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 회: 절대신위(絶對神威) -->
“마..... 마화천......”
“마화천이라면 설마 그 마화천 말이에요?”
마화천의 얼굴을 실제로 처음 보는지 청하의 반응은 상당히 놀라웠다.
“생각보다 젊네요.”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추정 나이 40대 후반. 추정 나이도 실제 나이는 성제 진인보다 많을 겁니다.”
무림인의 나이를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확실히 그가 명성을 떨쳤던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화천은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그대로였다.
(명성 그대로의 검격. 나도 말로만 전해 들었지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군. 이게 실제신위의 거리라니.)
제갈 사혁도 검격을 발하는 것으로 마화천처럼 건물의 지붕을 날려버릴 수 있지만 그와 똑같이 정확하게 휘두를 자신은 없었다.
“내 소개는 그쯤 해두고 그 여자가 소령인가?”
방금 전까지 구타를 당하던 갈색 피부의 여인을 가리키며 묻자 상대가 마화천이라는 것을 안 놈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어쩔 거냐?”
“죽여야지!”
그 순간 마화천의 대력검인 이랑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소령을 향해 날아갔다. 마화천은 명령 받은 대로 소령을 죽이려 했고 그의 검은 빠르고 무엇보다 정확했다. 하지만 마화천의 검은 한 자루의 도끼에 의해 궤도가 틀어져 소령의 목을 꿰뚫지 못했다. 그 도끼는 다름 아닌 초영의 것이었고 소령을 구해낸 초영은 있는 힘껏 제갈 사혁을 불렀다.
“대주님!”
“?”
“우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호위입니다! 흑사련에게! 마화천에게 이대로 우리의 공을 빼앗기실 생각입니까?”
초영은 제갈 사혁을 모른다. 특히나 그의 양면적인 모습은 더더욱 하지만 이 순간 초영의 설득은 제갈 사혁을 움직이게 했다.
“하긴 무형독은 그렇다 쳐도 흑사련 놈들에게 일거리를 빼앗길 수는 없지.”
뜬금없이 마화천이 나타나고 그런 마화천이 무형독의 제조자인 소령을 죽이려 하기에 거기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무형독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초영의 말대로 마화천이 이대로 소령을 죽이면 어찌되었건 흑사련의 공이 된다.
“봉황대! 마화천을 제외한 나머지를 맡긴다.”
“네. 대주님!”
그리고 그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무너진 건물 안으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일단 소령을 데려가라!”
“어딜 가시나?”
검은 옷의 사내가 소령을 빼돌리려 하자 마화천은 대력검 이랑을 휘둘렀고 그 순간 마화천의 검에 베어진 사내는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살아졌다.
“!”
“역시 마화천이군.”
사라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고개를 돌리자 사내는 이미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타천!”
“부르셨습니까. 천주님.”
(천주?)
검은 옷의 사내가 부하를 부르는 그 순간 제갈 사혁은 부하가 자신의 상관을 칭할 때 부르는 천주라는 호칭에 주목했다.
(어디서 들어본 호칭인데 뭐였지?)
어디서 그냥 지나가는 듯이 들었던 호칭이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 호칭을 들어본 기억은 있었다.
“마화천에게 소령을 빼앗긴 이상 탈환하지 못하면 처분해라.”
“하지만 천주! 막주께서는......”
“무형독은 어차피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것을 대체할 다른 ‘방법’따위는 얼마든지 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십 명의 적들이 제갈 사혁과 봉황대 그리고 마화천에게 달려들었다. 복장을 이루는 양식을 봐선 앞서 만났던 무림인들과 달랐고 실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제갈 사혁은 그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아!”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마화천의 검인 대력검 이랑과 마주한 제갈 사혁은 손가락 마디마디가 떨려와 미칠 것 같았다. 상대는 누가 무어라 해도 강호 3대 검사로 이름 난 전설의 무림인.
“음..... 호황인가?”
“!”
마화천은 호황을 알아봤고 호황의 원래 주인인 무원과 마화천의 접전이 없다는 걸 알기에 제갈 사혁은 의아해했다.
