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898화 (898/916)

외전 20화. 격전

“누구냐? 네가 통로에 인면구독갈을 풀어놓은 것이냐?”

석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채아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

“아, 당신들이 인면구독갈 두 마리를 죽였는가? 그 전갈들은 내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길들인 건데 당신들이 죽였으니 목숨으로 갚아야겠지. 영력도 풍성하고 기혈도 두터운 걸 보니 아주 맛있는 식사가 될 것 같군.”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입술을 한 번 훑고는 탐욕스러운 눈빛을 드러냈다.

“건방진 놈!”

수령자는 하마터면 인면구독갈에게 기습을 당할 뻔했기에 남자를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죽으려고 환장했나!”

채아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눈앞에 선 남자는 신경 후기라 실력이 약한 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절대 석목에게 상대가 될 자는 아닌데도 이렇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다니.

석목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훑어보았다. 물론 허세가 가득 담긴 말을 듣고서 놀란 건 아니었지만 석목은 눈에 이채가 흘렀다.

“죽어!”

남자는 채아와 수령자가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눈에서 삼엄한 빛을 드러내며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남자의 몸에서 끝없는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커다란 짐승 발로 뭉치더니 단번에 세 갈래로 뻗었다.

남자의 또 다른 손바닥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오는 게 우물로 빛을 날려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석목은 몸이 살짝 흔들렸으나 검은 손을 바라보면서 싸늘한 눈빛을 날리며 이제 막 공격을 날리려 할 때였다.

“석목, 저놈은 내가 해치울게.”

수령자가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게 기습을 당하는 바람에 수령자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 기회에 체면을 되찾으려고 했다.

이어서 수령자가 두 손을 비비다가 앞으로 내밀었다.

수령자의 몸에서 파란 빛점 수백 개가 촘촘하게 나타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파란빛이 맷돌만 한 빛 덩이 수백 개로 변하였다. 그리고 빛 덩이마다 파란 번개가 번쩍이다가 마치 살아있는 듯이 날아오는 발을 내리쳤다.

채아는 수령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곧장 석목의 어깨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채아에게서 칠색 빛이 번지더니 순식간에 몸 크기가 열 장이 넘는 영금으로 변하였다.

채아가 두 날개를 맹렬하게 펄럭이자 수백 갈래의 칠색 깃털이 하늘로 날아가 다시 칠색 빛 검을 이루었다. 그리고 층층이 쌓인 검들이 검은 발을 잘라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신경 후기 강자였지만 석목이 있었기에 채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둘이 함께 공격을 날리자 천지가 뒤흔들리면서 방대한 법력 파동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검은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법결을 짚는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리더니 검은빛을 뿜어내어 검은 발 속으로 날려 보냈다.

검은 발바닥에서 빛이 번쩍이며 파동이 일었다. 이어 검은색 소용돌이가 나타나 방대한 흡입력을 뿜어내자 허공이 움푹 파이면서 물결이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그 광경을 본 채아는 눈에 두려운 기색이 스쳐 날개를 펄럭이더니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수령자가 멈칫하며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수령자는 채아처럼 뒤로 물러나지는 않고 제자리에서 두 손으로 법결을 짚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파란 비검 일곱 자루가 수령자의 몸에서 날아갔다.

이건 수령자가 그간 심혈을 기울여 어렵게 만들어낸 비검 한우칠수검(寒羽七修劍)이었다.

수령자가 열 손가락으로 법결을 줄줄이 날렸다.

일곱 비검이 점점 밝아지면서 허공에서 한 바퀴 돌다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하나로 합쳐져서는 커다란 파란 검으로 변신했다.

파란 검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내리쳤다.

남자는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이내 냉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자 검은빛이 남자의 머리에서 튀어 나와 작은 산만 한 짐승 환영으로 변했는데 희미한 환영은 법상과 같이 생겼다.

