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3화. 상대의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다
곤봉 그림자가 나타나는 순간, 천지가 들끓기 시작했고, 수 백 리 안에 흐르던 천지의 영기가 한곳으로 몰려들어 소용돌이를 이루었다가 다시 금색 곤봉 그림자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자 금색 곤봉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더니 막강한 영력 파동이 스친 허공은 전부 부서져 버렸고, 천지가 멸망할 것만 같은 위력을 풍겼다.
파멸의 기운이 금색 곤봉 그림자에서 뿜어져 나오자 신경 사령들은 혼화를 미친 듯이 번쩍였다. 그리고 덮치듯 다가오던 몸통이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거대한 기운에 제압되었다.
훅!
금빛의 깊은 곳에서부터 곤봉 그림자가 나뉘어 작은 곤봉 그림자 열 몇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림자는 정확하게 신경 사령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펑, 펑, 펑!
신경 사령 열 몇 구의 몸통이 터져버렸다.
그러나 실력이 막강한 서너 구는 곤봉의 위력을 버텨냈다. 하지만 몸통은 여기저기 찢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가까이에 있던 평범한 사령들은 일격의 여파 때문에 밀려나 버렸고, 실력이 더 약한 사령들은 가루가 되어 부서져 버렸다. 그러자 나머지 사령 대군도 놀라서 공격을 멈추었다.
미천 연합의 대군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이내 환호성을 내질렀다.
석목의 뒤에 있던 신경 강자들도 전부 고개를 돌려 잔뜩 열망하는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석목은 단 일격으로 갑자기 나타나 연합의 대진을 흩트려 놓은 사령 대군을 처참하게 부숴버렸다. 그렇게 열 구나 되는 신경 사령들이 단번에 죽어버렸고, 일격의 여파 때문에 죽어버린 사령 대군의 수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기세등등하던 사령 대군이 토해낸 기염은 순식간에 제압을 당했다.
이때, 허공에서 추선대가 빙글빙글 도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더니 물결이 일렁여 순식간에 사령 대군을 덮어버렸다.
석목의 일격을 보고 놀란 사령 대군들은 눈에서 혼화가 더 크게 타오르더니 다시 미천 연합의 대군을 향해 밀려왔고, 기세 또한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석목은 담담한 얼굴로 한 손을 휘둘러 검은빛을 날렸다. 석목이 날린 검은빛은 조개껍질 모양 법보였는데 빙글빙글 돌면서 침울하기 그지없는 묵직한 기운을 흘려보냈다.
석목이 주문을 외우며 검은 법보로 법결을 날렸다.
쿵!
검은 법보에서 나는 빛이 커지면서 소용돌이가 하나 나타났다. 그런데 석목이 날린 법보는 조금 전에 무야가 조종하고 있던 추선대와 매우 비슷한 법보였다.
광장 끝에 서 있던 무야는 석목이 꺼낸 법보를 보자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쿵!
검은빛이 소용돌이에서 줄줄이 날아 나왔는데 그 빛들은 전부 사령 생물들이었다.
순간, 십만 구가 넘는 사령 생물들이 나타나 거무칙칙하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끝을 모르는 듯이 시체들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석목은 허공에 떠 있는 검은 법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보물은 연나가 추선대를 대신해 만든 법보였는데 석목이 천정의 깊은 곳까지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자 연나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이 법보를 석목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게다가 때마침 상황이 이렇게 되어 석목은 많은 수확을 얻었다.
광장에서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놈들은 내게 맡기세요.”
석목이 등 뒤에 있던 신경 강자들에게 말했다.
“네, 맹주님.”
장로들은 자신의 목숨을 맡길 정도로 석목을 믿고 있어 석목이 내린 명령이라면 망설이지 않고서 따랐다. 그래서 신경 강자들은 천정의 대군을 향해 날아갔다.
천봉 일족을 비롯한 네 종족들도 빠르게 물러났다.
허공에 서 있던 무야는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주문을 외우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검은빛이 추선대로 스며들었다.
추선대에서 물결이 일렁이며 순식간에 아래에 놓인 사령 대군을 뒤덮었다. 그러자 사령 대군들은 사기가 다시 치솟으면서 물러나는 천봉 일족을 비롯한 네 종족을 뒤쫓았다.
