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819화 (819/916)

819화. 차천곤(遮天棍)

“하!”

석목이 온힘을 다하여 밀어내는 힘을 막아내고 있을 때, 허공에서 조극의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은빛이 펼쳐지더니 무수히 많은 빛의 칼날이 촘촘하게 날아왔다. 그리고 칼날은 절대 막을 수 없는 기세로 곧장 푸른 목룡을 잘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쾅!

거의 동시에 다섯 갈래 용 모양 폭포가 적, 금, 황, 녹, 남색 다섯 갈래 빛을 동시에 뿜어냈다. 그러자 백 장이나 되는 번개가 속에서 튀어나왔다.

드디어 동굴 속에 깃든 영력이 크게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쩍!

붉은 번개가 마치 채찍처럼 휩쓸어오며 암벽을 내리쳤다.

순간, 먼지가 흩날리면서 무수히 많은 돌들이 튕겨져 날아갔다. 그러자 암벽에는 깊이가 백 장이나 되는 커다란 골짜기가 나타났다.

“석목,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조극이 허공에 나타나 소리를 지르며 장극을 휘둘렀다. 그러자 장극은 끝이 아래쪽으로 향해 은빛을 터뜨리며 석목을 덮쳤다.

조극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려 ‘차라락!’ 소리를 냈고, 은색 빛날은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며 장극으로 몰려들었다.

칙, 칙!

장극의 겉면에서 은빛이 폭발하자 얇은 은색 뱀이 장극에 몸을 붙인 채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조극의 얼굴에 날카로운 기색이 스치는 걸 보아 다양하게 내리치는 번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동공이 줄어들었다.

석목은 뒤로 반보 정도 물러나서는 법결을 짚었다. 그러자 석목의 가슴에 솟은 금색 가마가 빛을 뿜어내며 번천곤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석목은 두 손으로 곤봉을 꽉 쥐고는 힘껏 위로 치켜들어 조극을 맞이했다.

허공에서 장극 끝과 곤봉 끝이 빛을 튀기면서 놀라운 속도로 가까워졌다.

탱!

두 갈래 빛 고리가 위아래로 격렬하게 부딪치면서 밀려났다.

두 끝이 닿는 자리에선 거대한 기운 파동이 폭발하며 사방팔방으로 폭발음이 퍼져나갔고, 공기 중에 물결이 일렁였다.

쾅!

두 사람과 가까이에 있던 산 하나가 기운 파동의 충격을 받아 순식간에 절반이나 무너졌고, 돌들도 가루가 되어 부서져버렸다.

탱……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조금 길게 울렸다.

석목의 번천곤과 조극의 장극은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조극의 장극은 구부러지기 시작하더니 끊임없이 흔들렸다.

쾅!

이때, 굵기가 백 장에 이르는 붉은 번개가 허공에서 떨어지며 두 사람을 삼켜버렸다.

순간, 붉은 번개와 날카로운 금빛이 동시에 부서져 버렸고, 수많은 불빛이 사방으로 튀었다.

우르릉!

번개가 내리친 충격 때문에 산 위와 땅 위에 수많은 불꽃이 튀었고, 먼지와 흙덩이 또한 사방으로 튀었다.

탱, 탱, 탱!

금빛이 얽히고설키며 산과 땅을 수천, 수만 갈래로 갈라버렸다.

펑!

조극은 몸통이 뒤로 날아갔고, 은색 장극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석목도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곤봉을 거두어들이며 멈춰 섰다.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소매 자락이 여러 갈래로 찢어졌고, 피부에는 눈에 띌 정도로 하얀 줄기가 그어져 있었다.

쾅!

동굴에서 오색 빛들이 번쩍이자 다양한 속성을 담은 번개들이 점차 안정되었다. 그리고 더는 기승을 부리지 않아 마치 비가 내리듯이 허공에서부터 번개가 줄줄이 쏟아졌다.

석목은 한 손으로 번천곤을 든 채 동굴 밑에서 다섯 갈래 번개 사이를 지나더니 조극에게로 향했다.

석목이 다가오자 조극은 눈에서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리고 조극은 검은 곤봉을 꺼내들었다.

