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회: 제자. -->
“그런데 소가주. 또 한 가지 충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내공이 날뛰고 있습니다.”
“비켜.”
서둘러 내가요상술을 중지하고 제갈 사혁은 무풍대 대원을 대신해 충의 몸을 살폈다.
(역시 백년 하수오를 먹인 효과가 발휘되는 것인가?)
백년 하수오를 먹이고 운기조식을 시키지 않은 채 그대로 제갈 사혁이 직접 충의 몸을 주무르며 기의 흐름을 터 영약을 흡수 시켰다. 분명 그때 전부 흡수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설의 영초는 달랐다.
(하긴 그 금광수가 먹었던 백년 하수오다. 그 삼류 쓰레기를 당시의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든 영약이니 이 정도는 당연하지.)
제갈 사혁은 흡정마공의 묘리를 이용해 충의 몸에 있는 내공을 전부 흡수했다. 그리고 천천히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흡수한 기를 천천히 다시 불어넣어주었다.
(대단해. 내 내공이 전부 회복되다니.....)
백년 하수오의 위력은 내공이 부족해서 천천히 시간을 들이고 내공을 회복하려 했던 제갈 사혁을 우습게 만들 정도였다.
“역시...”
(내가 먹을 걸 그랬나?)
“컥!”
그때였다. 검은 피를 뱉으며 충이 깨어난 것은 제갈 사혁은 현재 흑비의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뒷문으로 나갔다.
“깨어나셨습니까. 공자(公子).”
충이 명문가의 자제는 아니지만 소가주의 제자기 때문에 무풍대 대원은 충에게 존대했다.
“여긴?”
“축하드립니다. 공자. 결승에 오르셨습니다.”
결승에 올랐다는 말에 충은 믿기지 않은 듯 한참 무풍대 대원을 쳐다봤다. 곧 얼마 안 있어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작게 웅크리고 몸을 떨었다.
얼마나 기쁠까? 너무 기뻐서 환호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충을 보며 무풍대 대원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부는 어디 계세요?”
제갈 사혁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무풍대 대원은 충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금 전까지 충 공자의 몸을 치료해주시고 가셨습니다.”
“네?”
그러고 보니 몸이 이상할 정도로 가볍고 온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사부.”
볼 품 없는 자신에게 이 정도까지 해주는 제갈 사혁을 생각하자 충은 비록 이 자리에 없지만 제갈 사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가벼운 묵념을 했다.
“저기....”
묵념을 하고 있을 때 혜아가 얼굴을 살짝 내민 채 선수 대기실에 모습을 보였다.
“충. 괜찮아?”
“네. 혜아 아가씨.”
충이 괜찮다고 하자 혜아는 대기실에 들어와 충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반드시 이겨야 해. 소화를 위해서.”
그 말대로 이제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소화를 위해
“저만 믿으세요.”
평소라면 믿을 수 없겠지만 지금의 충이라면 그 말을 믿을 수 있다고 혜아는 생각했다.
“힘내.”
“...........”
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을 뿐이었다. 이제부터 정말 한걸음만 내딛으면 닿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충은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이게 무슨!”
예상하지 못했던 15세 소년이 파란을 일으키며 결승에 진출하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남은 준결승전 또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황보 환과 대등하게 싸웠던 흑비가 단 일격에 준결승을 끝내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춘풍지회를 구경하기 위해서 온 무림인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황보세가의 자제와 그렇게 피 튀기게 싸웠는데 이번엔 일격에....”
“저자 도대체?”
“혹시 가짜인가? 얼굴도 가렸고 아마 시합 때마다 다른 사람이 나오는 거 아냐?”
“그럴 리 없소.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분명 저 생김새는 그자가 맞소.”
흑비의 실력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점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것은 남궁세가측도 마찬가지였다.
“어떠냐?”
태상 가주 남궁 백의 물음에 남궁 연철은 눈을 가늘게 떴다.
“황보와 비등하게 싸운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공격에는 속도며 힘 무엇하나 황보세가의 자제와 싸울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무슨 뜻이냐?”