검은 짐승 환영은 두 앞발을 서로 교차하면서 팔에서 검은 부문들을 날렸다. 그러자 부문들이 다시 검은 방패로 변하여 앞을 가로막았다.

짐승 환영이 파란 검을 막아버리자 수령자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남자는 짐승 법상 아래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드러냈다.

이때, 무엇인가 찢어지는 소리가 우물에서 흘러나오자 남자가 기뻐하며 고개를 돌려 우물을 바라보았고, 이어 우물 속에서 손을 꺼냈는데 손바닥에서 나오던 검은빛이 다섯 갈래 검은 밧줄로 변하여 붉은빛과 파란빛을 풍기는 무엇인가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수정처럼 생긴 주먹만 한 무엇인가가 우물 속에서 날아 나왔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활짝 웃으며 입을 벌려 검은빛 한 줄기를 날렸다. 그러자 검은빛이 수정을 감싸고는 남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옆에서 커다란 손이 하나 날아와 단번에 수정을 덥석 잡았다.

석목이 우물 옆에 나타나자 남자는 안색이 굳어버렸다.

남자는 진즉에 진기로 주변을 막고 있었지만 석목이 나타난 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석목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삼엄한 금빛 검기가 나타나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검기는 얼핏 보면 특별한 점이 없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통 금색 법칙 부문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검기가 스친 곳은 허공이 반듯하게 갈라졌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이 검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 안색이 일그러졌다. 이어서 남자가 몸을 날려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수십 장 밖에서 나타났는데 매우 날렵하게 움직이는 게 공간의 힘도 조종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금빛 검기도 함께 사라지더니 그림자처럼 남자의 머리 위에 나타나 남자를 내리쳤다.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다시 피하기에는 이미 늦어 그는 다급하게 법결을 짚어 두 갈래 검은빛을 허공에 있는 짐승의 몸속으로 날렸다.

짐승의 입가에 돌던 소용돌이가 멈추었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파란 검을 삼키지도 못하고 검은 그림자로 변하여 석목을 덮쳤다.

검은 짐승은 동작이 매우 날렵했지만 여전히 늦었다.

남자가 옷자락을 흔들자 검은빛이 날아 나와 금빛 검기와 부딪쳤는데 그 검은빛은 송곳 법보였다. 그렇게 빠르게 도는 송곳은 검은 번개를 감고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뾰족한 부위로 검기를 내리쳤다.

쩍!

놀라운 위력을 풍기는 송곳 법보가 금빛 검기에 닿는 순간, 가볍게 두 덩이로 갈라져 운석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송곳 법보는 남자에게 시간을 벌어다 주었고, 순간 검은 짐승 환영이 덮쳐와 커다란 발로 검기를 붙잡았다.

짐승의 발에서 검은빛이 번지더니 또다시 커다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소용돌이와 검기가 맹렬하게 부딪쳤다.

쾅!

두 갈래 빛이 맹렬하게 부딪치면서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이어서 법칙의 힘도 강하게 부딪쳤다.

그러나 부딪치는 건 단 한순간이라 굉음이 울려 퍼지며 금빛과 검은빛 모두 폭발하며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금빛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짐승의 다리로 스며들었다.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짐승은 비틀거리며 물러났고, 앞발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 검기에 잘려나간 것 같았다.

“석두!”

채아가 좋아하며 소리를 질렀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안색이 굳어지면서 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검은 짐승 법상이 다시 뒤로 날아가 검은빛으로 변하여 남자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남자는 낮게 소리를 지르며 몸에 빛을 감았다. 그러자 기이한 기운이 남자의 몸속에서 뿜어져 나와 주변을 희미하게 감싸다가 들끓는 구름으로 변하였다.

이어서 검은 구름이 전부 사라지며 백 장 가까이 되는 괴물이 동굴에 나타났는데 그 괴물은 조금 전에 사라진 법상과 똑같이 생겼다.

