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856화 (856/916)

856화. 위기

석목은 두 눈에 빛을 반짝이며 다시 두 팔을 휘저었다.

훅!

금색 곤봉 그림자가 뒤엉키기 시작했다.

금색 부문이 번천곤에서 날아 나와 칼날과 검 모양 허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곤봉 그림자에 갇혀있는 번개 뱀을 베었다.

쓱, 쓱!

검은 번개 뱀이 토막이 되어 잘려버렸다가 다시 번개로 변하여 흩어졌다.

그 사이에 자라는 이미 허공으로 날아올라 부러진 다리에 금빛을 번쩍였다. 그러자 다리의 잘린 단면에서 근육이 꿈틀거리며 새살이 빠르게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새 발이 하나 나타났다.

“불멸의 육신!”

석목은 동공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석목은 다시 그림자로 변하여 검은 자라를 덮쳤다.

이어 다섯 산봉우리에 있던 진법이 맴도는 속도가 몇 배는 더 빨라졌다. 그러자 오행의 영력이 석목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와 석목은 구전현공을 시전하여 막아냈다.

빨리 자라를 해치워야 했다!

석목은 허공으로 올라가 몸에 금빛을 뿜으며 다시 번천곤을 휘둘렀다.

칙, 칙!

이번에는 두 갈래 금색 실이 빠르게 검은 자라에게로 날아갔다.

“사악한 공법이군! 법칙의 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이렇게 날뛰다니! 무엇이 진정한 법칙의 힘인지 보여주지!”

검은 자라가 포효하다가 사람이 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자라가 내뱉는 말은 마치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고, 극도로 거센 분노가 담겨있었다.

자라가 주문을 외우며 앞 발톱에서 검은빛을 뿜어냈다.

빛이 번쩍이는 사이, 번개 모양 부문들이 날아 나와 마치 실존하듯이 번쩍였다. 그러자 부문에서 강렬하기 그지없는 법칙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곧장 금색 실 두 갈래를 막아냈다.

“법칙정문(法則晶文)!”

수령자가 다시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얇은 금색 실이 번개 부문을 자르려 하자 ‘칙!’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더니 번개 부문은 뒤로 밀려났지만 단번에 잘라버리지는 못했다.

* * *

이때, 검은 자라의 뒤통수에서 검은빛 고리가 날아 나와 석목을 안으로 가두었다.

석목의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검은 자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석목이 다시 주위를 돌려보니 주변 환경이 달라져 황량한 사막에 놓이게 되었다.

돌들이 마치 늑대의 이빨처럼 땅에 박혀있었고, 시선이 닿는 곳은 온통 황량한 사막이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떠다녔고, 검은 번개가 구름 사이에서 흘러 다녔다. 그러자 석목은 극도로 암울한 기분이 들었다.

“환술?”

석목은 흠칫 놀라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기를 시전하였고 방대한 신식의 힘도 내보냈다.

“아니, 환술이 아니야!”

석목이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에 놓인 땅과 돌, 그리고 하늘은 전부 실존하는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흐르는 공기는 숨이 막힐 듯이 텁텁했고, 알 수 없는 법칙의 힘을 흘려보냈다. 그러더니 석목의 대범반무진기는 마치 불을 만난 얼음처럼 빠른 속도로 무너져 철저하게 제압당했다.

석목이 빠르게 다시 인족의 몸으로 돌아오자 번천곤도 함께 줄어들었다.

대범반무진기는 철저하게 제압당했지만 다행히 구전현공의 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여긴 검은 자라가 일군 영역이야. 저놈이 영역을 의계(擬界)까지 수련했구나. 이 공간에 흐르는 법칙의 힘은 이제 완전한 형태를 갖췄어. 이번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군.”

수령자의 목소리가 무기력하게 울려 퍼지는 게 그도 법칙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자 석목은 다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때, 머리 위에서 짓눌러오던 먹구름이 갑자기 들끓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소용돌이로 부서져서는 온 하늘로 퍼졌다.

검은 번개가 하늘에서 넓게 날아다니다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소용돌이 속에서 검은 번개가 다시 튀어나와 찬란하게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막강한 압력이 하늘에서부터 짓누르듯 내려왔다.

쾅!

굉음과 함께 석목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소용돌이가 마구 흔들리더니 마치 신룡과 같은 번개가 떨어지며 석목을 내리쳤다.

