 그동안 네 가지 속성의 균형을 이루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섯 가지 속성이 평형을 이루게 만들어야 하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석목은 이 세계에서 어떤 균형과 관련된 깨우침을 얻을 수도 있었다.
천지를 뒤덮는 압력을 받으면서 석목이 느끼는 심경은 오히려 점점 더 차분해졌고, 구전현공 오행의 힘도 더욱 더 능숙하게 시전할 수 있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군!”
석목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이어서 윙윙 소리를 내며 오색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다섯 빛깔 가마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순식간에 크기가 한 장 정도로 커졌다.
커다란 가마 다섯 개가 석목의 몸을 빙빙 돌면서 은은하고 미묘한 균형을 이루었다.
석목은 눈을 뜨면서 크게 기뻐했다.
오행은 서로 억제하며, 서로를 이기려 했다. 하지만 오행의 힘이 서로에게 미치는 상호 작용을 이용해 일정한 순환을 이뤄 반복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석목의 몸속에 흐르는 오행의 힘은 마침내 균형을 이뤄 이제 더 이상 지체되지 않았다.
우르릉!
다섯 갈래 거대한 흐름이 다시 사방에서 밀려와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이 덜덜 떨렸다.
석목은 안색이 약간 변한 채 가볍게 외쳤다. 그리고 몸을 날려 진기를 전부 숨겨버리고는 다섯 가마를 몸속으로 넣어버렸다.
굉음이 허공에서 울려 퍼지더니 다섯 줄기 흐름은 서로 부딪치면서 부서져 버렸다.
흩날리던 다양한 공격들은 순식간에 목표를 잃은 채 잠시 막연히 기다렸고, 잠시 후 내키지 않은 듯이 허공에서 한참 동안 서성이다가 결국 서서히 물러갔다.
순간, 사방 천 리에 있던 모든 것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빠르게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석목은 바닥으로 내려왔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기쁜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
오행의 힘이 균형을 이루자 구전현공의 여덟 번째 단계가 마침내 진정으로 원만에 이르렀고, 정상에 도달했다. 그러니 이제 이곳에서 아홉 번째 단계를 돌파하면 끝이었다.
“이 녀석, 이렇게 빨리 오행의 균형을 이루다니.”
수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얼마 동안 수련했지?”
석목이 후후 웃으며 물었다.
석목은 수련에 빠져있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두세 시진 정도. 아, 네가 수련하는 동안 찾아봤는데 아래쪽 강에 물의 영맥에서 뻗어 나온 곁가지가 있어. 주된 영맥은 아마 앞쪽 더 깊은 곳에 있을 거야. 이 강을 따라 앞으로 가면 아마 다섯 갈래 영맥이 모이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더군. 이 신비한 오행 마굴에 온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수령자가 말했다.
“그럼 가자.”
석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날려 검은 그림자로 변하더니 강의 앞쪽으로 날아갔다.
* * *
반나절 뒤.
석목은 계속해서 강을 따라 앞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안색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길을 따라가는 동안, 강은 폭이 점점 넓어졌고, 마침내 십여 리나 되는 넓은 강으로 변해 그 끝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이 공간은 놀라울 정도로 넓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절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비록 몸 속에 깃든 오행이 균형을 이루어 영수들을 대부분 피할 수는 있었지만 전에 부딪쳤던 물 속성 괴물들보다 훨씬 큰 영수들에게 공격을 여러 번 받았다.
다행히 석목은 실력이 많이 늘어 무탈하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백 장 높이 산봉우리를 지난 후, 석목이 놀란 눈으로 앞에 늘어선 광경을 바라보았다.
눈앞엔 거대한 산맥이 아득히 펼쳐져 있었고, 산봉우리가 구름을 찌르면서 장벽을 이뤄 시야를 가렸다. 또한 장벽은 마치 천지를 갈라놓은 것 같았다.
한없이 넓은 강은 산맥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산맥의 영력은 다른 곳보다 훨씬 짙었다.
산맥 속에는 온갖 진귀한 영초와 영재가 수두룩하게 자라있었으며 천 년 된 영초들은 물론 만년이나 묵은 영초도 많았다.
만약 이 산맥이 성역 대세계에 존재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을 터였다.
아쉽게도 석목과 같은 수련 경지에 도달하면 영초로 만든 단약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물며 지금은 영초를 채집할 때가 아니었다.
석목은 잠시 이곳에서 머물다가 이내 산맥 속으로 들어가 큰 강을 따라 앞으로 날아갔다.
큰 강이 산줄기를 굽이치며 흐르다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은 이삽십 장 정도 되는 강물로 변하였다.
그런데 강은 작아졌지만 물 속성 영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짙어진 것 같았다.
“오맥이 모이는 곳에 도착한 것 같아.”
수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목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는 방대한 물의 영력 말고도 오행의 힘이 파동으로 전해졌다.
힘의 파동은 모든 신경 수련자들을 뛰어넘어 심지어 제준이나 연나 같은 신경 후기에 오른 막강한 존재들도 절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바로 천지가 머금고 있는 힘이었다.
