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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151화 (151/262)

<-- 151 회: 절대신위(絶對神威) -->

이 한순간 뿜어져 나오는 사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봉황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온 힘을 다해 적들을 밀어붙였다.

“대주님. 적들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적들이 기싸움에 눌려 물러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제갈 사혁은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항복따윈 받지 않는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명령이 떨어진 그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밀고 당기는 싸움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살인이었다. 그 기세는 절대 꺼지지 않는 화마(火魔)와 같았으며 자신들이 밟고 지나가는 길에 풀 한포기 남기지 않았다.

이번 명령은 단순히 제갈 사혁의 용서를 모르는 그 냉정한 성정 때문에 내려진 명령만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의도 아니 계획된 명령이기도 했다.

각자 무림인으로서 경험이 충분한 현 봉황대에게 필요한 건 바로 자신감이었다. 아니 승자로서 패자를 내려다보는 우월감이라고 봐도 좋았다. 무림인으로서 경험은 충분하지만 그것이 곧 승리와 직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제갈 사혁은 단체전이라고는 하나 봉황대에게 승리를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이럴 때 초영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말하면서 제갈 사혁은 미간을 구기며 이를 악물었다.

“그 부관 말이에요?”

“청하 소저가 보기엔 어떻습니까? 초영이 지도자적 자질이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하루 이틀 본 사이인데.”

“저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봉황대가 말 그대로 새롭게 태어나는 이 시점에서 그녀가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설마 갈사 소협?”

청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제갈 사혁은 누가 무어라 해도.

“네. 맞습니다. 후임으로 초영을 추천할 생각이었습니다.”

구파일방 이외에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제갈 사혁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조금은 그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이래서야 초영이 봉황대에 겉도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네요.”

“제 인생은 특히나 그렇죠.”

이 현장을 초영도 함께 했다면 새로 선발된 봉황대와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초영은 소령을 구하러 기존의 봉황대와 떠났고 봉황대가 다시 태어나는 이 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기도 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비류보를 펼치며 제비처럼 빠르게 날아간 제갈 사혁은 호황을 뽑아들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의 목을 쳤다.

(뭐 일이 이렇게 된 거 이젠 다 필요 없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다.)

일이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결과마저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한편 적들에게 붙잡힌 채 쇠사슬에 묶인 채로 벽에 매달린 봉황대와 초영 그리고 무영.

“죽어 이 인간아!”

“사내새끼가 거기서 항복을 하냐!”

“왜 이러십니까? 여러분!”

봉황대는 무영을 향해 닿을 듯 말 듯 발길질을 하며 무영을 욕했고 무영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봉황대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갑자기 이 무말랭이 같은 놈이 항복을 외치는 그 순간 빈틈이 생겨 적들에게 붙잡히다니 세상에 그런 어이없는 일로 뒤통수 맞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닥쳐 이 뻔뻔한 새끼야!”

그쪽과 달리 초영이 있는 곳에서는 빠져나갈 방도를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어때 동경.”

“아무래도 안 되겠어. 만년한철로 된 쇠고랑이야. 내공이고 나발이고 힘으로는 절대 안 돼. 곧 이곳으로 대주님이 오시기를 비는 게 빠를 거야.”

하지만 제갈 사혁을 믿고 기다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명령에 불복하고 소령을 구하기 위해 개인행동을 했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이렇게 적들에게 붙잡히다니 이걸 만약에 제갈 사혁이 보기라도 한다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초영은 피가 날 정도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음.... 이 놈들이냐?”

그 순간 검은 천을 뒤집어 쓴 사내와 그 부하들이 봉황대가 갇혀 있는 밀실로 들어왔다.

사내와 그 부하들은 임봉 마을에서 보았던 무림인들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고 그들로 하여금 봉황대는 이번 사건의 배후가 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형독의 효과를 시험해보기 딱 좋구나.”

그의 입에서 무형독이라는 말이 나오자 봉황대는 무형독의 실존 여부를 알 수 있었다.

[무형독이 정말 있었나보군.]

