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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881화 (881/916)

외전 3화. 옛 벗을 만나다

핏빛 안개용이 입을 크게 벌리자 굵직한 화염이 기세등등하게 날아가 계속해서 궁장을 입은 여인을 공격했다. 그렇게 화염이 날아가는 속도는 매우 빨라 거의 순식간에 다가왔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진기가 이미 혼탁해져 또다시 공격이 날아오자 안색이 굳더니 온힘을 다해 몸속에서 들끓는 기혈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여인은 손가락으로 앞쪽을 짚었다.

두 갈래 파란빛이 날아올라 조개껍데기 방패에 스며들었다.

두 조개껍데기에서 파란빛이 반짝였고, 이어서 반짝이던 빛이 층층이 겹쳐진 채 물이 튀는 소리와 함께 핏빛 화염을 막았다.

펑!

핏빛 화염이 조개껍데기 방패를 내리치자 방패는 한참 동안 흔들리다가 이내 안정되었고, 화염은 터져버렸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자 당황한 듯 흠칫 놀랐다.

핏빛 화염은 폭발했으나 사라지지 않고 작은 화염 덩이로 변해 방패에 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개껍데기 방패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윙윙’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방패에서 나던 파란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화염은 더욱 거세게 타올라 방패를 완전히 감쌌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안색이 퍼렇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여인이 다른 수단을 쓰기도 전에 두 방패에서 나던 빛이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영성이 전부 사라져버린 채 철편 두 덩이로 변하였다.

궁장 여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신음을 냈다. 그리고 여인의 입에는 붉은 피가 묻어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방패 두 개는 여인이 본명 요체로 제련한 법보라 심신이 연결되어있어 망가지면 그녀도 상처를 입게 되었다.

교룡 머리 사내가 음흉하게 웃더니 두 눈에서 핏빛이 더욱 밝아져 이성을 잃기 직전에 이르렀다.

그 순간, 사내가 사라져버렸다.

이어서 교룡 머리 사내는 순식간에 궁장을 입은 여인의 뒤에 나타나 그녀를 덥석 붙잡았다!

다섯 갈래 검은빛이 뿜어져 나가며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자, 검은 번개를 감은 빛이 갑자기 여인의 등을 내리쳤다.

탱!

커다란 파란색 가마가 여인의 뒤에 나타나 공격을 막았다.

가마에는 괴상한 새가 새겨져 있었고, 빛을 번쩍이면서 파란 빛고리를 이루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또한 강렬한 영압이 가마에서 흘러나왔는데 조개껍데기 법보보다 훨씬 뛰어난 영보에 가까운 기운이었다.

아쉽게도 이 발이 셋 달린 가마에는 굵직한 균열이 그어져 있어 흘러나오는 빛이 불안하게 계속 흔들렸다.

다섯 갈래 빛은 가마에 떨어지는 순간, 곧장 터져버렸지만 가마는 미세하게 한 번 흔들리기만 했을 뿐, 망가지기는커녕 얇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파란빛이 가마에서 뿜어져 나와 궁장을 입은 여인을 감고는 백 장 멀리까지 밀려갔다. 그러자 궁장을 입은 여인은 온통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 광경을 본 교룡 머리 사내는 오히려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파란 가마를 바라보았고, 손을 흔들면서 법결을 날렸다.

이어 핏빛 안개용이 곧장 궁장을 입은 여인을 덮쳤다.

여인은 끝없는 공격을 받자 원기를 크게 다쳐 덮쳐오는 핏빛 안개용을 막아낼 수 없었다.

퍽!

안개용은 다시 두 배 정도 커져 빛을 몸을 칭칭 휘감고는 궁장을 입은 여인과 다리 셋 달린 가마를 전부 감쌌다.

교룡 머리 사내는 큰소리로 웃어대며 주문을 외웠다.

쾅!

핏빛 안개용이 터져버리면서 붉은 화염이 나타나 사방팔방에서 궁장을 입은 여인을 공격했다.

