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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153화 (153/262)

<-- 153 회: 절대신위(絶對神威) -->

마화천은 이 요란한 공격을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 사람을 물건처럼 휘둘러서 당혹스럽다기보다 성인 남성의 신체에서 나오는 길이와 무게가 주는 미묘한 위압감 때문이었다.

무림인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상대와 싸우며 또 그들이 지닌 별별 무기를 다 봤지만 사람이 사람을 휘두르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뭐란 말인가?

“이런!”

잘 피해오던 마화천은 결국 이름 모를 사내의 몸뚱아리와 부딪히며 쓰러졌고 제갈 사혁은 기괴한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상대는 마화천이다. 날고 긴다는 무림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 이러한 꼼수가 언제까지 통할 리 없었다.

“귀찮군!”

제갈 사혁이 기세를 잡은 듯 했으나 이를 악문 마화천은 더 이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가 검을 휘두르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겼다.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이걸 단순히 사람을 둔기처럼 휘두르는 요상한 공격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커다란 둔기를 휘두른다고 생각을 바꾸면 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마구잡이식 공격이었다.

(이게 별 의미 없는 짓이란 걸 벌써 눈치 챘나보네.)

제갈 사혁도 그 특수성을 노리고 이런 기괴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마화천이 검을 휘두른 그 순간 더 이상 자신의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런 후 거리를 벌리고 엄청난 수의 검기를 쏘아대는 마화천. 그리고 상황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쳇! 이래서야 끝이 없잖아.”

특수성으로 따지면 마화천의 검기는 정말로 특별했다. 상대의 검기를 무력화 시키는 검기라니 게다가 그것을 쏘아다기까지 한다.

“미치겠네. 진짜!”

말로는 미치겠다고 하면서 제갈 사혁은 웃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온 몸에 신경을 집중해 검기를 하나하나 피했고 마화천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평소와 달리 과장되게 오른 팔을 크게 휘두르자 마화천은 가볍게 몇 발짝 뒷걸음질 쳤고 커다란 동작으로 움직임 자체를 유도했던 제갈 사혁은 발을 길게 쭉 뻗어 마화천의 복부를 걷어찼다.

“큭!”

복부를 맞고 고개를 숙이자 제갈 사혁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무릎으로 턱을 찍었다.

(됐어..... 할 수 있어!)

마교의 십야성주 추백성과의 일전이 있은 후 제갈 사혁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시야를 넓힌다. 그것이 현재 제갈 사혁의 목표였다. 단지 마음가짐일 뿐이지만 꼭 수련을 통해서만 강함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쌍수배회 검법(雙手徘徊 劍法).

마화천의 검법은 틀이 없었다. 특히 이 쌍수배회 검법은 오른손으로 몇 초식을 사용하면 왼손으로 몇 초식을 발현한다.

“뭐야 이건 또?”

제갈 사혁의 몸은 수십 갈래로 난도질당했고 상의는 거의 걸레가 됐다.

쌍수배회 검법은 마화천의 주절기였고 그 위력은 대단했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믿고 피해냈지만 처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 무식한 대력검을 가볍게 왼손에 쥔 순간 초식이 분명 오른손으로 펼쳤던 것과 같은 초식인데 이상하게 변하더니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검은 보통 오른손에 쥔다. 그래서 오른손에 맞게 검초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제갈 사혁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쌍수배회 검법은 원래부터가 오른손으로 펼치는 초식은 상대가 피하도록 유도하는 가짜고 왼손으로 펼치는 초식이 진짜일 가능성이 높았다.

오른손으로 검초를 발현하고 왼손으로 오른손과 똑같은 검초 쓰면서 교묘하게 변초를 섞어 쓴다. 그러면 상대는 그 변초를 감지하지 못한 채 당하게 된다.

(상대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건가? 방금 전 내가 쓴 것과 똑같이 당했군.)

도검불침이라고 해도 실제로 검에 베이지 않을 뿐이지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아직도 온몸을 찌르는 침상(揕傷)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사선을 그리며 검을 휘두르자 반보로 피해낸 제갈 사혁은 매화장법(梅花掌法)을 펼쳤다. 그러자 대력검의 넓은 검면으로 장법을 막아내더니 그 거대한 검으로 쾌검을 구사했다.

“돌겠네!”

어떻게 된 신체인지 아니면 진짜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건지 대력검으로 선보이는 그의 검법은 하나 같이 근본적인 무게의 약점이 없었다. 그 정도 해주지 않으면 분명 마화천이라는 명성이 헛것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뭐 이런 괴물이......”

“하아!”

쾌검에 이은 오른쪽 베기는 폭풍 후 내리치는 우레와 같은 일격이었다.

늘 맞는 것을 각오하지만 절대 이 고통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이 고통을 줄일 수만 있다면 통증의 근원지인 살을 뜯어내고 싶을 정도였다.

“커억!”

기침을 하자 침에 피가 섞였다. 내상쯤이야 무림인들에게 겨울감기 같은 거라지만 당할 때마다 짜증나긴 마찬가지였다.

