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869화 (869/916)

869화. 대결이 절정을 찍다

제준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주문을 외우며 한쪽 손으로 부러진 곳을 짚었다.

부러진 팔에서 부드러운 푸른빛이 번지더니 ‘쩍!’ 소리와 함께 꺾였던 팔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고, 상처 또한 빠르게 회복되었다.

제준의 눈에서 이채가 빛나더니 그는 더는 도망가지 않고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향로 법보가 하늘로 솟아올라 수십 장 크기로 변하여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또한 향로 법보에서는 푸른 화염이 타올랐고, 옅고 그윽한 향기가 향로에서 흘러나왔다.

쿵!

향로 법보에서 빛이 나오더니 백 장 정도에 이르는 푸른 화룡이 허공에 몸을 감으며 나타났다.

화룡은 마치 살아 숨을 쉬는 듯이 생생했고, 온몸에 푸른 비늘 갑옷을 두르고 있는데다가 갑옷에선 잘 제련된 금속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화룡은 울부짖으며 허공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허우적대면서 석목을 덮쳤다.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이때, 석목이 쥔 번천곤에서 ‘윙!’ 소리와 함께 금색 법칙 부문이 나타났다.

석목이 눈에서 금빛을 뿜으며 두 팔을 휘두르자 번천곤이 막강한 힘을 머금고는 가로로 휩쓸며 향로 법보가 변신한 거대한 용을 맞이했다.

찬란하고도 눈부신 빛 한 줄기가 스치듯이 화룡의 몸통을 내리쳤다.

쾅!

금빛과 푸른빛이 얽히고설키자 푸른 화룡은 껍질이 벗겨졌다. 그리고 푸른 화룡의 몸에 자라난 푸른 비늘도 찢어졌고, 그대로 뒤로 굴러 날아갔다.

번천곤은 일격을 날린 후에 풍차처럼 돌아가더니 금빛 번개가 날아 나와 화용의 몸 곳곳을 내리쳤다.

하늘이 뒤흔들릴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금빛과 푸른빛이 뒤엉키면서 커다란 구체로 변했다가 화룡의 몸에서 터지자 격렬한 파동이 강풍으로 변하여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단 두어 번 호흡을 할 동안 푸른 화룡은 터져버려 푸른 화염이 되어 흩날렸다.

거의 동시에 커다란 향로 법보도 ‘펑!’ 소리와 함께 부서져서는 푸른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위력에 비해 너무 가볍게 부서진 화룡을 보자 석목도 흠칫 놀랐다.

그러나 화룡은 곧장 사라졌지만 제준에게 시간을 벌어다주었다.

제준이 주문을 외워 몸에 금빛이 튀던 순간, 몸통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순식간에 키가 천 장에 달하는 금색 거인으로 변하였고, 금색 거인은 마치 산처럼 묵직하게 내려 앉았다.

제준의 등 뒤로 열두 개의 손이 각각 다른 모양을 쥐며 나타났다.

쿵!

그 순간, 제준의 몸에서 남, 홍, 황, 녹색을 비롯한 열 몇 가지 빛나는 부문들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여러 층을 이루었다. 또한 제준의 몸에서 번지고 있는 금빛까지 더하면 족히 열두 층이나 되는 빛들이었다.

겹겹이 쌓인 열두 층 빛은 각 층마다 막강한 법칙 파동을 풍기고 있었다.

“이게 제준의 진선지체구나. 이미 열두 가지 법칙의 힘을 습득했다니……”

석목은 제준의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해 동공이 줄어들었다.

세상을 휩쓸 것만 같은 법칙의 힘이 제준에게서 흘러나와 온 하늘을 뒤엎었다. 그리고 만령현문대진도 법칙의 힘 때문에 뒤죽박죽이 되어 당황한 듯이 빛을 냈다. 하지만 대진은 그리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 진선지체로 나타났으니 더는 도망 다니지 말고 승부를 가려보자!”

석목은 두 눈에 빛을 반짝이더니 웃음을 내비쳤다.

동시에 석목은 몸에 현황의 빛을 드리우며 빠르게 불어나서는 키가 천 장이나 되는 원숭이로 변하였고, 원숭이의 몸에는 철침 같은 털들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변신한 원숭이는 털이 금색이 아니라 누런빛이었다. 또한 몸에도 현황 무늬가 줄줄이 그어져 끊임없이 번쩍였다.