붉은 화염을 본 궁장을 입은 여인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이 온통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화염에 둘러싸여 도망갈 수 없었다. 때문에 여인은 하는 수 없이 가마로 법결을 날렸다

가마에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파란빛이 크게 번졌고, 이어 파란빛이 흔들리면서 광막으로 변신하여 궁장을 두른 여인의 몸을 감쌌다.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던 핏빛 화염이 파란 광막을 내리쳤지만 광막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화염은 이전처럼 광막에 붙어버렸다.

파란 광막이 불안하게 번쩍이더니 광막 속에 깃든 영력이 화염에 빨려들어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광막으로 둘러싸였던 여인은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별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진기를 다리 셋 달린 가마로 불어넣어 광막을 안정시켰다.

교룡 머리 사내가 난폭하게 웃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붉은 해골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 해골은 사람의 뼈가 아닌 어떤 요수의 뼈인 것 같았는데 뼈는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거무칙칙한 눈알에서 두 덩이의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또한 눈알에서 부식을 시키는 막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교룡 머리 사내는 두 손을 흔들면서 해골 속으로 핏빛 법결을 날렸다.

이때, 핏빛 머리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입에서 끈적이는 붉은 안개를 뿜어냈는데 어떤 액체와도 같았다.

안개 속에는 수많은 짐승들의 환영이 들어있었고, 짐승을 살아있는 혼으로 연화한 것들이라 짐승들의 환영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처량하게 울어댔다.

이때, 교룡 머리 사내의 얼굴에 희미한 핏빛이 흘러 다니는 모습이 마치 피를 빨아먹는 악마와도 같았다.

사내는 미친 듯이 웃으며 법결을 날렸다.

핏빛 안개가 들끓으며 핏빛 해골 주변으로 모여들더니 십 장 정도 되는 커다란 핏빛 손바닥으로 변하였다.

손바닥 겉에는 수많은 핏빛 부문들이 흘러 다녔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풍기면서 궁장을 입은 여인이 두르고 있는 광막을 향해 맹렬하게 내리쳤다.

쩍!

커다란 핏빛 손이 힘을 주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괴력이 흘러나와 광막에 균열이 줄줄이 그어졌다.

광막 속에 있는 궁장을 입은 여인은 안색이 굳더니 두 손으로 광막을 짚고는 온 힘을 다해 보호막을 안정시켰다.

여인이 다시 입을 벌려 정혈을 뿜었다.

궁장을 입은 여인이 본명 정혈을 토해내자 여인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고, 백짓장처럼 핏기가 하나도 없게 되어 기운마저 빠르게 줄어들었다.

심한 상처를 입었고, 본명 정혈까지 뿜어내 간신히 한 번 정도는 손바닥을 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원기가 크게 상해 수련 경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사가 걸린 순간이라 여인은 그런 것들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정혈은 핏빛으로 변하여 뿜어져 나갔고, 곧 다리 셋 달린 가마로 스며들어 가려고 했다.

이때, 다리 셋 달린 가마에서 풍기는 파란빛이 흔들리면서 사라져버리더니 빛이 균열에서 뿜어져 나와 바람 빠진 공처럼 사라져버렸다.

정혈이 가마에 스며들기도 전에 가마가 펼친 파란 광막마저 ‘펑!’ 터져버렸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깜짝 놀라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

교룡 머리 사내는 기뻐하며 핏빛 손을 멈추지 않고는 계속해서 궁장을 입은 여인을 붙잡았다.

막강한 힘이 사방팔방에서 몰려와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

그러자 궁장을 입은 여인 옆에서 파란빛이 반짝이더니 구름 한 덩이가 나타나 주변을 감쌌다.

교룡 머리 사내가 냉소를 지으며 손에 빛을 반짝이면서 핏빛을 날렸다.

펑!

궁장을 입은 여인 주변에 드리운 파란빛이 달걀처럼 부서졌고, 위축된 몸 또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여인은 처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눈을 감고는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때, 여인의 몸이 갑자기 가벼워지면서 부드러운 힘이 그녀를 받쳐들고는 먼 곳으로 날아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난류가 여인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한참 동안 흐르자 혼란스럽던 진기가 순식간에 차분해지면서 손상된 원기도 조금 보충되어 몸 상태가 구 할은 회복된 것 같았다.