석목이 계속해서 앞으로 날아가자 강은 점점 줄어들었고, 마지막에는 커다란 동굴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놈아, 조심해. 네가 찾는 곳은 아마 이 동굴 깊은 곳에 있을 거야.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을 거야.”
수령자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석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몸을 날려 동굴 속으로 날아갔다.
비록 진기를 사용하면 공간으로부터 배척을 받지만 육신의 힘으로 좁은 공간을 나는 건 너무 불편했다. 그리하여 석목은 진기를 조금 사용하였다.
우르릉!
허공은 곧바로 반응을 하여 석목에게로 줄줄이 공격을 날렸다.
다행히 석목은 이미 오행 마굴의 규칙을 익혔기 때문에 진기를 내보내는 범위를 잘 다스려 밀어내는 힘이 몰려온다고 해도 그리 강하지 않아 육신으로 모든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 * *
동굴 속은 공간이 매우 넓었는데 기괴한 돌들도 많았고, 동굴 꼭대기에는 크기가 각각 다른 대나무가 자라있었다. 그리고 동굴 벽에 푸르스름한 빛이 비춰 매우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동굴은 앞으로 굽어있어 석목은 끝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 동굴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런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 날아가자 동굴의 깊은 곳에서부터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바람 소리가 기승을 부렸다.
바람 소리는 때로는 흐느껴 우는 것 같기도 했고, 때로는 매섭게 쏘아붙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렇게 규칙 없이 울려대는 바람 소리 때문에 석목은 마음이 초조했다.
바람 소리는 신혼을 공격하는 힘이 있어 석목은 낯빛이 살짝 변하였다. 혹시 이곳에 금제를 펼쳤을까?
“만들어낸 바람 같지는 않아. 영맥의 힘과 기이한 환경이 만나 자연스럽게 생겼을 거야.”
수령자가 말했다.
석목은 가볍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몸을 날려 동굴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이 정도 신혼 공격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깊숙한 곳으로 갈수록 바람이 거세졌고, 바람결에 차가운 기운이 섞여 거의 모든 것들을 얼려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동굴 벽에도 두꺼운 얼음이 얼어붙어있었다.
한기는 비록 막강했지만 석목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석목의 육신은 매우 단단했기에 동굴에서 감도는 한기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그리고 석목은 한기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구전현공으로 한기를 녹여버렸다.
석목은 오히려 기괴한 바람 소리가 더욱 골치 아팠는데 바람 소리는 점점 커져 마치 귀신들이 곡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바람 소리는 석목의 혼을 빼앗으려는 듯이 귓전에서 맴돌았다.
석목은 신혼을 지키려고 바람 소리를 막아냈다.
다행히 이 정도 심신 공격은 신경 중기의 막강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아직 얼마나 더 가야하는 거야?”
석목이 앞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신식으로 앞을 내다봤다.
“이놈아, 신식을 보내면 안 돼!”
수령자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석목이 멈칫하는 순간, 귓전에서 맴돌던 기괴한 바람 소리가 갑자기 열 배나 더 커져 석목은 눈앞이 어지러워 자신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석목이 깜짝 놀라 다급하게 신식을 거두어들이고는 동시에 신혼의 힘을 시전하여 바람 소리를 막아냈다. 그제야 석목은 간신히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신식도 신혼의 힘이야. 이곳에서 신식을 쓰면 신혼 공격이 열 배, 심지어 백 배는 더 커지겠지.”
수령자가 말했다.
석목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 비록 석목은 실력이 막강해졌지만 아무도 그에게 이런 도리를 가르쳐준 적이 없었는데 신혼이 받는 공격에 관한 일들도 전에 서책에서 읽은 내용이 전부였다.
“이 녀석, 계속 혼자서 외롭게 수련의 길을 걸었구나. 걱정 마. 앞으로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나에게 물어봐.”
수령자가 말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석목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수령자는 후후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석목은 다시 집중하며 앞으로 날아갔다.
반시진 정도 더 날아가자 동굴 속에 불던 강풍이 점점 커져 기이한 바람 소리가 더욱 거세게 울려 퍼졌다.
석목은 심각한 얼굴로 온힘을 다해 신혼을 움직였다.
이때, ‘스윽’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소리가 앞에서 들려오더니 희미한 푸른빛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석목은 깜짝 놀라 다급하게 몸을 움직여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결국 온전히 피하지 못해 푸른빛이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퍽!
석목은 어깨에 깊은 상처가 그어졌고,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건……”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였는데 푸른빛은 길쭉한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석목의 몸에 상처를 낸 걸 보니 결코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석목은 곧장 푸른빛을 드리우며 상처를 회복했다.
슥!
앞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또 다시 푸른 바람이 날아왔다.
이번에 석목은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가볍게 피해냈다.
“이런 칼바람도 있다니!”
석목이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의 바람 소리와 한기만으로도 많이 버거웠다.
석목이 서 있는 자리가 임계점인 것 같았는데 앞으로 가면 갈수록 푸른 칼바람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났고, 유령처럼 불현듯이 나타나 막아내기도 벅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