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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826화 (826/916)

826화. 현공 성공

방대한 구전현공의 힘이 조극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와 맴돌면서 현란한 오색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영력은 계속해서 흘러들어와 구전현공의 힘이 점점 차오르니 온몸이 불어나면서 터져버릴 것만 같은 게 조극은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이미 끝까지 다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태는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조극은 지금 마음속이 후련하고 통쾌했다.

이렇게 일각만 지나면 조극은 병목을 뚫고서 구전현공의 아홉 번째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석목, 네가 지니고 있는 구전현공의 힘을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전부 빨아 버려주마. 너는 영원히 일어설 수 없게 되겠지. 하하하……”

조극은 마치 미쳐버린 듯이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조극이 지르는 소리는 천장에서 맴돌더니 메아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때, 조극은 얼굴이 갑자기 붉게 부풀더니 굳어버렸다.

구전현공의 힘이 흘러들어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어떻게 된 거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분명 뭔가가 잘못 됐어……”

조극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빛나는 다섯 가마가 계속해서 흔들리자 구전현공의 힘으로 이루어진 빛기둥들이 몇 배나 더 많아져서는 급류처럼 조극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미 극한에 도달했는데 힘이 들이치는 속도가 더 빨라지니 조극은 더는 힘을 다스릴 수 없었다.

조극은 피부가 조금씩 부풀었고, 뼈마디에서도 ‘뿌드득!’ 소리가 났다. 그렇게 조극은 마치 공기로 가득 찬 커다란 공처럼 변해 언제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조극은 깜짝 놀라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빠르게 법결을 짚으며 오행마굴에서 깨우친 오행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시도하여 몸속에서 날뛰는 영력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 * *

우르릉!

오행마굴 속, 지하 공간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굉음이 울려 퍼졌다.

오행의 영력이 격렬한 파동을 일으키며 석목에게로 몰리더니 오색영롱한 영력 소용돌이를 만들어 온 지하 공간으로 퍼져 나갔다.

영맥 다섯 갈래도 가볍게 흔들렸는데 석목이 흘려보낸 기운 때문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수많은 오색 빛점들이 다섯 갈래 영맥 속에서 날아 나와 석목에게로 몰려갔다.

오행의 영기가 석목의 몸속으로 스며들자 석목 주변에 드리운 오색 빛은 점점 더 짙어졌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석목을 감쌌던 오색 빛은 점점 부풀더니 크기가 수백 장에 이르는 커다란 구체가 되었는데 겉면이 현란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석목은 빛나는 구체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주문을 외우며 유창하게 법결을 짚었다.

석목이 내는 오색 빛은 그의 움직임에 따라 규칙을 맞춰 일그러지면서 달라지더니 천천히 합쳐져서는 마침내 회색빛으로 변하였다.

회색빛이 나타나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방대한 흡입력이 흘러나왔다.

회색빛은 마치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오색 빛을 삼켰으며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오행의 힘을 꽤나 많이 삼켰지만 회색빛은 조금만 밝아졌다.

회색빛은 아주 현묘한 원기라 수많은 오행의 힘이 합쳐진다고 해도 회색빛 하나를 이루기가 어려웠다.

회색빛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방대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풍겼는데 그건 마치 천지가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었고, 마치 세상의 본원을 이루는 힘 같았다.

석목이 눈을 뜨며 화색을 드러냈다.

몸속에 깃든 오행의 힘이 드디어 하나로 합쳐졌는데 이건 석목이 진정으로 구전현공의 아홉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우르릉!

오행마굴이 격하게 흔들리자 칠흑 같은 먹구름이 나타났다. 그리고 오행마굴 속에서 흐르던 천지의 영기가 다시 미친 듯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 파동은 마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와는 달랐는데 오행의 영기가 일으키는 미칠 듯한 파동이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차 마치 축제를 열어 오행의 제왕이 귀환한 걸 영접하는 것만 같았다.

* * *

이 시각, 동성성 근처 성역의 허공에도 격변이 일어났다.

