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825화 (825/916)

825화. 생사 쟁탈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석목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다시 눈을 감고서 오행의 힘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오색 빛이 밝아지더니 한곳으로 모였다.

오색 꽃봉오리 밖에는 하얀 현명신주가 허공에 떠 있었다.

수령자는 현명주에서 날아 나와 조용히 오색 꽃봉오리를 바라보았다.

쿵, 쿵, 쿵!

일정한 시간을 두고 오색 꽃봉오리는 격하게 흔들렸고, 동시에 깊은 곳에서 묵직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순조롭지 않은 모양이군.”

수령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수령자가 말을 떨어뜨리는 순간, 또 다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오색 꽃 봉오리가 이전보다 훨씬 더 격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꽃봉오리에 균열이 몇 갈래 나타나더니 이내 회복되었다.

꽃봉오리 속에서 석목은 어둡고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문제인 걸까?”

석목은 힘들이 합쳐지는 과정을 한 번, 또 한 번 되뇌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 구전현공의 여덟 번째 단계를 아직 제대로 수련하지 못하여 성공할 수 없는 걸까?

석목은 그 이유가 아니라 생각하여 곧장 머리를 흔들었다.

만약 수련이 부족했더라면 절대 오행의 균형을 깨우치지 못했을 터였다.

오행의 균형?

이때, 석목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오행강역도에 그려진 오행 균형이 떠올랐는데 그건 석목이 다루던 균형과 완전히 상반된 오행 상생의 순환이었다.

“혹시 내 몸속에 갖춰진 오행의 균형이 상극 균형이라 구전현공을 대성할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걸까?”

석목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백원왕이 오행강역도를 남겨준 이유가 오행 균형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려는 것이었을까?

석목은 계속 생각을 이어나갔다.

만약 그렇다면 석목은 몸 속에 갖춘 오행의 균형을 바꿔야만 했다.

하지만 석목의 몸은 이미 오행 상극에 적응이 되었고, 특히 영맥을 복구하면서 상극의 균형이 뿌리박혀버렸다. 그러니 체질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모든 수련 성과를 전부 버리는 셈이나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석목은 오행 상생의 균형을 깊이 깨우치지 못해 언제 체질을 전부 바꿔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석목은 한참 동안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때, 석목이 있는 지하 공간에서 파동이 일었다.

동시에 금색 소용돌이가 나타나 빛 부스러기가 튀기더니 오색 꽃봉오리로 쏟아졌다.

“저건 뭐야?”

수령자는 금색 소용돌이를 보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금빛 부스러기가 오색 꽃봉오리에 닿는 순간, 꽃봉오리는 부서져 버리더니 빛으로 변하여 금색 소용돌이로 날아갔다. 그러자 놀란 얼굴을 드러낸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의 몸속에 깃든 오행의 힘이 격하게 흔들리며 몸을 뚫고 나오려고 했다.

“조극이 이미 여덟 번째 단계를 돌파한 걸까?”

석목은 머리 위에 드리운 금색 소용돌이를 보며 얼굴이 굳어버렸다.

석목은 다급하게 오행의 힘을 안정시키며 빨려나가는 힘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그와 동시에 석목은 몸을 날려 금빛 부스러기를 피했다.

이때, 석목의 단전이 흔들리더니 오색 빛이 번쩍이면서 작은 가마 허상 다섯 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가마에서 다섯 갈래 빛이 흘러나와 석목의 머리 위에서 맴돌며 오색 소용돌이를 이뤘다.

오색 소용돌이가 빛을 뿜어내 구름을 이루면서 머리 위를 막았다.

금색 소용돌이에서 날아 나온 빛 부스러기는 오색 구름에 닿는 순간, 삼켜지며 사라져버렸다.

석목의 몸속에 깃든 오행의 힘도 다시 차분해졌다.

허공에 드리운 금색 소용돌이는 사라지지 않고 한참 동안 금빛 부스러기를 쏟아냈지만 전부 구름에 빨려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은 매우 기뻐했으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안했다.

석목은 깊은 숨을 내뱉으며 자리에 앉아 다시 강제로 수련에 빠지려 했다.

