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1화. 곤천건지(坤天乾地)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준의 의도를 알아차린 석목은 한 쪽 발을 들어 땅을 짚었다.
쾅!
공기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석목이 번쩍이며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제준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석목은 마치 그림자처럼 제준을 쫓아다녔고, 거리를 넓히지 않으려고 했다.
여섯 무기를 휘두르자 잔영이 줄줄이 나타나 다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런!”
제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공격을 받아쳤다.
쿵, 쿵, 쿵!
폭발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널리 들어선 산맥들이 가볍게 무너졌고, 두 갈래 거대한 그림자가 또다시 쫓고 쫓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스친 곳은 허공이 격하게 흔들렸고,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수려했던 풍경은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가 되었다.
또 한 번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두 갈래 그림자가 갑자기 분리되었다.
제준이 쥔 열두 곤봉이 동시에 흔들렸고, 막대한 괴력이 곤봉을 뚫고서 제준에게로 다가와 그를 뒤로 튕겨내 버렸다. 그러자 제준의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제준은 마치 별똥별처럼 단번에 천 리 밖에 솟은 커다란 산봉우리에 부딪쳤다.
거대한 산봉우리는 곧장 무너져버렸고, 반 정도 남은 산체마저 무너지면서 수많은 돌들이 튀었다.
석목은 멈춰 섰다가 다시 번개처럼 날아가 제준의 머리 위쪽 하늘에 나타났다.
이어서 석목이 소리를 지르자 몸의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더니 구렁이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몸에 새겨진 무늬가 줄줄이 밝아졌다.
석목이 손에 든 여섯 무기가 동시에 하늘을 찌를 듯한 노란빛을 뿜어내며 찬란하게 빛나다가 다시 힘껏 아래를 향해 내리쳤다.
숨이 턱 막힐듯한 방대한 힘이 여섯 무기에서 뿜어져 나왔는데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해진 것 같았다. 때문에 이 일격을 맞게 되면 제준은 몸이 뭉개져 버릴 터였다.
다시 몸을 멈춰 세운 제준은 석목이 날린 막강한 공격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제준이 한 손으로 미간을 짚자 세로로 자라난 눈에서 하얀빛이 번지더니 굵직한 번개가 날아 나와 석목의 가운데 머리를 공격했다.
동시에 제준은 법결을 짚으며 정혈을 뿜어내 핏빛으로 뭉쳤다가 다시 석목에게로 날렸다.
석목은 눈에 빛을 반짝이며 피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얀빛이 석목의 가운데 머리를 때렸고, 석목이 든 무기들도 우르르 앞으로 몰려갔다.
펑, 펑!
폭발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석목의 머리는 터져버리면서 끈적끈적한 현화의 안개로 변하였다.
제준도 몸이 부서지면서 혈무로 변해 들끓더니 먼 곳으로 날아갔다.
노란 안개가 들끓는 사이에 석목의 머리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먼 곳으로 날아간 혈무도 곧장 제준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제준은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제준도 눈에 이채가 빛나는 것으로 보아 그도 이미 불사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었다.
석목은 다시 노란빛으로 변하여 제준을 덮쳤다.
석목은 불사신이라고 해도 죽지 않는 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한 번 공격을 시전할 때마다 극도로 방대한 기혈과 진기를 소모해야만 했다.
제준은 혈해가 열린 게 아니라 기혈이 부족할 터라 불사신을 몇 번이고 계속 시전하지는 못할 터였다.
이때, 제준은 얼굴에 기이한 웃음이 스쳤다. 그리고 제준은 빠르게 법결을 짚으며 다양한 법칙의 색깔을 펼쳤다.
제준이 짓는 웃음을 본 석목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윙!
커다란 빛기둥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석목의 몸에 드리웠다.
빛기둥에는 다양한 색깔이 도는 부문 허상들이 나타났는데 매우 현묘하여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풍겼다.
석목은 강력한 힘의 압박을 받아 날아가던 몸이 멈췄다.
석목은 어렵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는 안색이 굳어버렸다.
제준이 든 열두 곤봉 법보에서 빛이 밝아지더니 곧 제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열두 곤봉은 서로 연결되었는데 여덟 개는 세워져 있었으며 네 개는 대들보 역할을 하며 새장 모양을 이루었다. 그러자 새장은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거대한 빛기둥으로 뭉쳤다.