석목이 코웃음을 치며 다시 손을 흔들었다.
쾅!
석목의 옆에 있던 사령 대군은 마치 수도꼭지의 물처럼 쏟아져 나와 앞에서 덮쳐오는 무야의 사령 대군을 맞이했다.
검은 법보 속에 든 사령 생물들이 전부 소환되자 이십만 구가 넘는 것 같았는데 무야가 이끄는 사령 대군과 비슷했다.
두 사령 대군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격전을 펼쳤다.
사령 생물들의 전투는 매우 원시적이라 해골은 해골을 공격했고 강시는 강시를 공격했으며 서로 아무런 꼼수도 없이 온전히 실력만으로 싸웠다.
그 순간, 땅은 계속해서 흔들렸고, 하늘에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사령 생물 수십만 구가 광장을 빼곡히 채워, 다양한 빛이 섞이지 않았더라면 사령계면에서 일어난 전쟁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령 대군들은 실력이 엇비슷했으나 굳이 실력을 따지자면 처음에 나타난 사령 대군에 경지가 높은 사령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석목이 신경 사령들을 격살하면서 오히려 지금은 석목을 따르는 신경 사령이 더 많았다. 그리하여 두 사령 대군들이 갖춘 실력은 서로 비슷해졌다.
석목이 허공에 서서 사령 대군들이 치르는 격전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에 금빛을 반짝이며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사령 대군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석목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령 대군을 소환한 놈이 잘 숨어 있는 것 같았다.
허공에 서 있던 무야는 석목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허공에 있던 추선대가 격하게 흔들리며 검은빛을 흘려보내 무야의 몸을 감쌌다.
무야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는 다시 허공 속에 숨어버렸다.
석목은 주변을 둘러보아도 무야를 찾아내지 못하자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석목은 몸을 날려 사령 대군 속으로 날아갔다.
키가 수십 장에 이르는 사령 생물 몇 마리가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한 쪽은 시체 개였는데 검은 머리와 붉은 머리를 각각 하나씩 모두 두 개 달고 있었다. 그리고 시체 개는 검붉은 빛기둥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 위력이 매우 막강해 빛기둥이 스친 곳은 전부 진득한 액체로 변하였다.
머리가 둘 달린 시체 개의 맞은편에는 검은 호랑이 모양 사령 생물이 있었는데 호랑이는 시체 개보다 몸통이 몇 배는 더 컸고, 몸에 두터운 비늘 갑옷을 두른 채 눈에 붉은빛을 번쩍였다.
하지만 찢어진 갑옷 사이로 보이는 깊은 상처에선 끈적이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호랑이 사령은 조금 전에 석목이 날린 일격을 받아낸 신경 사령이었다. 그러나 호랑이 사령은 실력이 이미 신경 중기에 도달했음에도 깊은 상처를 입은 후로 신경 초기인 시체 개와 간신히 싸움을 치렀다.
호랑이 사령의 머리에서 빛이 번쩍이자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이 곧장 번천곤을 휘둘렀다.
쿵!
금색 곤봉 그림자가 다시 나타나 순식간에 호랑이 사령의 머리를 내리쳤다.
호랑이 사령은 이미 큰 부상을 당했기에 석목이 날린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가 터져버려 거대한 몸통이 일직선으로 무너졌다.
석목은 다시 몸을 날려 수 백 장 밖에 선 신경 사령 옆으로 다가가 다시 곤봉을 휘둘렀다.
석목은 귀신처럼 전장 곳곳을 누볐고, 잠깐 사이에 사령 대군에 속한 신경 사령들을 전부 죽여 버렸다.
신경 사령이 사라지자 무야의 사령 대군은 석목의 대군에게 제압을 당하여 점점 줄어들었다.
석목이 다시 고개를 돌려 미천 연합과 천정의 대군을 바라보았다.
미천 연합과 천정의 대군은 서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어 한참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분신을 보내 사령 대군을 맡게 만들고는 또 다른 전장에 나타났다.
“맹주님!”
석목이 나타나자 육규종을 비롯한 장로들은 기쁘기도 했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석목은 단번에 사령 대군을 가볍게 제압했지만 장로들은 천정의 대군을 끝내 제압하지 못했다.