이런 현상으로 보아 조극은 아마 아홉 번째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어떤 대진법을 가동하여 현공을 수련한 자들의 수련 경지를 흡수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석목에게 이제 더는 시간이 없는 셈이었다.

지금 석목은 오행의 힘이 깃든 작은 가마들이 구전현공을 수련한 경지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몰랐다.

석목은 망설이지 않고 오행의 힘을 시전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극이 아니라 시전 방식을 뒤바꿔 오행 상생으로 순환을 했다.

그러나 단 한 바퀴만 돌았을 뿐인데도 석목은 몸을 흔들면서 피를 뿜어냈다.

석목은 한 번도 오행 상생의 순환을 깨우친 적이 없어 강제로 순환을 시전하자 곧장 오장육부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생사의 고비에 놓인 지금, 그런 것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석목은 계속해서 오행의 힘을 시전하며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을 삼키면서 오장을 치료했다.

“오행 상생! 균형의 도리!”

석목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신혼의 힘을 시전하여 오행 상생의 균형에 얽힌 도리를 깨우쳤다.

오색 빛이 석목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오색 소용돌이를 이뤘다.

하지만 오색 소용돌이는 안정적이지 않았기에 간간이 영력 충돌을 일으켰다.

석목은 몸속에서도 묵직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는데 내장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진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수령자는 현명신주를 감고 날아와 오색 소용돌이를 뚫고는 석목의 옆으로 향했다.

수령자가 주문을 외우자 파란빛이 현명신주에서 흘러나와 석목의 몸을 감쌌다. 그러자 파란 물빛이 석목의 몸으로 줄줄이 스며들었다.

석목은 안색이 조금 돌아왔고, 몸 속에 난 상처도 곧장 진정되어 빠르게 회복되었다.

석목은 다시 수령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걱정이 사라지자 석목은 온 힘을 다해 구전현공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주변에 드리운 오색 소용돌이가 더 빠르게 돌아갔다.

석목은 이미 신식을 온 지하 공간에 드리워 마굴에서 오행의 힘이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했고, 오행강역도에 새겨진 오행의 힘이 순환하는 부분을 집중하여 깨우쳤다.

죽음의 압박은 석목의 잠재력을 촉발시켰다.

석목은 오행 상생의 순환을 아주 빨리 깨우쳐 곧바로 요령을 익히자 오색 소용돌이도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석목의 머리 위에 떠 있던 금색 소용돌이는 오랜 시간 동안 오색 구름을 뚫지 못하자 순식간에 몇 배나 더 불어났다.

더 많은 금빛 부스러기가 쏟아지며 금색 화살을 이루더니 석목에게로 날아갔다.

그러자 오행강역도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구름 속에서 오색 빛이 넓게 펼쳐져 빠르게 모여들다가 오행 상생의 균형을 따라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금색 화살은 소용돌이에 날아 들어오는 순간 부서져 버렸다.

석목은 오색 소용돌이를 느끼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오행 상생을 익히며 혼란스럽던 부분들이 뚜렷이 보였다.

석목은 드디어 오행의 힘의 상생 순환에 도달하어 눈을 뜨고는 소리를 질렀다.

윙, 윙, 윙!

석목의 몸에서 오색 빛이 빠르게 돌아가더니 은은하게 하나로 합쳐지려는 것 같이 변했다.

석목은 미칠 듯한 희열을 드러냈다.

역시 일전에 이뤘던 오행 균형은 잘못된 것이었다.

석목은 눈을 감고는 다시 온 힘을 다해 구전현공을 시전하였고, 아홉 번째 단계 대성에 올라버렸다.

오색 빛이 석목의 몸에서 피어오르면서 그에게 드리웠다.

알 수 없는 방대한 기운이 오색 빛에서 흘러나왔다.

이어서 수령자가 한 줄기 하얀빛이 되어 날아 나왔다.

“오행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공법이라니! 이미 요령을 깨우친 것 같군. 이제 조금 더 지나면 곧 대성에 이르겠어. 이 공법은 아주 비범하군. 성공하기만 하면 실력이 크게 늘겠지.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수령자가 눈에 빛을 반짝이며 복잡한 기색을 드러냈다.

