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116화 (116/262)

<-- 116 회: 흑운 공주 -->

하오문 본파는 놀랍게도 복건성(福建省)이었다. 위치가 복건성이란 사실이 놀라운 게 아니라.

“여기가 하오문 본파라고?”

“네. 그렇습니다.”

종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쥐죽은 듯 대답하자 제갈 사혁은 흑사련의 영웅촌을 떠올렸다.

하오문 본파의 정체는 하나의 건물이 아닌 마을이었다. 그러고 보니 송수겸이 운남에서 이부성가를 운영할 때 마을 하나를 통째로 먹으려 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뭐지? 송수겸은 하오문 본파에 대해 알고 있었나?)

이부성가의 운영방식은 이부성가라는 하나의 장원이 존재하지만 마을 한 곳을 송두리째 지배함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마을 전체를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이 마을 아니 하오문 본파를 본 순간 두 단체가 너무나도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니 평생을 못 찾았지.”

괄귀는 내색하고 있지 않지만 직접 죽이고 싶었던 소연자가 마교의 좌호법에 의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삶의 방향을 잃은 듯 했다.

“도착했습니다.”

마을의 중심의 자리한 공터는 수많은 마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마차의 주인들은 전부 하오문의 중요 요직에 앉아 있는 자들이었다. 겉보기에는 마치 마을 회의라도 열린 듯 했지만 이것이야 말로 하오문이 수십 년 동안 세상의 이목을 속인 겉모습이었다.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하오. 다음이 아니라 이번에 모두 모이게 한 것은 하오문의 차기 문주를 정하기 위해서요.”

회의를 주도하는 자는 제갈 사혁이 죽인 목련 소교를 대신해 이번에 사천의 분타주를 새로 맡게 된 자였다. 위치상으로는 장로들보다 낫지만 나이가 있어 회의를 주도하는 듯 보였다.

“아직 흑운 공주의 행방이 묘연한데 어찌 하오문의 차기 문주를 논한단 말입니까!”

호남 분타주와 안휘 분타주가 한목소리로 반박하자 제갈 사혁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흑운 공주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 두 사람을 가리켰다.

“잘 봐둬요. 앞으로 중용해야 할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할 사람이 한 눈에 보일 테니까.”

흑운 공주가 없는 이 회의야 말로 앞으로 하오문을 이끌어갈 때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그녀에게 충언을 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을 자들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알겠어요.”

그리고는 다시 종명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킨 건?”

“다 준비 해뒀습니다. 나으리.”

“차질이 없도록.”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제갈 사혁의 눈에서 짐승과도 같은 포악함을 읽어낸 종명은 육식동물과 마주한 초식동물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은 한참 흑운 공주의 생사에 관해서 언쟁을 벌였고 그 결과 잠자코 있던 장로들이 움직였다.

“흑운 공주야 말로 전 문주께서 아끼시던 손녀니 하오문의 후계자로 부족한 게 없음이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그 행방이 묘연하오. 하지만 하오문 문주라는 직책을 그리 오래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소.”

“흑운 공주를 암살하려는 자들이 있소!”

흑운 공주를 암살하려는 무리들이 내부에 있다는 건 하오문에 소속된 점소이들도 알 정도로 흔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굳이 호남 분타주가 꺼내는 이유는 제갈 사혁을 믿기 때문이다. 흑운 공주는 절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남 분타주께서는 냉정하게 판단하셨으면 합니다. 네. 실제로 흑운 공주를 노리는 무리들이 존재하지만 그 정체도 알 수 없을뿐더러 흑운 공주 본인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그 무리가 하오문 내부에 있다면 어찌하시겠소! 실제로 본파에 검영단이 들이 닥친 사실을 모른단 말이오!”

“검영단은!”

갑자기 하오문 장로의 목소리가 커졌고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검영단은 흑운 공주의 등극을 막기 위해 망월 공자가 보낸 것이오!”

이미 검영단의 입을 통해 저기 저 구석에 앉아 있는 흉조가 보낸 것이라 알고 있지만 호남 분타주는 일부러 그 사실을 감췄다. 어찌 되었든 자신은 흉조에 의해 호남의 분타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망월 공자는 죽었소.”

“그런데 그게 미심쩍지 않으시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걸고 넘어졌다.

“무한에서 새끼장사를 담당하는 오룡이라 하오.”

새끼장사. 즉 어린 아이들을 사고파는 인신매매 조직이었다.

“마교의 좌호법이 갑자기 쳐들어와 문주와 망월 공자를 죽이는 게 말이 되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소.”

그 부분이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아무 이유 없이 마교의 좌호법이 쳐들어오다니.

“하오문은 마교는 물론 그 어떤 무림의 단체와도 적을 두지 않았는데 마교의 좌호법이 어째서 문주와 망월 공자를 노린 것이오. 혹 누군가의 사주가 있었던 것 아니오?”

아무리 강호무림이 하오문을 업신여긴다지만 그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직접 내려와 죽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문주와 망월 공자를 죽였다면 대충 어귀가 들어맞지만 문제는 그 사람이 하필 좌호법이라는 사실이다.

마교의 좌호법. 강호 무림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

“그럼 그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떠오? 그리고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오직 마교 교주 단 한 사람 아니오.”

이게 문제였다.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 서두 없이 직접 쳐들어와 한 단체의 수장을 죽이고 그의 제자까지 없앴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자들은 그들보다 약자의 위치.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냐? 라며 따질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개석상에서 말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아무리 이번 일이 의문투성이라지만 하오문에 소속된 중간직들도 바보는 아니다.

장로 중 한명이 좌호법과 연이 닿아 이번 일을 벌려놨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다시는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소? 흑운 공주의 소재가 파악되면 흑운 공주를 찾는 것이오.”