무수히 많은 유화조석, 한빙조석, 번개난류 같은 다양하고 굉장한 별하늘의 난류들이 갑자기 나타나 얽히고설키면서 서로 부딪치며 기승을 부렸다.

동성성과 근처 행성들에 흐르던 천지의 영기는 매우 혼잡하게 변했으며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먹구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수많은 번개가 구름 속을 뚫고 다니더니 온 성역이 미세하게 흔들렸는데 마치 세계에 종말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몇몇 행성의 수련자들은 전부 안색이 굳었고, 수련 경지가 높은 자들은 심지어 행성에서 날아 나와 원인을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별하늘에 일어난 난류를 본 순간, 깜짝 놀라서 다시 빠르게 행성으로 도망갔다.

성역 난류의 힘은 두렵기 그지없었는데 조금만 치우쳐도 행성을 몇 개나 부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난류는 별하늘에서만 기승을 부렸을 뿐, 행성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 * *

청란 유적지 속, 연나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성거렸다.

이미 한 달이나 지났는데 석목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연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한 달 동안 연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오행마굴에 들어가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때, 연나가 흠칫 놀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록 청란 비경 속에 있지만 연나는 바깥쪽 천지의 영기가 격변을 일으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연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했지만 연나는 떠나지 않고 다시 오행마굴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별하늘에서 일던 난류는 한참 동안 들끓다가 변형되더니 하나로 모여 커다란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소용돌이는 천천히 움직였고, 구멍을 이루며 동성성 한 곳에서 멈췄다.

우르릉!

소용돌이 주변의 허공이 찢어지며 무수히 많은 통로가 나타나더니 수많은 빛이 속에서 날아 나와 커다란 소용돌이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 * *

귀현탑 안, 조극은 몸이 크게 부풀었고, 피부색도 붉게 변하였다. 그리고 얼굴의 근육은 일그러지다 못해 이미 뒤틀렸다.

오색 빛이 조극의 몸에서 번쩍이더니 몸속의 혈맥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 다녔고, 날뛰던 영력은 오색 빛이 이끄는 가운데 천천히 몸속에서 움직였다.

구전현공의 힘이 흘러 다니는 사이에 조극의 피와 살은 천천히 힘을 흡수했다.

잠시 후에 몸속에서 난폭하게 흐르던 영력은 점차 차분해졌고, 구전현공의 힘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조극은 그제야 깊은 숨을 내뱉었다.

시간을 꽤 오래 쓰긴 했지만 다행히 잘 버텼다.

“후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날 해치려 들다니! 아홉 번째 단계를 돌파해 구전현공 대성에 이를 때 제물로 만들어주마!”

조극은 눈에 흉악한 빛을 드리우며 이를 악물었다.

쾅!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지의 원기가 다시 격하게 흔들리더니 평온하던 파란 하늘에서 갑자기 커다란 틈이 찢어져 칠흑 같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조극은 고개를 들어 소용돌이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용돌이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별하늘의 깊은 곳까지 관통했다.

검은 소용돌이 속에선 흩날리는 빛들이 꿈틀거렸는데 모두 한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방대한 흡입력을 흘려보냈다.

휙!

바람이 일자 이 구역을 둘러싸고 있던 하얀 구름 벽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 지름이 천 장이나 되는 커다란 운해(雲海) 폭풍을 이루었다.

폭풍의 눈은 귀현탑이었다.

“혹시…… 말도 안 돼!”

조극은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내며 믿기지 않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조극이 예상 한 바를 검증이라도 하는 듯이 그의 옆에 있던 다섯 가마가 한참 동안 흔들리면서 속에 담겨있던 다섯 속성 구전현공의 힘이 커다란 채색 빛기둥으로 변해 검은 소용돌이로 날아갔다.

구름 벽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고, 수많은 천지의 원기가 이곳으로 몰려와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갔다.

쿵!

굉음이 울려 퍼졌고,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향하는 다섯 갈래 빛기둥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꿈틀거리면서 성운 같은 채색 빛 덩어리로 변해 무수히 많은 빛을 반짝였다.