석목은 조극이 들고 있는 검은 곤봉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 곤봉은 모양이 둥글둥글했고, 양 끝에 각각 기이한 짐승의 머리가 하나씩 달려있었는데 짐승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하늘을 삼킬 듯한 기세를 풍겼다. 그리고 곤봉에는 움푹 파인 자국이 널려 있었는데 그것들은 오랜 시간 동안 제련을 거쳐야만 나타나는 흔적들이었다. 그렇게 막강한 기운이 낡은 곤봉에서 흘러나오자 곤봉을 들고 있는 조극의 기세마저 크게 달라보였다.

“현천 영보……”

석목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보는 눈이 있군. 역시 내 숙명의 적이야! 이 곤봉은 차천이라고 하지. 제준 어르신이 하사해주셨다. 번천곤과 마찬가지로 현천 영보라 불려.”

조극이 차천곤을 꽉 쥐고는 석목에게 말했다.

석목은 냉소를 지으며 번천곤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극은 그동안 여러 번 석목에게 진 이유가 자신이 쓰는 법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극은 심각한 얼굴로 곤봉을 휘두르며 석목을 덮쳐왔다.

그러자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조극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석목이 흠칫 놀라 의식을 펼치며 뒤로 수십 장 물러났다.

이때, 머리 꼭대기에서 검은빛이 번쩍이더니 조극의 차천곤이 석목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석목이 날렵하게 몸을 비틀며 곤봉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하지만 조극이 날린 공격이 너무 빨라 석목은 빠른 판단을 내려 재빠르게 물러났지만 결국 차천곤은 번천곤에 부딪치고 말았다.

번천곤이 격하게 흔들리자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석목도 팔이 흔들려 구부러졌다.

조극은 빠르게 차천곤을 휘두르며 석목의 곤봉을 내리치고는 방향을 바꾸어 가로로 휩쓸었다.

쾅!

검은빛이 석목의 앞에서 터져나가자 그는 뒤로 튕겨져 날아가 때마침 내리친 붉은 번개 기둥에 부딪쳤다.

칙, 칙!

붉은 번개가 순식간에 석목을 감싸버렸다.

석목은 온몸이 마비가 되는 것만 같았다.

석목이 흑백 날개를 펄럭이며 붉은 번개 속에서 날아 나왔다.

이어서 호천현화번 열두 개가 춤을 추며 날아 나와 석목의 주변에서 날아다녔다.

그리고 붉은 광막이 펼쳐지더니 석목에게 드리웠다.

“영역.”

조극은 광막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듯이 웃었다.

그리고 몸을 날려 번개 속에서 번쩍이면서 허공에 희미한 그림자를 남겼다.

석목의 영역은 불 속성이라 영역이 펼쳐지는 순간, 수십 갈래 물 속성 파란 번개 기둥이 우르르 몰려왔다.

쾅!

파란 번개가 파도처럼 허공에 쏟아지며 단번에 석목과 영역을 묻어버렸다.

석목은 영역 속에 있었기에 수천, 수만 갈래 물 속성의 번개가 미친 듯이 광막을 내리치며 부숴버리려는 것 말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광막이 내뿜는 화력이 엄청나 부서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석목은 시선을 잠시 동안만 광막 밖에 두었고, 곧바로 다시 몸 앞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 이유는 공간이 가하는 공격보다 조극의 움직임이 더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에 조극이 보여준 공격은 매우 기이했는데 거의 순간 이동이나 다름없었다. 절대로 조극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리 없었다.

잠깐 생각에 빠져있던 석목은 순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석목은 손에 금빛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러더니 금색 화염 한 줄기가 석목의 손에서 뿜어져 나와 번천곤을 감싸버렸다.

훅!

타오르는 화염을 감은 번천곤이 곧장 석목의 등 뒤쪽을 내리쳤다.

탱!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극이 허공에 나타나는 순간, 석목의 곤봉이 날아가 버렸다.

쿵!

조극이 석목의 영역 안쪽에 부딪쳐 비틀거렸다. 하지만 곧장 조극은 몸을 멈춰 세우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석목을 노려보았다.

조극이 자신의 영역을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석목은 그제야 모든 것을 눈치 챘다.

석목은 조극이 손에 쥔 차천곤을 바라보았다.

“내게는 차천곤이 있다. 그러니 네 영역을 두려워할 리 있겠냐?”

조극은 석목이 짓는 표정을 살피며 큰소리로 웃었다.

“공간의 속성을 지닌 현천 영보는 대단한 것이지만 네가 이렇게 거만하게 내 영역으로 들어와서는 안 되지.”

석목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법결을 짚으며 한 손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그 순간, 석목의 주변에 있던 열두 현화번이 빛을 밝혔다.