“그럼 후계자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오”

“흑운 공주를 찾는다 하더라도 이미 문주가 선출되었기 때문에 흑운 공주를 문주자리에 앉히기보다는 다시 후계자 자리에 앉히는 것이오.”

어차피 늦으나 빠르나 그녀가 살아 있는 한은 공주의 후계자 문제는 해결해야 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상당수가 흑운 공주나 망월 공자를 지지하던 사람들이다. 망월파가 흑운 공주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중 상당수가 이미 정통성이 확실한 흑운 공주를 지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을 안고 가기 위해서라도 하오문 문주 소연자의 피를 이은 흑운 공주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다면 나는 조건부 찬성이오. 어쨌든 문주 자리는 오래 비워둘 수 없고 흑운 공주에 대한 후계승계를 약속한다면 새 문주를 뽑는 이번 모임에 찬성하는 바이오.”

“나도 찬성이오.”

“좋을 대로 하시오.”

분위기가 새 문주 선출에 대해 찬성하는 방향으로 흐르자 결국 장로들의 결정에 의해 새로운 문주가 그 자리에서 뽑혔다.

“새로운 하오문 문주는......”

새로운 문주의 이름은 제갈 사혁에 의해 세상에 먼저 알려졌다.

“장백만(張柏輓).”

“장백만 장로요.”

예상 아니 예정대로 하오문 문주로는 그가 뽑혔다. 그리고 그 순간 흑운 공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제갈 사혁을 쳐다봤다. 닷새 전 제갈 사혁이 말한 대로 하오문 문주로 장백만이 뽑혔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흑운 공주 약속대로 하시죠?”

제갈 사혁이 약속을 언급하자 흑운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얼굴을 가린 천을 벗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멈추세요.”

흑운 공주가 행방불명되어 어쩔 수 없이 새 문주를 선출하는 자리에서 난데없이 흑운 공주가 나타나자 모두들 당황한 기색이 역역했다.

“흑운 공주 살아계셨습니까?”

“암살 위협을 받았지만 이렇게 무사합니다.”

장로들과 지역 분타주들에게 자신의 무사함을 알린 흑운 공주는 그간 있었던 일을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호사마를 따라 마교로 가게 된 경위와 전 문주인 할아버지가 심중에 둔 후계자는 망월 공자라는 점 그리고 호사마를 따라가다 습격을 당해 호사마가 죽고 그 뒤로 호위무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여기까지 온 경위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날 죽이려 했던 자는 바로 전 문주의 측근인 종명이라는 사람입니다.”

흑운 공주가 종명을 가리키자 종명이 단상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흑운 공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종명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자 종명을 일으켜 세웠다.

“할아버지를 보좌하던 당신이 나를 해하려 할 리 없습니다. 말해보십시오. 당신을 시켜서 날 죽이고자 했던 자가 누굽니까?”

배후를 말하기 전에 종명은 제갈 사혁의 눈치를 보았고 종명과 눈이 마주치자 제갈 사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제갈 사혁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종명의 손가락은 다름 아닌 새 하오문주를 가리켰다.

“장백만 장로요! 장백만 장로가 날 협박해서 공주를 죽이고자 했소!”

종명이 하오문주가 된 장백만 장로를 가리키자 여기저기서 엄청난 반응이 올라왔다.

“아니!”

“이게 무슨?”

그리고 당사자인 장백만 역시 종명의 거짓말에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 거짓말이오! 난 절대....”

“에라~ 이 나쁜 놈아!”

“죽어라!”

그러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장백만 장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저 놈이 마교와 밀약(密約)하여 문주님도 죽인 게 확실하오!”

“다 같이 저 놈을 죽입시다!”

그러더니 갑자기 단상위로 한꺼번에 올라와 장백만 장로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한 단체의 중요회의라고는 하지만 하오문의 특성상 폭력사태가 일어날리 없기 때문에 회의장 근처에 호위 무사들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군중에 의해 하오문 장로가 폭행당하자 하오문의 장로들과 다른 중간직들은 크게 당황하며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

“어디 누구 없느냐? 이들을 끌어내라!”

겨우 정신을 차린 몇몇이 서둘러 호위 무사를 불렀지만 이미 장백만 장로는 숨이 끊어진 후였고 회의의 참석한 거의 모든 하오문의 문도들이 장백만 한 사람을 죽이고자 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제갈 사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종명을 쳐다봤다.

종명의 모함과 장백만을 구타하던 사람들 그리고 장백만의 죽음. 이 모든 게 제갈 사혁의 계획이었다.

(이번에도 하오문 문주에 장백만이 오른다면 모든 일의 배후는 장백만이 확실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예정대로 장백만이 하오문 문주 자리에 오르자 제갈 사혁은 계획했던 대로 종명을 통해 장백만을 모함한 후 하오문 문도로 위장한 종명의 부하들로 사람들의 선동한 후 그들의 손으로 장백만을 죽였다.

(이것으로 흑운 공주가 문주 자리에 오르면 하오문은 내 차지다.)

실질적인 지배는 아니지만 이번 일로 제갈 사혁에게 목숨을 빚진 흑운 공주는 앞으로 제갈 사혁이 부탁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것이고 설사 그 부탁이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번 이야기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건 다음편으로 미루겠습니다.

엔딩만으로 끌고 가기엔 내용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분명 "어? 뭔가 이상하다." 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그건 다음편에 나오니 참아주시고.

제 개인적인 후기를 작성하자면

여러분께서 댓글에 작성하신 "ANG"이란 도대체 뭡니까?

ANG 파일 확장자 명?

Air National Guard 미 공군?

American Newspaper Guild 미국 신문사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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