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101화 (101/262)

<-- 101 회: 제갈 사혁이라는 이름. -->

칠객 송수겸은 제갈 사혁과 같은 권법가다.

제갈 사혁이 먼저 선공을 날리자 송수겸은 피할 수 있는 공격을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힘을 가늠할 요량이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외공권이 첫 일격으로 들어간 순간 송수겸은 자신이 들어온 대문을 박살내며 나가떨어져 버렸다. 모든 일격이 일격필살의 힘을 가진 자에게 힘을 가진 힘을 가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었다.

제갈 사혁의 일격에 여유부릴 상대가 아님을 깨달은 송수겸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제갈 사혁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일권(一拳)? 일각(一脚)? 어느 거냐?)

제갈 사혁의 다음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송수겸은 금나수를 펼쳐 제갈 사혁의 공격을 제압하고 반격해낼 속셈이다. 하지만......

“크악!”

주먹이나 발 어떤 것이 되었든 접근공격이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부성가의 기둥을 뽑아서 휘두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부성가를 나와 밖에서 싸우자 두 사람의 싸움은 그야말로 천재지변이 따로 없었다.

주먹을 피하면 피하는 대로 벽을 부수고 몇 대 맞아서 나가떨어지기라도 하면 남의 집 담벼락을 무너트리기 실수였다.

송수겸이 정신을 차리고 낮게 몸을 숙이면서 포물선을 그리듯 주먹을 휘두르자 완벽하게 왼팔로 접어 올려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의 뼈가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복부를 향해 송수겸이 장타를 날리자 제갈 사혁은 무릎을 꿇었고 채찍처럼 손뼉을 휘둘러 제갈 사혁의 목을 때렸다.

“허억!”

순간 호흡곤란이 와 죽을 것 같았지만 스스로의 공격본능을 자극하며 억지로 버텨냈다.

(생각보다 효과적인데.)

목주변이 아직도 따끔거리고 침을 삼킬 때마다 편도선이 부은 것처럼 힘들었다. 방어에 집중하며 통증 회복에 신경 쓰는 한편 송수겸의 공격방식을 보고 배우기도 했다.

제갈 사혁은 가볍게 왼 주먹을 휘둘렀고 송수겸은 이번에도 자세를 낮게 깔며 제갈 사혁의 주먹을 피하려했지만 가볍게 휘두른 왼 주먹은 송수겸의 뒷머리를 붙잡았다.

“!”

뒷머리가 잡히자 송수겸은 당황했고 제갈 사혁은 이제가 뭔가 좀 풀린다는 표정으로 송수겸의 복부를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주먹 하나하나가 몸을 부수는 외공권의 일종이기 때문에 송수겸은 피를 토하면서 공격을 막아내려 애썼다.

“죽어 이 개새끼야!”

마지막으로 회심의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두 팔을 그게 휘둘러 제갈 사혁의 품에서 벗어났다.

“주먹이 제법 매섭구나. 과연 마준이 힘들어 할만 해.”

송수겸은 제갈 사혁보다 체격이 왜소한 편이지만 특유의 낮은 자세에서 나오는 독특한 권격이 복부와 하체를 노려 위협적이었다.

다짜고짜 발을 쭉 내밀자 제갈 사혁은 부드럽게 흐름을 타며 송수겸의 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그러자 그 반동으로 송수겸의 상체가 앞으로 꺾이며 두 주먹이 동시에 제갈 사혁의 어깨를 후려쳤다.

쌍용쌍타(雙龍雙打).

제갈 사혁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자 송수겸은 공격의 흐름을 빼앗기지 않으려 달려들었고 이때 제갈 사혁이 두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송수겸은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뭘 한 거냐?”

하지만 얼마 후 몸을 죄여 오던 정체불명의 힘은 사라지고 그 틈을 타 재빨리 제갈 사혁과 거리를 벌렸다.

“설마? 너!”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만들어낸 힘은 분명 그것이었다. 설마 이 나이게 그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럼 이쪽도 봐주지 않고 가겠다.”

토룡석파(土龍石巴).

송수겸이 힘을 끌어올리자 지면이 일그러지며 땅속에 있던 바위가 튀어 올라와 제갈 사혁을 덮쳤다.

대영락 화제 (大榮落 花際).