“안 돼……”

조극은 믿기지 않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조극은 몸에서 빛을 흘리며 두 손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구전현공을 시전하길 멈추며 다섯 가마를 다시 몸속으로 회수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다섯 가마는 조극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고, 가마에서 갑자기 색이 각각 다른 다섯 갈래 채색 빛 고리가 나타나더니 조극과 붙어버렸다.

조극은 순식간에 몸이 굳어서는 고리 속에 묶여 움직이지 못했다.

조극은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난 구전현공의 힘이 화염을 뚫고서 빛 고리를 따라 다섯 가마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말도 안 돼…… 안 돼……”

조극은 이마에 힘줄이 툭툭 튀어나와 온통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만 질렀다.

두 손과 두발을 끊임없이 허우적댔지만 끝내 빛기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조극은 몸속에 깃든 구전현공의 힘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영력이 점점 줄어들자 조극이 발버둥치는 힘도 서서히 약해졌다.

이때,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던 구름 벽 속에서 갑자기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찬란한 금빛이 구름 벽을 뚫고 나왔고, 구름 벽에 커다란 틈이 벌어지자 이어서 키가 만 장이나 되는 금색 사람 환영이 나타났다.

금색 사람 환영을 본 조극은 마지막 희망을 본 듯이 소리를 질렀다.

“존상님, 살려주십시오……”

제준의 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하늘을 가릴 듯한 커다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마치 실존하는 듯한 금빛이 내려와 귀현탑에 드리웠다.

금빛이 쏟아지자 다섯 가마의 흔들림이 멈췄고, 쏟아져 나오던 오색 빛기둥도 점차 느려지더니 부서져버렸다.

조극이 화색을 드러내며 온힘을 다해 자신을 묶어두었던 채색 빛 고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펑!

다섯 갈래 빛 고리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렸지만 부러지지는 않았다.

“흥!”

제준의 환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한 손을 흔들어 몇 갈래 금빛을 날려 조극을 속박했던 오색 빛 고리를 내리쳤다.

쿵!

갑자기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검은 소용돌이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쩍!

번개는 순식간에 터져버렸고, 오색 빛이 소용돌이에서 잘리더니 제준의 환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곧장 제준이 날린 금빛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제준의 환영이 멈칫하며 두 손을 빠르게 움직이자 허공에서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커다란 금색 광막이 나타났는데 광막 위에 종횡으로 뒤엉킨 상처가 잔뜩 났다. 그리고 상처 위에는 부문들이 촘촘하게 붙어있었는데 이건 극도로 복잡한 봉인 비술이었다.

제준은 검은 소용돌이를 봉인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색 광막이 날아오기도 전에 검은 소용돌이가 격하게 흔들리더니 채색 빛이 퍼졌다.

쾅!

맑은 하늘에서 난데없이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다섯 갈래 번개 기둥이 쏟아지더니 아주 가볍게 금색 광막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번개는 곧장 제준의 환영으로 향했다.

제준의 환영이 두 손을 들어 올리자 금빛이 나타나 다섯 갈래 번개 기둥을 막아냈다.

쾅!

다섯 갈래 번개 기둥이 금빛을 받아 터져버렸고, 무수히 많은 번개 줄기와 금빛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튀며 일으킨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그 기운 때문에 하얀 구름 벽이 한참 동안 흔들리며 바깥으로 뒤집혔다.

금빛과 번개가 전부 사라지자 제준의 환영이 다시 나타났으나 환영은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내 본체는 친히 귀현탑에 올 수 없구나. 보아하니 이게 네 숙명인 것 같군. 결코 바꿀 수 없을 테지……”

제준의 환영이 천천히 말을 잇더니 서서히 옅어지다가 이내 사라져버렸다.

“아니! 나는 숙명을 믿지 않아!”

제준이 하는 말을 들은 조극은 내키지 않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몸에 빛을 드리웠고, 뼈에서 ‘뿌드득!’ 소리를 냈다. 그러자 조극의 근육이 급속도로 팽창하더니 잠깐 사이에 키가 만 장 가까이 되는 하얀 원숭이로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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