석목이 곧장 주먹을 휘두르자 금빛이 석목의 주먹으로 모여들어 검은 번개와 부딪쳤다.

검은 번개에서 ‘쩍!’ 소리가 나며 단번에 부서져 버리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쾅!

하지만 쏟아진 번개 한 줄기는 시작에 불과해 하늘에 드리운 모든 소용돌이가 동시에 들끓기 시작하며 여기저기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번개가 폭우처럼 석목에게로 쏟아졌다.

석목은 심각한 얼굴로 두 주먹을 휘둘렀다.

찬란한 금빛이 얽히면서 백 자루나 되는 화려한 검으로 변하여 석목의 머리 위에서 반원형 검진을 이루었다.

윙, 윙!

금색 검 수백 자루가 동시에 돌아가며 날카로운 검의 기운을 뿜었다. 그러자 찬란한 금빛이 눈부시게 하늘을 가득 채웠다.

쾅!

번개는 멈추지 않고 쏟아졌고, 점점 굵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석목의 머리 위를 보호하고 있는 검진도 위력이 막강했기에 한참 동안 번개는 검진을 뚫을 수 없었다.

동시에 석목은 신식을 보내 공간을 뚫을 방법을 찾아내려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이 공간은 석목이 현화번으로 펼치는 화염 공간 비술과 흡사했지만 화염 공간 비술보다 훨씬 현묘했다.

그리고 석목은 바깥 상황을 알 수 없었고, 만약 바깥에서 대진이 열렸다면 첫 번째 선장을 죽인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석목은 다시 고개를 흔들며 잡념을 떨쳐버리고는 눈에 금빛을 뿜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참 후에 석목은 검은 검진을 그대로 두르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번천곤에 금빛을 감고 허공에서 휘두르자 수많은 금색 부문이 곤봉에서 뿜어져 나와 종을 치는 듯이 묵직한 소리를 냈다.

번천곤을 다시 휘두르자 금색 실이 또다시 나타났는데 이번에 시전한 실은 이전보다 더 굵었고, 그대로 먹구름을 자르기 시작했다.

금색 실이 허공에서 날아다니며 쏟아지는 번개를 전부 잘라버렸다.

퍽!

금색 실이 먹구름을 자르자 먹구름은 깔끔하게 잘려버렸다. 그렇게 잘린 먹구름은 계속해서 멀리 날아가며 시선에서 사라졌다.

석목은 멈추지 않고는 번천곤을 휘둘렀다. 그러자 번천곤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또다시 법칙의 선을 만들어냈다.

석목이 미친 듯이 번천곤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곤봉 그림자가 줄줄이 흘러나왔고, 간간히 법칙의 선을 날려 보내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여길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석목은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 공간을 부숴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서 떠다니던 먹구름은 전부 갈기갈기 찢어졌고, 공간도 끊임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 공간은 워낙 단단해 쉬이 부서지지는 않았다.

석목은 다시 눈에 금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영목신통을 가장 강력하게 시전했다.

“음!”

영목신통으로 공간에 이는 이상한 파동을 잡아냈다.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파동 주변에서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이어서 검은빛 점 수십 개가 석목의 주변에 나타나 유유한 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깜짝 놀라 공격을 멈추었다.

검은빛은 순식간에 불어나 크기가 수십 장으로 변하더니 이어서 ‘쩍!’ 하며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빛 속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해골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해골들은 두 눈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냈고, 입고 있는 갑옷에서도 번개가 튀었다. 그렇게 막강한 기운을 몸에서 풍기는 해골들은 엄연히 신경 초기에 가까웠다.

해골들이 나타나는 순간, 석목을 덮치자 그는 다양한 무기를 꺼내들고는 사방팔방으로 검날과 도광을 날렸다.

그리고 다시 번천곤을 휘두르자 금색 곤봉 그림자가 연꽃처럼 펼쳐지면서 해골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검은 해골들은 단단하지 그지없어 줄줄이 뒤로 밀려났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부서지지는 않았다.

석목은 다시 곤봉을 휘두르며 법칙의 선을 날렸다.

쩍!