그중 세 깃발 주변에는 금색 화염이 들끓었고, 세 갈래 금색 쇠사슬이 나타나 조극에게로 날아갔다.

조극은 깜짝 놀라 차천곤으로 금색 쇠사슬들을 내리쳤다.

탱!

금색 쇠사슬들이 차천곤에 떨어져 곤봉을 감아버리고는 조극의 팔도 묶어버렸다.

챙그랑!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두 갈래 금색 쇠사슬들이 양쪽에서 조극의 허리를 감쌌다.

조극이 빛을 뿜어내며 온힘으로 쇠사슬에서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조극이 몸을 비틀 때마다 쇠사슬은 더욱 복잡하게 감겨버려 점점 더 꽉 몸을 조였다.

석목이 주문을 외우자 열두 호천현화번에서 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화룡 열두 마리가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용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조극에게로 금색 화염을 뿜어냈다.

쾅!

열두 갈래 화염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불길이 되어 번지더니 조극을 묻어버렸다.

영역 속은 화염으로 가득 찼고, 뜨거운 기운이 공간을 꽉 채워 공기마저 열기 때문에 일그러졌다.

불 속성 영역이 엄청나게 몰려오자 동굴 아래 중심지에서 흐르던 물 속성 영맥이 순식간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란 용 모양 영맥에 빛이 번지면서 순수하기 그지없는 물 속성 영역이 동굴 천장으로 날아갔다.

쾅!

굉음이 동굴 속에서 울려 퍼졌다.

동굴에서 기승을 부리던 네 갈래 금, 적, 청, 황색 번개 기둥들은 기세가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파란 번개 기둥만 몇 배나 불어나 더욱 미칠 듯이 날뛰었다.

쾅, 쾅.

번개가 끊임없이 영역 광막 밖을 내리쳤고, 기세도 점점 강력해졌다.

그러자 석목이 시전한 영역 공간은 곧 붕괴될 것만 같았다.

석목은 타오르는 화염의 중심을 노려보며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법결을 바꾸었다.

순간, 열두 마리 화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금색 화염이 두 배나 더 커져서는 조극의 주위에서 금색 불바다를 이루었다.

“석목, 나는 불의 힘을 원만까지 수련했지. 그런데 고작 이깟 화염으로 나를 연화시키려 하다니 너무 순진한 게 아니냐?”

불바다 속에서 조극이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석목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갑자기 법결을 거두어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영역 광막도 사라져버렸다.

용이 울부짖는 소리는 딱 한 번 울려 퍼졌다.

파란 용 모양의 굵은 번개가 타오르는 불바다 속으로 들어왔다.

쾅!

용이 불바다로 들어오는 순간, 미친 듯이 기승을 부렸다.

격렬한 불 속성 영력과 미칠 듯한 물 속성 번개가 한곳에 얽히면서 폭발했다.

천지를 무너뜨릴 정도로 막강한 기운 파동이 가운데서 퍼져나가 무수히 많은 화염과 번개를 감고는 사방팔방으로 밀려났다.

석목은 막강한 기운 파동을 몸으로 막지 않고 아래로 날아갔다.

쾅!

석목과 가까이에 있던 동굴 벽이 기운 파동에 충격을 받아 순식간에 무너져버렸고, 무수히 많은 암석들이 굴러 떨어지면서 먼지가 자욱하게 흩날렸다.

석목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흙 속성 폭포는 가운데가 끊어지더니 밀려 내려오던 물줄기들이 무너진 돌들 사이로 흘렀다. 그리고 얇은 물길 수백 갈래를 이루며 동굴 가운데로 모였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두 갈래 폭포도 기운 파동에 충격을 받아 잠시 흐름이 끊겼다.

석목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불빛과 번개가 이미 절반이나 사라져버렸지만 조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때, 동굴 꼭대기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날 찾는 건가?”

조극이 모습을 나타냈다.

조극의 몸통은 타버린 자국으로 가득했고, 낭패를 본 듯이 처참한 몰골이었다. 하지만 조극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조극이 가볍게 웃으며 허공에 서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어려운 주문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어서 조극은 차천곤을 휘두르며 곤봉 끝으로 아직 흩어지지 않은 번개와 화염을 짚었다.

훅!

차천곤의 끝에 걸려있던 짐승이 입을 크게 벌리자 입속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나 흡인력을 흘려보냈다.

번개와 화염이 흡인력에 이끌려 소용돌이 속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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