* * *

귀현탑의 가장 꼭대기에 있던 조극은 심각한 얼굴로 빠르게 법결을 짚었다.

조극이 움직일 때마다 귀현탑에 있던 권문 수십 만 개에서 빛이 밝아지더니 현공의 힘을 머금고 있는 채색 빛기둥이 날아 나와 영탑 위로 날아갔다.

성역 대세계에서 구전현공을 수련한 자들이 이룬 단계는 모두 달랐으나 대부분은 세 번째 단계에서 여섯 번째 단계 사이에 있으며 다들 구전현공의 잔편을 수련한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구전현공의 힘으로 이뤄진 빛기둥의 색깔과 굵기, 그리고 빛의 세기는 모두 달랐다.

구전현공의 힘 수만 갈래가 각양각색 빛을 이루며 춤을 추면서 여덟 갈래 방대한 빛으로 모여서는 다시 여덟 마리 기이한 괴수 입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잠깐 사이에 하얀 영탑은 채색 흐름으로 휩싸여 매우 현란해졌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의 내막은 피비린내 나는 잔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영탑에 감도는 촘촘한 권문 속에서 무수히 수많은 빛이 밝아지자 반대로 구전현공을 수련한 수많은 수련자들은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고, 빠르게 늙어갔다.

팔각형 평대 밑에 있던 여덟 마리 괴수들은 대량으로 흘러들어오는 채색 빛 때문에 투명하게 빛나면서 오색 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채색 빛은 다시 탑신 꼭대기에 놓인 팔각 평대 위로 모여들었다.

윙!

평대에는 낡은 부문들이 다양한 형태로 새겨져 있었고, 간간이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평대로 모여든 채색 빛은 부문에서 꿈틀거리며 나와 순수한 오행의 영력 다섯 갈래로 갈라져 커다란 빛 가마 다섯 개 속으로 들어갔다.

조극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두 손으로 빠르게 법결을 짚으며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면서 구전현공의 아홉 번째 단계로 향했다.

쾅!

조극이 공법을 시전하자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얀 영탑에서 빛이 번지더니 구전현공의 힘이 흘러들어오는 속도도 크게 늘었다. 그러자 부문들에서 오행의 힘이 흘러나와 다섯 가마를 통해 조극의 몸속으로 향했다.

“음……”

조극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낮게 신음을 냈다.

조극은 이마에서 푸른 힘줄이 튀어나왔고, 고통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는 게 몹시 힘겨워 보였다.

이 시각, 귀현탑에서 나던 빛이 이미 극도로 밝아지더니 거대한 채색 흐름이 끊임없이 순수한 영력으로 변해 커다란 다섯 가마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런 힘이 끊임없이 모여들자 조극이 감당해야할 힘도 점점 늘어났다.

조극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으며 얼굴 근육이 일그러져 뒤틀렸다. 그리고 조극이 입고 있던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고, 이를 너무 세게 악문 탓에 입에서 피까지 흘러나왔다.

히지만 조극은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

조극은 고통을 참으며 주변을 훑어보았는데 가마 속은 구전현공의 힘으로 가득 찼다.

“하하, 석목. 넌 이제 끝이야! 너는 결국 나, 조극의 발밑에 놓인 돌 하나에 불과했구나.”

조극은 희열에 휩싸여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쿵!

빛나는 다섯 가마가 격하게 흔들리는 게 구전현공의 힘이 드디어 전부 모여든 것 같았다.

귀현탑의 꼭대기에서는 다섯 갈래 녹, 적, 황, 금, 남색 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반대로 귀현탑에서 나는 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윙!

다섯 가마가 동시에 빛을 내비쳤다.

굵은 다섯 가지 색깔 빛기둥이 동시에 뿜어져 나와 곧장 조극의 몸으로 향했다.

“으아……”

조극은 마치 번개를 맞은 듯이 갑자기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고개를 들고서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눈빛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구전현공의 힘이 드디어 전부 조극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오자 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몸속에서 끊임없이 흘러 다니며 차오르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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