빛기둥은 막강한 금제의 힘을 머금고 있었고, 방대한 법칙의 힘도 들어있어 두 가지 힘이 끊임없이 새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새장은 천천히 떨어졌고, 가까이 다가올수록 금제의 힘이 더욱더 단단해졌다.
석목은 곧장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는 낮게 소리를 치며 현황의 빛을 크게 드리워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후후, 곤천건지롱(坤天乾地籠)을 맛보게 해주지! 이 보물에 갇히면 진정한 상계 신선이라 할지라도 절대 벗어날 수 없어!”
제준이 빠르게 법결을 짚으며 큰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제준이 짓는 웃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석목을 가둬버린 빛기둥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빛기둥 속에 갇힌 석목은 몸통이 점점 불어나면서 순식간에 키가 만 장에 이르는 거원으로 변하여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석목이 입을 크게 벌리고는 실존하는 듯한 현황의 빛을 뿜어내어 노란 구름으로 뭉쳤다. 그러자 구름이 빠르게 날아나가 새장을 받쳐 들어 계속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제준은 얼굴이 굳어선 온통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제준이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열두 갈래 법칙의 빛이 날아가 빛나는 구체로 뭉쳐서는 강렬한 법칙의 힘을 풍기며 허공에 뜬 새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제준이 몸에 빛을 번쩍이며 빠르게 법결을 짚었다.
곤천건지롱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빛이 두 배나 더 밝아졌다. 그리고 새장이 맴돌면서 막강한 법칙의 힘을 뿜어내 노란 구름을 짓눌렀다.
석목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사나운 빛을 날리며 주문을 외웠다.
순간, 석목의 몸에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눈부신 핏빛이 석목의 몸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정혈을 태워 잠재력을 촉발하는 비술이었다!
석목은 두 눈이 붉게 물들었으며 더욱 포악해진 힘이 석목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빛기둥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해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새장도 영향을 받았는지 더는 내려오지 못하고 멈췄다.
석목이 괴성을 지르며 여섯 팔을 동시에 휘저었다.
핏빛이 맴도는 곤봉 그림자가 줄줄이 하늘로 치솟으며 놀라운 힘의 파동을 흘려보냈는데 그 힘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고, 그대로 노란 구름을 뚫고는 새장을 내리쳤다.
새장이 격하게 흔들리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제준은 다시 깜짝 놀라며 한 손을 들어 올려 빠르게 법결을 짚으면서 공격을 날리려고 했다.
이때, 제준의 등 뒤에 석목의 분신이 다시 나타났다.
분신이 두 손을 흔들자 ‘퍽!’ 소리와 함께 칠흑 같은 화염 두 덩이가 타오르며 뼈가 시릴 기운을 풍겼다. 그리고 허공을 전부 얼리면서 제준을 뒤에서 내리쳤다.
제준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돌아서지 않고는 파란빛을 번쩍이며 광막을 펼쳤다.
분신이 두 손으로 바닥을 내리치자 검은빛과 파란빛이 번쩍이면서 충돌했다.
파란 광막은 비록 얇았지만 매우 단단하여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준이 코웃음을 치며 찬란한 금빛을 감았다.
두 갈래 거대한 금빛 검기가 파란 광막에서 날아 나와 빠른 속도로 분신을 내리쳤다.
검은 그림자는 단번에 세 덩이로 잘려 먼 곳으로 날아갔다.
제준은 경멸하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석목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열두 손을 흔들었다.
이때, 제준의 옆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푸른빛을 감싼 사람이 나타났다.
푸른 그림자는 빠르게 맴돌면서 천만 갈래 비검을 날려 제준을 공격했다.
“사형?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
제준이 눈에 빛을 반짝이며 싸늘하게 말했다.
속승은 담담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준이 손을 흔들자 몸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면서 주변에 둥그런 보호 방패를 드리웠다. 그리고 보호 방패에 화염 모양 붉은 부문들이 줄줄이 나타나더니 제준을 감쌌다.
탱, 탱, 탱!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푸른 검기가 화염 보호막을 내리쳤다. 그러자 찬란한 불꽃이 튀며 보호막이 끊임없이 흔들렸지만 부서지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붉은 보호막은 빛을 번쩍였다. 그러자 보호막에 감도는 화염 부문에서 붉은 불길이 타오르더니 속승을 내리쳤다.