괴물은 도마뱀처럼 생겼지만 머리가 매우 길었고, 네 다리는 굵직했다. 그리고 앞발은 독수리 발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괴물의 몸에서 검은빛이 흘렀고, 작은 살덩이가 수도 없이 붙어있었다. 또한 얼굴에는 커다란 은빛 눈이 네 개나 박혀있었는데 눈은 양 볼에 각각 두 개씩 붙어있었다.

이마에는 구부러진 외뿔 하나가 투명한 빛을 풍기고 있었는데 다른 부분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방대한 기운이 검은 괴물의 몸에서 흘러나왔는데 조금 전보다 훨씬 강력한 기운으로 이미 신경 후기 정상에 이르렀다.

“누구야? 꽤 실력이 있는 놈이군!”

변신한 괴물은 담이 더 커졌는지 네 눈알로 석목을 노려보며 사람 말을 내뱉었다.

석목은 검은 괴물에게 달린 눈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냉소를 지으며 다시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이번에는 열 몇 갈래 검기가 함께 나타나 커다란 그물을 이루며 괴물에게 드리웠다.

괴물은 이미 금빛 검기를 맛보았기에 실눈을 뜨면서 앞발에 빛을 뿜으며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족히 사오십 장 되는 검은 발그림자가 튀어나와 쇠와 같은 광택을 내뿜었다.

굵은 두 발그림자가 갑자기 하나로 합쳐졌다가 빠르게 줄어들며 훨씬 단단해졌고, 동시에 짐승은 입을 살짝 벌려 검은 화염을 뿜어내 발그림자를 칭칭 감았다.

그러자 발그림자에서 검은 화염이 타오르더니 위력이 한 층 더 강력해졌고, 발그림자가 스친 곳은 허공에 파동이 일며 맹렬하게 금빛 그물을 찢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그물이 순식간에 괴물에게로 날아가 괴물을 묶어버리려고 하자 검은 괴물이 당황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커다란 몸집을 이끌고 빠르게 뒤로 물러나 다시 입을 크게 벌렸다.

쾅!

이전보다 몇 배나 더 커진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놀라운 흡입력이 소용돌이 속에서 흘러나와 순식간에 온 동굴에 드리워 이전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불어났다.

괴물 옆쪽 공간은 꺼져버렸고, 격렬한 파동이 일면서 온 공간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금색 그물이 빙글빙글 돌면서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괴물이 다시 냉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때, 괴물의 앞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이 손으로 허공을 잡자 금빛이 찬란하게 빛나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번천곤이 나타났다.

석목이 팔을 휘두르자 번천곤이 천 배 가까이 불어나 금색 곤봉 그림자가 작은 산을 이루며 짐승을 내리쳤다.

곤봉 그림자가 다가오기도 전에 막강한 위압감이 바닥을 짓눌렀다.

이에 검은 괴물은 몸이 흔들리면서 비틀거리다가 바닥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머리가 한쪽으로 꺾이면서 검은 소용돌이가 곧장 입가에서 날아나가 머리 위로 떠올랐고, 다시 더 커져서는 흡입력으로 곤봉 그림자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이건 곤봉 그림자를 삼키려는 작정이었다.

쾅!

곤봉 그림자가 검은 소용돌이를 내리치는 순간, 찬란한 빛이 일더니 전부 부서져 버렸고, 동굴이 격하게 흔들리면서 부서진 돌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금색 곤봉 그림자는 사라졌고 소용돌이도 부서져 버렸다.

괴물의 거대한 몸통도 허공에서 떨어져 용암 호수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용암 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석목은 몸을 살짝 흔들다가 곧장 멈춰 서서 손을 힘껏 털었다.

그 순간,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금색 곤봉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검은 짐승을 내리쳤다.

곤봉 그림자는 단 한 갈래였지만 다른 수십 갈래 곤봉 그림자보다 훨씬 위력이 막강했다.

검은 괴물이 몸을 뒤집으며 일어섰으나 눈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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