동료의 전음에 초영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데려와라.”

“네.”

잠시 후 부하들이 누군가를 데려왔는데 놀랍게도 그 여인은 온 몸이 갈색이었다. 피부가 타면 약간 갈색 빛이 감돌기는 하지만 누가 봐도 그 여인은 짙은 갈색이었다.

얼핏보면 남만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봐도 남만의 사람은 아니었다.

“시작해라.”

그 명령과 동시에 갑자기 부하들은 여인을 구타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차마 사람의 할 짓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를 본 초영이 소리를 지르자 검은 옷의 사내는 간사한 웃음소리로 듣는 이로 하여금 화가 치밀게 만들었다.

“크흐흐흐흐 조금만 기다리거라. 무형독이 이 년에게서 나오면 곧바로 네 놈들에게 시험해줄 테니까. 완전무결의 무형독을 말이다!”

“아니 뭐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뭐야?”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무영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영의 손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풀렸다.

“이랑(利狼).”

무영이 어떠한 이름을 언급한 순간 적들이 봉황대와 무영에게 빼앗았던 무기들 틈에서 무영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관현함이 박살나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력 검 한 자루가 날아와 무영의 손을 쥐어졌다.

무영은 마치 가벼운 막대기를 든 마냥 이랑이라는 대력검을 휘둘렀고 그 순간 봉황대의 말에 묶인 쇠사슬이 끊어졌다.

봉황대는 갑작스러운 무영의 분위기 변화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고 도저히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정체가 뭐냐?”

검은 옷의 사내가 무영의 정체를 묻는 그 순간 그 뒤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무슨 일이냐!”

“처... 천주 그것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대와 적들의  오른 쪽에 자리한 벽이 박살나면서 어떠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이 쓰레기들아. 정말 보고 싶었다.”

“갈사 소협 조금은 정상적인 길로 갈 수 없어요?”

시체의 머리를 밟고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제갈 사혁과 봉황대였다.

“대주님!”

“너희도 있었군. 뭐 자초 지정은 나중에 듣도록 할까? 그런데 말이야.......... 요것 봐라? 별 일이네. 당신이 왜 여기있지?”

그 순간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던 제갈 사혁의 표정이 싹 바뀌며 무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런 제갈 사혁의 물음과 동시에 무영이 원을 그리며 검을 휘둘렀다.

놀랍게도 그들이 있던 밀실이 잘려나가더니 건물 위 지붕이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비스듬히 떨어져 나갔다. 말 그대로 건물 한 채를 잘라낸 것이다.

지붕이 사라지자 햇볕이 내리쬐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순간 제갈 사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세상을 베는 자. 절대신위(絶對神威).”

“그렇다면.... 설마!”

“그래. 이 멍청이들아. 네 녀석들이 어떻게 그 자와 함께 있는지 모르지만 정파 제일 검 무당파 검현군 그리고 흑사련의 흑도섬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흑사련의 전설적인 검사.”

본명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마화천(磨華擅).”

============================ 작품 후기 ============================

“되는 일이 없네요.”

“제 인생은 특히나 그렇죠.”

이번 편의 모든 걸 말해줍니다.

이번 편은 봉황대의 성장과 그리고 제갈 사혁의 후임 선정 실패를 다뤘습니다.

봉황대가 자신감을 얻을 때 초영이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초영의 동기 주축인 기존 봉황대와 제갈 사혁이 키워낸 신 봉황대의 갈림을 뜻합니다. 이는 곧 후계자 선정 실패로 돌아가죠.

그리고 뭐 대충 나오겠지만 다음편에 무형독의 정체(그리 중요치 않지만)가 나옵니다.

이따금씩 언급한 사파의 고수 마화천도 등장 시켰고요.

사실 칠객 위가 흑도섬이다. 라고 했지만 그때는 솔직히 마화천(언젠가 등장 시킬)의 세력을 이미 사파로 정한 뒤라서 칠객의 윗 단계를 정말 흑도섬 하나로 해야 하나 자잘한 설정이지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이거죠.

아.... 뭐 상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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