“실력을 숨겼다. 이리 판단되옵니다.”
실력을 숨겼다는 말에 남궁 백은 수염을 만지더니 충이 있는 선수 대기실을 가리켰다.
“이변이 많구나.”
“충이 운이 좋아 결승까지 왔으나 의심할 필요도 없는 동쪽의 필승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결승이 진행됐다.
“서쪽 남궁세가 출신의 충!”
충이 올라오자 환호가 엄청났다.
“동쪽 광동성 출신의 흑비!”
그리고 흑비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는 참으로 조용했다. 마치 모두가 약자인 충을 응원하기라도 하듯
“악당 출연이다.”
제갈 사혁은 검은 천으로 이뤄진 복면 사이로 간악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 올랐다.
결승이 되자 태상 가주인 남궁 백이 관중들을 향해 내공이 실린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춘풍지회는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대회이오. 우승을 하면 남궁가문의 여식과 혼인하여 남궁가문의 사람이 될 수 있소. 그리고 혼인을 원치 않는다 하여도 부과 명예가 보장되는 그런 대회이오. 사나이로 태어나 열정과 야망이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시합이 시작됐다.
“시합 시작!”
남궁세가의 총관이 깃발을 올려 시합이 시작됨을 알림과 동시에........
“컥!”
(수고했다. 충.)
흑비 제갈 사혁의 일격에 충이 쓰러졌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이뤄진 일초였고 충은 그대로 엎드린 채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충!”
이를 본 남궁 소화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아무리 실력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너무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대회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딱 한 발짝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힘들구나. 하지만 그래도....)
충은 이대로 누워 있어야만 하는 현실이 아쉬웠다. 이제 정말 딱 한 걸음인데.
(명심하거라.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노다.)
분노. 사부는 분노가 가장 중요하다 말했다. 정말 힘이 들고 지쳤을 때 그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분노라고.
이길 수만 있다면 한 걸음만 더 내딛을 수 있다면 나는 저 사람을 증오할 것이다.
“으아아아!”
그 순간 충의 몸이 붉게 물들며 몸 안에 있던 내공이 연소하며 방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무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폭류신공(暴流神功)!”
“뭐 폭류신공? 정말이야?”
“틀림없어! 폭류신공이다!”
“젠장! 사형은 왜 충에게 저런 걸 가르쳐준 거야!”
“폭류신공이 무엇인데 그러오?”
봉명공이 폭류신공에 대해 묻자 무덕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폭류신공은 단전에 있는 기를 이용해 강제로 신진대사 속도를 높여 비정상적으로 온몸의 힘을 끌어내는 신공입니다. 말이 좋아 신공이지 자하신공의 아류입니다. 정확히는 개량하려다 실패한.....”
실패하다니 그 무슨 말인가? 그렇다면 제갈 사혁은 그러한 무공을 자신의 제자에게 가르친 것인가?
“자하신공은 엄청난 내공을 바탕으로 합니다. 신체의 모든 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인데 여기엔 엄청난 결점이 있습니다. 내공이죠. 1분을 쓰든 10분을 쓰든 신공을 발현하면 단전에 있는 모든 내공이 소진됩니다. 100년 전에는 이 때문에 당시 장문인께서 죽음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장문인이신 사백께서 자신의 사질들과 그 결점을 보완하려 만들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는데요?”
가만히 듣고 있던 혜아가 오히려 봉명공보다 더 무덕을 다그쳤다.
“결점을 없애려 했던 무공...... 안타깝게도 자하신공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무공이었습니다.”
“완성이요?”
완성이 되다니? 시전자의 내공을 모두 소진시키는 비효율적인 무공이?
“자하신공은 신체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대신 내공이 모두 소진되는데 그것 말고는 전혀 시전자의 몸에 그 어떠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폭류신공은..... 사용하고 나면 신진대사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피가 역류해 내상을 입습니다.”