석목의 어깨와 갈비뼈에서도 누런빛이 번쩍였고, ‘퍽, 퍽!’ 소리와 함께 두 머리와 네 팔이 더 자라났다.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키가 제준과 같은 거원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리고 원숭이는 머리가 세 개에 팔이 여섯 개나 자라나 놀라운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거원에게 달린 여섯 눈에서 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거원은 한 손으로 번천곤을 휘두르며 다섯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어서 다섯 손에서 찬란한 현황의 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빛이 사그라지면서 커다란 망치나 도끼, 창과 같은 무기들이 나타났다.

석목은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힘을 느끼자 기분이 좋아졌다.

거원으로 변신을 한 후에야 몸속에 흐르던 힘이 완벽히 각성한 것 같았고, 과연 파장처럼 퍼져나가는 힘은 인족일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석목이 소리를 질렀다.

방대한 위압이 거원에게서 터지며 두려운 소리 파동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수백 리 안쪽 허공이 전부 일그러지면서 멀리 있던 속승과 연나도 그 힘에 밀려났다.

천 장에 이르는 현황 거원이 풍기는 위압감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무궁무진한 힘은 천지를 파멸시킬 것만 같았다.

제준은 현황 거원의 기운을 느끼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이제 누가 도망 다닐지 모르겠군!”

제준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돌아서서 소환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쾅!

천정의 천문 네 곳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 눈살을 찌푸렸다.

석목은 몸을 날려 제준을 덮쳤다.

하지만 이때, 석목은 갑자기 어지럼증이 몰려와 몸을 비틀거렸다.

경맥에 푸른 줄기가 줄줄이 나타나 현황 진기를 흩어놓았다.

“뭐지?”

석목이 놀라며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는 주변을 둘러보자 푸른색 안개가 사라지고 없었다.

‘안개가 이상하군!’

석목은 속으로 생각하며 빠르게 공법을 시전하여 푸른 줄기를 날려버리려고 했다.

“그래, 내가 수천 년 동안 정성을 들여 만든 취선벽라향(醉仙薜蘿香)이다. 진선지체라고 해도 적응할 수 없지. 이 향은 효과가 돌려면 시간이 필요했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가 너한테 쫓겼을까? 이제 놀이는 끝났으니 끝을 봐야겠지?”

제준이 하하 웃으며 석목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열두 주먹을 쥐고는 힘껏 내리쳤다.

주먹에서 법칙의 힘이 흘러나와 석목을 감싸버렸다.

석목은 몸이 가볍게 떠올랐지만 여섯 팔로 멈추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쾅!

석목은 몸통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한참 뒤로 밀려나서야 멈춰 섰다.

제준도 두어 걸음 밀려났다.

석목은 이미 취선벽라향에 취해 실력을 삼 할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할 텐데 그 위력이 너무 막강해 제준의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만약 석목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했다면 조금 전에 날린 일격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제준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제준이 낮게 소리를 지르며 몸에서 나는 열두 가지 빛을 동시에 드리웠다. 그러자 빛에서 각각 다른 법칙 부문들이 뿜어져 나와 주먹으로 몰려들었다.

제준은 열두 팔을 동시에 휘둘렀다.

쾅!

수많은 주먹 그림자가 뿜어져 나와 촘촘하게 석목을 공격했고, 석목은 진기를 시전하여 온 힘을 다해 푸른 독을 배출하면서 여섯 손을 휘두르며 막아냈다.

석목은 주먹 그림자를 대부분 막았고, 공격을 당했다고 해도 한 걸음 정도만 밀려날 뿐,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이때, 남천문 쪽 땅에서 커다란 문 한 짝이 서서히 올라오더니 두 기둥과 대들보에서 수많이 빛이 반짝이면서 눈부시게 빛났다.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며 커다란 문이 땅에서 완전히 뽑혀 올라왔는데 대들보와 두 기둥이 분리되면서 거대한 곤봉 세 개로 갈라졌다.

엄청난 위압이 세 곤봉에서 흘러나왔는데 그 기세는 번천곤과 비슷했다.

세 곤봉이 번쩍이며 제준에게로 날아갔다.

다른 세 천문도 마찬가지로 전부 곤봉 세 개로 분리되어 제준에게로 향했다.

