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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858화 (858/916)

858화. 지원군이 오다

석목은 회복 단약을 몇 알 삼키고는 산봉우리로 날아갔다.

그리고 하얀빛을 드리우며 빠르게 몸을 불려 다시 키가 만 장에 이르는 거원으로 변신하였다. 그렇게 변신한 거원의 몸통을 뒤덮은 금색 비늘은 하늘을 찌를 듯이 찬란한 빛을 뿜고 있는 게 마치 금색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무궁무진한 살기가 금색 거원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번천곤도 함께 불어나며 길이가 만 장이나 되는 거대한 곤봉으로 변하여 밀물처럼 금빛을 뿜어냈다.

석목이 소리를 지르자 번천곤이 금색 그림자로 변하여 쏟아졌다. 그런데 번천곤은 다섯 산봉우리가 아니라 그 사이에 놓인 거대한 진법을 내리쳤다.

진법에서 실존하는 듯한 오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다섯 가지 색 광막을 이루어 단번에 번천곤을 막았다.

석목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는 짙은 회색빛을 뿜어냈는데 그 빛은 오행을 합친 회색 본원의 빛이었다.

회색빛이 반짝이며 불바다를 이루면서 활활 타오르더니 오색 광막에 떨어졌다.

칙, 칙!

회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자 오색 광막은 마치 불을 만난 눈처럼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석목이 화색을 드러내며 힘껏 번천곤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번천곤은 타버린 광막을 뚫고서 아래에 놓인 진법을 내리쳤다.

이어서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팔을 다시 휘두르자 번천곤이 맹렬하게 휩쓸며 긴 흔적을 그어놓았다.

대진이 순식간에 파괴되면서 다섯 영석 산봉우리의 겉면에서 오색 광막이 번쩍이더니 ‘펑!’하며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순간 희열감이 몰려와 다시 번천곤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가로로 휩쓸어가며 다섯 영석 산봉우리로 곤봉을 날렸다.

쾅!

번천곤이 내리치자 다섯 영석 산봉우리는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크기가 각각 다른 영석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부서진 돌들은 흩날리는 먼지 사이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사방팔방을 휩쓸었다.

다섯 영산이 무너지자 하늘에 뜬 오색구름도 점점 흩어져버려 대진이 일으키던 기이한 현상들도 전부 사라졌다.

남사궁과 백옥 광장은 첫 번째 선장이 기습을 할 때 이미 무너져버려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들끓는 기운 파동 때문에 수많은 궁전의 기둥들이 무너져 버렸고, 영석과 부서진 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화는 폐허 속에 서서 고개를 들고 대진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진이 완전히 사라지자 안화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대진이 사라졌다!”

미천 연합의 대군이 내지르는 환호성이 폭발하자 사기가 하늘을 치솟았다!

“하하, 맹주님이 대진을 무너트렸어!”

육규종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석두, 잘했어!”

채아가 방진의 어깨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방진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지만 졸이고 있던 마음을 드디어 내려놓으며 깊은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방진은 손을 흔들어 나머지 마우 전사 셋을 지휘하며 나머지 천정의 대군을 물리치도록 이끌었다.

채아가 이미 대진과 관련된 것들을 연합 사람들에게 알려주었기에 대진이 사라지자 모두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다시 전투를 치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비천서 일족이 불러낸 나머지 호종 마수 네 마리도 서유금이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천정의 대군을 덮쳤다.

연합의 대군은 전부 천정의 대군에게로 향했다.

첫 번째 선장이 죽어버렸으니 천정의 대군은 더는 아무런 희망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미천 연합의 대군이 맹렬한 공세를 취하자 대대적으로 패하며 무너졌다.

이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천정을 멸하고 천제를 죽이자!”

미천 연합의 대군이 단체로 소리를 지르자 그들이 외치는 구호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천정을 멸하고 천제를 죽이자!”

“천정을 멸하고 천제를 죽이자!”

* * *

전장의 하늘에서 떠다니던 구름도 마치 그 소리에 영향을 받은 듯이 멀리까지 흩어지면서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석목은 여전히 만 장에 이르는 거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미천 연합의 대군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를 듣자 석목은 그들에게서 뜨거운 전의를 느꼈다.

하지만 석목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 심지어 고개를 숙인 채 전장의 상황조차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석목이 바라보는 시선은 천 리 밖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커다란 건물로 향했다.

화려한 궁전들이 드넓은 구름 사이에 줄지어 있었다.

석목이 눈썹을 찌푸리자 두 눈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이어서 석목은 묵직한 몸을 움직이며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석목은 안색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

이미 무너져버린 다섯 영산 말고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던 천정의 대전들이 구름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 천정에 왔을 때, 두 번째 선장이 안내했던 소운궁과 약왕전, 벽건전과 궁우루 같은 건물들도 전부 원래 놓인 자리에서 음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천정의 궁전들은 마치 기이한 방식으로 움직이며 어떤 판을 짜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섯 영산을 무너트릴 때부터 석목은 무엇인가가 잘못된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때 이미 천지 사이에 기이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는데 다만 그때 흐르는 기운은 매우 옅어 있는 듯 없는 듯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 그 기이한 기운은 점점 짙어졌다.

이러한 불안 때문에 석목은 그대로 거원인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경계태세를 취했다.

석목이 한참 의아해 할 때, 서쪽 하늘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며 한 무리가 남사궁으로 몰려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속승 진인이 청란성지의 제자들을 이끌고 서천문을 지키던 천정의 나머지 패잔병을 뒤쫓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화를 비롯한 장로들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는 대군을 일부 분리하여 서쪽으로 향했다.