“그 검이 완성됐을 때 흑도섬이 가지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원칙상 리 겸도 연작은 한명 당 하나라서 말이야.”
호황을 알아보기에 뭐 대단한 이야기라도 하는 것 같았는데 별 시시한 이야기도 다 있었다.
“널 죽여서 그걸 가지면 원칙에 위배되지 않겠지?”
하지만 그 뒷이야기는 절대 시시하지 않았다.
순간 원을 그리며 초식을 이어나가자 마화천은 침착하게 육합검법으로 제갈 사혁의 검세를 막아냈다.
“기세가 좋다만!”
반보 뒤로 가 어느 정도 거리를 잡은 마화천은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둘렀고 그 순간 엄청난 기류를 동반한 검격이 날아왔다.
(막으면 죽는다!)
기필코 피한다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 검격을 피해내자 길게 뻗어나간 검격은 그대로 지나가 봉황대와 그리고 검은 옷의 무리들을 향해 날아갔다.
“으아아악!”
봉황대며 검은 옷의 적들이며 할 것 없이 모두 마화천의 검격에 당했지만 제갈 사혁에게 봉황대를 구해낼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객기 부릴 시간이 없다. 전력으로 간다!)
기술과 힘을 떠나서 검으로는 확실히 마화천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기수식을 잡다말고 호황을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화천은 입 꼬리를 올리며 검 끝으로 제갈 사혁을 가리켰다.
“화산망종 제갈 사혁 무진. 드디어 제대로 할 마음이 생겼나보군.”
“흥!”
“권사로 이름났는데 검을 쓰다니 별나다 싶었지.”
“마화천이 나에 대해 잘 알다니 이거 영광인걸.”
“당연하지 그 건방진 일곱 애새끼들을 다섯으로 줄여줬는데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그 말이 끝나면서 힘 있게 날아오는 검격.
두 주먹을 교체해 날아오는 검격의 실체를 잡아냈지만 ‘하나의 검격’을 막아내는 사이 마화천은 제갈 사혁에게 다가와 검을 거꾸로 들고 검 손잡이로 턱을 후려쳤다.
“검격의 실체를 잡아내는 노련한 기술은 인정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지!”
검격이라는 건 바람과 내공을 융합한 것이다. 일정한 형태가 없는 검풍과 달리 일정한 형태를 이루며 검기보다 사용하기가 쉬워 검기 대용으로 사용되지만 막는 방법은 검기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으라차차차!”
젊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나이에 맞는 아저씨 같은 기합을 외치며 검을 휘두르는 마화천의 모습이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져 화날 법도 하지만 제갈 사혁은 그것이 그의 심리전이라고 판단한 뒤 그의 분위기에 쉽사리 말려들지 않았다.
(기합소리 얼굴표정 무엇하나 진짜가 없다. 전부 나를 동요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다. 하지만 여전히.....)
“.........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빠르다.”
분명 대력검 일 텐데 마화천은 가벼운 막대를 휘두르듯 검을 휘둘렀다. 제갈 사혁도 대력도를 막대처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능숙하게 휘두를 수는 없었다. 하물며 마화천은 자신의 몸무게보다 많이 나가는 대력검을 휘두르면서 미세한 흔들림 하나 보이지 않았다.
(천근추를 시전하면서 다른 무공을 사용하는 건가? 나도 그 정도는 하지만 솔직히.....)
천근추라는 게 외공에 속하지만 내공계열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무공과의 응용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장시간 아니 아마도 그는.
(마음먹는 한 계속해서 그 상태를 유지하겠지.)
신도대격(申刀大擊).
특이하게 도법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마화천의 모습에서 제갈 사혁은 마화천이 자신을 얕보고 있다 생각했다. 보통 검으로 도법을 쓰면 금방 티가 나기 마련이고 그것을 모를 마화천도 아니었다.
이는 확실히 제갈 사혁을 동요시키기 위한 마화천의 교묘한 술수였다. 하지만 제갈 사혁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평소에 행동 가볍기는 해도 그도 산전수전 다 겪은 무림인이었다. 도법이면 어떻고 검법이면 어떠리?
(맞아서 아프면 그만이지.)