제갈 사혁은 서둘러 한손에는 호황을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호황의 칼집을 들고 대영락 화제를 펼쳐 송수겸의 토룡을 잠재웠다.

“절대쌍수 절대방어 대영락 화제라니 검술도 할 줄 알았나?”

“화산파의 제자가 검을 다룰 줄 몰라서야 되나?”

송수겸은 제갈 사혁이 검에도 조예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제갈 사혁은 송수겸이 감탄하자 기다렸다는 듯 비아냥거렸다.

“어린놈이 건방지구나!”

송수겸의 특유의 보법으로 뛰어오자 이에 당황한 제갈 사혁은 본능적으로 소엽퇴법(掃葉腿法)을 거꾸로 펼쳐 송수겸과 거리의 괴리감을 좁혔고 이를 본 송수겸은 내심 제갈 사혁의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것은 소엽퇴법이고 지금 그것을 거꾸로 펼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육체적인 힘과 내공 그리고 정신력과 뛰어난 초식 이해도 그야말로 천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절대 질 수 없었다.

“이놈!”

암흑대력권(暗黑大力拳).

순간 송수겸의 주먹에서 검은 기류가 흐르며 제갈 사혁의 가슴을 후려쳤다.

“뭐야 이건!”

주먹에 맞은 순간 어떤 힘이 단전으로 흘러들어와 단전과 몸을 잇는 내공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그러자 내공운용과 내공활성에 의해 극도로 민감해진 오감이 둔해지며 어두운 방안에 갇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문으로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칠객의 송수겸에게는 절세 무공이 있다고.

(이게 설마 그 소문의 ?)

분명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건 바로 그 소문의 절세 무공이었다.

제갈 사혁이 흡정마공의 묘리를 이용해 상대의 내공을 몸 밖으로 배출해내는 것과 비슷하면서 그 근본이 달랐다. 제갈 사혁의 흡정마공권이 일시적으로 내공을 흩어지게 만들 뿐 내공심법을 펼치면 얼마든지 내공을 사용하는 게 가능한 반면 이것은 시전자의 의지대로 피폭자의 내공을 제어할 수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영원히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쳇!”

몸을 회전해 돌려치기를 하자 송수겸은 그보다 한 박자 더 빨리 움직여 몸이 회전하며 왼발이 뻗어 나오려는 순간 엉덩이를 걷어차 공격을 봉쇄했다. 그러자 제갈 사혁은 호황을 휘두르며 반항했다.

“소용없다. 내공은 너는 이미 내공에게 버림받았다.”

송수겸이 재빠르게 손목을 후려치자 그만 제갈 사혁은 호황을 떨어트렸고 그와 동시에 복부를 걷어차이는 바람에 먼지를 뒤집어썼다.

“무엇 때문에 내공을 익힌다고 생각하느냐 꼬마야. 내공이 없는 한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구마준을 제압한 그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구마준이 아니다.”

투박하게 침을 뱉으며 제갈 사혁은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 사혁은 왼팔을 뻗어 상대에게 고정한 후 오른 주먹을 허리에 두고 기수식을 잡았다.

“소용없다.”

순식간에 경공을 펼쳐 제갈 사혁의 눈앞에 당도한 송수겸은 몸을 뒤로 굽힌 후 자세를 낮춰 반동을 이용해 묵직한 이문정주를 날렸다.

이문정주에 맞아 대굴대굴 구른 제갈 사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송수겸에게 들으란 듯 소리쳤다.

“하아~ 좀 일어나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 사혁은 이번에도 왼팔을 뻗어 상대를 가리킨 후 오른손을 허리에 두고 일권을 날린 자세를 잡았다.

“내공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의 육신은 나약하다.”

“내말이....”

그 순간 제갈 사혁의 모습이 사라지고 기수식을 잡은 손목에 작은 구체가 생기더니 손목 주위를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수식을 풀고 매화오행보를 펼쳐 순식간에 다가왔다. 기수식은 속임수였고 진짜는 바로 이 접근 공격이었다.

“이 무공의 이름은 없다. 하지만 내가 가진 최고의 무공이라 할 만하지.”

주먹이 정확히 왼쪽 가슴에 닿는 순간 송수겸은 입에서 피를 뱉었다. 가공할만한 힘이 가해졌지만 송수겸의 몸은 날아가지도 쓰러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모든 충격을 흡수했다.