거대한 열두 곤봉은 색깔이 전부 달랐다. 그리고 곤봉들은 열두 갈래 빛으로 변하여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찢어놓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두 곤봉이 전부 제준에게로 날아갔다.

제준은 열두 손으로 열두 개의 곤봉을 쥐었다.

윙!

열두 곤봉에서 빛이 번지더니 제준이 시전한 법칙의 힘과 엉키면서 동시에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은 깜짝 놀라 몸을 날려 먼 곳으로 피했다.

석목은 열두 곤봉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는데 곤봉들은 모양이 번천곤과 똑같았고, 무늬마저 흡사했다. 심지어 풍기는 위압감마저 똑같았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정말 매우 흡사했다.

석목은 금색 곤봉을 보며 실눈을 떴다.

“그래, 그 열두 곤봉이 네 진정한 법보겠군.”

석목이 천천히 말했다.

“이 법보는 천정을 지탱하는 기둥이야! 예전에 백원이 번천곤 한 개를 훔쳐가지만 않았더라면 천 년 전에 벌어진 전쟁에서 나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 테지.”

제준은 곤봉을 쥐고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흥,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네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백원왕이 절대 네게 질 일은 없었을 거야.”

석목이 경멸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 생각은 마라. 오늘 널 백원에게로 보내줄 테다!”

제준은 다양한 빛을 감은 환영으로 변하여 석목을 덮쳤다.

그리고 동시에 열두 곤봉을 휘두르자 곤봉들에서 촘촘한 법칙 파동이 퍼지더니 묵직하게 석목을 내리쳤다.

열두 곤봉 그림자가 얽히면서 굉음이 울려 퍼지자 하늘은 마치 무너질 것 같았고, 막강한 힘이 하늘에서부터 짓누르며 내려와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석목은 시간을 끌며 표정이 심각해졌다. 확실히 지금 석목에겐 몸속에 깃든 독소를 배출할 시간이 필요했다.

독소는 조금만 배출되어 실력이 오 할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준은 지금 번천곤과 같은 등급인 법보를 열두 개나 지녀 실력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석목에게는 깊은 생각에 빠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

석목이 주문을 외우자 여섯 무기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현황의 빛이 뿜어져 나와 공격을 받아냈다.

동시에 석목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붉은 불빛을 날리며 강렬한 불 속성 법칙 파동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석목의 또 다른 두 머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는 찬란한 금빛과 두꺼운 노란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지금 이 세 가지 법칙의 힘만 깨우쳤다.

세 갈래 빛과 여섯 무기가 합쳐지면서 제준의 열두 곤봉 그림자와 부딪쳤다.

쾅!

석목의 거대한 몸집이 마치 운석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땅에 박혀버렸고, 돌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먼지를 흩날렸다.

안개가 흩어지자 땅 위에 직경이 수천 장이 되는 커다란 웅덩이가 나타났다.

허공에 서 있던 제준은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장 아래로 쫓아갔다.

하지만 이때, 제준의 옆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그림자는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핏빛이 도는 커다란 검이 끈적이는 빛을 뿜으며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가 검은빛을 반짝이며 순식간에 백 장 가까이 자라나자 검도 함께 커졌다.

검은 그림자에서 신경 후기에 이른 방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림자는 낮게 소리를 지르며 검망을 내뿜어 제준의 몸에 드리웠다.

핏줄기가 제준의 몸통을 감아버리자 ‘칙, 칙!’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핏줄기는 제준의 몸을 꽁꽁 묶어버렸다. 그러자 제준의 몸에 옅은 혈흔이 줄줄이 생겼고, 핏자국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핏줄기는 아주 강하게 부식시키는 힘을 머금고 있어 제준은 진선지체였지만 막을 수 없었다.

“죽어라.”

제준이 소리를 지르며 다양한 빛깔을 뿜자 피부에서 다양한 무늬가 나타나 핏빛 검으로부터 부식되는 몸을 막아냈다. 이어서 제준의 몸이 더 크게 부풀었다.

제준이 입을 크게 벌리자 은빛이 제준의 입에서 날아 나왔는데 그건 작은 검이었다. 그러나 검에서는 놀라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검은빛이 번쩍이며 사라지자 은빛은 은빛 말로 변하여 빠르게 제준의 주변에서 맴돌았다.

칙, 칙, 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망이 전부 끊어져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