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146화 (146/262)

<-- 146 회: 파죽지세(破竹之勢) -->

“낭인들도 뽑을 수 있도록 그 범위는 강호 전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봉황대 대원 모집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실력이 검증된 무림인은 봉황대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출사 같은 직책을 맡는 게 그들에게는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갈 사혁과 같은 정파출신은 더욱 더 봉황대 같은 곳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실력이 검증 된 실력을 지닌 무림인을 봉황대로 끌어들이기는 힘들었다. 결국 고만고만한 사람들 중에 뽑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지난 번 봉황대와 그게 다르지 않게.....

“뭐야 초영.”

“네?”

“넌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어땠는데?”

“그렇군요.”

잊고 있었다. 자신도 그 고만고만한 사람들 중 하나였지 않은가? 무허 대사가 아니었다면 결국 자신도 그들과 똑같은 처지였다.

“즉시 명령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잘해봐.”

초영이 나가자 제갈 사혁은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폈다.

“으아아아~”

일단 무림맹 봉황대 모집 공고를 하면 이래저래 사람이 몰리는 건 안 봐도 뻔했다. 그럼 그 후에 가려내면 된다. 그 중에 될 놈들을.

“정사대전 전하고 후하고는 차이가 많단 말이야.”

지난 생애에서는 정사 대전 중에 이름을 떨친 낭인이나 무림인들이 많았다. 그만큼 정사대전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 옷자락에 피가 마를 날이 없는 실전의 연속. 그 속에서 고속 성장을 이뤄낸 무림인들도 여럿 있었다.

그날 오후부터 시작된 모집 공고는 약 6일간 계속 되었고 10일 째 되는 날 약 60여 명이 무림맹에 몰렸다.

“얼마 안 되네. 최소 100명은 넘을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많이 모인 거 아닙니까?”

초영의 물음에 제갈 사혁은 고개를 저었다.

“최소 일백은 되어야 그 중에서 쓸모 있는 놈 다섯을 건져내지.”

최소 100명 기준으로 고작 다섯이라니 빡빡해도 너무 빡빡했다.

“그 정도로 빡빡하게 보시는 겁니까?”

“그럼 대충 뽑을 생각이었나? 잘 뽑아야 나중에 초영이 편할 텐데. 내 명령 이전에 네 명령에 복종해야 할 부하들 아냐.”

부관이라는 직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임무 이외의 일상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건 초영이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갈 사혁은 채 다섯도 못 뽑을까 걱정이 앞섰다. 이 일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골라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유명했던 놈들의 이름과 얼굴 정도는 다 기억하고 있지만 서도....)

과연 그들이 이 자리에 있느냐가 문제였다.

“일단 추려내 봐야지.”

제갈 사혁은 일단 형식적으로 봉황대를 지원하는 자들을 하나하나 만나 보았다. 그런데 첫 끗발이 의외로 괜찮았는지 금방 얼굴이 익은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손조현이군.)

손조현. 낭인출신으로 당시 나이는 제갈 사혁과 동갑이었다. 당시 흑사련 측에 고용된 상태였고 창을 잘 다룬다고 알려진 젊은 고수였다.

“손조현 맞지?”

“네? 네... 네 그렇습니다!”

같은 나이지만 손조현은 아직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고 많이 어딘가 부족해보였다.

“합격이다. 소상.”

“말씀하십시오. 대주.”

“가서 인적사항 자세하게 조사하고 봉황대에 입단 시키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첫 인재를 뽑고 나서 한참 뒤 꽤 괜찮은 인재들을 굴비 엮듯 엮어낼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총 3명의 인재를 뽑고 난 후 제갈 사혁은 뽑은 인원이 너무나도 적다는 것을 인지하고 며칠 더 봉황대 인원 모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제넘게 한 말씀드리자면 제 눈에는 괜찮은 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너무 박하신 거 아닙니까?”

함께 봉황대 인원 선발을 했던 소상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제갈 사혁은 그런 소상의 어깨를 두들기며 앓는 소리를 냈다.

“너무 그러지 마. 사람마다 사람을 보는 눈이 다른 법이잖아.”