하지만 속승은 몸을 움찔거리면서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 불길을 피했다.
제준은 공격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하나 하나 나타나 눈에 초조한 기색이 스쳤다.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석목이 정말로 벗어날 수도 있었다.
제준은 더 이상 진기가 소모되는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제준이 주문을 외우자 미간 사이에 세로로 자라난 눈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하얀빛은 선을 그리며 속승에게로 날아갔다.
속승은 깜짝 놀라 빛을 피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반투명한 파동이 검영에서 뿜어져 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장이나 뿜어져 나가 제준의 옆으로 다가가 단번에 붉은 보호막을 뚫어버렸다.
펑!
속승은 비록 가장 빠른 속도로 피했지만 제준이 날린 공격을 완전히 비켜가지는 못했다. 때문에 속승은 오른쪽 가슴에 하얀빛을 맞아 구멍이 뚫렸다.
속승은 상반신이 터져버리면서 뼈와 내장이 전부 부서졌다. 그러자 핏덩이가 사방으로 날아다녔고, 상반신은 오른쪽이 전부 사라지고 없어 속승은 피를 뿜으면서 아래로 추락했다.
속승이 하얀빛에 맞는 순간, 속승이 날린 검영도 제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제준이 신음을 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는 고통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속승이 날린 신혼 공격은 막강하기 그지없어 비록 제준에게 실질적인 상해를 입힐 수는 없었지만 신혼을 크게 흔들어 고통스럽게 만들 순 있었다. 그래서 제준은 머릿속이 일순간 하얗게 변하였다.
석목을 묶어둔 빛기둥은 한참 동안 흔들리다가 어두워졌다.
석목이 다시 괴성을 지르며 핏빛을 드리우더니 여섯 무기로 빛기둥을 내리쳤다.
쾅!
빛기둥이 일그러지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빛기둥은 워낙 단단했기에 터져버릴 듯하면서도 결국 멈춰버렸다.
“젠장!”
석목이 소리를 치며 미친 듯이 팔을 휘둘러 또다시 빛기둥을 공격했다.
빛기둥은 끊임없이 흔들렸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이때, 석목의 옆에 빛이 번쩍이더니 연나가 나타났다.
연나가 주문을 외우면서 은빛을 터뜨리자 은빛에서 수많은 부문들이 튀더니 순식간에 은색 진법을 이뤄 주변 수십 리를 드리웠다.
거대한 빛기둥이 은빛으로 드리워지자 대진을 이루는 은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리며 빛기둥을 짓누르면서 스며들었다.
하지만 빛기둥은 법칙의 힘을 머금고 있었기에 은빛 대진이 스며드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연나!”
석목은 연나를 바라보며 흠칫 놀랐다. 비록 석목은 연나가 생각하는 목적은 알 수 없었지만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석목은 손 여섯 개를 앞으로 모아 무기에 빛을 드리워 하나로 합친 후, 커다란 노란색 검영을 이루었다.
막강한 기운 파동이 검영에서 흘러나왔는데 검영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주변 공간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석목의 눈에서 빛이 폭발하더니 그는 노란 검영을 휘둘렀다.
쩌걱!
열두 영보로 이루어진 곤천건지롱이 뿜어낸 빛기둥에 얇게 균열이 갔다.
그러자 연나는 망설이지 않고선 은색 진법에 빛을 밝히며 수많은 은빛을 날렸다. 그러자 은빛이 갈라진 균열을 타고 빛기둥으로 몰려들어 석목의 몸에 드리웠다.
“이런!”
제준이 소리를 질렀다.
제준은 이제야 정신이 회복되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선 깜짝 놀라 몸을 날려 연나를 공격했다.
그러자 연나가 냉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법결을 짚어 은빛을 더 크게 펼쳤다.
연나의 몸이 희미해지면서 사라져버리자 그 자리에 석목이 나타났다.
기둥 속 석목이 있던 자리에는 연나가 서 있었다.
석목은 깜짝 놀랐다.
제준은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날아오던 속도를 줄였다.
펑!
연나가 빛기둥 속에 갇혀버렸지만 그녀는 새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새장이 떨어지면서 연나는 완전히 갇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