“젠장!”

이를 악물고 일어난 제갈 사혁은 또 다시 그 거대한 검이 만들어내는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 팔꿈치고 마화천의 관자놀이를 쳤다. 공격은 흠잡을 때 없이 깨끗하게 들어갔지만 마화천은 오기로 버텨냈고 왼손으로 뺨을 때리듯 제갈 사혁의 얼굴을 쳤다.

용선풍(龍旋風).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두르며 검풍이 몰아치자 그 순간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더니 정신을 차렸을 땐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이마에서 피가 나자 제갈 사혁은 왼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어차피 출혈 같은 상처야 조금만 기다리면 자율 회복되기 때문에 출혈 같은 걸로 동요하진 않지만 그 상대가 마화천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싸우는 과정은 칠객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상대하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체력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정신적인 이유로 몸은 이미 지쳤다.

마화천이라는 그 이름 때문에........

(무릎이 맛이 갔나?)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째서인지 몸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체력적으로 지친 건 절대 아니었다. 그건 장담할 수 있었다.

(동요하고 있는 건가? 침착하자 이럴 때 그 무식한 검기라도 날아오면 골로 가버.......)

“!”

그 순간 제갈 사혁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더 이상 검기를 날리지 않는 걸까? 그 검기라면 분명 자신의 몸을 두 조각 내버릴 수 있었다.

(왜 검기를 날리지 않는 거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검법으로만 대응하고 있잖아. 설마?)

제갈 사혁은 마화천의 상태를 어림짐작했다.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마화천은 지금 내공이 없었다.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고 내공이 어느 정도 소실된 상태라고 봐야했다.

평범한 호흡 그 자체로 소량의 내공을 모우고 혈관과 단전을 동시에 사용하는 제갈 사혁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내공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마화천 같은 고수라 해도 결국 평범한 무림인의 단전을 지닌 사람. 영약을 얼마나 먹었든 결국 단전은 단전이다.

(그래 벌써 한계라 이건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공을 어느 정도 쓰면 어느 시점부터 내공을 아끼려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체력관리인 셈이다.

(하긴 그 정도로 검기를 휘둘러 댔으니 내공이 남아나지 않겠지. 그래 그게 정상이야.)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공격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내공 부족할 뿐이지 내공이 없는 건 아니다.

금침십삼지공(金針十三指功).

비류보를 펼치며 좌우로 빠르게 움직임과 동시에 손가락으로 수십 번을 찌르고 또 자리를 이동해 수십 번 찌르는 치고 빠지는 식의 공격은 마화천을 효과적으로 밀어붙였다.

마화천의 내공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순간 제갈 사혁이 마화천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자체가 달라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싸우다 말고 검지 손가락을 막아내던 대력검을 치우더니 갑자기 등 뒤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그 때문에 제갈 사혁의 손가락은 정확히 마화천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고 뜬금없이 등 뒤로 날린 검기는 검은 천을 휘날리는, 자객 같은 옷차림의 남자에게 날아갔다.

“싸우러 온 게 아니다. 그러니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마라. 꼬마야!”

제갈 사혁을 발로 차 떼어낸 뒤 마화천은 서둘러 소령에게로 향했다.

“?”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적들이 이번 일의 중심인물인 소령을 노리고 있었다.

“그만큼 소령이 중요하다 이건가?”

제갈 사혁은 마화천 그리고 마화천보다는 무형독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소령을 구하러 아니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린 마화천을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그를 급습해서 이긴다고 해도 소령을 빼앗기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마화천과 노느라 잠시 머리가 뜨거워졌지만 이럴 때야 말로 판단을 정확하게 해야 했다.

무형독의 실체를 눈으로 보지 못한 이상 당장 눈앞에 있는 소령을 마화천은 둘째 치더라도 그들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제갈 사혁은 천천히 주위를 살펴봤다. 기존의 봉황대까지 합세를 했기 때문에 봉황대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또 다시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살펴보자 위에서 적들을 지휘하는 놈이 보였다.

“좋아 그럼.”

마화천에서 바람 맞은 이상 체면치레는 정도는 해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니가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지만 니놈 뒤에 있는 부모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겠다.”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쓰면서 고민했습니다.

이게 지금 마화천과 제갈 사혁의 1:1이지만 주변상황은 다수대 다수라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했습니다.

난전 같은 건 쓰기는 쉽지만 읽기가 (글의 의도를 잘 아는 제가 읽기조차)어려워서 하는 수 없이 포커스를 1:1에 맞췄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글을 썼는데 벌써 10시가 다 되었네요.

요즘은 한번에 글을 쓰는 경우가 없습니다. 몇번을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는데 저도 조금 성장한 거겠죠? 예전 같았으면 그냥 써서 올렸는데.....

이만큼 장기적으로 글을 쓴 게 처음이다보니 저 자신도 여러가지로 많은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그냥 순간 순간 반짝이는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뭐 아직도 갈길은 멀었지만 여러분이 봐주시는 덕에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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