미천 연합의 대군과 청란 성지의 대군이 양쪽에서 몰려오자 천정의 패잔병들은 곧바로 진형이 무너지면서 사방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고만족 신장 여러 명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미천 연합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속승 진인이 다가오는 모습을 본 채아는 다급하게 날아가 석목이 대진을 무너트렸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채아가 이제 막 날아올랐을 때, 속승 진인이 심각한 얼굴로 석목에게로 다가오는 순간, 채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속승 진인은 날아오는 채아를 알아차리긴 했으나 곧장 석목에게로 날아갔다.

채아가 멈칫하며 곧바로 속승을 쫓아갔다.

석목이 변신한 거원은 속승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자 곧바로 번천곤을 어깨에 올려놓고는 왼쪽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앞으로 내밀었다.

속승이 거원의 손바닥으로 내려오며 물었다.

“이곳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만령현문대진의 기운을 느꼈어. 우리가 예측한 대로라면 핏빛 달이 사라지고 대진이 완전히 열리려면 아직 몇 시진이나 남아있지 않았나?”

석목의 손바닥 위에 있는 속승은 마치 개미와 코끼리 같았다. 하지만 속승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석목의 귀로 흘러들어가 심지어 뒤에서 따라오던 채아도 속승이 하는 말을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석목이 대답하기도 전에 채아가 속승의 어깨로 내려오며 말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말하려고 날아가고 있었잖아. 그 무슨 대진인가 뭔가는 석두가 이미 무너트렸다고. 여기 날아다니는 영석들이 보이지? 전부 석두가 영산을 무너트려서 이렇게 된 거야. 쯧쯧…… 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너무 아까워.”

채아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본 속승은 오히려 더욱 심하게 걱정을 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영산?”

“전에 이곳에 거대한 영산이 다섯 개 있었습니다. 제준이 동안 갈취한 영석으로 만든 것 같아요……”

석목은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속승에게 말해주었다.

“천 년간 쌓은 것들이야. 수많은 성역에 침입했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행성을 파멸에 이르게 만들었지. 제준이 모은 영석은 절대 영산 다섯 봉우리가 전부가 아닐 거야! 석목, 네가 무너트린 건 아마 가짜일 테지. 심지어 진정한 만령현문대진을 이룰 수도 없는 가짜 대진이야.”

그 말을 들은 속승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고 석목을 바라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뭐…… 뭐라고? 대진이 가짜라고? 엄청나 보이던데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어?”

채아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면 천정의 궁전들이 자리한 위치가 바뀌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진을 여는 징조입니까?”

석목은 이미 충분히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채아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과연 천정의 궁전들이 이동하면서 크기와 위치가 전부 달라졌다. 그리고 늘어선 배열이 매우 질서 있게 변하였다.

“그러니까 이 천정 전체가 전부 대진이라고?”

채아가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날개를 펄럭이면서 소리를 질렀다.

석목과 속승은 심각한 얼굴로 아무도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제준은 지금 어디 있지?”

이대, 속승이 다급하게 물었다.

“남사궁에서 얼굴을 한 번 비치고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마 뒤에서 진을 펼치고 있겠지요. 그런데 시기가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대진을 조종한다고 해도 지금이 아닐 텐데요?”

석목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속승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큰일이군. 명등인혼진(冥燈引魂陣)이야!”

“무슨 진?”

채아는 잘 듣지 못하여 다급하게 물었다.

석목도 의아했는데 비록 진법의 이름을 알아들어 한참 동안 생각했지만 그 진법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몰랐다.

“사존님이 예전에 우리에게 물려준 일종의 금진(禁陣)이란다. 망자의 혼으로 명등의 진법을 밝힐 수 있어. 진법의 명등을 전부 밝히게 되면 극도로 강력한 취음(聚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 진법은 명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명역의 핏빛 달을 빠르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어.”

속승이 빠르게 설명했다.

“어쩐지 천정의 대군은 숫자와 전력이 계속 우리와 엇비슷했어요. 게다가 지원병을 불러도 큰 차이가 없었죠. 제준은 양쪽을 더 치열하게 싸우도록 만들어 더 많은 망혼을 모으려는 수작이었군요.”

석목이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이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천정의 궁전을 하나하나 무너트릴 수는 없잖아?”

채아가 물었다.

채아가 묻자 석목과 속승은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물론 천정의 궁전들을 전부 무너뜨리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천정의 궁전들은 숫자가 너무 많은데다 구름 사이사이에 널리 뻗어있었으며 진짜와 가짜가 섞여있어 연합의 모든 전력을 동원한다해도 하루 만에 전부 무너트릴 수는 없을 터였다.

미천 연합이 궁전을 전부 무너트렸다고 해도 현계지문은 이미 열린지 오래일 것이며 이 세계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아무도 몰랐다.

석목과 속승이 대책을 세우고 있을 때, 전장의 맑은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더니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옷이 바람에 휘날렸는데 옷자락은 갈기갈기 찢어져있었으며 몸통이 짙고 검은 안개 속에 묻혀있어 안개가 그의 몸통을 받치고 있는지 그가 검은 안개를 뿜어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무야!”

석목의 두 눈에서 싸늘한 빛이 스쳤다.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왼손을 한쪽으로 내밀면서 속승을 내보낸 후에 큰 번천곤을 휘두르며 무야를 내리쳤다.

무야는 석목을 매우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아 안색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무야는 도망가지 않고서 빠르게 법결을 짚으며 검은빛을 번쩍이면서 거무칙칙한 무엇인가를 꺼냈다.

네모난 물건 위에 금색 무늬가 줄줄이 그어진 게 엄연히 추선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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