이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부드러운 노란빛이 여인의 몸을 감싸고는 수백 장 떨어진 곳으로 옮겨놓았다.

여인의 몸을 감싼 노란빛이 번쩍이며 사라지는 순간, 그녀의 앞에 청년이 나타났다.

“향주 도우, 오랜만이야.”

석목이 여인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궁장을 입은 여인은 다름 아닌 석목의 옛 벗인 조개 소녀 향주였다.

석목은 말을 하면서 다시 한 손을 휘둘러 노란빛을 날렸다. 그러자 노란빛은 향주의 부하들을 이쪽으로 끌고 왔다.

격전을 치르면서 해족 중에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큰 부상을 당했다.

석목은 다시 손을 흔들며 해족의 몸속으로 푸른빛을 몇 갈래 날렸다.

푸른빛이 해족들의 몸을 감싸자 거의 죽어가던 해족들의 몸이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었고, 단 두어 번 호흡을 할 동안 몸 상태가 팔 할 정도 돌아왔다.

진기도 전부 회복되었고, 심지어 더욱 단단해졌다.

해족들은 멍하니 석목을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한 채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검은 뼈가시가 자라난 해족들은 노리던 목표가 사라지자 멈칫했다. 그러나 석목을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아차리고는 서로 눈치를 살피면서 쫓아오지 않고서 다시 교룡 머리 사내에게로 날아갔다.

“석…… 석목 오라버니?”

향주는 멍하니 석목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그를 알아보았다.

향주는 부하들이 전부 회복된 걸 보고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석목…… 도우님, 예전에 해족과 격전을 치르면서 남해성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향주의 별 같은 눈에서 이채가 번쩍였다.

“그때는 적에게 쫓기고 있어서 성계 전송진법을 빌려 도망가야 했어. 그 일로 해족에게 폐를 끼쳤나봐. 미안해.”

석목이 말했다.

남해성을 떠날 때, 금색 교룡이 석목을 쫓아다녀 석목은 간신히 전송진법을 타고 도망갔다. 물론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해족에게 큰 폐를 끼쳤을 터였다.

“알면 다행이네요. 금색 교룡을 죽이느라 수많은 해족들이 희생당했어요.”

향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리고 깊은 눈으로 뚫어져라 석목을 바라보았다.

석목은 종수를 비롯한 세 여인이 이제 곧 이곳으로 올 텐데 왠지 모르게 어색하게 뭔가 번거로운 설명을 길게 늘어놓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웃음이 굳어버렸다.

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는데 둘 사이에서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누구야! 감히 내 일을 망쳐!”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 분위기가 와장창 깨져버리더니 그림자가 한 갈래 먼 곳에서부터 날아왔는데 그는 교룡 머리 사내였다.

가시가 돋아난 해족들이 전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교룡 머리 사내는 분노에 찬 눈빛을 드러냈다. 감히 두 남녀가 사내를 무시하고 잡담이나 나누고 있다니.

핏빛 큰 손은 일격을 날린 후에 터져버려 해골이 다시 나타나 사내의 머리 위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하지만 해골이 뿜어내는 빛은 아주 어두운 게 조금 전에 큰 힘을 소모한 것 같았다.

사내의 눈에서 번지던 핏빛도 많이 줄어들어 이성을 되찾았는지 무턱대고 공격을 날리지는 않았다.

향주는 교룡 머리 사내를 보고는 안색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석목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석목이 향주를 구했다는 건 분명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교룡 머리 사내와 격전을 치르면서 사내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어 향주는 곧바로 경계하며 법결을 짚었다.

파란 가마가 다시 빛을 뿜으며 커다란 강과 같은 허상을 이루면서 꿈틀거렸다.

석목은 교룡 머리 사내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해골 법보로 시선을 던졌다.

“저놈은 뭐지? 해족 같은데 기운은 또 아주 이상하네? 남해성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석목은 손으로 교룡 머리 사내를 가리키면서 향주에게 물었다.

향주는 때마침 집중하여 공법을 시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석목이 갑자기 말을 걸자 깜짝 놀랐다.

교룡 머리 사내는 온 천지를 휩쓸고 다녔지만 아무도 그에게 이렇게 경멸스러운 말을 내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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