석목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실눈을 떴다.
천정의 대군은 공격을 멈추고 수비를 해 네모난 진형을 수십 개나 이루었다. 그리고 다양한 빛이 네모난 진형에 나타나 매우 단단한 방어막을 이루었다.
고만족이 변신한 거인들은 진영 사이사이에 서서 미천 연합의 미칠 듯한 공세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공격을 받는 천정의 군대는 끄떡없었다.
“역시 요령이 있었군!”
석목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석두!”
이때, 채색 그림자가 날아와 석목의 어깨에 앉았다.
석목은 긴급한 상황이니 채아와 말을 할 수 없어 그저 토닥였다. 그리고 석목은 다시 빛으로 변하여 천정의 대군을 향해 날아갔다.
“전부 맹주님을 따라 공격합시다!”
육규종을 비롯한 장로들이 큰소리를 지르며 석목을 뒤따랐다.
“공격!”
석목은 날아갈 때, 주문을 외우면서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몸통이 점점 빠르게 불어나면서 온몸에 길고 하얀 털이 자라났다.
잠깐 사이에 석목은 하얀 원숭이로 변하였는데 원숭이는 키가 만 장이나 되었고, 온몸에 금색 비늘 갑옷을 두른 채 두려운 기운을 뿜어냈다. 또한 주변의 허공에서는 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번천곤도 점점 불어나서는 만 장이나 되는 거대한 곤봉으로 변하여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원숭이는 마치 커다란 운석처럼 공기를 찢으면서 전장을 감싼 노란 보호막과 부딪쳤다.
쿵!
노란 방패는 겉에 수많은 균열이 그어지더니 틈이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와장창 부서져버렸다.
펑!
석목이 변신한 거원은 광막 밑을 짓밟고 다녔는데 이로 인해 상대는 진영이 무너져 수많은 사상자를 빚어냈다.
거대한 원숭이가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면서 포효하더니 번천곤을 휘둘렀다. 이어서 곤봉 그림자가 하얀 보호막을 내리쳤다.
쩍!
하얀 보호막이 종잇장처럼 가볍게 부서져 버렸다.
이때, 전장에 있던 고만족 거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석목을 향해 덮쳤다.
동시에 다른 전장에서도 빛이 미친 듯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공격 비술과 색깔이 다양한 빛기둥, 그리고 붉은 화룡과 파란 얼음 뱀과 같은 것들이 하늘을 뒤덮어 석목을 공격했다.
“덤벼라!”
석목은 큰소리로 웃으며 번천곤을 휘둘렀다. 그러자 촘촘한 곤봉 그림자가 고만족 거인들에게로 향했다.
동시에 석목은 수많은 회색빛을 뿜어내 두터운 회색 광막을 이루었다.
붉은 화룡과 파란 얼음 뱀이 회색 광막을 내리쳤지만 광막에 닿는 순간, 그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회색 광막은 미세하게 번쩍이다가 다시 회색빛을 뿜으며 원래 모습대로 복구되었다.
전장에 모인 대군들은 그 광경을 보자 전부 어안이 벙벙해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군이 날린 공격은 힘을 합치는 비술이라 위력이 엄청나 단 한 번만 공격을 해도 신경 강자가 온힘을 다해 공격할 때와 위력과 비슷했다. 그러나 석목은 수많은 공격을 받으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보였다.
천정의 대군들은 다시 진기를 모아 맹렬하게 공격을 날렸다.
석목은 이 상황을 보고서 웃음만 나왔는데 그는 조금 전만 해도 사령들과 싸우며 구전현공을 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천정의 대군이 날리는 공격은 매우 막강했지만 전부 천지의 오행을 따르는 공격이었다.
오행으로 이뤄진 공격이라면 절대 석목에게 타격을 주지 못할 터였다.
고만족들이 갖춘 실력으론 당연히 석목을 무너뜨릴 수 없었지만 숫자가 워낙 많이 석목은 단번에 그들을 죽일 수 없었다.
미천 연합의 대군은 석목이 상대 진영을 뚫어버린 틈을 타서 드디어 천정 진영으로 들어가 공격을 시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