마화천의 도법에도 당황하지 않고 검의 넒은 면을 주먹으로 때려 방어하는 한편 빈틈이 드러나면 육합신장법(六合神掌法)을 손목에 정확히 때렸다.
“이런!”
장법으로 가슴이나 다른 신체를 노리기보다 검을 쥔 상대의 손목을 노려 공격을 둔화시키는 솜씨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
하지만 그때 마화천의 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기......... 정확히 검기였다.
일섬(一殲).
제갈 사혁은 재빨리 호황을 뽑아 검기를 발현한 뒤 날아오는 마화천의 검기를 베어냈다. 검기를 베어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호황을 감싼 자신의 내공이 마화천의 검기와 충돌할 때 ‘도금’이 벗겨졌다.
검이라는 쇳덩어리를 쇳덩어리 그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내공이 벗겨졌다.
(이게 마화천을 절대신위라고 부르는 이유인가?)
만약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것을 몸으로 막아냈다면 그 결과는 끔찍했다.
(대응법을 생각......)
“!”
눈앞에 있는 마화천 때문에 긴장한 제갈 사혁은 순간 주위에 자신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 방법이 있었지!)
갑자기 싸우다 말고 사선으로 달리기 시작한 제갈 사혁은 봉황대와 싸우고 있는 적들에게 다가갔다.
제아무리 대단한 마화천이지만 제갈 사혁의 기이한 행동은 평생 동안 처음 본 행동이기 때문에 의아해했지만 곧 그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적의 발목을 붙잡은 제갈 사혁은 사람 한명을 질질 끌고 오더니 갑자기 마화천을 향해 휘둘렀다. 말 그대로 한손으로 그 사람의 발목이나 신체 부위를 붙잡고 사람을 그냥 휘둘렀다.
“뭐 이런!”
들어는 봤나? 인간 둔기.
============================ 작품 후기 ============================
인간둔기가 또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제갈 사혁의 압도적 신체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썼던 방법인데 이번에는 객기가 아니라 공략 방법으로 썼습니다.
이번 편에는 후기보다 답변이 더 길겠네요. 전 이런 게 너무 좋아요. 여러분들과 의견을 주고 받는 거니까요.
브리키오님: 제갈 사혁의 후계자 선정 실패는 사실 거부감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댓글이 안 달려서 그렇지 제갈 사혁의 모든 '실패'는 다른 분들께 늘 거부감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쓴 의도는 이 모든 상황을 제갈 사혁의 성장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이 부분은 뭐랄까 조아라와 계약한 날 대리님과 카페에서 이야기 나눈 후 심각하게 생각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제갈 사혁에게 성장 가능성을 찾을 수 없어서 고민했고 성장이라는 테마를 이신에게만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대리님과 토론하고 난 후 많은 게 정리가 됐고 제갈 사혁의 인격의 변화는 없이 남을 조금 더 인정하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갈 사혁을 타인의 가능성을 믿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봉황대 대주로 제갈 사혁을 계속 나오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무림고수의 강호 유랑이 로망이지 군부대 육성이 로망은 아니라 보기 때문입니다.
후계자 부분은 이제 막 시작 되었을 뿐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앙투안님: 일단 배후 세력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어차피 곧 나올 거니까. 떡밥 날린 대로 천주라는 호칭 즉 살막입니다. 솔직히 다른 건 다 정리가 됐는데 살막에 대해 정리가 안된 건 사실입니다. 무형독 이야기는 살막에 대한 설정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내용입니다.
이 단체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죠.
저는 뭔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제대로 뭔가를 할 수 없어서요.
현재는 그러니까.
무램맹: 정파 세력
흑사련: 정파 마교의 배신자들이나 그외 여러 방파들
마교: 종교를 기반으로 한 무력단체
살막: ???
이 상태입니다. 이제 이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면 이 물음표가 채워지겠죠.
아 그리고 깜빡한 게 있는데 사실 새벽 3시에 글을 썼는데 마음에 안들어 지우고 다시 쓰다보니 무형독의 정체에 대해 나오지 않았네요. 독 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오늘 쓰려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