“그렇지만 방형지라던가. 민호장 같은 방파출신들도 마다하시고 낭인들을 뽑으시다니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갈 사혁도 만만치 않게 보수적이지만 소상도 꽤나 보수적이어서 무림인과 낭인의 경계가 확실했다.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화산파 출신인 내 입장에서는 방파든 낭인이든 거기서 거기야.”

“그렇습니까.”

방파출신들로만 이뤄진 봉황대를 앞에 두고 이런 말 하는 게 충성심이나 조직 기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이럴 때야 말로 속마음을 확실하게 밝히는 게 좋았다.

“사람을 배경이나 출신 같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 인간의 습성이니까. 하지만 내 사람은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거든. 나는 봉황 대주고 소상 너는 내 사람이다.”

“........”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뽑는 사람은 무림인도 낭인도 뭣도 아니다. 그냥 봉황대다.”

제갈 사혁은 뭐가 되었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는 법을 알았고 그것이 단점이며 동시에 장점이었다. 그렇게 며칠 더 봉황대를 뽑는 일을 계속하자 총 20명 정도를 뽑을 수 있었다. 아직 다른 부대에 비하면 한 없이 부족하지만 봉황대의 깃발을 들어올리기에는 충분한 수였다.

“오늘은 한 10명 정도 뽑았으면 좋겠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20명을 뽑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디보자 이번에 들어오는 사람 이름이......”

이번에 들어오는 사람의 이름을 본 순간 제갈 사혁은 미간을 구겼다.

(사공신이라니 설마 그 사공신인가?)

사공신(思塨晨). 분명 흑요칠마의 일원이었다. 이번 생애에서 제갈 사혁이 종방영에게 흡정마공의 기연을 빼앗은 후 흑요칠마라는 사파의 단체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종방영과 서율 그리고 살막의 살수인 가울의 거짓 신분이었던 황성의.

(얼씨구 이번엔 사공신이라 이건가?)

봉황대 면접을 보기 위해 온 사람은 역시나 사공신이었다.

“사공신이라고 합니다.”

사공신은 많이 긴장한 눈치였고 제갈 사혁은 흥미롭게 사공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공신은 암기의 달인이라던데.)

“특기가 뭔가?”

“악기를 잘 다룹니다.”

특기가 뭐냐는 말에 악기를 잘 다룬다고 하자 제갈 사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이 새끼 아주 골 때리네.”

“..........”

하지만 사공신은 자신이 대답을 잘못했다 생각했는지 표정이 완전 빈혈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사파 출신이네.”

“..... 네.”

“대주. 사파출신이면 이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물론 사파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긴 하지만 별로 문제 될 건 없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중소 방파의 단체 이동은 흔하잖아. 게다가 흑사련에는 구파일방 출신들도 있단 말이지.”

“대주!”

“아~ 미안 이건 금기사항이었지.”

흑사련은 어디까지나 강함을 위해 정도를 버린 자들이 모인 곳이다.

흑사련을 무림인이 아닌 학자로 예를 든다면 인정받지 못하는 학설로 학계에서 추방당한 자들이 모인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는 명문정파 출신들도 꽤나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도 결국 무림맹과 같았다. 사파 측 방파들도 결국 처지는 이곳과 마찬가지다.

“흑사련에서 기회를 주지 않으니까. 이곳으로 온 거 아니야.”

“저자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저자의 사문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멸문 당했잖아. 문제 될 거 있어?”

“그걸 어떻게?”

“칠성회(七星會)잖아. 용정회(蓉晶會)랑 싸우다가 5년 전에 멸문 당한.”

제갈 사혁이 멸문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당사자인 사공신은 깜짝 놀랐다.

“그 일로 용정회는 칠성회의 세력을 흡수해서 성상문(聖上門)이 됐고.”

“..........”

어차피 멸문 당한 문파출신이라면 낭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합격.”

“대주!”

소상은 끝까지 사공신의 입단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사파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갈 사혁은 달랐다. 물론 사파출신인 건 제갈 사혁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지만 흑요칠마의 일원이 된 자를 포기할 수 없었다. 적은 더 가까이에 두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 이렇게 하지. 봉황대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성상문의 멸문을 위해 정파에 협조하는 걸로.”