해골들은 드디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두 덩이로 잘려버렸다가 이내 터져버리며 검은빛이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흩어진 검은빛이 한참 동안 허공에서 꿀렁거리다가 다시 검은 해골로 뭉치더니 마치 공격을 받지 않았던 것처럼 석목을 덮쳤다.

하지만 석목이 짓는 표정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리고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큰소리를 지르더니 번천곤에 빛을 감고는 미친 듯이 휘두르며 수많은 곤봉 그림자를 날렸다.

곤봉 그림자가 몰려오는 해골들을 전부 물리쳤다.

석목은 다시 몸에 흑백 빛을 뿜으며 곤봉을 휘둘러 수 백 리 안쪽을 드리웠다.

멸선곤법!

흑백 공간이 석목의 주변에 나타났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 흑백 공간은 마치 실존하는 것 같았다.

검은 해골 수십 구가 흑백 공간에 갇혀버렸고, 흑백 빛이 해골들을 철저히 묶어 해골들은 마치 호박 속에 박힌 파리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이에 석목이 다시 번천곤을 휘둘렀다.

흑백 빛이 갈라지면서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흰색인 커다란 맷돌로 변하였다.

맷돌에서 흑백 무늬가 나타났는데 이전보다 열 배는 더 뚜렷했다. 그리고 맷돌이 흘려보내는 영압은 마치 최상급 영보 두 개에 버금갈 정도였다.

흑백 맷돌이 맹렬하게 돌아가며 서로 맞부딪쳤다.

쩍!

해골들 수십 구는 가루가 되어 부서지며 다시 검은빛으로 변하였다.

검은빛은 마치 영성이라도 있은 듯이 공간을 뚫고 밖으로 날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흑백 공간에 나타난 검은 맷돌이 파르르 떨면서 막대한 힘을 흘려보내 검은빛을 삼켜버렸다.

검은 맷돌은 순식간에 더 밝아지는 게 마치 원기를 빨아들인 것 같았다.

그러자 석목은 눈이 맑아지면서 끊임없이 빛을 번쩍거렸다.

석목은 첫 번째 선장이 시전한 검은 번개 신통이 대체 무엇인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번개 신통은 극도로 막강한 위력을 풍기고 있어 빙백신광이나 석목이 예전에 수련했던 호천성염을 비롯한 다른 상고 신통들보다 훨씬 뛰어난 신통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석목은 드디어 이 신통을 알아낼 실마리를 찾았다.

석목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흑백 맷돌을 시전했다.

윙, 윙!

흑백 맷돌이 빠르게 돌아가며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냈다. 그러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의 파동이 맷돌에서 흘러나왔다.

굉음은 점점 더 커졌고, 흑백 맷돌은 더 격하게 흔들렸다. 특히 검은 맷돌은 마치 어떤 힘이 작용을 하여 흥분한 듯이 흔들렸다.

이어서 검은 맷돌에서 빛이 눈부시게 밝아지더니 수많은 부문들이 나타나 검은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쾅!

막강한 힘이 검은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오자 공간 속에 내리치던 검은 번개는 마치 막강한 적수를 만난 것 마냥 조용해졌고, 줄줄이 소용돌이 속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소용돌이 속으로 흘러들어간 검은 번개는 검은 맷돌로 스며들었다.

검은 맷돌은 점점 색이 짙어졌고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맷돌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음과 양이 뒤바뀌었고, 원기가 줄줄이 날아 나와 하얀 맷돌로 흘러들어갔다.

하얀 맷돌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더 빨리 불어나기 시작했다.

석목은 흑백 맷돌이 달라지는 걸 바라보더니 어안이 벙벙했는데 이 모든 상황은 전부 석목이 예상한 바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흑백 맷돌은 몇 배 나 더 커졌고, 뿜어내는 힘도 훨씬 강력해져 점점 더 많은 번개가 공간에서 흑백 맷돌로 흘러들어갔다.

* * *

공간 밖에 솟은 산봉우리 사이, 검은 자라는 괴물 같은 몸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라는 매부리코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중년 남자였는데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고 볼살이 없었다. 또한 남자는 두 눈은 음흉하고 깊게 파여있었고, 방대하기 그지없는 막강한 기운을 풍겼다.

중년 남자는 검은 영역 위에 서 있었고, 영역 속에서는 검은빛이 들끓었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주문을 외우면서 끊임없이 법결을 날려 검은 영역을 조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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