내공을 모두 소진해 내상을 피하는 자하신공 내공을 모두 소진하진 않지만 그 자리에서 내상을 입는 폭류신공.
내상을 입게 되면 내공은 무의미 한 것 하지만 이 위험한 무공을 가르쳐준 제갈 사혁은 정작 미소를 지으며 이 상황을 반겼다.
“자고 있는 녀석의 몸을 내공으로 움직여 무공을 강제로 전수해준 보람이 있었어.”
그 덕에 내공이 거의 바닥이 나버렸지만 무의식중에 무공을 발현하게 되었으니 성공한 셈이었다.
폭류신공은 분명 미완성된 무공이지만 내상이란 몸속에 상하는 것을 말한다. 내공을 혈액순환 시켜주면 내공의 영향을 받아 온 몸이 항시 긴장하게 되고 이로 인해 몸속도 강해진다. 그래서 제갈 사혁은 시험해보고 싶었다. 백년 하수오를 이용해서 폭류신공의 완성을.
“하아!”
자하신공의 검붉은 자색보다는 연분홍색에 가까운 빛을 띠고 있지만 엄연히 자하신공의 아류였다.
충은 순식간에 제갈 사혁에게 다가왔고 충에게 주먹을 맞은 제갈 사혁은 연무장 밖으로 떨어져 나가 관중석 벽에 부딪혔다.
“그래 이 정도 위력은 나와 줘야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낸 제갈 사혁은 매화오행보를 활용해 충의 면전에 다가간 뒤 충의 허리를 발로 쳤다. 마치 채찍과도 같은 발차기에 충은 인상을 구겼고 제갈 사혁의 충의 턱을 무릎으로 쳐 충 날려버렸다.
“뭐하는 거냐! 겨우 이 정도로 뻗어버린 것이냐!”
바닥에 쓰러진 충은 이를 악물었다. 눈빛은 전혀 죽지 않았다.
“그래야지!”
복호백열격改
충을 강제로 일으켜 세운 후 내공을 주입하지 않은 무자비한 복호백열격이 충의 육신을 유린했다. 그런데 그때 제갈 사혁의 얼굴에 전류가 튀겼다.
“!”
정전기치고는 살짝 아팠다.
“으아아아!”
충이 악을 지르며 복호백열격의 초식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을 내지질렀고 이것은 명백한 뇌전(雷電)이었다. 하지만 뇌전을 발현하다니 그런 무공을 가르친 기억은 없었다.
“혹시?”
남자는 양(陽)의 기운을 여자는 음(陰)의 기운을 별다른 수련 없이 발현할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기운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북해빙궁처럼 추운 곳에 살면서 냉기를 품는다던가. 몸에 오행의 기운 중 하나의 성질을 가진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내공으로 그 기운을 불려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간혹 무림인들 중에는 아무런 노력 없이 음과 양 이외의 기운중 하나를 특수하게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있다.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충이 바로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딱히 축복인 것은 아니다. 오행의 기운은 수련을 하면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오히려 한 가지 기운을 수련 없이 사용하는 특이 체질이라면 한 가지 속성에만 뛰어난 자질을 가진 나머지 다른 오행의 기운을 수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뭐 한 우물만 파도 그게 어디야. 그리고 오행 따위 별로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아.”
본디 내공이란 무(無).
“오행은 거들 뿐.”
폭류신공의 폭발적인 기운을 터트리며 충이 다가오자 제갈 사혁은 충의 복부에 왼손으로 장타를 치며 충을 저지했다. 그리고 오른 주먹으로 충의 얼굴을 후려치려는 순간 제갈 사혁의 주먹을 잡은 충은 그대로 제갈 사혁이 한 것처럼 오른 손으로 장타를 쳤다.
“큭!”
아무리 내공이 없는 힘에 의존한 장타라 하더라도 폭류신공으로 인해 생겨난 근력으로 인해 제갈 사혁의 미간을 찡그리게 만들 정도의 위력을 낼 수는 있었다.
============================ 작품 후기 ============================
2012년 9월 2일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