혈관이 터지기 시작했고 내장이 흔들리는 고통이 느껴지자 송수겸은 신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입에서 피만 쏟아낼 뿐이었다.

“암흑대력권을 맞았는데 어떻게 내공을 쓸 수 있지? 분명 단전이.....”

절세 무공 그리고 제갈 사혁의 단전을 감싼 송수겸의 내공 하지만 제갈 사혁은 혈관을 이용해 내공을 운용하기 때문에 단전을 봉쇄해서 내공을 단절 시킬 수 없었다.

“단전은 쓸 수 있기 때문에 쓰고 있을 뿐 나는 애초에 단전에 의존하지 않는다.”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완벽한 패배였다.

송수겸은 제갈 사혁의 얼굴을 쳐다봤다. 싸우는 동안 몰랐지만 지금 보니 젊다기보다 어렸다. 몇 살이라고 했던가? 스물? 스물하나? 어찌되었든 자신의 인생에 딱 반 밖에 살지 않은 애송이에게 죽임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나를 노렸지? 구마준에 대한 복수인가?”

구마준에 대한 복수냐는 말에 송수겸은 피를 토하며 미친 듯이 웃었다.

“그냥 어린놈이 설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산파의 후계자를 죽여 정파의 전력을 깎겠다느니 구마준의 복수를 하겠다느니 하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어린놈이 설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갈 사혁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어린놈이 설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흐하하하~ 송수겸 너의 목적은 뭐지? 너의 인생에 있어서 최종 목적지는 어디냐? 이부성가를 이루고 나아가 문파를 이루는 거냐? 아니면 흑도섬을 꺾고 흑사련 최고가 되는 것이냐? 나는 네 놈을 아니 네놈들을 밟고 올라갈 거다. 너를 꺾으면 내 명성이 얼마만큼 올라가지?”

제갈 사혁의 눈을 본 순간 송수겸을 깨달았다. 제갈 사혁은 강해지기 위해 수련을 하는 자가 아니었다. 천하제일이 되기 위해 힘을 기르는 자도 아니었다.

“말해봐! 너를 죽이면 몇 명이나 더 내게 고개를 숙이지? 몇 명이나 내게 무릎을 꿇지? 너 같은 놈을 얼마나 죽여야 천하는 나를 우러러 보게 되지?”

순수한 권력과 욕망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권력과 명예를 위해 육신의 힘을 키울 줄 아는 진정한 무림인이었다. 권력과 명예를 위해 사람을 모우고 세력을 꾀하던.... 자신과 그 목적은 같지만 자신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사내였다.

“몇 살 때부터 무공을 익혔지? 언제부터 명성을 얻었지? 지금까지 수고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너의 노력과 너의 열정은 모두 내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오직 나를 밝히는 휘광(輝光)이 될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송수겸은 참을 수 없는 살의를 느꼈다. 처음 내공을 느꼈던 순간 처음 누군가를 이겼을 때 처음 누군가에게 패배했을 때.... 제갈 사혁은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하찮게 만들었다.

“송수겸~~~~~~~~ 너는 나의 권위(權威)이고 명예(名譽)다!”

그 말 한마디에 스며든 감정을 느낀 순간 송수겸은 혀를 깨물고 자결하고 싶었다. 그것만이 송수겸이라는 사나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혀를 깨물 만큼의 힘이 나오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죽기 전에 원통한 비명을 지르는 일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제갈 사혁의 목적은 권력과 명예죠. 하지만 그것이 무림지존은 아닙니다.

왜 무림지존이 아닌지 그 과정은 차후에 잘 포장할 생각입니다.

이번편에는 정말 미친 놈처럼 제갈 사혁의 그 광기와 그 절제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현재 시간이 12:22분이네요. 조금 더 포장하고 싶었는데.........

처음에 솔직히 광기어린 모습은 표현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길을 걷다가 말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미친 놈처럼 소리질러보고 싶은데 도덕이나 윤리적인 가르침 때문에 참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글을 쓸 때 갑자기 "아 그래 그럼 평상시에는 조금 괴팍하게 가고 싸울 때 광기와 욕구를 드러내자."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 편이 바로 사천에서 흡정마공인의 인격을 뭉게트리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제갈 사혁의 또 다른 컨셉도 잡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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