“말만 그렇게 해서 이 세상이 안 될 일이 무엇입니까!”

“칠성회도 그 시작은 정파였어.”

“하지만 정파를 배신했지 않습니까!”

소상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합격처리 하겠다. 어차피 나는 임시 대주니까. 내가 나가면 그때 가서 사공신에 대해 판단하도록.”

그런 식으로 단단히 목을 박자 소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공신과 여러 낭인 및 방파 출신 제자들을 봉황대 대원으로 받아드린 후 제갈 사혁은 가장 커다란 목적이었던 훈련에 들어갔다. 이미 한명의 당당한 무림인이지만 무기 선정과 같은 적성 검사까지 다시하고 훈련도 그에 알맞게 짰다. 물론 예외가 있다면 바로 이신이었다. 이신은 적성과 관계없이 모든 훈련에 참가 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훈련의 훈련을 거듭해 봉황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자 본격적인 임무에 나섰고 제갈 사혁과 기존 봉황대 인원을 필두로 봉황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실적을 올리며 사람들 무림맹 내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대주님. 수고하셨습니다.”

임무를 끝마치고 집무실 의자에 앉은 제갈 사혁은 오른 손을 가볍게 저었다.

“밥상 위에서 한술 뜨는 게 뭐가 어렵다고.”

늘 마무리는 제갈 사혁이 나서서 하지만 그 과정은 봉황대가 만들어주었다.

“새로 뽑은 대원들은 어때?”

“손조현 호장 이송황 사공신 등이 가장 눈에 띄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제갈 사혁의 예상대로 그들은 잘 다듬으면 훌륭한 보석이었다.

“내가 봉황대에 온지도 한 달 조금 됐나?”

“네.”

“애들이 위에 다가 서류 올린다며?”

“대주님께서 정식으로 봉황 대주가 되어주시길 모두 바라고 있습니다.”

어차피 제갈 사혁은 자신의 목적 때문에 봉황대를 맡았을 뿐 그 자리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봉황대의 전체적인 실력상승과 뛰어난 전공 덕에 봉황대 내부에서 제갈 사혁에게 정식으로 봉황 대주 자리를 주도록 서류를 올렸고 무림맹 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제갈 사혁 본인이 거부하고 있었다.

“다음 임무는 뭐지?”

“3일 후에 소령(素玲)이라는 여인의 신변보호 임무가 있습니다.”

“뭐 어디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이야?”

“아닙니다.”

보통 무림맹의 부대가 한 사람의 신변을 지키는 일은 흔치 않았다. 하지마 무림맹 장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무슨 한 문파의 문주도 아닌데 신변 보호라니

“뭐하는 사람인데.”

“의원이라고 합니다.”

“뭐 대단한 의원인가보지? 어디 뭐 화타의 제자라도 돼?”

“그게 좀 특이한 게 독을 제조하는 의원이라고 합니다.”

의원이 독을 제조하다니 특이해도 너무 특이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무형독을 제조했다고 합니다.”

“뭐?”

“무형독을 제조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봐.”

그 순간 초영의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 끈이 어떠한 힘에 의해 끊어지고 제갈 사혁의 앞에 있던 찻잔에 금이 갔다.

“대주?”

무형독.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스물일곱의 자신을 죽였던 그 전설 속의 독을.

============================ 작품 후기 ============================

음 그렇군요. 기호만 섞이지 않는다면 뭐든 상관 없는 거군요. 명심하겠습니다.

노블에서 순위에 못드는 이유는 많은 이유가 있겠죠?

아무래도 무협의 인기 하락도 그렇고 여러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인기는 있겠죠. 그 증거로 제가 글을 잘 써서 조아라와 계약한 게 아니라 여러분께서 제 글을 추천해주셔서 조아라와 계약했으니 하지만 베스트에서 중요한 게 연재속도와 분량 그리고 연참인데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점은 정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무협을 처음 쓰다보니 초보인 저로서는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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