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102화 (102/262)

<-- 102 회: 제갈 사혁이라는 이름. -->

송수겸은 마지막 순간마저도 제갈 사혁에게 자신의 인생을 짓밟히고 부정당한 채 눈을 감았다.

송수겸이라는 인물은 앞으로 오직 제갈 사혁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종종 언급이 될 테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송수겸. 그 이름 석자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그러한 사람이 있었단 사실조차 강호는 잊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로 강호가 송수겸을 이야기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패자의 미래이고 스스로의 이름을 강호 역사에 남기고 싶어 하는 수많은 무림인들이 피하고 싶은 결말일 것이다.

단전을 감싸던 송수겸의 암흑 대력권의 기운이 사라지자 제갈 사혁은 난장판이 되어버린 마을을 뒤로 한 채 이부성가 안으로 들어갔다. 송수겸과 난리를 치느라 계준은 깜빡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부성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있는 계준을 보게 됐다.

“계준이 형!”

송수겸과 싸우기 전만해도 계준의 몸 상태는 아주 건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등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척추를 그대로 찔렀잖아. 이런 젠장!)

“하아...... 진해창이 도망쳐 부렀어.”

진해창을 기절 시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그 사이에 진해창이 깨어나 계준을 칼로 찔렀을 줄이야.

“진해창 이 여우같은 새끼! 계준이 형 기다려봐. 일단 지혈할 것부터 찾아올 테니까.”

이부성가 안에 있는 약방을 뒤지면 치료할 수 있는 뭐가 나와도 나올 것이다.

“좀 되었어.... 괜히 기운 빼지 말어.”

“개소리 하지 말고 기다려봐.”

“저기 주원이.....”

제갈 사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준은 제갈 사혁을 주원이라 불렀고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제갈 사혁은 묵묵히 계준의 말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얻어진다 생각 말고 혹시라도 그 마음을 이용하려거든 매 순간 진심을 다혀. 그 사람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게......”

마지막에 남기는 말치고는 정말

“정말 미치겠다.....”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 부탁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대해 원망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에 남긴 말은 결국 제갈 사혁에게 아니 동생 주원에게 남기는 당부였다.

그러지 마라 저러지 마라. 하지마라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이렇게 하라는 식의 당부였다. 하지마라고 한 게 아니라서 청개구리 같은 제갈 사혁이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당부였다.

“나중에 일이 끝나면 이부성가 재물을 한몫 떼어줄 생각이었는데 죽으면 어쩌자는 거요. 죽으면 다 소용 없잖아.”

슬픔? 눈물? 그런 게 나올 정도로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제갈 사혁이 최고로 치는 행복 중에는 재물의 풍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일에 도움을 준 계준에게 재물을 풍족하게 주고 싶었다. 계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날이 밝아오자 이부성가 안으로 수십 명의 사내들이 들어왔고 그들을 보자마자 제갈 사혁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조금 늦었다.”

그들은 모두 화산지회 소속 속가제자들이었다.

“정식적인 통로도 아니고 하오문을 이용해 무례하게 불러드린 점 죄송합니다.”

제갈 사혁이 계준을 통해 하오문에 보낸 밀지는 바로 화산지회의 선배들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아니다. 차기 후계자가 부르는데 마땅히 와야지. 그리고 네 성격상 이런 일에 사제들을 부르지 않고 우릴 불렀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화산지회에서 가장 선배격인 자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밖에 널부러져 있는 새끼 설마 송수겸이냐?”

조금 껄렁거리는 말투의 젊은 선배 한명이 죽은 송수겸을 알아보자 제갈 사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이 색휘 봐라! 구마준을 작살내니까 송수겸까지 아주 그냥 쉽게 보내는 구나.”

제갈 사혁이 대견스럽다는 듯 제갈 사혁의 등을 후려치자 그 순간 제갈 사혁은 입에서 피를 뱉었다. 송수겸의 공격 하나 하나는 내장을 들쑤시는 내가권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엄청났다. 그런데 다짜고짜 무식하게 등을 후려치지 아무리 제갈 사혁이라지만 피를 뱉을 수밖에 없었다.

“저런 미친놈!”

“애를 왜 때리고 지랄이야!”

다른 선배들의 호통에 분위기가 싸해지자 제갈 사혁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선배님들 그러지 마십시오. 설마 관형 선배님이 저를 때렸다고 피를 뱉었겠습니까. 송수겸 아닙니까. 때리는데 안 아플 리 없고 맞았는데 안 아플 리 없습니다. 저도 그건 마찬가지고요.”

사실 죽을 것 같다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부성가의 시체를 치우느라 쉬지 못했을 뿐이고 계준의 무덤을 만들어주느라 쉴 수 없었을 뿐이다. 물론 송수겸과의 결전에서 입은 부상이 보통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혈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그렇다는데?”

“아오~ 저 촉새 새끼 저거!”

관형이라는 자를 뒤로 하고 이부성가를 들쑤시던 화산지회는 여러 서류를 꺼내와 마당에 뿌렸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자 하나씩 이부성가의 뿌리를 뽑기 시작했다.

“마약도 재배하고 있었네. 여기는 우리가 맡죠.”

“선배님 마약은 태워도 재물은 꼭 챙기세요.”

“왜?”

재물을 챙기라는데 왜라니 제갈 사혁은 은근히 선배들이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먹어야죠.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가시게요?”

“이여~ 얼! 내가 이래서 널 정말 아낀다.”

하지만 가장 나이가 많고 성격도 고지식적인 선배가 헛기침을 하자 모두들 그 선배의 눈치를 살폈다.

“단순한 마약 판매상도 아니고 마약재배다. 엄청난 재물을 쌓아뒀을 거다. 이왕이면 다른 아이들과도 나눠라.”

그렇게 말해주자 모두 한숨을 내쉬며 이번 일에 찬성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은하검파와 만왕검가의 배신을 유추해볼 수 있는 서류가 나오자 모두들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거 진짜야?”

“세상에 믿을 새끼 없다더니.”

“야 무진아. 어디부터 쳐야 되냐?”

이게 바로 사제들이 아니라 선배들을 불러야 했던 이유다. 그냥 칼부림이 아니라 멸문을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사제들은 어려서 이런 극단적인 일을 시킬 수 없었다.

제갈 사혁도 사실 만왕검가는 조금 꺼려하고 있었다. 만왕검가는 말 그대로 하나의 가문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분명 늙은이도 있고 어린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은하검파부터 시작하죠.”

웬만하면 만왕검가는 그래도 마지막에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속사정을 눈치 챈 경원이라는 선배가 다른 의견을 냈다.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산파가 했습니다. 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

“뭐가요? 경원 선배님.”

경원이라는 자의 말은 이랬다.

“그러니까. 은하검파와 만왕검가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무림맹에 알리지 않은 건 이 일을 화산파가 처리하고 화산파가 대외적인 그러니까 그런 거 아이씨~ 내가 표현력이 없어서 그러는데 아무튼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이 일을 해결했다. 뭐 이런 식으로 잘난 척하는 거.”

표현은 뭔가 조합하지만 뜻은 대충 통했다.

“우리가 얘네들이 돼는 건 어때요? 이부성가? 이부성가인척하고 은하검파나 만왕검가를 딱 쳐요! 에~ 치자는 말이에요. 이렇게 하고 나머지 선배들이 지나가던 화산지회인 척해서 도와줘요. 그런 후에 ‘아~ 우리가 조사해보니까. 이부성가라는 곳에서 공격을 했습니다.’ 이러면 이제 끝나는 거예요. 걔네들은 대가리 막 굴리겠죠. 오만가지 생각을 하겠죠. ‘이부성가는 우리 편인데 왜 우리를 공격했지?’ 이 때 우리가 이부성가를 공격하러 가는 거죠. 그리고 막 무진이가 송수겸 모가지 치고 이부성가는 우리 화산지회가 쓰러트린 걸로 하고 이러면 막~”

대충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거짓으로 이 두 문파 중 한곳에게 은혜를 입히자는 뜻이었다. 배신은 했지만 이미 이부성가가 무너지고 송수겸도 죽었는데 굳이 처단을 해야 하냐는 식의 조금 제갈 사혁과는 맞지 않는 방식이지만 계략 하나는 탁월했다.

“경원 선배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내는 거예요?”

제갈 사혁이 이를 보며 감탄하자 경원이라는 자는 썩은 동태 같은 눈으로 제갈 사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원래 임마 이런 거 다 니가 해야 하는 거야. 너 제갈세가잖아.”

“제갈세가라고 해서 다 똑똑한 건 아니거든요.”

“아니 내가 봤을 땐 다 똑똑한 게 아닌 게 아니라 너만 덜 똑똑한 것 같아.”

경원의 계략은 거의 완벽했다. 그리고 계획을 조금 더 훌륭하게 짜기 위해 화산지회는 머리를 맞대고 몇 가지 생각을 더했다.

“일단 그래도 배신은 했으니까 여기 보면 만왕검가 가계도에 외아들 한 놈 있는데 팔 하나는 자르죠. 어차피 우리가 은하검파에 가면 거기는 문파라서 후계자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드니까. 혈족운영인 만왕검가로 가서 아들놈 불구로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그럼 은하검파는 이대로 놔둬요? 이 새끼들도 배신했는데 이거 이대로 놔두면 안 되죠.”

제갈 사혁이 반발하자 이에 대해서는 무림맹에 맡기기로 했다.

“어차피 만왕검가를 거짓으로 돕고 우리가 거짓으로 이부성가를 무너트리는 것 까지 했으면 그걸 된 거야. 나머지는 무림맹에서 조사 오면 여기 관련 서류들 드러날 테고 그러면 은하검파는 끝이야. 다만 이제 만왕검가가 배신했다는 내용의 서류는 없애야지. 거기는 이제 후계자 한 놈 불구 만드는 걸로 일 끝내기로 했으니까.”

생각 같아서는 다 쓸어버리고 싶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제갈 사혁도 어느 정도는 타협을 봤다.

“야 여기 시체 어디 갔냐. 니가 다 죽였다며 왜 시체가 하나도 안보여?”

“방안에 넣어뒀어요. 원래 다 마당에 있었는데 선배들 오니까. 치웠죠.”

“다 같이 가서 꺼내오고 무진이 너는 기억하지 시체들 위치?”

“아니요. 선배는 선배가 죽인 놈들 어떻게 죽었는지 다 기억해요?”

“그래 그거 말 되네. 그러면 그 비슷하게 현장을 만들어 놔.”

이쯤 되면 무림인들이 아니라 무슨 사기단 수준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닫지만 사제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무림인의 능수능란한 솜씨였다.

============================ 작품 후기 ============================

저녁 약속만 아니었으면 이게 어제 12시에 올라왔어야 할 내용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말이 저녁 약속이지 사실 술 약속이라 1시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술마시고 글을 쓸 순 없으니까요.

그럼 이제 정말 오늘 12시에 뵙도록하겠습니다.

지문 관련해서 지웠습니다. 그 이유는 103 회 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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